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 제18회- 이성에 싹트던 시절
[과학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 제18회- 이성에 싹트던 시절
  • 이상우 추리작가협회 이사장
  • 승인 2020.0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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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우 씨의 아버님은 무슨 일은 하시나요?”
유성우는 그냥 빙그레 웃다가 대답했다. 
“그건 차차 아시게 될 거고요. 오늘은 한수지에 대한 이야기만 하지요.”
“그래요? 좋습니다.”
그때 나이 좀 들어 보이는 여자가 들어왔다.
“아, 우리 집 도우미 김 여사입니다. 뭐 마실 것 하나 말씀 하시지요.”
유성우 소개가 끝나자 여자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나이 마흔 중반쯤 되어 보였다.
약간 살이 쪘으나 보기 싫지는 않았다.
갸름한 얼굴이 조선 시대 미인을 연상하게 했다.
“나는 커피 한잔 부탁합니다. 그냥 블랙이면 됩니다.”
내가 주문을 하자 유성우가 자기도 같은 것을 주문했다.
“어디서부터 이야기 할까요?”
유성우가 물었다.
“한수지를 알게 된 것은 중학교 때라고 하지 않았어요?”
“그랬었나요? 우리는 워싱턴 근방인 버지니아에서 살았거든요. 버지니아에는 한인 집단 거주지가 있는데 웬만한 집안 자녀들은 거기 모두 살았어요. 조승희라고 한국인 학생이 학교에서 총을 난사해 학생들을 죽게 한 엄청난 사건이 난 것 기억나죠? 걔도 거기 살았어요. 나는 서울서 중학교 3학년 때 거기로 가서 중학 3학년에 다시 들어가서 졸업하고는 토마스 제퍼슨 과학 고등학교로 갔지요.”
그때 커피 두 잔을 가지고 아줌마가 들어와서 얌전하게 놓고나갔다.
커피를 마시면서 유성우가 한 이야기는 대략 다음과 같았다.

유성우는 서울서 중학교를 다 마치지 못하고 어머니와 함께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수학에 특별히 재능을 보인 유성우는 미국 영재들이 가는 토마스 제퍼슨에 들어가기 위해 아버지가 결단을 내렸던 것이다. 
토머스 제퍼슨은 미국 전체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최고의 고등학교였다.
전 세계서 모여든 수재 1천 8백 명 중 동양계는 40%에 이른다.
유성우는 버지니아에서 한국인이 많이 사는 부자 동네 페어팩스라는 지역에서 중학교에 편입학을 했다.
토마스 제퍼슨도 그 지역에 있었다.
페어팩스는 미국에서도 학군이 좋은 곳으로 이름난 지역이다. 
한국에서 유학 간 학생 중 돈 좀 있는 집안은 이 지역에 많이 살았다.
우성우는 영어를 초등학교 때부터 원어민 선생의 개인 교습을 받아 좀 하는 편이었다.
유성우는 거기서도 두각을 나타내 수재 학교라는 토머스 제퍼슨 과학고에 무사히 합격했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걸어가던 어느 날이었다.
페어팩스 동네로 들어가는 입구를 지날 때 날카로운 여자의 비명을 들었다.
“살려 주세요.”
분명히 한국말이었다.
비명은 모퉁이 빌딩 뒤에서 났다. 
유성우가 뛰어갔다.
거기는 히스패닉계로 보이는 여자 아이 둘이 한국인으로 보이는 여학생을 가운데 두고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고 있었다.
한국 여자아이는 코피를 흘리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왓 해픈!”
유성우가 뛰어가서 고함을 질렀다. 
유성우가 주먹을 쥐고 노려보자 히스패닉 여학생들은 뒷걸음질을 치다가 도망가고 말았다.
“빨리 코피부터 닦아.”
나는 손수건을 꺼내 우선 여학생의 얼굴을 닦아주었다.
“고마워요.”
여학생은 옷매무새를 고치며 한국말로 인사를 했다.
첫눈에도 얼굴이 예뻤다.
“다친 데는 없니?”
“예.”
“뭣 때문에 그랬냐?”
“돈 달래요.”
“얼마나.”
“2달러요.”
“그냥 주지 그랬어?”
“예? 왜 줘야 하는데요?”
여학생은 내 말이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는 듯 큰 소리로 말했다.
엄청 자존심 강한 아이 같았다.

“이름이 뭐니? 페어팩스에 사니?”
“예. 제 이름은 한수지예요.”
“한수지, 이름도 예쁘다. 나도 페어팩스에 사는데 이름은 유성우야. 반갑다. 그런데 어느 학교 다니니?”
“록키런 중학교 3학년이에요.”
“그래? 나도 록키런 나왔어. 나는 TJ에 다녀.”
TJ는 토머스 제퍼슨의 약자로 모두 그렇게 불렀다.
“어머 선배네요. 나도 내년에 TJ 갈 거에요.”
유성우와 한수지는 그래서 오랜 오누이처럼 친해졌다.
유성우의 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살았기 때문에 서로 집으로 놀러도 다니고 식사도 자주 했다.
유성우의 어머니와 한수지의 어머니도 취향이 잘 맞아 친하게 지냈다.
한수지는 유성우를 오빠처럼 잘 따랐다. 
TJ에 가기위한 공부에 도움도 주었다.
어떤 때는 유성우의 집에서 늦게 까지 공부하다가 자고 간일도 있었다.
인물이 뛰어난 한수지는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에는 제법 여자로서의 육체적 매력을 갖추었다.
고등학생인 유성우는 한수지의 몸매에 눈이 끌릴 때가 많았다.
어쩌다 손이라도 서로 마주치면 찌릿하게 전기가 오는 것 같은 느낌을 가지기도 했다.
성숙해 가는 한수지가 점점 이성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나는 장차 한수지와 결혼 할 거야.’
혼자 이런 생각을 하고 씩 웃을 때도 있었다.
기약 없는 희망이었다.
한수지 어머니와 유성우 어머니는 함께 어울려 다니는 경우가 많았다.
취미 학원에도 다니고, 한수지, 유성우와 함께 넷이서 가까운 곳에 여행도 다녔다.
그러든 어느 날 큰 사고를 만났다.
두 어머니가 함께 메이시스라는 고급 백화점에 쇼핑하러 갔을 때였다.
한수지 어머니가 보석 가게에서 목걸이 하나를 흥정하고 있었다.
유성우 어머니는 옆에서 구경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강도가 나타났다.
백화점 입구 코너에 있는 보석 상회에 들어온 흑인 강도는 권총을 들고 있었다.
“그 지갑부터 내놔!”
강도가 한수지 어머니를 먼저 겨냥하고 협박했다.
한수지 어머니는 영어도 서툴 뿐 아니라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옆에서 보고 있던 유성우 어머니는 강도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권총이 장난감 같았다. 
그리고 강도의 손이 덜덜 떨리고, 나이도 어린 것 같았다.
유성우의 어머니가 앞으로 나섰다.
“이봐요, 젊은이. 이러면 쓰나. 그 장난감 총부터 내려놓고 얘기 하자.”
그러나 그것이 큰 실수였다.
“뭐야? 이게 장난감이라고?”
“맞잖아!”
유성우 어머니가 총부리를 잡았다.
그 순간이었다.
“탕!”
권총이 발사되고 유성우 어머니는 비명을 지르며 피를 쏟고 쓰러졌다.
심장을 맞은 것이다.
백화점은 수라장이 되고 경비원이 뛰어왔다. 
강도는 도망가다가 총을 맞고 죽었다.
그러나 유성우의 어머니도 목숨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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