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선웅 연출의 기만일까, 아쉬움만 남았던 뮤지컬 '광주'  
고선웅 연출의 기만일까, 아쉬움만 남았던 뮤지컬 '광주'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0.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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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되돌아보고자 만들어진 뮤지컬 <광주>가 공연의 메카 대학로에서 관객들과 마주하게 됐다. 이번 작품은 1980년 5월의 광주를 배경으로 당시 군부 정권과 맞서 싸운 시민들의 모습을 담은 창작 뮤지컬이다. 

사진 ⓒ 조나단 기자
사진 ⓒ 조나단 기자

본지는 프리뷰 기간이 지나고 나서 바로 작품을 관람했다. 공연을 보고 나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무얼 말하고 싶었는가'였다. 그간 고선웅 연출가의 작품을 봤을 때 느껴졌던 '물음'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 작품의 가장 큰 문제는 고선웅 연출의 관객 기만이 아닌가 싶었다. 

작품은 보는 이에 따라 주관적인 해석을 내놓는다. 본지가 좋은 뮤지컬, 영화를 봤다고 하더라도 누군가는 그 작품이 좋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뮤지컬 <광주>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작품이다.  

일단 이번 작품은 40년 전 당시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치열하게 항쟁했던 실제 광주의 시민들을 참조해 극중 인물들이 만들었다. 1980년 5월 18일부터 5월 27일까지 진행된 대한민국의 민주화운동에 참석한 광주의 시민들은 민주 정부의 수립, 신군부 세력의 퇴진 및 계엄령 철폐 등을 요구했지만, 신군부는 폭력 진압을 진행했고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당시 대한민국 내 언론 통제로 국내에선 알려지지 않았지만, 독일 기자가 그 참상을 세계에 알리면서 그 시대의 참상을 알게 됐던 사건이다.  

어떤 관객들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 관하여 자세하게 알고 있을 수 있고 또 어떤 이는 자세한 상황은 모르고 그 시대상에 대해서만 아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또한 영화나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알게 됐을 수도 있다. 때문에 그 시대상을 그리고 있는 작품을 바라볼 때 해석이 갈릴 수 있다. 

하지만 다수의 관객들은 본지와 비슷한 생각을 가졌던 것 같다. 공연의 후기 란을 조금만 찾아봐도 "뮤지컬 <광주>에서 광주의 시민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광주에서 이런 공연을 해서는 안 될 것" "과연 작품 속 시대를 살았던 광주의 시민들, 그 사건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이 작품을 보고 공감하고 우리의 이야기를 잘 전달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궁금하다"라는 등의 후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고선웅 연출가 / 사진 ⓒ 조나단 기자
고선웅 연출가 / 사진 ⓒ 조나단 기자

뮤지컬 <광주>의 포스터에는 "우리들의 사랑, 명예, 이름 / 우리를 잊지 말아주십시오"라는 표어가 쓰여있다. 본지 또한 표어 그대로 그 시대를 기억해 주고 싶다. 

그런데 고선웅 연출가는 이번 작품이 시작된 이후, 프리뷰 공연 이후 본 공연에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대본을 수정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게 가장 큰 문제가 아닐까. 고선웅 연출가는 관객들을 기만했다. 그의 말 그대로가 그의 발목을 잡게 됐다.  

 하나의 작품이 무대로 올라가기까지 연습 기간을 포함해 적게는 1개월 많으면 6개월~ 1년까지의 기간이 걸린다. 수많은 연습을 거치며 연출을 비롯해 제작진들이 해당 공연을 수없이 봐왔을 공연이, 관객들의 지적에 대본이 조금씩 수정되고 바뀌고 있다는 건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작품에 문제가 있더라도 한 시즌은 밀고 나아가야 하지 않았을까. 

차라리 처음 공연을 올리는 연출이라고 믿고 싶다. 지금도 사소할 수 있는 부분들이 고쳐지고 있다고 하는데, 이 말 그대로 듣고 나서 들었던 생각은 "그전에 있던 문제가 얼마나 있었던 거야"라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런 공연은 무조건 마지막 공연을 찾아봐야 할까. 만감이 교차한다. 제작진은 이와 관련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하다. 어쩌면 '세계적인 연출가, 고선웅'이라는 타이틀에 너무 많은 기대감을 가진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마음을 열고 "그래, 수정을 할 수 있지. 더 좋은 공연을 보여주고자 하는 일이잖아"라고 생각을 해봤다. 그런데 관객들은 어떨까. 뮤지컬 <광주>이 공연되고 있는 공연장은 홍익대학교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이다. 해당 극장의 대극장 객석 규모는 총 702석(1층 449석*OP석 32석, 휠체어 8석*, 2층 253석)에 달한다. 현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이중 절반만 오픈한다고 생각하면 약 300석가량으로 생각된다.  

사진 ⓒ 조나단 기자
사진 ⓒ 조나단 기자
사진 ⓒ 조나단 기자
사진 ⓒ 조나단 기자

 

모든 관객들이 똑같은 좌석, 같은 가격으로 공연을 보지는 못한다. 누군가는 시간과 돈을 들여 더 좋은 좌석을 예매해 앞에서 공연을 관람할 수도 있고 또 다른 관객은 돈을 모아 뒷좌석을 구매해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뮤지컬 <광주>의 티켓 가격은 S석 6만 6000원, R석 8만 8000원, VIP석 11만 원이다. 할인 권종이 많기 때문에 해당 가격보다 저렴하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지만 그 또한 적지 않은 가격이다. 물론 38명의 배우와 13인의 오케스트라, 그리고 공연의 완성도를 높여줄 현장 스태프들을 생각한다면 이 또한 아깝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고선웅 연출은 더 좋은 공연을 위해, 조금씩 대본을 수정하고 연출을 바꿔나가고 있다. 사실 이 또한 많은 작품들에서, 특히 창작극에서 큰 틀안에서 배우들이 오랜 기간 작품에 임하며 조금씩 체화시키는 경우가 있지만 이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부분이다. 

그래서 처음 11만 원을 내고 공연을 관람했던 관객들은 누가 책임져야 할까. 좋은 공연 투자가 많이 됐던 공연이니까 당연히 봐줘야 한다? 자신들이 관람한 뮤지컬 <광주>의 소식에 박탈감이 들지 않을까. 그리고 또 6만 원가량을 내고 두 번을 관람하면서 달라지는 재미를 찾았다고 말하는 관객에게도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일이다.  

뮤지컬 <광주>는 11월 8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이제 2주가량의 기간이 남아있다. 마지막 공연에선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봤을 때 '절대로 불가하다'라는 게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그래도 많은 배우들과 제작진, 창작진이 모두 온 힘을 쏟고 있다고 하니 마지막으로 이들을 믿어 보고 싶다. 
  

사진 ⓒ 조나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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