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고객정보 도용 논란... '개인정보 관리 부실 · 문제의식 부족' 지적
SKT 고객정보 도용 논란... '개인정보 관리 부실 · 문제의식 부족' 지적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0.0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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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SK텔레콤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SKT의 고객정보 도용 사건이 SK 그룹의 '사회적 가치' 행보에 부담을 주고 있다. 구성원의 행복을 추구하며 ‘사회적 가치’를 키운다는 회사 이념과 배치될 수 있기 때문.

14일 한겨례는 SKT가 개인정보를 활용해 휴대전화를 개통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번호이동과 이동전화 개통하면서 전산입력 실수하자 잘못을 바로 잡는 과정에서 고객의 개인정보를 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SKT직원이 어린 자녀를 둔 A씨를 사칭해 아이 이름으로, A씨의 가짜 서명으로 알뜰폰 업체에 휴대전화 개통 신청을 했다는 것.

A씨는 <한겨레>에 재보하면서 “1위 이통사인 SKT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냐. 명백한 개인정보 도용이자 사문서 위조다”라며 “우리 가족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당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변호사를 선임해 형사고발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사건의 배경엔 SKT의 개인정보 관리 부실과 문제의식 부족이라는 것.

A씨는 2주 전쯤 SKT본사 T다이렉트샵 고객센터에 아이 휴대전화를 번호이동시켜 달라고 신청한다. 번호이동 전산 처리과정에서 잘못 입력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를 바로잡으려면 앞서 개통한 것을 휴대전화를 취소하고 재개통하는 절차를 거쳐야 했다.

문제는 재개통을 위해서는 앞 개통으로 해지된 아이 이름의 이전 통신사 휴대전화를 되살려야 한다는 점이다. 원칙대로라면 SKT는 엄마에게 전산 입력 실수 사실을 설명하고, 아이 이름의 알뜰폰 이동전화를 되살린 뒤 다시 번호이동을 해야 하니 협조해달라고 요청해야 했다.

하지만 SKT은 갖고 있던 엄마와 아이 개인정보를 이용해 알뜰폰 업체에 해지된 아이 이름 휴대전화 복구를 직접 신청했다. 가입신청서를 위조해 팩스로 보내기까지 했다.

한겨례는 이를 두고 고객 개인정보의 중요성에 대한 문제의식이 얼마나 낮은 수준인지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A씨는  “SKT가 나와 아이의 개인정보를 다 갖고 있다. SKT이 고객 개인정보를 이용해 당사자도 모르게 수십, 수백개의 이동전화를 개통했다가 해지했다가를 마음대로 반복할 수 있다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SKT에 도덕적 문제를 지적했다. 회사의 재발방지 등은 외면한채 직원의 개인적 실수 탓으로만 돌렸다.

이 업체 관계자는 “일 처리를 비정상적으로 한 게 맞다. 해당 직원을 업무에서 배제시킨 뒤 징계 절차를 밟고 있다. 고객에게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고 밝혔다.

SK그룹이 내세우는 경영철학은 사회적 가치와 행복 경영이다. 이번 SKT의 고객정보 유출 사건은 윤리경영을 위배하고 있다.

SK는 지난 2월 경영철학인 SKMS를 14차 개정했다. 경영의 지향점을 ‘지속 가능한 구성원 행복’으로 정립했다. 이해관계자 행복을 위해 회사가 창출하는 모든 가치를 ‘사회적 가치’로 정의했다.

행복 경영을 위한 기준 중 하나가 윤리 경영이다. SK 2020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윤리 경영 관리 기준’ 윤리 규정 실천 항목에는 ‘경쟁사와 공정한 거래’가 적혀있다. 계열사 SKT의 고객정보 도용 사건은 윤리경영에 흠집을 내고 있다. 

2019년 보고서에 추가한 ‘SK 행복 리포트’에서도 ‘이해 관계자 및 구성원 행복 추구’ 방법으로 ‘스크리닝 투자 정착’을 내세웠다. 사회 문제를 야기하거나 부도덕한 기업에 대한 투자를 배제한다는 원칙이다.

최 회장은 ‘기업의 성장 스토리’를 중시한다. 그는 지난 6월 ‘2020 확대경영회의’에서 기업 가치를 재무 성과 같은 경제적 측면에만 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속 가능성과 고객 신뢰, 일 하는 문화 등을 포괄한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각 사 CEO들은 이 같은 기업가치 구성 요소를 활용해 시장, 투자자, 고객 등과 소통하고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자신만의 성장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SKT의 고객정보 유출 사건은 윤리적 측면에서 위협 받고 있다. 계열사 윤리 경영이 최 회장의 행복 경영과 사회적 가치 행보는 타격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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