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 제27화 - 남자를 남자로 보지 않는다
[과학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 제27화 - 남자를 남자로 보지 않는다
  • 이상우 추리작가협회 이사장
  • 승인 2020.11.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수지의 집안과 유창호 집안은 참으로 묘한 인연이 있었습니다. 아버지도 고등학교 동기생이고 아들과 딸도 고등학교 동기생이었습니다. 부자의 가정과 부녀의 가정에 있을 수 없는 사건이 2대에 걸쳐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동창생의 집안이라면 제가 두 사람을 아는 데요, 유성우씨 집안이나 권익선씨 집안 그리고 오민준 씨 집안도 관련이 있습니까?”
“그럼 권익선군 집안과 오민준군 집안도 알고 있습니까?”
조진국 사장은 내심 놀라는 눈치였으나 표정은 태연했다.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버지니아에서 TJ 과학고에 다닐 때 집안끼리도 알게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럼 유창호 회장과 유성우, 그리고 강혜림 여사와 한수지의 이야기도 대강은 알고 계시겠군요.”
“유창호 회장 부인의 불행한 일 때문에 강혜림 여사와 유창호씨가 가끔 만났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유성우 씨를 최근에 만난 일이 있는데 한수지 일을 자기 일처럼 슬퍼하고 있더군요. 혹시 한수지와 유성우가 특별한 관계가 있었습니까?”
“특별한 관계라... 윗대의 일부터 따지자면 그렇게 말 할 수도 있겠네요.”
“윗대의 일이라뇨?”
“유성우군의 어머니가 백화점에서 흑인 강도에게 피살 된 일은 알고 계신가요?”
“예. 유성우씨로 부터 이야기를 들은 일이 있습니다.”
“유성우는 자기 어머니 일이니까 그쪽 시각에서 이야기 했겠지요.”
“예? 그럼 다른 시각에서 볼 수도 있다는 말씀인가요?”
“단순히 그 두 집안만의 이야기라고 볼 수는 없겠지요. 유창호 회장과 나, 그리고 한일선 셋은 젊은 시절부터 알고 지낸 고교 동창 아닙니까.”
“그럼 한일선 회장이 강혜림 여사와 결혼하기 전 부터 서로 아는 사이였단 말씀이지요?”
“그렇습니다. 우리 세 남자는 모두 강혜림을 좋아했습니다. 그러다가 유여곡절 끝에 유일선이 결혼을 하게 되었지요.”
“그럼 반대로 여자의, 즉 강혜림의 딸 한수지를 두고 유성우, 권익선, 오민준이 관심을 보였던 것과 비슷한 일이군요.”
“그렇기도 하네요. 그렇게 따진다면 강혜림 여사에게는 한국 바이오의 변하진 사장이나 권익선의 아버지도 빼 놓을 수는 없지요.”
“한지수는 동생인 한영지를 오민준이나 권익선에게 맺어 줄려고 노력했다는 이야기도 있던데요.”
“동생 한영지는 언니와는 달라요. 당돌하다고할까, 결단력이나 돌파력이 남자도 뺨치는 의지의 장미라고 하지요.”
“의지의 장미라고요?”
“한영지가 남자관계가 복잡하고 변덕이 심해서 언니와는 완전 다르다고 하던데...”
나는 오민준한테 들은 말을 슬쩍 흘려 보았다.
한영지에 대해 마음 한쪽에 남아있는 께름칙한 생각을 털어내고 싶었다. 
“그야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걔 돌때부터 알고 있는데 결코 그런 아이는 아닙니다. 자기 주견이 뚜렷하고 비위에 맞지 않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아이지요. 미국에 살때 길거리서 만난 일진들과 5대1로 싸워서 이긴 아이예요.”
“남녀 관계가 복잡하다는 이야기도 있던데요.”
“겉으로 보기에는 그럴 수도 있지요. 남자를 남자로 보지 않으니까 상대방이 오해 하는 수가 많아요.”
“남자를 남자로 보지 않는다는 말씀은?”
“남자를 우습게 본다는 이야기가 아니고 아무나 이성으로 느끼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모두 여자 친구처럼 스스럼없이 대하니까 자기를 좋아하는 줄로 착각하고 함부로 사귀자고 덤비다가 혼나기도 하지요.”
나는 단 한번 만나 잠깐 겪어보았지만 설명을 듣고 보니 영지가 그런 여자 같기도 했다. 
그러나 조 사장이 한영지를 아이, 아이 하는 말투는 싫었다.
“회의 시간이 되어 죄송하네요.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다음에 곽정 형사하고 한 번 뵙죠. 곽 형사한테는 제가 워낙 신세를 져서...”
조 사장이 아주 미안해하면서 인사를 하고 공장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돌아오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해 보았다.
한영지가 어니와 달리 활달하고 행동파이며 정의를 존중한다는 말은 그마두고라도 남자를 여자 친구처럼 대한다는 말은 약간의 충격이었다.
영지는 그날 나한테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스스럼없이 대해 주었다. 
그것이 나에게 호감을 가진 것이라고 지례 해석한 내가 부끄러웠다.
그건 그렇고, 한수지의 어머니 강혜림 여사와 세 남자의 이야기는 정말 나에게 흥미를 자아내게 했다.
윗대의 얽히고설킨 애증이 자식 대에서 살인극으로 나타났다면 정말 무서운 일이었다.
나는 조진국 사장의 말을 확인하기 위해 유성우를 다시 만나 더 깊숙한 이야기를 들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