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 제19화-포토맥 강 밤의 추억
[과학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 제19화-포토맥 강 밤의 추억
  • 이상우 추리작가협회 이사장
  • 승인 2020.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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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때문이야. 나 때문에 성우 어머니가 목숨을 잃었어!”
한수지 어머니 강혜림 여사는 한 동안 죄책감으로 허탈한 상태가 되었다.
그 후로 한수지 모녀는 유성우를 볼 때마다 죄지은 사람처럼 미안해했다.
유성우의 아버지가 성우를 TJ에 휴학계를 내게 하고 서울로 데려갔다.
그 후 서울에서 혼자 공부하고 있던 유성우는 1년 뒤 TJ로 다시 복학했다. 
거기서 TJ 과학기술 고등학교에 입학한 한수지와 다시 만나게 되었다.
“오빠!”
캠퍼스에서 우연히 마주친 한수지는 유성우의 품에 와락 안겼다.
눈에서 눈물이 주룩 흘렀다.
“수지야.”
유성우의 목소리도 떨렸다.
두 사람은 수업도 팽개치고 학교 뒤의 정원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할 말이 너무 많아 무엇부터 말해야 할지 모를 지경이었다.
두 사람은 한참 동안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가 유성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어머니는 안녕하시냐?”
“응. 요즘 전에 하던 미술 공부하느라고 바빠.”
“집은 그대로냐?”
“응. 월세로 있었는데 아버지가 와서 사주고 갔어. 오빠는?”
“나도 아버지가 집을 하나 사주고 갔어. 뒷바라지할 사람도 붙여주었어. 김씨 아줌마라고 여기 동포야.”
“그랬구나.”
“우리학교 들어온 것을 축하한다. 이제 나하고 같은 학년이네. 졸업 동기가 되겠는데.”
“그렇게 되나요? 동창생. ㅋㅋㅋ.”
한수지가 유쾌하게 웃었다.
그날 저녁 한수지는 유성우의 집에서 아줌마가 해주는 칼국수를 먹었다.
“놀다가 가. 내가 차로 집에 데려다 줄게.”
“그래. 오빠.”
두 사람은 밤이 이슥해질 때 까지 그동안의 밀린 이야기를 했다.
유성우는 1년 동안에 한수지가 놀랍게 성숙해서 이제 매혹적인 숙녀가 된 것을 느꼈다.
유성우는 타고 다니는 크라이슬러에 한수지를 태웠다.
걸어서도 갈 수 있는 곳인데 일부러 차를 탄 것은 단 둘이서 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였다.
“드라이브나 좀 할까?”
“지금이 몇 신데요. 11시가 넘었어요.”
한수지는 말은 그렇게 했으나 싫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유인수를 50번 도로로 들어섰다. 거기서 30분쯤 가면 토머스 제퍼슨 학교가 있는 알렉산드리아 지역이다.
두 사람은 말없이 야경을 바라보았다.
12시가 가까웠지만 자동차는 고리를 무고 달렸다.
“아빠는 집에 자주 오냐?”
“아뇨. 사업이 바쁘다고 영 오는 일이 없어요.”
“엄마가 심심하겠다.”
“그렇지도 않아요. 미술 학원에도 가고 열심히 작업도 해요. 서울 돌아가면 전시회를 열겠다고도 해요.”
“그래? 대단하구나. 그런데 동생은 어떻게 되었냐?”
“영지 말이군요. 서울로 돌아가서 아버지하고 같이 있어요. 가수가 되겠다고 예고에 들어갔어요.”
“영지도 너 닮아서 예쁘지?”
“사람들이 쌍둥이 아니냐고 해요. 그런데 나는 동생보다 훨씬 못하거든요.”
“그렇지 않아. 수지는 얼굴에 지적인 아름다움이 배여 있다면, 영지는 뭐랄까, 끼가 좀 흐르는 미모라고 할까. 성격도 전혀 다르잖아?”
“걔는 너무 엄벙대고 좀 경솔한데가 있어서 늘 엄마한테 혼나곤 해요. 지금 고일인데 벌서 남자 친구가 두세 명 있대요.”
“두세 명? 사귀는 남자가?”
“예. 벌써 여러 명과 사귀다가 헤어지고...”
“양다리, 아니 삼다리 걸쳤구나. ㅋㅋㅋ”
유성우가 소리를 죽이고 웃었다.
“너는 사귀는 남친 없냐?”
유성우가 한수지를 돌아보며 물었다.
“없어요. 그런데...”
한수지가 무엇인가를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자동차가 어느 듯 알렉산드리아의 끝인 포도맥 강가에 닿았다.
건너편 워싱턴의 즐비한 빌딩에서 화려한 불빛이 쏟아져 강물을 적셨다.
“여기서 잠깐 쉬다가 갈까?”
유성우가 차를 세우고 강물이 잘 보이는 강둑 벤치에 앉았다.
한수지도 다라서 유성우 곁에 나란히 앉았다.
“말해 봐. 남친 이야기...”
유성우가 말하려다 입을 닫은 한수지에게 다시 말했다.
“우리 과에 나한테 관심을 보인 아이 몇 명이 있어요.”
“히스패닉? 차이니스?”
“아뇨. 한국 아이들.”
“한국 아이들 조심해. 조승희 사건 알지?”
유성우가 정말 걱정 되는 듯이 한수지의 어깨를 감싸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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