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킬레스' 정선기, "'처음 치곤 잘하네?' 보다 '매력있다' 듣고싶어"
[인터뷰] '아킬레스' 정선기, "'처음 치곤 잘하네?' 보다 '매력있다' 듣고싶어"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0.1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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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4일 뮤지컬 제작사 엠제이스타피시(MJStarfish)의 신작 창작뮤지컬 <아킬레스>가 개막했다. 

뮤지컬 <아킬레스>의 제작사 엠제이스타피시는 “신작 <아킬레스>를 두고 락 뮤지컬을 표방하는 작품이라며 공연을 통해 한 편의 드라마틱한 락 콘서트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천사에 관하여: 타락천사 편><아폴로니아> 등을 작곡한 이아람 작곡가가 김운기 연출, 이희준 작가가 다시 한 번 합을 맞춰 업계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뮤지컬 <아킬레스>는 1930-40년대 나치 독일을 배경으로 불멸의 저항가수 아킬레스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다. 억압과 차별을 겪으며 자란 유태계 독일인 아킬레스는 극한 상황 속에서 부모, 스승, 친구와 동료를 통해 진정한 가수로 성장하며 보는 이들에게 묵직한 감동과 울림을 전하고 있다. 

본지는 이번 작품에서 아킬레스의 친구 '파트로클로스' 역을 맡은 정선기를 만나 이번 작품에 참여한 소감부터 캐릭터에 대해서 들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앙상블에서 한 장면의 무대를 가득 채우는 역할까지,  성장하고 있는 배우 정선기를 만났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으로 공연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음을 미리 알린다. 

사진 ⓒ 조나단 기자
사진 ⓒ 조나단 기자

Q. <스웨그 에이지> 이후로 어떤 작품을 할지 궁금했다. 

정선기 : <스웨그 에이지> 작품 막바지 때 이번 작품의 오디션이 있었어요. 처음에는 안무를 하는 역할이라고 간략하게 인물 소개가 되어있어서 일단 오디션을 보게 됐죠. 다행히 연출님과 작가님이 좋게 봐주셔서 이번 작품을 시작할 수 있게 됐습니다. 

Q.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 

정선기 : 일단 은유적인 표현들이 많아서 대본을 계속 읽었었던 것 같아요. 대본을 처음 봤을 때 이 인물들에 대해서 바로 알아차릴 수는 없었었거든요. 리딩에 들어가기 전에 고민이 많았어요.  

Q. 어떤 역할들을 맡았나 

정선기 : 극중 아킬레스 아버지 펠레우스, 아킬레스가 어떻게 이 전란 속에서 지내왔는지 행적들을 조사하는 조사관, 아킬레스의 심정을 대변하는 전지적 관점으로 볼 수 있는 허수아비, 아킬레스의 절친한 친구 파트로클로스, 마지막으로 피아니스트 역할을 맡았습니다.  

Q. 각 캐릭터마다 중점을 두려고 했던 부분이 있었을까 

정선기 : 일단은 멀티 역할이다 보니 각 캐릭터마다 가지고 있어야 될 상태를 달리하는 데 있어서 많이 고민하고 연구했던 것 같아요. 펠레우스 같은 경우에는 전지적인 인물로서 상태를 나타낼 때도 있고, 파트로클로스는 청소년의 상태를 나타내기도 하다 보니 거기서 표현해야 할 캐릭터를 보여줘야 했죠. 같은 역할을 맡게 된 동진 배우랑 서로 이야기를 많이 나눴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극 중에 춤을 춰야 되는 장면들이 있는데 각자가 가지고 있는 탤런트, 장점들이 다르다 보니 거기서 조금 다른 선의 안무를 만들었고 각자의 장점을 보여줄 수 있는 장면들이 만들어졌어요. 

Q. 피아니스트와 허수아비는? 

정선기 : 많은 분들이 두 캐릭터를 좋아하시더라고요. 공연을 보는 관객분들의 관점이 다 다르고, 느끼는 게 다 다르기 때문에 보시는 그대로가 정답이 아닌가 싶어요.  

사진 ⓒ 조나단 기자
사진 ⓒ 조나단 기자

 

Q. 사실 전작에 비해서 이번 작품 속에서 안무의 선? 춤들이 뭔가 더 절제되면서도 자유로운 느낌을 받았다. 

정선기 : 저는 항상 어떤 안무나 춤에는 스토리텔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스웨그 에이지>에서는 어떠한 상황을 나타내는 춤이 많았다면, 이번 작품 <아킬레스>의 안무는 아킬레스의 상태를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가 부르는 노랫말, 가사와 상황에 맞춰서 아킬레스의 생각들을 대변해서 몸으로 표현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웃음) 

Q. 실제 성격 닮은 부분이 있는 역할 혹은 나랑 맞지 않는 역할이 있다면?  

정선기 : 글쎄요.(웃음) 일단 파트로클로스는 저랑은 다른 인물이지 않나 싶습니다. 저는 그렇게 소설 속에서 나올 수 있는 주인공 같은 인물이 아니거든요.(웃음) 굉장히 멋있는 캐릭터라서 좋습니다. 그럼 누가 있을까요... 쉽지 않네요. 생각을 해보면 연출님이 연습 과정에서 제가 가지고 있는 부분들을 뽑아내 주셔서 모든 역할에 조금씩 제 모습들이 담겨있지 않나 싶어요. 

Q. 어려웠던 점은? 

정선기 : 아무래도 솔로 넘버라는 걸 처음 하다 보니 고민이 제일 많이 됐었고, 이번 공연을 하면서 제일 힘든 부분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지금도 공연을 하지 않을 때면 따로 레슨을 받거나 시간을 내서 계속해서 연습하고 있어요. 정말 악보다 너덜너덜 헤질 정도로 연습하고 연습했던 것 같아요. 가장 힘들었던 점을 꼽자면 이게 아닐까 싶어요. 

Q. 공연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 

정선기 : 얼마 전에 피아노를 치러 가는 씬이 있는데, 멋있게 들어가서 피아노를 쳐야 하거든요. 그런데 의자에 부딪혀서 피아노를 치기 전에 '우당탕탕'하면서 시선을 집중시켰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 거 외엔 큰 실수 같은 건 없었던 것 같아요. 

사진 ⓒ 조나단 기자
사진 ⓒ 조나단 기자

Q. 첫 무대 올랐을 때 느낌이 어땠나 

정선기 : 너무 떨렸어요. 사실 그동안 제가 했었던 작품들을 돌아봤을 때 항상 많은 배우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섰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이런 긴장감이나 떨리는 감정들을 주변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쉽게 떨쳐낼 수 있었는데 이번 작품에선 3인 극이지만 저 혼자서 무대 위를 채워야 하는 순간도 있고, 두 명이서 혹은 세 명이서 무대를 채워나가야 하니까 다가오는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지금도 조금씩 떨리지만 첫 공연 때는 정말 많이 떨었어요. 특히 솔로곡을 부를 때 백스테이지에서 몸이 덜덜덜 떨렸었죠.  

Q. 그래서 이번 작품 속 모습이 더 궁금했던 것 같다. 앙상블과 한 캐릭터를 맡는다는 건 또 다른 느낌이고 보여줘야 하고 책임져야 할 부분들이 더 많아지니 말이다.  

정선기 : 여러 감정들을 느꼈죠. 말씀하셨던 것처럼 책임감도 불안감도, 설렘도 있었어요. 그리고 잘 해낼 수 있을까, 혹은 나로 인해서 뭔가 깨지지 않을까란 걱정도 있었죠. 지금도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공연을 하면서도 연습만이 살길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노력 중입니다. 

Q. 성장하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정선기 : 정말 같이 공연을 하고 있는 형들은 어떻게 했나 싶더라고요. 연습을 하면서도 불안감이 남아있어서 정말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열심히 노력 중입니다.  

Q. 지금의 내게 가장 마음이 가는 대사나 가사가 있다면  

정선기 : 아무래도 제 솔로 넘버에 있는 가사가 가장 마음속에 담겨있지 않나 싶어요. 파트로클로스가 왜, 어떻게 이런 결심을 하게 됐는지 알게 해주는 가사거든요. "내가 꿈꾸던 생과 내가 꿈꾸던 죽음. 너에게 있어. 다 너에게 있어"라는 가사거든요. 파트로클로스가 결심을 다지게 되는 부분이에요. 그래서 그 가삿말이 가장 마음에 와닿아있지 않나 싶습니다. 

Q. 그럼 좋아하는 넘버는? 솔로곡일까 

정선기 : 좋아하는 넘버는 다른 넘버입니다. 물론 제가 부르는 솔로 곡도 좋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넘버를 가장 좋아해요. 극 중에 아킬레스라는 인물이 인생의 풍파를 다 겪고 어떤 한 명의 사람으로서 완성된 것 같거든요. 그러면서 이런 사람이 될 수 있게 믿어준 친구와 주변 사람들을 떠올리면서 이름을 불러줘요. 마치 헌화하는 느낌이랄까요. 가장 좋아하고 뭔가 이 넘버를 듣고 있으면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날 것만 같은 그런 넘버입니다. 

사진 ⓒ 조나단 기자
사진 ⓒ 조나단 기자

Q. 공연을 보지 못한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정선기 : 뭐라고 정의해야 할까요. 겨울이 왔어요. 정말 이 추운 겨울날 온몸을 녹일 수 있는 공연이거든요. 인물 간의 사랑으로 따뜻함을 느끼시고 무대를 가득 채울 아킬레스를 보면서 뜨거운 감정을 느끼고 돌아가 주셨으면 좋겠어요. 정말 뜨겁고 따뜻한 공연이니 꼭 한번 봐주시길 바랍니다.(웃음) 

Q. 이 작품을 통해서 연말, 그리고 연초까지 맞이하게 될 예정이다. 이 작품을 통해서 이것만은 완벽하게 해내고 싶다. 얻어 가고 싶다 하는 부분이 있다면 

정선기 : 솔로 넘버를 완벽하게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웃음) 

Q. 확실히 솔로곡에 대해서 고민이 많아보인다

정선기 : 처음이니까 더 그런 것도 있고, 저 개인적으로도 뭔가 이겨내고 싶고 해내고 싶은 부분이 있어요. 그동안 저를 알고 계셨던 분들은 저라는 사람이 솔로로 노래를 부르는 걸 처음 볼 것이고, 저를 이번에 처음 아시는 분들도 있으실 거잖아요. 누군가에게 단순하게 저 사람이 처음이라서 노력했다는 이미지보다는 저 배우가 저런 색을 가지고 있고 나로 보일 수 있고, 들릴 수 있게끔 만들고 싶어요. 처음 하는 사람치고는 노력하네 라는 것보다 저런 매력이 있구나라는 평가를 받고 싶어요. 그래서 정말 악보가 너덜너덜 헤질 때까지 보고 있습니다.  

Q. 세 명의 아킬레스와 두 명의 헥토르. 각각 어떤 이미지로 다가오고 있나 

정선기 : 어떤 이미지, 사실 뭔가 비유를 하기는 어려운 부분인 것 같아요. 일단 승현 배우님 같은 경우에는 어떤 고비를 다 겪고 단단해져있는 아킬레스의 느낌을 받았던 것 같고, 훈정 배우님 같은 경우에는 저항정신? 저항하려는 느낌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아킬레스 같아요. 지원 배우 같은 경우에는 또래라서 그런지 몰라도 열정과 사랑이 가장 많이 느껴져요. 번갈아 가면서 연기를 하고 있는데 정말 다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는 배우님들입니다.(웃음) 

그리고 헥토르 같은 경우에는, 보고 뭐라고 할지 모르겠지만(웃음) 미금 배우 같은 경우에는 뭔가 통통 튀는 제기 발랄함이 있고, 이후 배우 같은 경우에는 뭔가 수호천사 같은 느낌을 받아요. 극 중에서는 대립하게 되는 관계지만 수호천사 같다고 해야 할까요? 

사진 ⓒ 조나단 기자
사진 ⓒ 조나단 기자

 

Q. <스웨그 에이지>에선 팀 내 팀 닥터를 맡았었는데, 이번 작품에선 배역 이외의 포지셔닝을 한 부분이 있을까? 

정선기 : 이번 작품에선 제가 안무를 맡았습니다.(웃음) 고민이 많았지만 안무를 맡게 됐고 이 극에 도움이 되는 안무를 짜는데 시간을 많이 투자했던 것 같아요.  

Q. 작품 전체적으로 어떤 느낌의 안무를 가져가려고 했나. 

정선기 : 일단 크게 몇 장면만 말해 보자면, 극 중에 세 명의 배우가 다 무대에 올라서 군무를 춰야 하는 게 있거든요. 자동차와 세 명의 아이. 자동차의 이미지를 주기 위해서 헤드라이트 느낌의 조명을 주고 일상적으로 자동차에서 볼 수 있는 움직임들을 구성하려고 했었어요. 와이퍼, 핸들, 악셀, 배기가스 등 차에서 볼 수 있는 물건들을 안무에 넣었죠. 그렇게 셋의 하모니를 맞춰나가려고 했었어요. 허수아비 왕 같은 경우에는 앞서 말했듯이 아킬레스의 감정과 대사나 가사의 공백을 채우고 강조하기 위한 움직임을 표현하려고 했죠. 아킬레스가 노래로 자신의 심정을 표현한다면 허수아비들은 움직임으로 그가 말하고자 하는 걸 표현했죠. 피아니스트는 말 그대로 피아니스트의 움직임에 집중을 했고, 나중에는 음악이 되어서 움직일 수 있는 안무를 짜게 됐습니다. 

Q. 차기작은? 

정선기 : 일단 <스웨그 에이지>의 지방 공연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진 ⓒ 조나단 기자
사진 ⓒ 조나단 기자

 

Q. 해보고 싶은 역할은 없나 

정선기 : 요즘 같은 시기에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알고 있습니다. 정말 무슨 작품, 어떤 역할이라도 할 수 있으니 불러만 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집에서 놀지만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완벽한 정상화라고 생각하지 않고, 정말 어려운 시기란 걸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을 보러 와주시는 관객분들이 있기 때문에 저희가 더욱 열심히 공연에 임하고,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는 걸 말하고 싶어요. 안 그래도 최선을 다하는 공연이지만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공연에 임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차기작 불러만 주신다면 꼭 하고 싶습니다. 

Q. 롤 모델이 있을까? 아니면 좌우명이 있다면  

정선기 : 저는 좌우명이 있어요. "넘버원이 아니라 온리 원이 되라"라는 말인데요. 말 그대로 대체될 수 없는 온리 원, 어디든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춤을 추면서 연기도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Q. 올해 '아쉬웠다'하는 부분 혹은 '올 연말까지 이건 해보고 싶다'하는 게 있다면? 

정선기 : <아킬레스>라는 작품을 하면서 더 많이 저에 대한 아쉬움이 생겼던 것 같아요. 제가 뭔가 조금 더 빨리 이런 작품들과 배우님들, 음악을 만났다면 하는 부분이요. 그랬다면 더 고민을 했고 노력을 했고, 만들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도 이 작품을 만나게 돼서 많은 고민들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고 있는 시점이라 즐겁고, 기쁘고 감사합니다. 이 작품이 끝나기 전까지 해보고 싶은 건, 노래를 부르는 데 있어서 떨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사진 ⓒ 조나단 기자
사진 ⓒ 조나단 기자

Q.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외에 받는 스트레스가 있을까, 나만의 해소법은 

정선기 : 사실 스트레스를 크게 받는 편은 아닌데, 최근에 목 상태에 대한 스트레스가 조금 생겼어요. 사실 그동안은 몸 마디마디 관절에 대한 생각이 더 많았었거든요. 그런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목 관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 생겨서 스트레스를 정말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관절이 아프면 참으면서 할 수 있는데 목은 해결이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목을 아끼기 위해서 노력 중입니다.(웃음) 

Q. 마지막으로, 올해 들었던 최고의 칭찬은? 

정선기 : "잘했어"요. 이외엔 "좋아졌어", "좋아지고 있어"도 있네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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