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의 이별, “굿바이...한국ECN증권”
*4년만의 이별, “굿바이...한국ECN증권”
  • 공도윤 기자
  • 승인 2005.02.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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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적자로 22일 주주총회서 ‘청산 결정’임박


주식시장 활황으로 여의도 곳곳이 즐거운 표정인 가운데, 벼랑 끝에 선 회사가 있다.
“D-1”, 한국 ECN증권은 그동안 거래량 부족으로 만성적자를 기록, 오는 22일이면 마지막 주주총회를 통해 ‘청산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2001년 11월 증권거래법 개정과 함께 문을 연 장외전자거래시장(ECN:Electronic Communication Network)은 정부가 증시활성화·효율화를 기대하며 만든 야간주식거래시장. 장이 끝난 후에도 오후 4부터 9시까지 거래가 가능하다.
장외거래시장 운영을 위해 국내 31개 증권사가 참여해 설립한 한국ECN증권이 설립 4년만에 자본금이 250억원에서 120억원으로 줄고, 만성적자를 기록해 문을 닫는 지경에 이르렀다.


ECN증권 비상대책위원회는 “그동안 주식시장 침체 등으로 경기 상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정부가 ‘거래 제한’이란 족쇄를 두고 사업 활성화를 막았다”며 “ECN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정부에 제시, 개선을 요구했지만 성과는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재경부 관계자는 “ECN은 주식회사인 만큼 정부부처에서 경영·인수·합병에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ECN증권 직원 27여명은 당장 차가운 거리로 내몰릴 상황이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30대 중반. 2003년에 회사에 입사했다는 신입사원 2명은 1년만에 회사를 그만두게 됐다.
LG투자증권에서 근무하다 한국ECN시장 설립 멤버로 동참했다는 A씨는 “구조조정과 감원이 한창인 LG투자증권에 근무하는 친구와 누가 먼저 실직자가 될지 내기했는데, 결국 내가 이기는 것 같다”며 쓴 웃음을 지었다.


지난 2월 1일 한국ECN 본사에서는 굿모닝신한·대우·삼성·동원 등 8개 주요 주주사가 참석한 가운데 경영자문회를 열렸고, 이날 주주들은 ‘회사 청산절차를 진행’에 의견을 모았다.
최종 데드라인은 22일. 이때까지 새로운 운영주체가 나타나지 않으면 한국ECN은 문을 닫는다.


연초 한국ECN는 통합 증권선물거래소 출범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 증권선물거래소가 ECN을 인수하겠다고 계획했기 때문. 그러나 이영탁 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은 통합거래소 출범 후 “수익성을 감안해 ECN시장을 증권선물거래소 시스템으로 대체할 생각”이며 “전자거래시장의 거래시간을 대폭 단축해 운영할 계획”라고 말했다. 즉, 증권선물거래소가 장외 전자거래시장의 일부 매매거래 기능을 축소·흡수하지만 ECN증권의 영업권·장비·인력 인수는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한국ECN 비대위는 청산 데드라인 하루전까지도 희망을 높지 않고, 회사 정상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백호진 비대위 위원장은 “미국 ECN의 경우 완전 전산거래를 통해 소량 거래도 이어주어 급속히 성장한 사례가 있다”며 “주식시장 활황으로 시가총액이 500조원을 육박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 덩달아 장외전자거래시장도 연일 상승세를 보이며 활발하게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 한국ECN이 문을 닫아야 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한국증권신문 659호(월요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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