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서 SK를 그리는 투자심리
LG에서 SK를 그리는 투자심리
  • 동원증권 김세중 연구원
  • 승인 2005.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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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종합지수가 물론 1000선에 다가서고 있음에도 시세는 아직 젊고 이제 여정의 중반에도 도달하지 못한 상태라고 보는 중장기적인 낙관에는 변함이 없다. 과거와 같이 이번 상승은 500선에서 저점을 형성하고 시작한 것이 아닌, 지난 8월의 700선에서 시작한 여정이기 때문이다. 다만 버블 심리가 부분적으로 엿보인다는 것을 지적하고자 한다. 최근 우리 시장을 관통하는 공통적 상승 논리는 단연 리레이팅 스토리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북핵이라는 우리 시장의 아킬레스 건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리레이팅 논리는 더욱 힘을 얻고 있다. 북핵에도 끄덕 없는 시장의 모습에서 결과적으로 투자자들은 리레이팅에 대해 더욱 자신감을 얻게 된 것이다. 소버린의 LG와 LG전자 주식 매집이 리레이팅 논리를 더욱 촉발시키고 있다. 적립식 펀드가 종합지수의 하단을 높이는 리레이팅이라면 외국인은 고점을 높이는 리레이팅을 하고 있는 듯하다. 마치 1000선을 상승의 시작점으로 돌려 놓는 착각에 빠져들게 할 정도이다. 그도 그럴 것이 소버린의 LG 주식 매입을 계기로 투자자의 시선은 2003년 상반기 소버린의 SK 주식 매집 시점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한다. 2003년 초에 북핵 문제가 시장을 한창 위협하고 있었다. 뒤이어 금융시장에서는 SK글로벌의 분식회계 파문이 불거지면서 내우외환의 실체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 때 소버린은 SK주식을 매집했고 SK주가는 최근까지 폭등세를 달려왔다. 2년 전에 증시에 참여한 주식투자자에게는 어제 일 보듯 생생하게 남아 있는 기억의 편린이다. 이러한 기억이, 소버린의 LG 주식 매집을 계기로 나타난 어제의 지주회사 주가급등을 당연시 하고 나아가 추가로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소버린의 LG 매입의 성격에 대해 필자는 다음과 같이 보고 있다. 한마디로 SK의 매집과는 완전히 다른 극단의 선택이라는 것이다. SK는 누가 봐도 저평가된 주식이었다. 그리고 지배구조의 불합리로 인해 주가의 저평가가 정당화되었다. 하지만 SK글로벌 사태로 인해 지배구조에 균열이 공개되자 소버린이 그 틈을 이용해 지배구조 이슈를 부각시키면서 주가의 제자리 찾기 엔진에 시동을 건 것이다. LG는 저평가된 주식임에는 틀림없지만 지배구조가 안정화된 주식이다. 공정위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로드맵을 통해 압박을 해 올 때도 LG는 지주회사 제제로 전환해 압력과 동떨어진 곳에 안주할 수 있었다. SK글로벌 문제가 터지면서 시장의 압력에 의해 지배구조 개선을 해온 SK와 달리, LG는 자발적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LG카드의 험로를 무사히 빠져 나오는 대비적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소버린은 이처럼 지배구조 체제에 있어 극명하게 대비되는 주식들을 양손에 쥐고 있는 형국이다. 그런데 투자심리는 LG주식에서, LG와 상이한 SK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이 만큼이 바로 심리적 버블이라고 본다. 일반적으로 주식투자의 근본적인 목적을 지배권 취득, 시세 차익, 배당수익 등으로 분류한다. 그런데 SK 이후 외국인의 국내 우량주식 지분확대에 따른 부작용, 예를 들어 상장기업의 경영권 방어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높아지는 것과 같은 문제점으로 인해 지분 취득 및 방어와 관련된 제도 변화가 많았다. 증권거래법 개정을 통해 냉각기간제 도입, 공개매수 기간 중 신주발행, 5% 이상 취득 시 취득목적 공개 등이 대표적이다. 예전에도 물론 포트폴리오 투자자금이 경영권 취득에 진정한 의도가 있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없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이제는 외국인의 지분 매입에 대응할 수 있는 경영권 방어의 수단이 다양하게 확장된 셈이다. 이러한 환경 변화를 염두에 두고 소버린은, 저평가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지배구조 이슈 측면에서는 상이한, SK와 아주 대비되는 위치에 있는 LG 주식을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LG 지분 매입은 지배구조 이슈보다는 저평가된 종목에 대한 투자라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는 판단이다. 다시 말해 지배권 취득에는 관심 없고 시세차익과 배당확대 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제의 지주회사 급등으로 미루어 짐작하건대 투자심리는 지주회사의 지배권 취득으로까지 기대를 확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SK글로벌 사태 이후의 SK경우를 그리고 있는 것 같다. 강세장의 초입이었던 2003년의 3~4월을 연상하고 있는 것 같다. 저평가된 주식이 제 값을 받게 하는 모티브로서 소버린의 투자를 바라볼 필요가 있겠다. 이 과정이 바로 리레이팅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지주회사는 저평가되는 경우가 많다. 지배구조 디스카운트와도 관련이 있지만, 지주회사는 다양한 자회사의 집합체이다 보니 분석과 접근이 쉽지 않다는 측면도 저평가를 야기한다. 자회사를 거느린 종합세트여서 다양한 섹터에 대해 정통하지 못하면 투자가 쉽지 않은 것이다. 개별 애널리스트에 의한 접근보다는 결합 분석이 이루어져 한다. 이것은 마치 소형주가 최근 리레이팅이라는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소형주가 일반적으로 기업분석의 대상에서 멀어져 있는 관계로 저평가 상태가 오래도록 방치된 것과 흡사하다는 것이다. 국내 투자자들이 소형주의 리레이팅을 촉발했다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주회사 리레이팅에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지난해 12월 헤르메스 펀드가, 삼성물산 주식을 언론의 발표와 달리 주가가 오르자 곧바로 주식을 팔아 치운 사례는 아직 덮어버리기에는 너무도 가까운 시일에 벌어진 일이다. 소버린의 LG 주식 매입을 확대 해석할수록 나중에 버블이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 올 여지가 크다. 저평가주에 대한 투자라는 차원에서 단순 해석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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