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SPC 검찰 고발...일감몰아주기ㆍ통행세 제재
공정위, SPC 검찰 고발...일감몰아주기ㆍ통행세 제재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0.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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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징금 총 647억 원 부과, 총수·대표이사 등 3인 개인 고발
공정위, ‘SPC’ 일감몰아주기- 통행세거래 등 부당지원행위 제재

 

허영인 SPC회장이 검찰에 고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조성욱)가 SPC그룹의 오너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에 '통행세'를 몰아주며 총수일가 주머니를 채운 혐의로 검찰 고발한다.

공정위는 29일 SPC계열회사들이 SPC삼립(이하 삼립)을 장기간 부당지원한 행위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총 647억 원)을 부과하고 총수, 경영진 및 법인을 고발을 결정했다. 

허영인(그룹 총수), 조상호(前 그룹 총괄사장), 황재복(現 파리크라상 대표이사) 등이 검찰에 고발됐고,  ▲파리크라상 252억원3천700만원 ▲에스피엘 76억4천700만원 ▲비알코리아 11억500만원 ▲샤니 15억6천700만원 ▲삼립 291억4천4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SPC는 총수가 관여하여 삼립을 위한 다양한 지원 방식을 결정하고 그룹 차원에서 이를 실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허 회장은 총수로서 통행세거래에 직접 관여했다. 조 전 사장은 이를 기획하고 설계해 법 위반행위를 실행했다.  황 대표는 통행세거래 의사결정에 관여하고 실행한다.

사실상 지주회사인 파리크라상은 총수일가가 100%(허영인 63.5%, 이미향 3.6%, 허진수 20.2%, 허희수 12.7%)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파리크라상을 통해 다른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허영인 회장, 이미향(부인), 허진수 부사장(장남), 허희수 전 부사장 등 일가는 삼립 20.4%를, 비알코리아 33.3%, 샤니 32.4%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룹 지배력 유지와 경영권 승계를 위해 2세(허진수ㆍ허희수)의 지분을 높일 필요가 있다. 2세들이 보유하고 있는 삼립 주식을 파리크라상에 현물출자하거나 주식교환 방법 등이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허 회장은 그룹 주요회의체인 주간경영회의, 주요 계열사(파리크라상, 삼립, 비알코리아) 경영회의 등에 참석해 계열사의 주요사항을 보고받고 의사결정을 했다. 허 회장의 결정사항은 조 전 총괄사장, 황 대표이사 등 소수 인원이 주요 계열사의 임원을 겸직하면서 일관되게 집행됐다고 공정위는 봤다. 

공정위는 장기간(7년) 지속된 지원행위를 통해 삼립에 총 414억 원의 과다한 이익이 제공됐다. 이 과정에 밀가루․액란 등 원재료시장의 상당부분이 봉쇄됐다. 경쟁사업자, 특히 중소기업의 경쟁기반 침해가 발생했다는 판단이다.

지난 2011년 4월 샤니는 삼립에 판매 및 R&D부문의 무형자산(이하 판매망)을 정상가격(40.6억 원)보다 저가(28.5억 원)로 양도했다. 12.1억 원에 손실을 끼쳤다. 또한 상표권을 8년간 무상 제공함으로써 총 13억 원을 지원했다. 

당시 샤니는 ‘영업양수도 계약’을 통해 삼립이 자신의 상표권을 무상사용하도록 하고, 그 외 판매망 부문의 무형자산은 정상가격(40.6억 원)*보다 현저히 낮은 가액(28.5억 원)에 양도했다.

양산빵 시장 점유율 및 인지도 1위는 샤니였음에도 불구하고 삼립을 중심으로 판매망 통합을 진행했다. 양도 가액을 낮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상표권을 제외하고 거래했다는 것.

 또한, 판매망 통합 이후에도 총수일가의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최소화를 위해 샤니는 0.5% 내외의 낮은 영업이익률로 삼립에 양산빵을 공급했다.

삼립은 양산빵 시장에서 73%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1위 사업자가 됐다.  삼립-샤니간 수평적 통합과 함께 수직적 계열화를 내세워 통행세 구조가 확립됐다. 

SPC는  2012년 12월, 파리크라상과 샤니는 밀다원의 주식을 삼립에 저가로 양도함으로써 총수일가에 20억 원을 지원했다. 

파리크라상과 샤니는 각자가 보유한 밀다원 주식을 정상가격(404원)보다 현저히 낮은 주당 255원에 삼립에 양도했다. 파리크라상과 샤니는 밀다원의 생산량 및 주식가치 증가가 예상됨에도 현저히 낮은 금액으로 주식을 거래하여 삼립에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했다는 것.

밀다원 주식 매각으로 인한 파리크라상과 샤니의 주식매각손실은 각각 76억 원, 37억 원에 이른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삼립을 중심으로 한 통행세 거래구조가 유지되어 2013년부터 통행세거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

총수일가를 위한 통행세 거래

파리크라상, 에스피엘, 비알코리아(이하 3개 제빵계열사)는 밀다원, 에그팜 등 8개 생산계열사가 생산한 제빵 원재료 및 완제품을 역할없는 삼립을 통해 구매하면서 총 381억 원을 지급했다

문제는 SPC는 이러한 통행세거래가 부당지원행위임을 인식하였음에도 외부에 발각 가능성이 높은 거래만 표면적으로 거래구조를 변경하고, 사실상 통행세거래를 지속했다는 것

3개 제빵계열사는 지난2013년 9월∼2018년 6월까지 밀다원이 생산한 밀가루(2,083억 원)를, 2015년1월∼2018년 6월까지 에그팜, 그릭슈바인 등이 생산한 기타 원재료 및 완제품(2,812억 원)을 삼립을 통해 구매했다.

이를 통해, 3개 제빵계열사는 연 평균 210개의 생산계열사 제품에 대해 9%의 마진을 삼립에 제공했다. 

그룹차원의 위반 은폐-조작

공정위는 그룹차원에서 일감몰아주기와 통행세 문제를 은폐와 조작을 했다고 보고 있다. 그 중심에 허형인 회장이 직접 개입한 의혹을 제기했다.

공정위는 허영인 회장이 직접 주관하는 주간경영회의를 통해 ▷통행세 발각 피하기 위해 삼립이 표면적 역할  ▷삼립이 계열사와 비계열사에 판매하는 밀가루의 단가 비교가 어렵도록 내ㆍ외부 판매제품을 의도적 차별화  ▷ 법인세법상 부당행위 적발을 막기 위해 삼립의 계열사 판매단가를 여타 제분업체의 판매단가보다 3∼5% 범위에서 높게 설정 등을 결정하고 실행했다는 것. 

SPC그룹은 지난 2017년 7월 파리바게뜨 가맹점에 납품되는 제품의 통행세 구조가 외부에 공개되면 가맹점주나 공정위 등 외부에서 문제 제기할 것을 우려해 완제품(56품목)의 통행세거래를 중단했다. 하지만 기타 원재료는 통행세 거래를 지속하고 있다. 

삼립은 장기간 통행세거래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격히 증가하고 주가도 상승했다. 3개 제빵계열사가 판매하는 제품의 소비자가격이 높게 유지되어 소비자 후생이 크게 저해됐다.  또한  대부분의 제빵 원재료 가격이 높아짐으로써 3개 제빵계열사가 판매하는 제품의 가격도 올라갔다.

SPC계열사 간에 7년(2011년~2018년)동안 지속된 ‘일련의 지원행위’로 삼립에 제공한 이익 규모는 총 414억 원에 달한다.

이는 같은 기간 삼립 영업이익의 25%, 당기순이익의 32%로 현저한 규모이다. 그 결과 삼립의 사업기반 및 재무상태가 인위적으로 강화되었다. 결국 수혜는 삼립의 지분이 많은 오너 일가에게 돌아갔다는 것.

삼립의 주가는 2011년대 초반까지 10,000원대에 머물렀다. 하지만 통행세 구조가 시작된 2011년 4월 전후로 13,000원대로 상승했다. 2015년 8월 13일에는 411,500원까지 상승했다.  현재 주가는 전일대비 700원 하락한 66,100원이다. 

일감몰아주기와 통행세 문제로 시장질서가 무너졌다는 판단이다. 계열사 지원행위로 삼립이 속한 시장에서 공정거래저해성도 초래됐다. 무엇보다 밀가루·액란 등 원재료시장의 상당부분이 봉쇄되어 경쟁사업자, 특히 중소기업의 경쟁기반 침해가 발생했다는 것.

공정위 관계자는 "통행세거래 등 대기업집단과 비슷한 행태를 보이는 중견기업집단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였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며 "무형자산의 경우 가치평가가 용이하지 않아 지원 금액 산정이 어려움에도 무형자산 양도 및 사용거래에 대한 최초 제재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했다.

SPC그룹은 이번 공정위 처분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룹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판매망 및 지분 양도는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해 적법 여부에 대한 자문을 거쳐 객관적으로 이뤄졌고, 계열사 간 거래 역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수직계열화 전략"이라며 통행세 논란이 일고 있는 부분에 대해 해명했다.

그는 또 "삼립은 총수일가 지분이 적고, 기업 주식이 상장된 회사로 승계의 수단이 될 수 없으며, 총수가 의사결정에 전혀 관여한 바 없음을 충분히 소명했으나 과도한 처분이 이뤄진 것 같다"며 "향후 공정위 의결서가 도착하면, 면밀히 검토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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