[과학 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 제28화 - 의심스러운 남녀사이
[과학 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 제28화 - 의심스러운 남녀사이
  • 이상우 추리작가협회 이사장
  • 승인 2020.1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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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수지의 피살 사건은 단순한 회사 내의 권력 다툼이나 애증 관계로 발생한 사건이 아닌 것 같은 확신을 가졌다.
한수지의 부모와 미국 TJ 고등학교 동창들 세 집안이 얽힌 2대에 걸친 원한 관계가 배경 일수도 있다는 생각아 들었다.
그렇지 않다면 요즘 한창 뜨고 있는 바이오 산업의 최첨단 기술을 둘러싼 기업 간의 사생결투가 빚은 연쇄 살인 사건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곽정 형사의 소개로 한강 메디팜 조진국 사장을 만난 이야기를 하기 위해 곽정 형사와 점심 약속을 하고 여의도에 있는 유명한 설렁탕 집으로 갔다.
점심시간이라 사람들이 식당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도 줄을 서서 곽 형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10분 쯤 기다려 이제 앞에 세 사람밖에 남지 않았는데 곽정 형사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때 각형사로 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소설가, 미안해. 마누라하고 싸우느라고 좀 늦었어. 먼저 들어가 자리 잡고 있어요. 5분이면 도착해.”
“알았다.”
마누라하고 싸워서 늦었다고? 
그럼 경찰서 출근도 않고 이제 집에서 나왔단 말이야?
나는 속으로 투덜거리며 마침내 설렁탕집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막 자리에 앉자마자 곽정 형사가 헐레벌떡 들어왔다.
맞은편 자리에 앉자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마누라 마음에 안 드는 건 내가 더 할 거야. 그저께 말이야...”
나는 곽정의 푸념 섞인 마누라 타령을 막기 위해 선수를 쳤다.
“모처럼만에 돈이 좀 생겨 향수 하나를 사다가 주었는데 그걸 마음에 안 든다고 한번 쓰지도 않고 친구한테 줘버렸대. 남편이 십년 만에 마음먹고 선물 한 번 한 것인데...”
나는 한영지 냄새를 마누라에게서 맡아보려고 한 치사한 계획은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하여튼 늙으나 젊으나 와이프란 것들은 문제야. 어쩌면 사람 속을 팍팍 긁는 말을 잘 하는지...”
“무슨 얘긴지 간단히 해봐.”
내가 설렁탕 보통 두 개를 주문하고 말했다.
“오늘부터 삼일 간 휴가를 얻었거든. 그런데 해외여행이라도 가자는 것을 내가 들은 척도 안 했거든. 그랬더니 아침에 식탁에서 하는 얘기가...
“당신은 나한테 어떤 존재라고 생각해요?”
다분히 시비를 걸기위한 질문이었다.
곽정 형사는 자기가 이 집안의 기둥이라고 큰소리를 쳤다.

“당신은 나한테 로또 같은 사람이야.”
무슨 뜻인지 모르지만 일단 행운의 남자라는 생각을 하고 되물었다.,
“로또? 내가 그렇게 장래성이 있나.ㅋㅋㅋ.”
“장래성? 휴가 때 마다 같이 여행가자는 그 약속 단 한 번도 지킨 일이 없잖아. 로또 복권처럼. 안 맞아요, 안 맞아!”
듣고 있던 내가 웃었다.
“맞는 말이야.”
“그러니까 나는 마누라한테 실망덩어리야.”
우리는 한바탕 웃고 설렁탕과 소주 한 병을 단숨에 해치웠다.
둘이서 식단 앞에 있는 1천 5백 원짜리 커피숍에 들어가 다시 마주 앉았다.
“그래, 조진국 사장 만나서 뭐 좀 얻어 낸 것 있나?”
곽정 형사가 물었다.
“딱 떨어진 정보는 없지만 구름 같은 정보는 좀 얻었어. 구름을 잘 굴리면 구름과자 같은 걸 만들 수 있을지 몰라.”
“정말 무슨 구름 잡는 소리야.”
“한수지의 어머니 강혜림 여사와 유성우의 아버지 유창호의 관계, 또 한수지의 아버지 한일선과 유창호, 조진국 세 사람의 관계, 그 세 사람이 고교 동창인데 모두 강혜림을 쫓아다녔다는 사실, 여기에 뭔가 냄새가 나지 않아?”
“그렇게 얽혔다고?”
“그런데 미국 버지니아에서 유창호 와이프와 강혜림이 함께 친구처럼 지내다가 유창호의 처가 강도에게 피살된 사건, 그 현장에 강혜림이 있었다는 사실이 무엇을 말해 주는 것 아닐까?”
“말해주긴 뭘 말해주어?”
“강혜림과 함께 백화점에 갔다가 죽은 유창호의 와이프는 무슨 음모에 말린 것은 아닐까?”
“흑인 강도 만나 권총에 피살 되었다며... 거기 음모는 무슨 음모야. 이봐, 소설 쓰세요, 소설?”
곽정 형사는 내 말에 콧방귀를 끼었다.
“정말 한수지의 죽음은 이와 같은 먼 곳에 뿌리가 있는 것이 아닐까? 더욱 수상 한 것은 말이야...”
내가 침을 꿀꺽 삼키자 곽정 형사는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허황한 소설을 쓰는 내 말이 재미있는 모양이다.
“미국 연구소에 있는 한수지를 한국으로 데려올 때의 이야기를 좀 해보라고 했더니...”
“그래서?”
“글쎄 그대로 둘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는 거야. 그 사정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절대로 말 할 수 없다는 거야.”
“정말 그랬어?”
곽정 형사도 그 말만은 흘리며 듣지를 않았다.
“아무래도 강혜림과 조진국 사이에 썸싱이 있는지 몰라.”
“남녀 사이를 함부로 의심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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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 아니야, 한국 바이오 변하진 사장과 강혜림의 사이도 수상하잖아.”
“그 집에 한 번 찾아갔다고 색안경을 쓰고 봐서는 안 되지요.”
“어쨌든 왜 갔는지는 한번 알아보라고.”
나는 곽정 형사와 둘이서 목격한 일이기 때문에 곽 형사가 나 몰라라 하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 부탁 한 것이다.
“그런 걸 알아보려면 한수지 동생 한영지를 만나면 쉬울 텐데... 한영지는 입이 가볍고 남자  관계도 복잡하고 헤프다니까 비밀도 잘 이야기 해 줄 거야.”
나는 곽정이 한영미를 형편없는 여자로 말하기 때문에 열이 뻗쳤다.
“한영지는 그런 여자 아니야. 함부로 짓거리지 마!”
“여자? 응? 왜 그래?”
너무 열 받아 큰소리로 말하는 바람에 곽정 형사가 눈이 동그래졌다.
“한영지는 듣던 이야기와는 달라. 아주 괜찮은 여자야.”
“너 왜 걔 일에 그렇게 열 받냐? 주책없이 걔한테 썸 타냐?”
역시 형사는 형사다.
이거 눈치 챘으면 무슨 망신인가.
“나이가 몇 살인데 썸을 타니. 내가 치매냐?”
나는 일부러 펄쩍 뛰었다.
그러나 한영지를 만날 핑계가 생긴 것이 기뻤다.
“알았어. 강혜림 일은 내가 알아볼게.”
내가 자청했다.
“그럼 나는 다른 각도에서 좀 분석해 볼께.”
곽정이 나를 이상하게 보지는 않는 것 같아 안도의 숨을 쉬었다.
“다른 각도?”
“바이오 산업에 대한 국내의 기업 간 경쟁이 아주 치열해. 서로 스파이를 심고 기술자 빼가기에 열을 올리고 있어. 더구나 재벌급 회사가 손을 대는 바람에 경쟁은 더 치열해 졌거든. 그래서 기업 간의 싸움이 살인 사건으로 번질 것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어. 한국 바이오에서는 연구원이 두 사람이나 희생되자 않았어?”
“재벌 기업도 나섰다고?”
“응. 국내 최대 재벌의 하나인 모 그룹에서는 장차 그룹을 이끌어 갈 핵심 산업으로 바이오와 I.O 및 의학의 융합을 들었어. 그룹 후계자는 공식 석상에서 제2의 반도체 신화를 이룬다는 성언을 했거든.”
“음, 그게 국내 바이오 업계에 불을 질렀구나. 도대체 바이오산업의 외형을 얼마로 보는 거야?”
나는 그 분야에 무식하기 때문에 우선 돈의 규모부터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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