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 제12화 살인의 순간
[과학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 제12화 살인의 순간
  • 이상우 추리작가협회 이사장
  • 승인 2020.0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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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안에 시한폭탄 같은 것이라도...”
내가 일행을 돌아보며 말했다.
“시한폭탄? 5시 정각에 터지는 것을 장치 할 수도 있지요. 문제는 장주석씨를 죽이려고 한 것인데 애먼 우리도 죽을지 모르잖아요.”
이정근 이사가 겁에 질려 벌떡 일어섰다.
얼굴이 백지처럼 하얘지고 콧등에 땀이 송송 났다.
조금 전에도 몹시 불안해서 얼굴을 자주 만지고 혀로 입술을 적시기도 했다.
나는 초침을 읽듯 이정근의 태도를 놓치지 않고 관찰하고 있었다.
곽정 형사의 눈초리도 그런 것 같았다.
“시한폭탄? 그런 것 없어요. 그게 겁나면 모두 나가도 돼요. 나 혼자 있을 테니까.”
장석주는 여전히 태연했다. 
불안해서 안절부절 하는 이정균과는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이 방에 시한폭탄이 있을 수도 있어요. 있다면 장석주씨 책상일 겁니다.”
내 말이 떨어지자 벌떡 일서 있던 이정균이 책상과는 반대쪽인 도어 옆 장식장 옆으로 몸을 숨겼다. 
곽 형사가 장주석의 테이블을 살피기 시작했다.
“어? 이게 뭡니까?”
곽 형사가 테이블 밑에서 커다란 박스 하나를 들고 왔다.
모두 그게 폭탄이라도 되는 듯 본능적으로 몸을 반대쪽으로 기우렸다.
“아니 그건 왜 들고 와요?”
장석주가 못 마땅한듯 불평을 했다.
“도로 가져다 두어요.”
장석주가 뿔 난 것 같았다.
곽 형사가 뚜껑을 열었다.
안에 있는 봉지 하나를 끄집어냈다.
“에게? 이거 허니버터칩이잖아.”
그랬다 그것은 요즘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는 새로운 과자 허니버터라는 과자 봉지였다.

“그거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과자야. 도로 가져다 두어요.”
“저런 아이들 과자로 군것질을 하니 살이 찌지 않을 수 있어? 저거 버터와 꿀을 바른 거예요.”
이정근이 핀잔을 주었다. 

4시 50분.
이정근 이사 자리에서 부시시 일어났다.
“어딜 가려고요?”
곽정이 놀라 주저앉히려고 했다.
“예, 저어 기분이 안 좋아 제 방에 가서 잠깐 쉬려고요.”
“그러시죠.”
내가 말하자 그는 살았다는 듯 방을 급히 나갔다.
곽 형사가 따라 나갔다.

4시 55분.
밖에 나갔던 이정균과 곽 형사가 함께 들어왔다.
“왜 도로 왔어요?”
“예. 제방에 들어갔더니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나는 같이 갔다 온 곽 형사의 얼굴에서 무엇인가를 읽으려고 했으나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다.
“그럼 저는 유전자 배양실에 좀 다녀오겠습니다.”
이어 장주석 씨가 일어섰다.
“우리 모두 같이 갑시다.”
변 사장이 제안했다.
“좋습니다. 거기서 시간이 얼마나 걸립니까?”
곽정 형사가 물었다.
“한 2, 3분이면 됩니다.”
“좋습니다. 모두 같이 가시지요. 끝난 뒤에는 나와 함께 경찰서로 가시는 겁니다.”
곽 형사의 말에 장주석은 귀찮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 사람 참 귀찮게 하네. 좋습니다. 같이 갑시다. 그럼.”
우리 일행은 자주석을 에워싸다 시피 하고 계단을 내려가 지하 유전자 배양실로 갔다.
우리 일행은 장주석을 둘러싸고 배양실 입구까지 갔다.
항습항온 장치가 되어 있는 배양실은 가능하면 사람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배양실 밖에는 투명 유리창 너머로 안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장주석은 구두와 양말을 벗고 옆에 있는 물속에 발을 담가 소독을 한 후 비닐 양말을 신었다.
흰 가운을 입고 마스크를 한 뒤 귀가 덥히는 캡을 썼다.
장주석이 이중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려고 할 때였다.
“잠깐!”
그때 곽 형사가 장주석을 불러 세웠다.
“나도 같이 들어갈게요.”
곽정 형사는 밀착 경호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나도 곽 형사와 생각이 같았다.
흰 가운을 입은 여자 종업원 두 명이 가운과 마스크, 그리고 캡을 가지고 왔다.
곽 형사가 장주석과 똑 같이 양망을 벗고 소독 한 뒤 비닐 양말을 신었다.
“여긴 엄중한 통제구역입니다. 들어가서 아무것도 만지거나 촬영해서는 안 됩니다.”
변 사장이 못 마땅했으나 하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장주석과 곽 형사가 안으로 들어갔다.
“배양실로 들어가는 다른 출입구는 없습니까?”
내가 그래도 걱정이 되어 변 사장에게 물어 보았다.
“여기는 지하라서 다른 출입구는 없습니다. 이 문 말고는 어디서도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밖에서 굴을 판다면 모를까.”
변 사장이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변 사장 말대로 라면 배양실에는 장주석과 곽정 형사 두 사람 뿐이다. 
곽 형사가 살인을 하지 않는 한 장주석이 사람에 의해 살해 될 가능성은 없다.
“혹시 외부에서 들어간 배수 파이프나 가스관 같은 것은 없나요?”
내가 다시 물었다.
“항온항습 장치를 유지하자면 전기 배선은 당연하고요...”
“그리고요?”
“습도를 유지하자면 물이 공급되지요. 가스는 공급하지 않습니다.”
“그 물은 어디서 들어가나요?”
“수도 물을 다시 자체 정수해서 들어갑니다.”
“자체 정수 시설은 어디 있습니까?”
“여깁니다.”
변 사장이 지하 배양실 입구의 문을 가리켰다.
나는 거기서 안으로 들어가는 물에 유해 액체 가스를 타서 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했다.
“항습장치를 위한 급수에 불순물을 탈 수도 있지 않습니까?”
내가 걱정이 돼서 다시 물었다.
“만약 급수에 독가스 같은 것이 있었다면 저 안에 지금 들어간 장주석과 곽 형사가 저렇게 멀쩡하겠습니까? 저 안에는 공기의 불순물 함유 여부를 항상 체크하는 장치가 있습니다. 실내 공기가 조금이라도 오염되면 경보가 울립니다.”
살내로 들어간 장주석이 배양을 관찰하는 현미경 앞으로 걸어갔다.
“무엇을 하시려는 겁니까?”
곽정 형사가 물었다.
“저 발판 위에 올라가서 현미경으로 내부의 DNA 상황을 관찰하는 것입니다..”
“잠깐만.”
곽정 형사가 현미경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가서 발판 위에 올라서서 현미경을 들여다보는 시늉을 했다.
“이렇게 한다는 거죠?”
“예. 그런데 발판 위에서 자리를 정확하게 서지 않으면 현미경을 들여다 보기 어렵습니다.”

곽정은 장주석의 말을 듣고 정확한 자세를 잡으려 해 보았으나 키가 작아 잘 되지 않았다.
그러나 장주석이 어떤 동작을 하려고 하는 가는 정확하게 알았다.
오후5시 정각.
장주석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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