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미래의여름' 김희정, "대화의 소중함 일깨운 작품"
[인터뷰] '미래의여름' 김희정, "대화의 소중함 일깨운 작품"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0.08.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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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는 시절에 대한 반성하게 만들었다"

연극 <미래의 여름>이 5년 만에 돌아왔다. 창작집단 LAS의 연극 <미래의 여름>은 배우겸 극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한송희의 작품이다. 

한송희 배우는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 <줄리엣과 줄리엣> 등으로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았으며, <미래의 여름>을 통해 절대적 가치관과 기준들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미래의 여름>은 미래라는 인물이 여름방학때 시골에 내려가 고모 동아를 만나 생활을 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미래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자신의 여름을 가득 채워줬던 동아의 모습을 회상하기 시작한다.

이번 작품에서 초등학교 4학년, 그리고 어른이된 '이미래' 역을 맡은 배우 김희정을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Q. 반갑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A. 안녕하세요. 저는 배우 김희정이라고 합니다. 가장 큰 욕망과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반갑습니다. 

Q. 초연 때부터 참여했던 걸로 알고 있다. 

A. 처음 이 작품이 올라간건 2014년 선돌극장에서 주최된 '화학작용 프로젝트'에서 어른이라는 소재로 글을 쓰고 공연을 하는거였어요. 이후 두차례 공연이 올라갔고 올해 서울문화재단의 예술창작활동지원 작품으로 선정되어서 본 공연에 올라갈 수 있었죠. 저는 초연 때부터 같이 했었고, 올해 공연이 올라간다고 연락을 해주셔서 참여하게 됐습니다. 초연 때도 제가 학교에서 하는 무대를 보고 연락을 주셔서 참여했었어요. 초연 때는 학교를 졸업하고 간간이 활동을 이어가던 때였는데 좋게 봐주셨던 것 같아요. 

Q. 맡은 배역에 대해 소개하자면 

A. 미래는 스스로를 어른스럽다고 생각을 하고 있는 친구입니다. 말도 많고 궁금한 것도 많은, 또래 애들보다는 조금 유별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초등학교 4학년이죠.  

Q. 극에서 미래라는 인물은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데, 중점을 두려고 했던 부분이 있었을까 

A. 아무래도 성인인 현재의 미래가 화자로서 이야기를 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어린 미래를 꾸며주는 말들을 많이 하거든요. 그걸 노골적으로 표현하다 보니까 어린 미래를 연기할 때 더욱 주의하고 말하는 그대로 보이려고 노력했어요. 단어로 표현되는 건 되게 쉬운데 연기자로서 그걸 표현하는 건 어렵거든요. 그래서 이 교차되는 지점들에서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나가려고 노력했습니다. 

Q. 차이점을 두는 게 어려웠을 것 같다 

A. 맞아요. 그래서 차이점을 두려고 고민했어요. 그리고 극 중에서 어른들이 이야기하는 부분에 끼어들어 말하는 부분들이 있는데 포인트들을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했어요. 

Q. 어른이 바라보는 시점과 아이가 바라보는 시점이 다를 텐데, 이런 부분에 있어서 챙겨오려고 했던 부분들이 있을까. 

A. 평상시의 제 성격을 생각해보면 많이 활발하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싶고 잘 노는 성격인데 과거의, 어렸을 때 저는 어른들한테 쉽게 다가가지 못했던 애였어요. 엄청 소극적이었거든요. 집에 손님들이 찾아오면 방에만 있고, 길 가다가 앞에 엄마 친구분들이 계시면 마주해서 인사하기가 조금 그래서 딴 길로 돌아서 집을 가던 아이였죠. 그런데 작품 속 미래는 제 모습과는 완전 반대에 있는 캐릭터여서, 미래가 가지고 있는 기질을 갖추는 것과 이 아이가 표현하고 말하는 부분들에 많이 신경을 썼어요. 반면 고모랑 같이 있는 장면에선 떠들고 생떼 부리는 이런 모습들은 지금의 저랑 똑같다고 보면 됩니다.(웃음)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Q. 연습하는 과정에서 어릴 적 추억들이 생각났을 것 같다

A. 맞아요. 성격은 조금 차이가 있었지만 어렸을 때 기억이 많이 나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저도 어릴 때 시골에 가서 되게 잘 놀았었거든요. 서울 근교인 경기도 양평에 외할머니 댁이 있었어요. 방학의 절반 이상을 할머니네 가서 친오빠랑 놀았었죠. 그래서 배경을 바라보고 그 속에서 이야기하는 게 쉽게 와닿았던 것 같아요. 뛰어놀고 풀벌레 소리를 듣고, 별을 바라보는 것들 말이죠. 지금에서야 아파트가 많이 들어섰지만 예전만 해도 대문을 두드리고 "누구야~ 놀자~"라고 소리치며 친구를 불렀었잖아요. 시골에 친오빠랑 동갑인 친구들이 많아서 시골에 내려가면 매일 뛰어놀고 무궁화 꽃이나 숨바꼭질을 하거나 개울가에서 다이빙을 하면서 놀기도 했어요.  

Q. 극 중에서 고모가 화를 냈을 때 미래는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A. 사실 어린 미래는 고모가 이상하다고만 생각했을 거예요. 뭐가 문제인지는 정확하게 몰랐을 것 같거든요. 그래서 고모가 술을 마시는 것도 처음 봤고, 그래서 뭔가 단단히 토라졌구나 생각했죠. 미래는 시골에서 서울로 돌아와서 고모가 이사를 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 서운한 마음을 가졌을 것 같아요. 다시 찾아가지 못하고 연락이 끊겼으니까요. 어떻게 보면 그때 아빠가 고모한테 인사를 했냐고 물어보는 그 질문에서 답이 나오죠. 미래는 인사를 하지 않았을 것 같았어요. 그게 나중에 돼서야 아쉬운 부분으로 다가왔을 거고요.  

Q. 미래는 고모의 행복을 바랐던 것 같은데 

A. 맞아요. 나는 안정적인 울타리 안에 있었는데 고모는 그게 아닌 것 같으니까 이쪽으로 넘어오라고 말하거든요. 그래서 남자도 만나게 해보려고 하고 결혼에 대해서도 물어보고 하지 않았나 싶어요. 왜냐하면 동네 사람들이 고모를 이상하다고 말하니까, 그리고 동네에서 바보라고 불리는 삼촌이랑 친하니까. 미래도 어느 순간에는 고모가 진짜 바보 삼촌이랑 놀아서 이상해진 걸까란 생각도 하게 되죠. 그래서 고모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마음이 들지 않았나 싶어요. 고모의 행복보다는 주변 사람들의 오해를 풀어주고 싶지 않았나. 

Q. 고모는 어떤 삶을 살게 됐을까 

A. 고모가 어딘가로 도망갔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곳에서 자신만의 공간과 삶을 잘 꾸려나가지 않았을까 싶어요. 행복하게 바라보고 싶어요. 안정된 삶을 살아가길 바라는 바람도 섞여있고요.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Q. 만약 영화나 드라마처럼 과거와 현재의 미래가 만난다면 현재의 미래는 어릴 적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싶나

A. 앞서 아빠가 고모한테 인사하고 왔냐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고 했었잖아요. 그 장면의 저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줄 것 같아요. "가서 고모한테 인사하고 와, 다음 방학 때 또 오겠다"라는 말을요. 만약 이 말을 했다면 고모는 어딘가로 떠나지 않았을 것 같거든요. 그 한마디가 고모한테는 위로가 됐을 수도 있을 것 같았어요. 

Q. 극 중에 여러 팝송들이 나오는데, 요즘 자주 듣는 노래가 있을까? 

A. 차트에 있는 곡들은 다 듣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요즘 싹쓰리 노래가 제일 좋고요.(웃음) 놀러 가고 싶은데 못 놀러 가니까 적재라는 가수의 '별 보러 가자'라는 노래를 자주 듣는 것 같아요. 약간 힐링하고 싶을 때도 즐겨 들어요. 그리고 어반자카파의 '목요일 밤'이랑 아이유나 악동뮤지션을 가장 즐겨듣는 것 같아요. 가사에 많이 집중해 듣거든요. 

Q. 노래는 잘 부르는 편일까 

A. 아뇨, 그래서 뮤지컬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Q. 잘 부를 것 같다 

A. 많은 분들이 그렇게 이야기를 해주시는데 실제는 그렇지 않습니다.(웃음) 

Q. 작품 속에서 가장 좋아하는 대사나 장면이 있다면? 

A. 저는 아무래도 2장이 제일 행복하고 좋은데, 거기서 '고모는 나에게 세상에서 제일 좋은 친구, 어른 친구였어요'라고 말하는데 이걸 제일 좋아해요.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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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친구라는 게 정말 오랜 기간 동안 본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A. 맞아요. 그런데 다행히 저는 이사를 다닌 적이 없어서 초중고를 다 같은 동네에서 나왔어요. 그래서 초등학교 친구들이 중학교랑 고등학교 때까지 이어졌죠. 중학교 때부터 사춘기가 시작되고 남자 친구들하고는 거리가 멀어졌고 여자 친구들하고 많이 지냈던 것 같아요. 그때 친구들을 지금까지도 만나고 있죠. 그래서 저는 연이 끊기지 않게 노력하고 있어요. 

Q. 친구들이 공연을 보러 올까

A. 제가 공연할 때마다 시간이 되면 몇 번씩이라도 와서 공연을 봐주고 있죠 

Q. 어떤 평가를 하나 

A. 재미있다고들 말해요. 그런데 제가 무대에 올라가서 연기를 하는 게 어색한가 봐요. 사실 무대 위에서 객석을 바라볼 때 관객들과 아이 투 아이를 하는 경우가 드물거든요. 그런데 제가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을 때 자기를 보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게 너무 못 견디겠다고 하더라고요. 처음엔 눈을 피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저를 잘 안 보고 제 주변에 있는 배우들을 보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극에 이입을 잘해서 보는 것 같아서 좋습니다. 15년도 공연을 했을 때 제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너무 컸던 적도 있어요. 만약 그때 공연을 보셨던 분들이 계신다면 제 친구라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다른 관객분들이나 같이 무대에 올라갔던 동료 배우님들에게 혹여나 방해가 됐을 수도 있었을 거라고 생각이 들거든요. 이기회에 이야기합니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 이미지훈스튜디오

 

Q. 한여름 장마 속에서 시작해, 장마가 끝나고 막을 내리게 됐다. 우리 작품을 통해 관객들이 뭘 얻어갔으면 하나

A. 우리 공연이 끝맺음이 정확하지 않거든요. 개인적으로 저는 어린 미래가 했던 행동들에 대해서 과거를 회상하고 추억했을 때 철없이 했던 말과 행동들이 누군가에겐 큰 상처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과거에 대한 뉘우침을 하는 어른 미래가 보이기도 하고, 그래서 사람들을 대할 때 조심스럽게 혹은 배려심 있게 대화를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작품 속에서 처럼 어린 아이가 어른들에게 다가와 어떤 과도한 행동이나 말을 하는 것에 대해서 지적을 하는 것보다 "이건 이런거고, 저건 저런거야. 그리고 네가 하는 행동에 누군가는 아파하고 외로울 수 있어"라고 말해줬으면 좋겠고 그런 행동을 해야한다고 이야기 해주고 싶어요. 요즘 아이들은 더 성숙한 것 같더라고요. 어떤 상황에 대해서 자세히 이야기를 해주면 다 알아듣는다고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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