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임이스트이자 배우 이경열의 삶과 에너지
마임이스트이자 배우 이경열의 삶과 에너지
  • 어승룡 기자
  • 승인 2020.09.2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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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만 해도 열기가 뿜어져 나오는 극한의 움직임, 마임이스트 이경열
'2005 춘천 마임축제'에서 지휘자 마임을 선보인 이경열
'2005 춘천 마임축제'에서 지휘자 마임을 선보인 이경열

누구에게나 시작은 있다. 그러나 끝 또한 알 수 없다. 그만큼 숨가쁘게 살아 오다 보니 어느덧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연극배우로 마임이스트로 한 우물만 팠다. 그런 그가 무대 위에서 요즘 자유를 얻었다고 한다. 중국 당나라 시인 두보의 시 ‘춘야희우’ 첫 구절에 나오는 ‘호우시절’(때를 알고 내리는 좋은 비)처럼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는 배우 이경열의 연기, 삶을 들어 보았다.

 

얼마전 끝난 “알츠. 하이! 뭐?” 공연 잘 보았습니다. 비대면 공연이 아닌 관객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공연이었죠

네. 코로나 바이러스로 대다수의 공연이 취소 또는 연기 되고 관객 없이 배우들만 공연하고 관객들은 영상으로 보는 비대면이라는 달라진 공연 문화의 변화가 솔직히 당황스럽습니다. 그에 비해 저는 다행스럽게도 이번 무대에서 직접 관객과 호흡하고 반응에 답할 수 있어서 공연하는 동안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요즘 뭐하세요

사북 이야기 ‘사북, 화절령 너머’ 와  ‘알츠. 하이! 뭐?’ 그리고 노원문화재단 마당놀이 ‘월계전’도 끝난 상태에서 내년에 공연 될 작품인데 강동문화재단 공연예술지원 공모 ‘우리들의 영웅’에 선정된 ‘나의 판타스틱 장례식’ 쇼케이스 작업을 준비 중입니다. 삶의 마지막 순간인 죽음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어쩌다가 마임이스트가 되신 건지요

연극배우로 활동하면서 자연스럽게 마임을 할 수 있었던 건 주변 동료들에 영향도 있었지만 지금까지도 활동을 하는 선배님들을 보면서 ‘아,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자기의 생각을 여러 가지 시도로 표출 시키고 후배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시니 그런 분들을 보면서 존경스럽기까지 합니다. 저 또한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는 선배가 되려고 노력합니다.

사람 이경열과 마임이스트 이경열의 색깔은

평소에는 말수도 적고 조용하고 밋밋하게 지내지만 반면 무대에 서면 저는 평소에 들려주지 않던 생각들이나 드러나지 않았던 행동들을 움직임과 이미지로 얘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내적인 것들이 무대 위에서는 외적으로 표현된다고도 볼 수 있죠. ‘어쩌면 무대에서도 밋밋할 수 있어요’ (겸손하게 함박 웃었다) 그런 그의 웃는 모습에서 기쁨, 슬픔, 익살스런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뿐만이 아니라 중독적인 강한 인상과 특유의 비음이 섞인 허스키한 목소리는 서로 다른 세계와 욕망을 가진 존재감이 확실한 배우이고 천상 배우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직 보여줄게 많은데 움직임의 영감은 어디서

저는 매일매일 일정한 시간을 두고 생각하기 보다는 그때 그때 떠 오르는 생각들을 일상 생활에서 주로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산책도 하고 책을 읽고 운동도 하면서 저에게 맞는 영상물을 찾아서 보기도 합니다. 계속해서 생각을 하다 보면 관심이 가게 되고, 함께 작업하는 동료 배우에게서 얻는 부분도 있습니다. 요즘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외부활동에 한계가 있어서 실내에서 활동을 주로 합니다. 저는 언어중심 보다는 움직임과 이미지로 연기하게 되는데 기쁘고 슬프고 우울하고 행복한 이 모든 감정의 오감을 다 열어 놓고 그 때를 기다리고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2019년 극단 물결 러시아 공연 '밑바닥에서' 커튼 콜을 받는 이경영
2019년 극단 물결 러시아 공연 '밑바닥에서' 커튼 콜을 받는 이경열(좌)

가장 애정 하는 작품이 있는지

움직임극은 극장이 아닌 실외에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참 마임에 빠져 있을 때 ‘지휘’라는 퍼포먼스를 했어요. 춘천 마임축제에서 광장 가장 높은 곳에서 연미복에 지휘봉을 들고 지휘를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그 시간에 모인 관객들과 눈을 마주치고 호흡을 하는 것이 보는 관객들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대로 인식하고 이해할 수 있었을 텐데 그저 배우의 연기보다는 우리의 삶 안에 음악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리듬과 템포로 천천히 움직이면서 심오하게 저의 퍼포먼스를 바라보면서 슬픔은 기쁨으로 승화되고, 아픔이 있는 이에게는 위로와 감동을 전해 줄 수 있었던 것에 가슴이 벅찼던 기억이 있습니다.

배우로서 무대가 곧 집이고 전부인데요. 혹 다른 생각을 해 본적 있나요

계속해서 연극을 해야 할지 고민했던 시기가 있었어요. 저와 함께 시작한 동료들이나 선배, 후배들은 영화나 방송 출현도 하고 본인들을 대중에게 알리는 것을 보면서 ‘나는 뭐하고 있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작품이 없고 연극을 안 하게 되고 배우 생활을 정리해야 한다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 하는 고민 끝에 대학원을 가게 되었죠. 막상 학교에 다니면서 배우였고 마임이스트로서 무대나 작품 등을 마음 한 켠에 넣어 두고 스스로 정리 하고 왔다고 생각 했는데 배움에 있어 불쑥불쑥 연기를 계속해서 하고 싶다는 마음이 끊임없이 생기는 겁니다. 그러는 중에 좋은 연출가를 만났고 연극 ‘밑바닥에서’, ‘세자매’, ‘사흘만 볼 수 있다면’ 등 좋은 작품을 공연 하게 되었습니다. 자칫 방황하고 지쳐 있던 저에게 연기에 대한 열정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고 연극배우 이경열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대학원 가길 잘 했습니다. 

새로운 시도에 대해서

음, 개인적으로 약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배우생활 시작 후 10년 동안은 연습과 공연 준비로 지하에서 대부분 생활을 했고 또 다른 10년은 마임이스트로서 솔로 작품이 대부분이고 2-3인 극을 많이 했습니다. 아마도 생각과 경험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작업이 많지 않아 그런 부분에서 서툴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렇지만 협업이라는 것을 통해 무대 위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표현할 시간과 공간 그리고 좋은 작품이 주어진다면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경험을 받아들일 수 있고 어필하는 과정 중에서 기꺼이 훈련도 하고 적응도 해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재밌는 에피소드

연습 때와 달리 무대에서 의도치 않는 실수들이 간혹 있습니다. 나는 알고 있지만 관객들은 모르는 배우가 틀렸다는 것을 인식하는 순간 관객들도 인식하게 됩니다. 그냥 가는 거죠. 함께 공연 하는 배우들을 믿고 서로 보완 하기에 그걸 믿는 것 같습니다. 물론 연습을 충분히 하고 공연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대에서의 행위 그 자체보다는 작품에서 순간순간 이런 상황에는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깊은 사색과 깨달음을 얻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움직임과 이미지로 연기하다 보니 슬며시 여유로움을 찾을 수도 있고, 제작을 하고 기획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무대에 올리게 되는 이 모든 과정들이 재미있는 에피소드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시작 된 10년, 나는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다

연기를 시작해서 10년은 준비를 하는 과정이었다면, 그 후 10년은 마임이스트로서 활발히 그리고 나머지 10년은 정체기를 지나 대학원 진학에 학교를 다니면서 연극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었고 깊이 있게 다가가는 시기였고, 저 역시도 그 후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저를 창작자의 입장에서 놓고 본다면 가장 어려운 이야기인데 지금이 가장 주춤할 시기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 제가 ‘알츠. 아이! 뭐?’를 끝내고 제가 추구하고 담고 싶은 이야기들을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점점 강하게 다가 오는걸 느낍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관객들과 소통하고 호흡 하면 할수록 깊이 있는 이야기 정말 나의 이야기를 위트 있게 자기 고백적 언어로 관객들에게 큰 울림을 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조커로 분장한 마임이스트 이경열(좌)

배우로서 자신이 추구하는 앞으로의 행로

배우를 해 보니 예술가로 살아 남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끝까지 살아남는 게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존경하는 연극계 선배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네가 연극을 한다는 그 자체가 이미 50%는 연극인이다’ 이 말씀처럼 연극은 제 운명인 것 같습니다. 이미 50%와 나머지 50%의 가능성을 배우로서 좀 더 많은 활동의 영역을 넓히고 싶습니다. 지금까지는 극의 일부분으로서 역할을 해 왔지만, 앞으로는 독립적인 배우, 마임이스트로서 역량을 드러내는 편안하게 작업을 하고 싶어 하는 배우로 전문성과 독특함이 내재된 이경열이 되었으면 합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

누구에게나 인생 드라마는 있다. 인생이 삶이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매일 매일이 똑같은 일상을 꿈꾸는 사람도 있다. 어떤 삶을 살든 우리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그의 공연에서 울고 웃을 것이다. 세상 속 이경열이 아닌 배우 이경열의 세상 속으로 전력을 다해 뛰어 가는 하나의 세상일 것이라 믿는다. 무엇보다도 소중한 건 그가 머무는 공간에 대해서 존중하고 사랑하며 귀하게 여기는 의지와 자유의 권리를 위 해 서 .  .  . 오늘도 배우 이경열을 응원한다.
 
글 칼럼니스트 강 희 경 (藝 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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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cesca 2020-09-23 07:17: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