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유현석이 바라본 이달은 허초희와 생각이 같고 행동을 하는 사람이다. 허균은 그런 이달을 동경했을 거라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얼자지만, 차별 없는 사람이다. 허균과 이달은 싸우는 장면은 많은데, 그에게 뭐라고 하는 게 아니다. 허균의 바른 생각을 하는 자아가 이달에게 대치된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달이 허균에게 미안하다 하는데, 그 말이 제일 듣기 싫더라. 균이는 '우리는 같이 했다 서로의 지음이었다'는 말을 가장 듣고 싶었을 거 같다"는 말을 보탰다.

이야기는 허 남매와 가까운 사람 '끝단'이가 등장한다. 초연에도 언급됐던 끝단이지만, 그의 이야기를 장면으로 만든 <난설>은 초연과 다른 변화를 줬다. 허균에게 끝단의 죽음은 어떻게 받아졌는지 물었다. 

"가까운 사람이라 데미지가 있죠. 계급은 다르지만, 끝단이는 초희랑 친구처럼 지낸 사이에요. 이달이 '그들이 그 무리를 괴롭히고 했다'는 대사를 하는데, 그렇게 죽었던 사람이 끝단인 거죠. 사실 연출님과도 얘기한 거지만, 회상 장면에서 균이는 끝단의 죽음을 모르고 있었던 게 아니라 모른 척 하고 싶었던 거로 생각해요. 환상이니까 모르는 척하려고 했는데 초희가 장면을 만들어서 인정한 거죠. 균이가 나쁜 인물은 아니고 외면하고 싶었던 거 아닐까 싶어요."

유현석은 가장 좋아하는 넘버로 '난설'을 꼽았다. 그 이유에 대해 "감독님이 드라마와 곡을 연결해서 쓰시는 걸 좋아하시더라. 책의 분량을 난설 한 곡으로 표현하는 게 대단하시고 정말 천재 같다. 작가님이 쓰신 가사도 좋다"고 설명했다. 그러고 나서 그는 "다미로 음악감독님과 친한 사이라 집에서 게임을 한 적이 있다. 제가 이겨서 자장면을 사주기로 했는데, 아직 못 먹었다. 꽤 이전 일이라 탕수육까지 꼭 사달라"고 진지하게 요청했다.

극의 말미 집행 전, 허균이 소리 내 허밍 하는 장면에 대해 묻자 "허밍 자체가 초희와 이달의 소리다. '소리가 좋다'라고 말하는데, 그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고 할 수밖에 없었는지가 확실히 보이는구나. 함축적인 의미를 가진 건 아니고 진짜 소리가 좋다"고 답했다.

허난설헌의 이야기를 주로 말하고 있는 작품에서 '시'(詩)는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실제로 유현석은 "시보단 웹툰이나 넷플릭스를 즐겨 본다.(웃음) 초연 끝나고 강릉에 있는 허난설헌 생가에 간 적이 있다. 공연에서 시를 풀이해서인지 의미를 알고 시를 읽으니 인상 깊었다. 실존 인물을 연기하고 있다는 생각에 우리의 공연이 그분들께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크게 들었다"며 "<난설>을 사랑하시는 분들이라면 언젠가 한 번쯤 가보시면 좋을 거 같다. 그들이 실제로 산 곳이 아니고 옮겨놓은 거지만 남다른 장소가 될 거 같다"고 추천했다.

허균 역할에는 유현석 외 최석진, 최호승 트리플 캐스팅으로 각자만의 허균을 연기한다. 유현석은 "(최)석진이랑은 뮤지컬 <로빈>에서 만나서 친해졌다. 영리하게 연기하는 친구다. 다른 사람에게 표현하지는 않지만, 열심히 하면서 안 하는 척한다. (최)호승이 형은 원래 알았는데, 긍정적인 에너지가 많은 형이다. 같이 이야기하면 기분 좋고 둘 다 작업하는 방식이 있어서 서로 존중해줬던 거 같다. 표현하는 건 다르지만, 워낙 잘하는 배우들이라 각자의 강점을 가지고 연기를 하는 거 같다. 서로 이야기가 잘 통했고 배려를 많이 해줘서 고마웠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배우 유현석을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가장 좋아하는 배우가 오정세와 조승우라던 그는 지금도 인터뷰를 챙겨보는 팬이다. 유현석은 '욕심내지 않고 좋은 사람이 되는 것' '현재에 만족하며 행복하게 연기하는 것'이 목표라 말한다.

"3~4년 전부터 내려놓고 포기할 줄 아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코로나로 인해 세 공연을 연달아 해야 하는 상황이 있었는데, 저의 능력치를 알기 때문에 내려놓은 적이 있어요. 공연하면서 제 무대에 만족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였죠. 마음 같아서는 다 하고 싶었지만, 저의 생활이 있어야 공연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현재의 유현석은 어떨까. "공연을 하면서 스스로 만족한 적은 없다. 연기라는 게 만족이 없다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하는 마음가짐으로 욕심내지 않고 천천히 해야 길고 오래 할 수 있지 않을까? 다 같이 어우러져 하는 작업에 배우 스태프를 배려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좋은 사람이 돼야 좋은 배우가 될 수 있다"는 신념을 전했다. 

그런 유현석이 하고 싶은 작품은 뮤지컬 <빨래> 솔롱고, 뮤지컬 <서편제> 동호 역할이다. 그는 "한국적인 정서와 시대극을 좋아하는데 과거 조선 시대의 소재가 다양해서 매력을 느낀다. 과거에 대한 향수가 있다"고 웃었다.

평소 집에 있는 걸 좋아한다는 유현석의 취미는 산책이다. 몸담고 있는 축구팀이 있을 정도로 운동도 게을러 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공연을 위해 조심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지면서 공연계에 적신호가 켜졌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극장을 찾아주시는 관객이 있기에 공연이 있고 무대 뒤 스태프와 무대 위 배우가 있다. 공연 시간 내내 마스크를 착용한 채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들을 바라보는 배우로서 "감사한 일이다. 때문에 항상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로빈> 때 마스크를 쓴 관객을 처음 마주했었다. 마스크를 다 쓰고 일어서서 박수 쳐주시던 모습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거 같다. 나중에 힘든 일이 있거나 나약해질 때 그 기억이 원동력이 될 거 같다"고 이야기했다.

"사실 이런 시국에 공연을 보러 와달라는 말씀은 못 드리겠지만, <난설>에서 '멀리멀리 가라' 하면 제가 '그러겠다'는 대사가 있어요. 저도 그 말을 듣고 멀리멀리 가게끔 허초희의 삶을, 허난설헌을 모르는 분들께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꼭 한 번쯤은 허난설헌의 이야기에 관심 가져주시고 같이 위로를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지은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