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호프' 이윤하 "작품과 마주한 나, 후회하고 싶지 않아"
[인터뷰①] '호프' 이윤하 "작품과 마주한 나, 후회하고 싶지 않아"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0.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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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아하는 대사는? "당신이란 책을 제대로 읽어봐. 그 속엔 네가 잊었던 문장이 많아"

[한국증권신문 조나단 기자] 지난해 창작 뮤지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뮤지컬 <HOPE: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이하 뮤지컬 '호프')가 개막을 앞두고 있다.

뮤지컬 <호프>는 살아생전 빛을 보지 못했지만 그의 사후 재평가되면서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로 불린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의 유작 반환 소송을 배경으로 제작한 뮤지컬이다.

뮤지컬 <호프>는 실제 사건과 허구를 조합해 무대 위로 진짜 '호프'와 미발표 원고 'K'라는 존재를 만들어 극을 이끌어간다. 실제 재판과는 다르게 호프라는 인물이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원고를 지켰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스토리다. 

본지는 개막에 앞서 이번 작품을 처음부터 함께 하고있는 뮤지컬배우 이윤하를 만날 수 있었다. 그가 그리고 있는 뮤지컬 <호프>와 인물 '호프'에 대해서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에게 '호프'는 어떤 작품이고 어떤 인물일까.

다음은 이윤하 배우와의 일문일답으로 공연과 관련된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음을 전한다.

사진 ⓒ 이미지훈 스튜디오
사진 ⓒ 이미지훈 스튜디오

Q. 본지와 첫 인터뷰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이윤하 : 안녕하세요. 저는 뮤지컬 <호프>에서 과거 호프 역할을 맡고 있는 신인배우 이윤하입니다.  

Q. 프리뷰와 본 공연, 재연까지 따지고 보면 세 번째 공연에 참여하게 됐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이윤하 : 그렇죠. 아무래도 처음에는 긴장감이 컸다면, 이제는 긴장감보다 지금 연기하는 배역에 대해서 더 생각하고 있는 게 조금 달라진 것 같아요. 연습을 하면 할 수록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열심히 노력 중에 있습니다.  

Q. 부족했던 부분들을 찾았고, 채워나가고 있다고 보면 될까  

이윤하 : 네, 초연에 이어 재연에도 캐스팅이 된 만큼 한 역할에 더 깊게 들어갈 수 있었고 집중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전에 보지 못했거나 놓칠 수 있었던 디테일한 부분들을 채워나가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부담이 되는 부분들도 존재하지만 지난해보다 더욱 나아진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더욱더 캐릭터 속에 빠져들 수 있도록, 감정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연습 중이고 그렇게 더 나아진 모습으로 관객분들과 만나고 싶습니다.  

사진 ⓒ 이미지훈 스튜디오
사진 ⓒ 이미지훈 스튜디오

Q. 2018년 앙상블로 데뷔하게 됐는데, <호프>라는 작품은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이윤하 : 초연은 오디션을 봤었어요. 이게 처음 오디션 때 제가 준비했던 대본이 있었는데 현장에서 그 대본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이게 뭘까?"라는 생각이 가득했어요. 그래도 좋은 작품이고 후회하지 않게 그냥 하자라는 느낌으로 오디션을 봤어요. 아쉬웠었죠. 그런데 저를 좋게 봐주셨는지 연락이 와서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Q. 맡은 배역 '과거 호프'는 어떤 인물일까  

이윤하 : '과거 호프'라는 친구는, 어찌 되었든 전쟁을 이겨냈을 만큼 강인함이 있었던 인물이에요. 엄마에 대한 그리움도 있고 사랑하는 마음이 크지만,  엄마가 변해가는 모습을 보고는 자기는 그렇게 살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게 되죠. 그런데 어느 순간 자신을 되돌아봤는데 엄마랑 똑같은 행동을 하고, 말을 하고 있는 그런 역할인 것 같아요. 그래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않나 싶습니다. 

Q. 과거 호프, 어린 시절의 호프가 바라보는 세상에서 엄마라는 인물이 중요하게 느껴졌다. 어떻게 보면 세상의 전부가 엄마 일수도 있고 어떻게 보면 그를 가로막는 울타리처럼 느껴지기도 했던 것 같았다  

이윤하 : 맞아요. 그런 변화들이 있어요. 호프에게 있어서 어렸을 적부터 전쟁이라는 걸 겪게 되면서 또래의 친구들보다 엄마에게 더 많은 걸 의지하고 기대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전쟁의 한복판에 들어왔을 때부터 조금씩 느끼기 시작하죠. 점점 엄마의 시선이 자기를 떠나 간다는걸요.  절망스럽고 절박한 상황에서 자기보다 원고를 챙기는 모습에 저 스스로도 '어?' 하면서 놀라고 현실을 점점 깨닫게 되거든요. 나에게 가족이란, 엄마라는 울타리가 없어졌구나라고요.  

Q. 이후 카델이라는 인물을 만나게 된다.

이윤하 : 그리고 사랑했던 엄마에게 총을 겨누게 되죠. 사랑했던 엄마지만 이젠 원고에 미쳐있어요. 사람이 버림을 받으면 충격을 받잖아요. 어렸던 호프는 자기는 그런 사람이 되기 싫어서 엄마에게서 원고를 뺏고 카델과 떠나요. 그런데 그런 그의 믿음을 카델을 배신으로 짓밟아요.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는 상황이 또 오게 되면서 그에게도 생각의 변화가 시작되요. 그때부터 호프는 원고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됐을 거라고 봤어요. 이제 그에게 남은 원고, 그것만이 그의 삶을 바꿀 수 있는 모든 게 돼버렸죠.  

Q. 본지는 개인적으로 '빛나잖아' 이 넘어가 가장 좋았다  

이윤하 : '빛나잖아' 저도 너무 좋아해요. 어린 호프의 기억 중에서 제일 행복한 순간이 아닌가 싶어요. 카델과 춤을 추면서 행복한 미대를 꿈꾸거든요. 물론 그 이후의 상황은 호프의 상상과는 달랐지만요.  

사진 ⓒ 이미지훈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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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앞서 답했던 것처럼, 호프가 자신의 어머니와 같아지게 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윤하 : 방황하던 호프에게 가족이라는 새로운 울타리를 쳐줄 인물이었죠. 그와 행복한 미래를 꿈꾸었지만, 카델의 배신으로 인해 모든 게 박살 났죠.  

Q. 카델 역의 두 배우가 캐스팅됐다.  

이윤하 : 두 배우님이 그리고 있는 카델이 성향이 다 다르거든요. 그래서 일단 캐릭터에 대해서 많이 물어보고 말해줬던 것 같아요. 각자가 그리고 있는 성향, 캐릭터를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하고 연기하면서 호흡을 맞추고 있죠. 개인적으로 태화 배우님이 조금 더 나쁜 것 같은 빨간색의 느낌이 든다면 승헌 배우님은 약간 하늘색 같은 느낌이 들어요.(웃음)  

Q. 호프가 카델에게 원고의 반을 넘겼었는데, 만약 호프가 모든 원고를 갖게 돼서 다 넘겼었다면 엄마와 호프에게 또 다른 미래가 그려졌을까  

이윤하 : 호프의 입장에서 생각을 했을 때 그런 부분도 있었을 것 같아요. "엄마가 집착하게 된 '원고'가 없다면 나에게 조금 더 집중을 해주지 않을까" 라고요. 그래서 엄마로써 더 사랑을 해줄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드는데,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았을 것 같아요.  

Q. 과거의 호프와 현재의 호프가 극 중에서 마주했다면, 미래의 호프는 무슨 말을 해줬을까  

이윤하  : 만약 만났다면, 자신의 선택을 바꾸지 않았을까 싶어요. 오랜 시간 원고에 집착을 하게 되는데 만약 그런 사건들이 없었다면 오히려 더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지 않았을까 싶거든요.

Q. 초연부터 함께 해온 김선영 배우, 올해 참여하게 된 김지현 배우. 두 배우들과의 호흡은?  

이윤하 : 일단 두 선배님과 같이 한다는 것부터 정말 영광스러운 일이 아닌가 싶어요. 두 분이 연기를 하는 것을 보면서 정말 많은 걸 배우고 있어요. 호프라는 인물을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지 않나 싶어요. 캐릭터를 어떻게 해석하고, 감정을 넣어가고,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많이 공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계속해서 더 몰입할 수 있고 싶어요.  

Q. 도움을 받은 게 있을까  

이윤하 : 그냥 보면서 배워가고 있어요. 캐릭터를 해석하는 과정이 다 다르잖아요. 그래서 선배님들이 한 캐릭터를 어떻게 해석하는지, 디테일한 부분들을 잡아가는 과정을 보면서 저도 따로 공부를 하게 되고 더욱더 캐릭터에 몰입하고 있지 않나 싶어요. 옆에서 많은 걸 배우고 싶고, 호프라는 인물에 더 빠져들고 싶습니다.  

사진 ⓒ 이미지훈 스튜디오
사진 ⓒ 이미지훈 스튜디오

Q. 지금까지 공연 혹은 연습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이윤하 : 뭔가 큰 사건사고는 없었어요. 그냥 지금 가장 기억에 남는 게 뭐냐고 물으신다면 같이 작품을 하고 있는 배우들 모두가 아닐까 싶어요. 제가 부족했던 부분들을 알려 주시고, 챙겨주셨어거든요. 그래서 항상 감사하다고 말하고 있는데, 그 마음이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아, 기억에 남는 건 이 <호프>라는 작품을 처음 올렸을 때 연습실이 남산이었거든요. 산 밑인데다가 정말 많이 추웠었어요. 그때는 버스도 없어서 항상 걸어 올라가야 했었는데 유리아 배우님이랑 이예은 배우님이 정말 많이 픽업을 해주셨어요. 집에 데려다주시기도 했었고, 처음 연습을 할 때 정말 많이 힘이 됐던 것 같아요. 사실 한두 번은 해준다고 해도 계속해서 누군가를 데리고 간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그래서 너무 감사해요. 그때 남산이 정말 너무 추웠거든요. 발도 얼어붙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Q. 남산에서 신당까지 넘어오게 됐다. 작품이 잘 됐기 때문이 아닐까.  

이윤하 : 정말 이 작품을 사랑해 주신 관객분들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요. 너무 행복하고 그만큼 책임감을 느끼고 열심히 연습 중에 있습니다.  

Q. 작품 속에서 그리고 있는 '호프'와 나의 스스로의 성격을 비교해 보자면?

이윤하 : 두 인물 간의 공통점이 있다면, 약간의 '강인함'이 닮지 않았나 싶습니다.(웃음) 저도 그렇고 작품 속에 호프도 그렇고 힘든 상황에 놓여 있을 때 이겨내려고, 지쳐 쓰러지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는 스타일이거든요. 어떤 상황에서도 멘탈이 약한 편은 아니라서요. 그런 부분들이 닮지 않았나 싶습니다. 다른 점은 어떤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을 때 호프보다는 조금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시대상으로 봤을 때 지금 우리에게는 선택의 폭이 넓어졌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어떤 선택의 기로에 서있을 때 좋은 선택지를 선택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사실 호프에게는 상황적으로 어떤 선택을 할 수 없었고, 결국 엄마와 똑같은 선택을 하게 되죠. 다른 부분은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Q. 호프와 같이 두가지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모든걸 잃지만 나만 새로운 삶을 살수있는 것과, 힘들지만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무언가를 잃지 않는 것. 어떤 선택을 할까

이윤하 : 저는 무언가를 잃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지금의 삶을 선택하지 않을까요. 다른 선택을 한다면 지금의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무언가를 잃어버릴 수 있다고 생각해보면 이 선택밖에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전 주어진 삶에 만족하고 있고, 지금 저에게  소중한 것들을 잃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지금의 삶이 더 소중한 것 같고 무언가를 잃는다는 선택은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Q. 작품 속에서 가장 좋아하는 대사나 가사는?

이윤하 : 저는 개인적으로 작품 속에서 K가 하는 대사를 제일 좋아해요. 마지막 판결에 갈 때쯤 하는 넘버에서 "당신이란 책을 제대로 읽어봐. 그 속엔 네가 잊었던 문장이 많아. 넌 수고했다. 넌 충분하다. 넌 살아냈다. 늦지 않았다."라고 말하거든요. 이 모든 게 와닿더라고요. 이 넘버를 들으면서 저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진 ⓒ 이미지훈 스튜디오
사진 ⓒ 이미지훈 스튜디오

Q. 좋아하는 넘버가 있을까  

이윤하 : 제일 좋아하는 건 '길 위의 나그네'요. 제가 약간 슬픈 노래를 좋아하는데, 이 넘버가 멜로디부터 슬프거든요. 그리고 노래를 부르는 배우님들도 너무 잘 부르셔서 더 좋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고 '이게 나야'라는 넘버도 정말 좋아요. 이 넘버를 부를 때 저는 뒤에 텐트에서 대기를 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그냥 듣고 있으면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요. 그냥 듣기만 해도 빠져드는 넘버가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 작품을 가장 잘 드러내는 넘버는 '한계'가 아닐까 싶어요. 마무리를 짓는 느낌도 있고, 메시지 또한 강한 넘버거든요. 정말 좋은 넘버들이 많아서 아직 공연을 보시지 않았다면 꼭 보셨으면 합니다.  

Q. 다른 역할로 공연에 올라갈 수 있다면, 해보고 싶은 역할은?  

이윤하 : 저는 'K'를 해보고 싶어요. 너무 매력 있는 캐릭터거든요. 안타까운 부분도 많고, 호프와 서로를 보듬어 주기도 하고, 나를 버리라면서 호통도 치는 정말 많은 매력을 가진 캐릭터가 아닐까 싶어요. 아직 한참 멀었다는 생각이 들지만, 정말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꼭 해보고 싶습니다.  

Q. 개막이 얼마 남지 않았다. 공연을 보러 올 관객들 그리고 이번 작품을 통해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나  

이윤하 : 일단 이 작품, 뮤지컬 <호프>는 정말 좋은 작품이라고 먼저 말하고 싶어요. 제 지인들이 공연을 보고 했던 말 중에 가장 많이 하고 기억에 남는 말이 "이 작품을 보고 나서 나의 삶을 되돌아보게 됐다"였어요. 이 말 그대로 나의 삶을 되돌아보고, 만약 추웠던 힘들었던 기억들이 있다면 우리 공연을 보고 따뜻하게 채워나가시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정말 따뜻한 작품이거든요. 아 그리고, 눈물을 많이 흘리실 테니 손수건은 필수입니다.(웃음) 저 스스로에 대해서는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적으로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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