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앤잇' 김영한 "먹먹한 여운 남기는 뮤지컬이다"
[인터뷰] '유앤잇' 김영한 "먹먹한 여운 남기는 뮤지컬이다"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0.08.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상 떠난 아내 닮은 로봇과 만남 통해 인공지능 AI의 세계 다룬 뮤지컬
뮤지컬 '그리스'이후 작품마다 캐릭터의 변화 '팔색조 연기관' 배우 평가

"만약 이 세상을 떠난 나의 가장 소중한 사람을 다시 만나게 해준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소중한 사람을 잃어버린 한 남자가 우연한 기회를 통해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된다는 판타지를 소재로 다루고 있는 뮤지컬 <유앤잇>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뮤지컬 <유앤잇>(YOU&IT)은 세상을 떠난 아내 미나를 그리워하던 그녀의 남편 규진이 어느 날 아내를 다시 만나게 해준다는 제안을 받으면서 시작하게 된다. 규진은 그 제안을 승낙하고, 인공지능(AI)이 장착된 로봇이지만 그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아내 미나를 만난다. 그는 그녀를 만나고 행복에 겨워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과거의 모습이 아닌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데, 규진은 그녀의 모습을 보고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뮤지컬 <유앤잇>에서 그리고 있는 인공지능(AI) 로봇은 우리의 삶 속에서 멀리 있지 않다.  

2020년,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더믹 이후로 우리는 '언택트(Untact)’ 시대에 들어섰고, 비대면 간 거래나 활동이 증가함에 따라 헬스케어·여행·공공·교육 등 전 산업 분야에 걸쳐 인공지능(AI)를 활용한 기술이 급격하게 발달·증가 활용되고 있다. 뮤지컬 <유앤잇>은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제작된 공연은 아니지만 지금의 우리의 삶에 가장 가깝게 다가오고 있는 소재를 활용해 눈길을 끌고 있다.

우리의 삶에 다가온 '언택트 시대', 뮤지컬 <유앤잇>이 말하고자 하는건 뭘까. 이번 작품을 통해 2인극 주인공을 맡게된 뮤지컬 배우 김영한을 만나 이번 작품에 참여한 소감을 들어보고자 했다.

아래는 그와 진행한 일문일답이다.

사진 ⓒ 조나단 기자
사진 ⓒ 조나단 기자

Q. 오랜만이다. 

A. 저희 인터뷰는 1년 만인 것 같고, 올해 리딩 공연할 때 인사했었던 것 같아요. 

Q. 지난해 뮤지컬 <그리스> 1년 가까이 활동하고, 연말 연초 연극 <도둑 배우>로 연극 활동까지 했다. 리딩 공연을 제외하고 거의 4개월에서 5개월 만에 복귀했다.  

A. 맞습니다. 올해 초 <도둑 배우>라는 작품을 끝냈고, 중간에 리딩 공연을 한 편 하고 이번 작품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동안 노래 레슨을 받고 운동을 하면서 지냈어요. 지난 1년간 가장 크게 바뀐 건 운동하는 습관이 생겼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Q. <그리스>란 작품 장기간 공연하는 건 오랜만이었을 텐데, 끝날 때 아쉬움은 없었나 

A. 사실 마지막 공연을 하는 날까지도 '정말로 끝난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뭔가 내일 또 무대 위에 올라가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끝나도 끝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었죠. 정말 재밌고 열정적으로 했던 작품이었는데, 저도 모르게 체력적으로 대미지가 있었나 봐요. 다 끝나고 나니까 뭔가 아쉬움이 남았고 체력적으로 부족함을 느꼈고, 그래서 운동을 시작했어요. 

Q. 이번 작품은 어떻게 참여하게 됐을까

A. 이번 작품은 배우들 사이에서 오디션이 공지되는 사이트가 있는데 그곳에서 오디션 공지가 떠서 보고 지원을 하게 됐어요. 지난해 했던 공연은 따로 보진 못했었고, 사이트를 통해서 알게 됐죠. 

Q. 그동안 많은 작품들을 해왔는데, 2인 극에 주연으로 캐스팅됐다. 

A. 맞아요. 2인 극도 처음이고, 이번 작품에서 주인공을 맡게 됐습니다.(웃음) 그래서 재밌었던 것 같아요. 사실 그동안 서브 캐릭터들을 맡아왔을 때 해줘야 하는 역할들이 있었거든요. 주인공의 스토리에 따라 서브 캐릭터들이 드라마를 맞춰가줘야 하죠. 그런데 이번 작품은 순전히 저의 드라마대로 흘러가니까 더 재밌었던 것 같아요.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서 극 속의 인물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게 가장 재밌었고 힘이나지 않았나 싶어요.

사진 ⓒ 조나단 기자
사진 ⓒ 조나단 기자

Q. 내가 소개하는 뮤지컬 <유앤잇> 

A. 사실 처음엔 <유앤잇>(YOU & IT)에서 'YOU'랑 '&(앤)'만 해석하고 흘려들었었거든요. 그런데 연습을 하다 보니 'IT'이라는 게 뭔지 모르게 저를 이끌더라고요. 말 그대로 우리 작품은 '너와 그것을 고민하는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되게 먹먹한 여운을 주는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맡은 배역은 규진 이라는 인물을 소개해보자면

A. 제가 맡은 배역은 규진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고, 그리워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하는 순수한 친구입니다. 처음 리딩을 하고나서 저는 이 인물이 가지고 있는 '순수함'이라는 포인트에 집중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는 순수함과 규진이라는 인물로서 표현이 돼야 하는 순수함의 결을 찾는 게 우선이었던 것 같고, 그걸 찾기 위해서 많이 고민을 했었죠.  

Q. 두 페어의 공연을 봤는데, 느낌이 달랐다. 

A. 이번 작품에서 연출님이 많은 부분들을 열어주셔서 배우들이 해석한 캐릭터들이 조금씩 다를 수 있어요. 주변 사람들이 저를 두고 강아지 같다고 하는데, 좋게 말하면 '댕댕미'가 넘친다고들 하시거든요. 어떻게 보면 약간 어리숙하고 멍청하다고 할 수 있는데, 그런 약간의 단순한 부분들이 이번 캐릭터들에 녹아들어 가지 않았나 싶어요. 그래서 같은 배역을 맡은 다른 배우들과는 결이 다르지 않나 싶어요. 제가 그리고 있는 규진은 약간의 허당미가 있거든요. 처음에는 이런 부분들을 지우고 좀 더 완벽하게 그려내야 되지 않았나 싶었지만, 어느 순간 굳이 그런 부분들을 가져가야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가진 포인트를 살리기로 했어요. 그렇게 풀어놓으니까 조금 더 자유로운 인물이 만들어지더라고요.  

사진 ⓒ 조나단 기자
사진 ⓒ 조나단 기자

 

Q. 이번 작품에서 상대 배역이 네 명이 있는데, 이들 또한 느낌이 다 다를 것 같다 

A. 맞아요. 우선 설화 연출님부터 말해보자면 서브 텍스트 하나하나에 완벽하게 빠져든 미나를 그리고 있어요. 물론 직접 쓰셨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래서 같이 연습할 때 매번 감탄이 나왔을 정도였죠. 설화 미나는 뭔가 사려 깊은 느낌이랑 약간의 원숙미가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요. 농도가 진은 느낌을 받고는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진솔 미나 같은 경우에는 진솔 배우가 평소에도 엄청 밝거든요. 그래서 그런 모습들이 미나에게 많이 묻어 나오는 것 같더라고요. 진솔스러운 밝음이 담겨있어서 같이 연기를 할 때 재밌다는 느낌을 받고는 했어요. 그리고 진솔 배우가 약간 털털한 이미지도 있는데 그게 캐릭터 속에서 살짝씩 묻어 나오는 게 재밌었던 것 같아요. 찬양 배우가 그리고 있는 미나 같은 경우에는 약간 엄마 같다고 해야 할까요? 저보다 동생이지만 모성애를 자극하는 연기를 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많이 의지를 하고 있는 미나이지 않나 싶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이 배우가 그리고 있는 미나는 평소에 소이 배우가 가지고 있는 밝은 에너지가 많이 담겨있어요. 연기할 때뿐만 아니라 사람 권소이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담겨있더라고요. 그래서 연기를 하고 있으면 저도 모르게 빠져드는 것 같더라고요. 연기를 하고 있으면서도 뭔가 집중이 안 될 때가 있는데 소이 배우랑 연기를 할 때 저도 모르게 감정에 빠르게 집중하게 되고 눈물도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기도 했어요.(웃음) 엄청난 에너지가 있는 친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이번 작품을 하면서 네 명의 상대 배우들, 그리고 두 명의 같은 역할을 맡은 서형훈 배우, 백승렬 배우님에게 많은 것들을 배우고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Q. 실제로 가장 소중한 사람을 살려 준다는 제안이 온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 같나.  

A. 저는 추억 속에 남길 것 같아요. 그 사람이 제가 사랑하던, 소중하게 생각하던 사람과 똑같지만 한편으로는 같지 않다는 사실을 제 마음속 한편에서 생각하고 있을 것 같거든요. 그래서 아무리 즐거워도 마음 한편에서는 즐겁지 않다는 의심이 싹틀 것 같아요. <레플리카>라는 영화가 있는데 가족이 다 죽는데 가족들을 똑같이 살리거든요. 로봇이 아니라 정말로 피부조직들을 조합해서 다시 살리는데, 그 정도는 돼야지 제안을 승낙할 것 같아요. 기계로 돌아온다면 무서울 것 같거든요. 그냥 혼자 사는 게 정답이 아닐까란 생각이 듭니다.(웃음) 

EG 뮤지컬컴퍼니
규진 역의 김영한, 미나 역의 윤진솔 배우 / EG 뮤지컬컴퍼니

 

Q. 작품 속에서 규진은 미나를 받아들이는데, 과거의 기억 속 미나와 다른 행동을 하는 로봇 미나의 모습을 보고 혼란을 느끼기 시작했던 것 같았다.  

A. 처음엔 과거 미나와의 추억이 담긴 영상 등을 참고한 로봇 미나가 나와서 과거의 모습 그대로 규진을 대해요. 그런데 데이터가 쌓이고 쌓여, 날이 지날수록 과거의 모습 위에 새로운 미나가 쌓이게 되는 거죠. 규진의 기억 속의 미나는 물컵의 모습 그대로, 집의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던 인물이라면 새로 돌아온 미나는 헤진 벽지 위에 새로 페인트칠을 하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려고 하는 미나가 되죠.  

Q. 미나가 바뀌어가는 모습에 규진이 이질감을 느꼈을 수도 있겠다.

A. 맞아요. 규진이라는 인물은 어떻게 보면 과거, 추억 속에 묶여있거든요. 미나가 보고 싶어 했기 때문에 로봇이라도 만나겠다고 했는데, 첫 만남 이후 미나가 변해가는 모습에 고민이 쌓여갔어요. 미나가 있는데 왜 나는 더 힘들어질까를 고민하다가 어느 순간 폭발하지 않았나 싶어요.  

Q. 그래서 리셋을 시작한 걸까? 

A. 어떻게 보면 그럴 수도 있는 거죠. 그녀의 기억을 리셋 하면서 그는 여러 가지 상황에 놓였을 거에요. 미나에게 그녀가 로봇이라는 사실을 고백하기도 했을거거든요. "네가 원래 죽었고, 지금의 너는 로봇이야", "예전의 너는 그러지 않았어, 지금의 너도 안 그랬으면 좋겠어" 등의 말들이 나왔는데 결국 AI는 계속 발전하지 않았나 싶어요. 리셋을 해도 계속 쌓여만 가는 거죠. 새로운 걸 추구하는 미나의 모습에 어느순간 둑이 터져버리지 않았나 싶어요. 규진은 예전의, 데이터에 담긴 모습 그대로의 미나가 좋은 거지 새로운 걸 추구하고 모든 걸 빠르게 배우고 변해가는 미나의 모습은 어색했거든요. 그래서 은연중, 말버릇처럼 "예전의 너랑은..."이라는 말을 중간중간 하고 있어요. 미나의 겉모습은 똑같지만 속은 다르다는 걸 계속해서 깨닫게 되죠. 규진은 그게 싫었고, 그래서 계속해서 그녀를 리셋 시켜요. 계속 다시 시작하는데 그녀는 언제나처럼 리셋이 되어도 계속 새로운 걸 습득하고 과거의 모습에 덧씌우죠. 그래서 그는 모든걸 리셋시켜서 다시 처음 그대로 그냥 흘러가는데로 가길 바라죠.

사진 ⓒ 조나단 기자
사진 ⓒ 조나단 기자

 

Q. 미나가 떠나고 난 뒤, 규진은 어떤 삶을 살아갈까 

A. 제일 마지막 노래가 '낯설게-Reprise'라는 노래거든요. 이 노래에서 규진은 자기의 어리석음을 깨달아요. 그리고 '그래, 나도 살아볼게'라고 말하거든요. 그래서 더 열심히 살아가지 않았을까 싶어요. 추억은 추억대로 묻어두고 지금의 삶에 더 충실하게 살지 않았을까 싶어요. 

Q. 본지는 규진이 그녀를 따라가는 선택을 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A. 그럴 수도 있는데, 약간 열린 결말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보는 관점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일단 저는 더 열심히 살아가는 규진입니다. 추억은 추억 속으로 묻어두고 미나가 준비해 준 영양제를 먹으면서 더 열심히 살지 않았을까 싶어요. 

 

규진 역의 김영한, 미나 역의 윤진솔 배우 /
규진 역의 김영한, 미나 역의 윤진솔 배우 / EG뮤지컬컴퍼니

Q. 작품 속에서 가장 좋아하는 대사나 노래가 있다면? 

A. 가사 중에 가장 좋아하는 구절이 있는데, 마지막 노래에서 '익숙해, 그래 익숙해질 거야'라고 말하거든요. 저는 이 구절이 가장 먹먹하게 다가오더라고요. 계속 현실을 부정해왔던 규진이 현실을 깨닫고 말하는 부분이라서 그런가 제일 가슴에 다가오고 가장 좋아합니다. 

Q. <유앤잇>이라는 뮤지컬을 가장 잘 표현하는 장면이 있을까 

A. 저는 '남자들이란'을 부르는 부분이요. 그녀를 떠나보내고 난 뒤 로봇이 된 그녀를 만나는 장면인데, 가장 재미있는 장면이지 않나 싶어요. 

Musical 유앤잇 <YOU&IT>

뮤지컬 유앤잇 포스터@EG뮤지컬 컴퍼니

<유앤잇>은 2019 제13회 DIMF(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창작뮤지컬상, 2020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 레퍼토리로 선정된 뮤지컬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AI 로봇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다루고 있지만, 주 내용은 앞서 언급했듯 미나와 규진의 사랑을 담고 있다.

공연은 기존에 참여했던 배우 서형훈과 서찬양이 출연하고 있다.

 '규진' 역을 맡은 서형훈은 뮤지컬 <엘리자벳> <서편제> <명성황후> <해를 품은 달> <데스노트> 등 수 많은 무대에 오른 실력파다. '미나' 역의 서찬양은 지난해 뮤지컬 <창문너머 어렴풋이>를 통해 설득력 있는 연기를 선보이며 대세 배우로 부상했다.

이 외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또 다른 규진 역의 김영한은 연극 <옥탑방고양이> <연애플레이리스트> <도둑배우>, 뮤지컬 <그날들> <포르테피아니시모> <그리스> 등 꾸준히 무대에 올랐다. 최근 뮤지컬 <더캐슬> <너를위한글자> <재생불량소년>로 얼굴을 알린 백승렬까지 트리플 캐스팅을 완성했다.

반면 미나 역의 윤진솔은 드라마 <청춘시대>를 시작으로 뮤지컬 <432Hz> <빨래> 등 출연해 활동을 넓혔다. 또 다른 미나 권소이는 뮤지컬 <베어더뮤지컬>로 데뷔해 최근 새로운 소속사와 계약을 맺어 앞으로의 기대를 보여주고 있는 배우다. 마지막으로 뮤지컬 <왕의나라> <기억을 걷다>에 출연했던 설화가 함께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