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리온 382억 횡령 사건...셀프 고소 취하 '속내'
[단독] 아리온 382억 횡령 사건...셀프 고소 취하 '속내'
  • 박철성 증권전문기자·칼럼리스트
  • 승인 2020.0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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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필ㆍ허필호 일가 유령직원 등재 급여지급 의혹
아리온 가장납입ㆍ분식회계 의혹 제기...檢수사 예상

코스닥 상장기업 아리온(058220ㆍ대표 이정필)이 가장납입과 분식회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367억원(자기자본 132.32%) 횡령사건이 발생했다. 전ㆍ현직 경영진이 개입된 횡령ㆍ배임 사건이 취하되면서 셀프 고소ㆍ취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21일 아리온이 가장납입, 분식회계로 367억원 횡령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자기가본의 132.32%이다. 기존 경영진의 경영부진으로 거래소로부터 상장폐지 통보를 받았다. 

코스닥기업의 경우 최대주주 변경과 최고경영자(CEO의 교체가 중요한 투자지표이다. 실적과 주가 부진과 함께 경영권이 불안하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지는 지표이기도 하다.

▲아리온 주요 횡령배임 사건목록

아리온은 셋톱박스 전문기업이다. 2016년 12월에 이정필 대표ㆍ허필호 회장이 참여한 시마르마스조합이 최대주주로 나섰다. 2인 체제 이후 경영부진이 이어졌다.  올초  횡령배임 혐의가 드러나면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고, 5월 상장폐지가 결정됐다. 

아리론 경영진은 상장폐지 결정 이후 부도덕적 행보를 보인다. 무자본 인수합병(M&A)업자와 결탁하여 경영권을 넘기기로 합의한다. 임시주주총회를 취소한 후 회사재산을 반출하는 등 불법행위를 강행한다.  3월부터 최근까지 발생한 횡령ㆍ배임 금액은 전체 362억원.

아리온 주주들은 법무법인 김앤전(대표변호사 전병우)을 통해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2020비합10009)임시주총소집허가 결정에 따라 주주들의 의결권을 위임받아 지난 8월 18일 임시주총을 개최한다. 기존 이사를 해임하고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2명, 감사를 선임한다. 

경영진 모럴해저드 심각

기업의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뒤, 경영진들은 난파선에서 도망치는 선장처럼 회사 자산을 빼돌렸다. 

아리온에 근무했던 익명의 제보자 A 씨는 “이정필은 처에게, 허필호는 딸에게 급여를 지급했다.모럴해저드(moral hazardㆍ道德的 解弛)의 극치였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이와 허는 2016년 12월부터 아리온의 실제 사주였다. 가족을 유령 직원으로 등재, 급여를 지급했다. 이대표는 처인 전00에게 매월 1,660여만 원에 급여를 지급했다. 퇴직금으로 5,840여만 원을 지급했다. 허 회장 역시 딸에게 매월 급여를 지급했다. 매월 지급받은 총액은 300만원이며 233만원을 받았다.

회사 대표들이 횟삿돈을 쉽게 가져가고 세금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실제 일하지 않는 사람을 직원으로 등록해 월급을 지급하는 행위가 드러날 경우 법인세 추징, 배임ㆍ횡령혐의이다. 인건비를 비롯한 각종 비용은 법인세 산출의 기준이 되는 소득에서 빠지지만, 일하지 않은 사람에게 지급한 급여는 비용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국세청이 법인이 부당하게 지급한 인건비를 비용에서 제외하고, 법인세를 다시 계산해 과세한다. 법인세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가산세를 내야 하기에 법인 입장에서 세금이 커진다. 국세청이 배임이나 횡령 등의 혐의로 고발 조치할 수도 있다. 

아리온 횡령ㆍ배임 고소장 발췌목록

아리온의 자본잠식 과정에 전 경영진에 모럴 헤저드는 심각하다. 이와 허가 가족 등을 동원해 횡령한 금액만 138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뿐 아니다. 유상증자 과정에 허위 가상납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는 “이 대표와 허 회장의 횡령 의혹 내용 중에는 2017년 2월, 유상증자 20억 원을 가장납입 한 것으로 보이는 거래도 있다.”면서 “당시 현대플러스인베스트먼트를 대상으로 3자 배정 유상증자했다. 20억 원이 납입되자, 여기에 1억6,000만 원을 더한 총 21억 6,000만 원을 유채널, 또다른숲, 오네또키즈랜드 등 현대플러스인베스트먼트와 관련된 법인에 대여금으로 지급됐다”고 말했다.

아리온이 현대플러스에 대한 3자 배정 유상증자(20억)금액 전부가 현대플러스와 관계된 회사에 대여금으로 지급된 것은 가장납입에 증거라는 분석이다.

A는 "유상증자 20억원은 회사에 입금됐다가 현대플러스와 관련된 회사로 빠져나갔다. 아리온은 정상적으로 주식 200만주를 발행했다. 금융당국이 유상증자와 주식에 행방을 쫓으면 가장납입은 금새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현대플러스가 취득한 아리온 주식 200만 주는 2018년 2월, 보호예수가 풀렸다. 3월 19일 종가기준 1,730원. 이날 현대플러스의 취득한 주식 평가액은 34억 6,000만 원이다. 

아리온은 2019년 1월, 보유 비상장 주식을 다른 상장사 D사에 담보로 제공하고 25억 원을 차입한다. 아리온 소유 자산을 담보로 제공하고 차입까지 한 자금으로 이 대표는 처 전00의 퇴직금을 지급한다.

이 대표는 자신의 운전기사 박00 씨가 대표로 되어 있는 법인에 10억 원을 대여한다. 아리온이 보유한 자산을 담보로 제공하고 25억 원 차입해 22억 원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는 것.

2019년 2월 허 회장과 이 대표는 아리온 자금 20억 원을 제니스팜에 송금했다.

A 씨는 “이를 회계장부 조작으로 숨겨왔다.”면서 “더욱이 제니스팜은 이 대표의 지인 정00 씨가 대표로 되어 있는 법인”이라고 밝혔다. 육하원칙에 의한 소상한 제보였다.

2020년 4월부터 아리온(당시 대표 채명진)은 회사 장부를 분석했다. 이 대표와 허 회장의 횡령ㆍ배임을 여러 차례 고소하고 이 내용을 공시했다.

그런 후, 지난 8월 기습적인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채명진 대표는 해임됐고 이정필 씨가 그 자리를 꿰찼다.

그리고 아리온측이 고소한 이정필ㆍ허필호의 횡령ㆍ배임 고소 사건을 취하된 것으로 확인됐다. 피고소인의 셀프 취하였던 것.

결국 아리온이 경영 정상화를 위해 사주 이ㆍ허 2인의 대규모 횡령을 경찰과 검찰에 고소했데, 이정필 씨가 임시주총을 통해 다시 아리온의 경영권을 잡은 후 자신에 대한 고소를 취하했던 것.

이런 내용이 물론 법률적으로는 가능하다. 하지만 이해당사자의 셀프고소에 대해 금감원과 거래소ㆍ검찰의 철저한 조사가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모든 피해는 개미 주주들 몫이기 때문이다.

특히 횡령의 주체가 자신에 대한 면죄부를 발행시킨 건에 대해 심도 높은 조사로 사실관계를 밝혀야 한다는 얘기다.

아리온이 거래 정지당했다. 그럴만한 숨겨진 이유가 있었다.

거래소의 공시로는 감사 절차 중단설에 대한 조회공시 요청 직후 거래소에 의해 거래가 정지된 것.

당시 감사를 진행했던 현대회계법인은 거래소의 거래정지 전인 2020년 3월 17일 아리온의 경영진에게 “이사의 부정행위 의심 사항 보고”라는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취재진이 입수한 현대회계법인이 아리온에 발송한 공문에는 ▲인감 날인 대장 관리기록의 부실 ▲선급금ㆍ대여금 관련 이상사항 발견 ▲미등기 또는 회사와 관련이 없는 자의 경영 참여 등을 감사 중단 이유로 꼽았다.

선급금과 대여금도 부실한 회계를 그대로 드러냈다.

현대회계법인이 아리온에 발송한 공문에 의하면 “통상의 선급금은 거래처의 상품구매를 위해 미리 선지급한 것. 따라서 상품구매 이후 수불부상의 재고자산 입고 및 매출 시 출고기록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적격한 증빙을 확인하기 어려우며 관련된 자금 거래의 타당성 신뢰성을 확인하기 어려운바 이사의 부정행위를 의심”이라고 꼬집었다. 즉 아리온의 선급금들이 허위 거래 또는 인정받지 못할 거래라는 의미였다.

이는 아리온의 매출에 대한 부분을 믿을 수 없고, 선급금이나 대여금이 경영진의 횡령과 관련된 것으로 의심된다는 것으로서 거래소의 3월 19일 자 “감사 중단설에 대한 조회공시 요청”이 사실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아리온의 이 대표ㆍ허 회장이 지급한 선급금이나 대여금 상당액이 횡령으로 의심되고, 아리온이 2019년 주장하려고 했던 매출과 이로 인한 영업이익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 현대회계법인의 가사 중단 이유였다.

아리온에는 횡령이 보인다는 외부감사인의 지적이 농도 짙었다. 그런데도 무작정 발자국만을 지우려는 이정필 대표 측 셀프 고소 취하로 소액주주들의 큰 피해가 우려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한편 취재진은 이 대표ㆍ허 회장에게 사실 확인을 위해 연락을 취했다.

이 대표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오해가 생긴 것 같다.”면서 “수사 진행되고 있고 지금 입장을 드려도 되는 건지 변호인과 이야기 나누고 말씀드리는 것이 순서 같다.”라고 즉답을 피했다.

또 허 회장에겐 여러 번 연락을 취했으나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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