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삼국유사' 최인형·랑연, "어려운 시기 올라간 만큼 잘됐으면"
[인터뷰] '삼국유사' 최인형·랑연, "어려운 시기 올라간 만큼 잘됐으면"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0.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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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았다. 코로나19에 사회적 거리두기 지켜가며 만들어간 뮤지컬" 최인형
랑연 "부족했던 서사 더 쌓아 나갈 수 있었어"

'삼국유사(三國遺事)'가 창작 뮤지컬로 탄생했다. '삼국유사'는 고려 충렬왕(忠烈王)때 보각국사(普覺國師)일연(一然:1206∼89)이 신라·고구려·백제 3국의 유사(遺事)를 모아서 지은 역사서다.

창작 뮤지컬<삼국유사>는 단군신화, 주몽신화, 선화공주의 이야기를 뮤지컬로 재구성한 작품으로,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에 출연해 변화무쌍한 연기와 무용실력을 뽐낸 뮤지컬배우 최인형이 '일연' 역으로 캐스팅됐다. 뮤지컬배우 랑연은 초연에 이어 재연까지 '선화 공주' 역할을 맡게됐다.

이외에도 뮤지컬과 연극연출을 넘나들며 연출가와 작가로서 활동하고 있는 윤상원이 <삼국유사>의 연출을 맡아 전편과 다른 감동을 전달할 예정이다. 

뮤지컬 <삼국유사>는 올 상반기 첫 선을 보일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재확산으로 인해 오는 11월 개막하게 됐다.

<삼국유사>의 제작진은 코로나19 팬더믹으로 지치고 피폐해진 현재 상황과 닮은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몽골 침략으로 고통에 빠진 고려 백생들이 희망과 도전, 화합을 통해 역경을 헤처나가는 모습을 담고 있다며 뮤지컬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줄 예정이다.

본지는 최인형 배우와 랑연 배우를 만나 이번 작품에 참여한 소감을 들어볼 수 있었다. 다음은 둘과의 일문일답으로 공연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사진 ⓒ 이지은 기자
사진 ⓒ 이지은 기자

 

Q. 반갑다. 본지와 첫 인터뷰인데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랑연 : 안녕하세요. 뮤지컬 <삼국유사> 초연에 이어서 재연까지 선화 공주 역할을 맡게 된 뮤지컬 배우 랑연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최인형 : 안녕하세요. 저는 삼국유사에서 일연 스님 역할을 맡은 최인형이라고 합니다.  

Q. 그동안 서예단에서 최정수 배우로 활동했다. 이번 작품에선 최인형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활동하게 됐는데 이유가 있을까 

최인형 : 사실 이름을 바꾸게 된 이유로는 최정수라는 이름을 쓰기 불편한 부분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정말 이번 작품에 대한 제의가 들어오기 전에 불교신자(佛敎信者)이신 어머니가 다니시는 절의 주지 스님께서 '최인형'이라는 이름을 써보면 좋을 것 같다라고 이름을 주셨다고 하더라고요. 기존에 쓰던 이름을 바꿔 쓰는게 쉽지는 않았지만 이번 작품이 <삼국유사>고, 제가 일연 스님 역을 맡은 만큼 이번 작품을 통해서 바꾼 이름을 알리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바꾸게 되었습니다. 

Q. 이번 작품은 어떻게 참여하게 됐을까 

최인형 : 일단 이 작품은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이야기는 들었던 작품이었어요. 지난해엔 스케줄이 맞지 않아서 못했었고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여러 작품들이 무너지게 됐고 정말 좋은 기회로 이번 작품과 연이 닿아서 제의를 받고 흔쾌히 참여하게 됐습니다.  

랑연 : 일단 저는 작년에 초연을 올렸었어요. 작년에 <해적>이라는 작품을 할 때 만났던 작가님의 추천으로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사진 ⓒ 이지은 기자
사진 ⓒ 이지은 기자

 

Q. 초연과 재연, 달라진 점이 있을까? 

랑연 : 새로운 배우와 창작진 뿐만 아니라 극의 내용 또한 깊어졌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감회가 남다릅니다. 지난해 공연을 보셨다면 꼭 다시 봐주시길 바랍니다.(웃음)

Q. 맡았던 배역과 관련해서 전과 다른 지점이나 채우고 싶었던 부분들은 없었나 

랑연 : 분명히 있어요. 제가 선화 공주 역 외에 웅녀역으로 여러분을 만날텐데요, 웅녀의 캐릭터가 작년에 강인함과 인내로 키워드가 됬다면 올해는 웅녀의 새로운 넘버가 추가 됨으로써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의 사상을 잘 그려내고자 하고있습니다. 

Q. 확실히 솔로 넘버가 생겼다는 건, 그만큼의 서사가 더 쌓인 거라고 봐도 될 것 같다 

랑연 : 웅녀와 환웅이 나오는 1막이 작품 전체의 주제를 연결해 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서 그 부분들이 더 강화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최인형 : 일단 제가 맡은 일연 스님은 고려 시절 왕의 스승으로 국사를 지냈던 인물입니다. 사실 저같이 미혹한 사람이 일연스님을 표현한다는 게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정말 깨달음을 얻어야 할 수 있는 말들이 많이 나오거든요. 그래서 일단 캐릭터적인 부분은 일연스님께서 삼국유사를 저술할 당시 고려의 시대상이나 스님의 발자취를 연구했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불교에서의 '깨달음'에 대해 고민해 보기도 했고요. 캐릭터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많은 역사 자료들을 참고했습니다. 

Q. '깨달음'이라는 말이 참 쉬우면서 어려운 말 같다. 그래도 여러 작품, 여러 배역들을 맡아왔던 만큼 일반인보다 다양한 인간에 대해 연구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최인형 : 배우가 되길 정말 잘했고 감사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아닌가 싶어요. 선과 악이라는 구도에서부터 다양한 사람들의 인생으로 살아본다는 게 쉽게 접할 수 없는 일이잖아요. 한 작품에 들어가서 연습하는 과정에서부터 한 공연을 끝내기까지 한 사람의 인생을 같이 살아가는 느낌을 받는데, 사실 그 인물에 반도 못 따라가 보고 끝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어요. 그래서 매번 연습에서부터 본 공연, 마지막 공연까지 최선을 다하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사진 ⓒ 이지은 기자
사진 ⓒ 이지은 기자

 

Q. 이번 작품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 힘들었다 하는 장면이 있다면? 

랑연 : 없을 수가 없죠.(웃음) 일단 시국이 시국인지라 연습부터 문제였어요. 시작 자체를 못했었거든요. 저희 상견례도 '줌(ZOOM)'이라는 온라인 화상채팅으로 했었거든요. 사전 연습도 일단 영상으로 진행했었어요. 그런데 사실 저희가 뮤지컬을 10년 넘게, 저는 이번에 12년 차가 됐는데 처음이거든요. 다들 그렇겠지만요. 예전에는 저희한테 '텐투텐(10 to 10 : 10시 출근, 10시 퇴근)'이라는 용어가 당연한 거였어요. 그런데 이제는 조금 더 배분을 적게 해서 연습하고 있어요. 그리고 다들 마스크를 쓰고 연습을 하니까 열도 더 많이 나는 것 같고 숨도 차고, 소리에도 문제가 생기더라고요. 이런 부분들이 어려웠던 것 같아요. 지금 이 시기가 언제 끝날지도 모르기 때문에 더 큰 슬픔이 있지 않나 싶어요. 공연 예술은 계속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을 우리 모두가 적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게 당연한 것 같고, 이런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게 힘들었던 것 같아요.  

최인형 : 방역은 배우진과 창작진 모두 엄청 신경을 쓰고 있어요. 연습실은 저희들만의 공간이니까 대충 할 수도 있겠지만 연습에 참여하는 모든 인원이 하루 종일 마스크를 착용하고 연습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만약 저희 중 누구 한 명이 걸리면 이 공연 자체가 멈추는 거니까 더 신경을 많이 쓰지 않았나 싶습니다. 

Q. 본지 또한 엄청 조심하고 있다. 인터뷰를 많이 진행하다 보니 내가 문제가 되면 대학로에 많은 공연들이 멈출 수도 있다는 생각에 어딜 나가도 마스크를 쓰고 나간다. 그러고 보니 두 배우모두 올해 공연 자체를 많이 못 했던 것 같다. 

랑연 : 이건 최인형 배우님이 할 이야기가 더 많을 것 같습니다. 

최인형 : 일단 공연이 취소된 건 어쩔 수 없는 천재지변이었다고 생각해요. 사실 배우들은 연습만 하는 게 끝이 아니잖아요. 연습을 하고 공연을 무대 위에 올리고 그걸 마무리 짓는 것이 하나의 공연을 시작하고 끝낸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데 연습을 다 해놓고 공연을 올리려고 하면 멈추는 일들이 반복되니까 뭔가 아파트를 열심히 지었는데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 듯한 느낌이더라고요. 물론 비대면 시대에 발맞춰 영상으로 대체하고는 있지만, 아무래도 직접 무대에서 보는 것과 영상으로 보는 건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보니,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사실 영화처럼 한 장면을 여러 번 촬영하면서 디테일적인 부분들이나 포커싱을 주는 게 공연에선 불가능하다 보니까 더 아쉬움만 남는 것 같아요. 빨리 이 시기가 지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객석과 무대에서 관객과 배우로 만나 뵙고 싶어요.  

랑연 : 그래서 사실 저희 배우 18명의 얼굴이 담겨있는 포스터가 대학로에 붙어있거든요. "당연한 것들에 대한 기다림"이라는 문구가 함께 담겨있는데 뭉클했어요. 정말 최인형 배우님 말처럼 아파트를 지어놨는데 아무도 안 사는 느낌, 이 느낌 맞아요. 저도 올해 연극이 하나 무너졌고, 콘서트도 엎어졌거든요. 공연계 종사자 배우들을 비롯해 콘솔, 무대, 현장 등 다양한 직업군이 다 힘들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배우들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Q. 작품 속 맡은 배역과 실제 성격을 비교해 봤을 때, 닮은 점과 다른 점이 있다면? 

랑연 : 저 같은 경우에는 아무래도 후반부에 나오는 선화 공주와 많이 맞닿아 있지 않나 싶어요. 작가님이 처음 이 극을 쓰실 때 제 성격을 잘 아시고 써주신 것 같은 부분들도 있었거든요. 그리고 좀 전에 이야기했던 웅녀라는 역할 또한 분명히 제 안에 내재되어 있는 부분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4남매 중에 둘째거든요. 제 남동생이 저랑 띠동갑이에요. 그래서 어려서부터 남동생과 여동생을 보살피며 지내가 보니까 웅녀라는 역할이 가지고 있는 누군가를 보듬어 주고 인내하는 캐릭터성과 맞물리는 게 있더라고요. 분명히 그런 모습이 있어요.(웃음)  

최인형 : 어려운 시기에도 삼국유사라는 위대한 유산을 남기신 일연스님의 마음을 닮고 싶네요. 내가 무언가 행했을 때 누군가에게 힘과 희망을 줄 수 있다면 정말 값진 인생이 아닐까 싶어요. 마지막으로 비슷한 지점은 제가 좀 평화주의자라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많은데 그런 부분들이 닮은 것 같습니다. 

사진 ⓒ 이지은 기자
사진 ⓒ 이지은 기자

 

Q. '내려놓는다'라는 말이 쉽지 않아 보이지만, 배우들은 한 작품이 끝나면 또 다른 성격과 이미지를 가진 배역을 연기해야 된다. 두 사람은 맡은 배역에서 벗어나는, 혹은 다른 캐릭터로 넘어가는 과정을 쉽게 하는 편일까 

최인형 : 저는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한 인물, 캐릭터를 맡으면 공연이 끝날 때까지 그 인물에 반도 다가가지 못하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끝나고 나면 "왜 그렇게 했을까", "왜 그렇게 연기했어"라고 스스로 되뇌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재연과 삼연을 하게 되면 그때야 뭔가 제가 맡은 역할에 깊게 들어가지 않나 싶어요. 그게 이 직업의 묘미인 것 같습니다.  

랑연 : 저는 오히려 내려놓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해봤고, 엄청 질척이는 스타일이에요. 어떻게 보면 최인형 배우님이 말했던 내용과 같은 맥락일 수 있는데 공연이 끝나면 보이는 아쉬운 부분들, 부족함이 보여요. 그럼 저 스스로 그 부족한 부분들에 대해 계속 되물어요. 만약 재연과 삼연에 참여하게 되면 그 부분들을 체크하고 더 깊게 들어가지 않나 싶어요. 모든 배우가 이런 느낌을 가지고 공연에 임하지 않나 싶어요. 부족함을 찾고 그걸 계속 두드려대는 직업이 아닌가, 그리고 깨고 나가는 거죠.  

최인형 : 제가 최근에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거든요. 사실 제가 운전을 "빨리 가야겠다" 하면서 빠르게 모는 편은 아닌데 차들이 끼어들거나 제가 끼어들어야 할 때 제 선에서 최대한 빠르게 가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옆에 차들이 끼어드는데 "내가 굳이 이 사람보다 빨리 가야 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들이 들면서 "괜찮아, 끼어드세요"하면서 차를 보냈던 적이 있거든요. 정말 이러다가... (웃음) 아닙니다.  

랑연 : 그런데 정말로 다른 길을 갈 수 있는 용기가 대단한 것 같아요. 하지만 전 최인형 배우님이 무대를 좀 더 오래 해주시길 바라고 있기 때문에 무대에서 계속 만나 뵙고 싶습니다. 

Q. 가장 좋아하는 넘버나 추천해 주고 싶은 장면이 있다면? 

랑연 : 저는 지금 이 자리에 일연 역과 웅녀·선화 역이 온 이유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단 '도솔가'라는 향가를 가지고 풀어낸 넘버가 있거든요. 개인적으로 그 넘버들이 우리 작품의 테마 넘버가 아닐까 싶더라고요. 삼국유사라는 것 자체가 워낙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보니 우리는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키포인트를 잡아야 했어요. 저는 그 키포인트가 '화합'이라고 생각했고 웅녀가 부르는 넘버들 중에 홍익인간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넘버가 있는데 이 메시지가 가장 잘 섞여 있지 않나 싶더라고요. 그리고 일연 스님께서 말씀하시는 향가를 가지고 한 노래들이 주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최인형 : 명쾌하네요. 동의합니다.(웃음) 도솔가가 향가인데 극 안에서 2번이 나오거든요. 그 주된 내용이 "홍익인간,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고, 함께 행복하게 지내자"라는 우리나라의 건국이념과 맞닿아 있지 않나 싶더라고요. 그리고 "눈물 흘리는 이에게 내 눈물을 건네고, 어둠에 갇힌 이에게 내 어둠을 바치네"라는 이야기가 있어요. 저는 이걸 "한 사람을 싫어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 마음을 부처에게 바쳐라, 그럼으로써 나는 이제 괜찮아질 것이다"라고 해석을 했거든요. 물론 보는 이와 관점에 따라서 이해하는 것이 다르겠지만, 저는 사람이라면 가질 수 있는 여러 부정적인 감정들을 내려놓으면 우리 모두 더 나은 삶을 살수 있다는 뜻처럼 느껴졌던 것 같아요. 그런 의미가 담겨있지 않나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공연을 볼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 혹은 우리 작품을 통해 무얼 얻어 갔으면 좋겠나. 

최인형 : 지금 이 어려운 시기가 공연계에 종사하는 사람들만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다 힘들어하고 있지만 이 또한 지나갈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우리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이 삶이 행복했으면 좋겠고 행복하길 바라고 있어요. 힘든 일이 찾아와도 한 편의 공연을 보시고 그런 부분들을 내려놓을 수 있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랑연 : 지금은 세상 사람들이 모두 팬데믹이라는 어려운 상황 속에 놓여있습니다. 하루 빨리 상황이 좋아져서 모두가 이전에 루틴으로 돌아가면 좋겠지만, 이 팬데믹이 얼마나 갈지는 모르기 때문에 우리는 적응하고 함께 나누며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에서 저희가 말씀 드리고자 하는 키워드는 저는, 화합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모두 힘들지만 이 어려움을 이겨내어 더욱 좋은 세상, 문명으로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사진 ⓒ 이지은 기자
사진 ⓒ 이지은 기자


Q. 앞서 두 분 모두 10년 차 이상 커리어를 쌓게 됐다고 들었는데, 언제 처음 배우를 꿈꾸게 됐던 걸까. 계기가 있을까 

최인형 : 많이 알고 계실 것 같은데 저는 무용수로 처음 활동을 시작했어요. 서울예술단은 뮤지컬을 하는 가극 팀과 사물 팀, 그리고 무용 팀이 따로 있거든요. 내가 배우를 해야겠다 혹은 노래를 하면서 뮤지컬 배우를 해야겠다가 아니라 그냥 공연을 하면서 함께 어울리다 보니까 뮤지컬을 하게 됐고, 그렇게 지금까지 흘러오지 않았나 싶어요. 춤을 추는 것도 연기의 하나라고 생각해요. 연기를 몸으로 하는 배우라고 생각했거든요. 2002년도에 예술단을 들어가면서부터 나의 인생이 바뀌었고, 한 명의 무용수 그리고 한 명의 배우가 되지 않았나. 계기는 무용과 가극 팀이 허물어졌을 때 시작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랑연 : 사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가수가 꿈이었어요. 가수가 꿈이었고 공부를 굉장히 싫어했죠. 춤추고 노래하는 걸 좋아하고 되게 여장부였어요. 그리고 학교를 들어가야 할 때 뮤지컬 전공으로 들어가게 됐는데 "이게 내 세상이 되겠구나"라는 걸 깨달았죠. 제가 그동안 해왔던 노래, 춤, 미술, 피아노가 다 모여있는 복합 예술이더라고요. 그런데 처음 꿈꿔왔던 가수가 되고 싶어서 병행을 해왔었는데, 29살 때 <리틀 잭>이라는 작품으로 처음 주연을 했었는데 그때 깨달았죠. "이거구나, 배우였구나"라고요. 너무 늦게 깨달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때부터 노래를 더 잘하고 연기를 더 잘하기 위해서 레슨도 받고 연습도 하고 있어요. 더 잘하고 싶어요. 

Q. 사실 최정수 배우, 현 최인형 배우는 처음부터 뮤지컬을 하고 있는 줄 알았다. 노래를 원래부터 잘했던 걸까 

랑연 : 노래를 정말 잘하세요.  

최인형 : 좀 늦었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남들보다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자 열심히 노력했던 것 같아요.

 

사진 ⓒ 이지은 기자
사진 ⓒ 이지은 기자

 

Q. 그간 여러 작품들을 맡아왔는데, 가장 잘 맞았던 작품 혹은 아쉬웠던 작품이 있다면. 이번 작품을 제외하고  

랑연 : 저는 아무래도 지난해 무대에 올라간 뮤지컬 <해적>이요. <리틀잭>이란 작품이 첫 주연이였는데 드라마가 적었어요. 남자와 여자, 젠더의 구분 없이 캐릭터를 맡아서 연기를 했었는데 정말 저랑 잘 맞았던 작품이었어요. 각 인물의 서사를 잘 쌓을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저에게 터닝포인트를 만들어줬던 작품 중 하나라서 <해적>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최인형 : 저는 사실 이번 작품에서 맡은 일연 역할이요. 지금의 제게 가장 큰 고민을 안겨주는 인물이기 때문에 최대한 제가 잘 만들어서 보여주고 싶어요.  이번 작품을 제외하면 서예단 작품 중에 <국경의 남쪽>이라는 작품이 있는데 이 작품에서 맡았던 김선호 역할이 가장 기억에 남지 않나 싶네요. 너무 많이 땀 흘리고 너무 많이 울었던 작품이었어요. 그리고 최근에 했던 <나빌레라>도 마음에 많이 와닿지 않나 싶네요.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인데 이 공연을 하면서 부모님께 정말 잘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거든요.  

Q. 욕심나는 역할 혹은 배역이 있다면 

최인형 : 전 다양한 역할을 열어두고 싶습니다. 전 만약 조커가 뮤지컬로 만들어 진다면 꼭 해보고 싶어요. 영화를 너무나 감명 깊게 봤고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에 매료되었거든요.

랑연 : 저는 조금 많아요. 최근에 올라갔던 <리지>라는 작품도 해보고 싶고, <팬 레터> <해적> <삼국유사> 한 번도 안 해봤던 극들은 꼭 해보고 싶고, 이미 했던 작품들도 꼭 다시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기회가 있다면 대극장 작품들도 많이 해보고 싶어요. 되게 욕심 많은 배우처럼 보이나요?(웃음) 그러고 보니 올해 연극을 올라가 볼 수 있었는데 공연이 엎어지면서 못했었거든요. 그래서 연극도 해보고 싶어요. 연극이나 뮤지컬에서 그려지는 사이코패스부터 선한 역할, 악한 역할 다 해보고 싶고 드라마 <킬미힐미>라는 작품처럼 다중인격인 역할도 해보고 싶습니다.  

사진 ⓒ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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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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