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에서 바람빼기 작전
풍선에서 바람빼기 작전
  • 대우증권 하상주 리서치본부 전
  • 승인 2005.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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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식시장이 힘차게 올라가고 있다. 과연 한국 경기가 돌아서고 있는지 어떤지는 알기 어렵지만 그 동안 국내 소비와 투자가 지나치게 위축되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지금 가격을 올리는 힘이 얼마나 계속될 것인지역시 알기 어렵지만 외부에서 오는 큰 충격이 없는 한 이 흐름이 바로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 주가가 올라가는 것을 보고 투자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몰리는 자기 강화(self-reinforcing)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밖에서 즉 미국이나 중국에서 오는 충격이다. 지금 미국과 중국은 거품이 터질까 걱정하여 풍선에서 바람을 빼고 있는 중이다. 이대로 계속 가면 결국 풍선이 터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쉽게 바람이 잘 빠지지 않고 있다. 잘못하면 바람을 빼려다 풍선은 터뜨릴 수도 있다. 지금 그린스펀이 주도하고 있는 바람빼기 작전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작전이 성공할 것인지 만약 성공하지 못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 짐작해 보는 것이 시간 낭비만은 아닐 것이다. ■ 미국 중앙은행 작년 6 월부터 정책금리를 올리기 시작 미국 중앙은행은 작년 6월부터 정책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1%에서 올리기 시작해서 지금 2.5%가 되었다. 미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린 것은 그 당시 1%의 금리가 너무 낮은 수준이라는 생각했을 것이고, 동시에 1%의 낮은 금리가 맡았던 역할을 충분히 다 했으므로 이제 금리를 소위 말하는 경기 중립 수준(*경제 성장이 잠재성장률에 가까운 수준에서 늘어나는 것. 즉, 실력이상으로 성장하거나 실력 이하로 늘어나도록 영향을 주지 않는 금리 수준을 말함. 그러나 이것이 숫자로 얼마인지는 누구도 쉽게 주장하지 못함)으로 올리기로 작정을 했다. 금리 1%가 자신이 맡았던 역할을 다 했다는 말은 2000년 초 주가 거품이 터지고 이 영향으로 미국 경제가 일본과 같은 장기정체에 빠질 걱정을 낮은 금리 덕분에 이제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될 정도가 되었다는 의미다. 사실 낮은 금리 덕분에 미국 경기는 지금 과거 평균 이상의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이 작년 6월부터 정책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배경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또 한가지 배경이 있다. 그것은 2000년 이후 지나치게 낮은 금리로 풀려나간 유동성이 만들어 낸 거품을 잡기 위해서다. 낮은 금리 덕분에 경기가 살아나긴 했지만 이 경기회복을 아무런 대가없이 그냥 공짜로 얻은 것은 아니었다. 그 대가란 예를 들면 정부와 민간의 지나친 부채증가, 대외적자 및 대외부채의 증가, 금융시장의 지나친 확대, 주택가격의 지나친 상승, 경제성장에서 가계 소비의 비중이 너무 높음, 미국 가계의 저축률이 너무 낮음 등 미국 경제 곳곳에 거품 즉 지나침을 만들어 낸 것이다. 미국 중앙은행은 이 지나침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 물가가 올라가지 않아 지나침이 눈에 잘 보이지 않았음 여기서 재미난 것은 보통의 경우 이 낮은 금리 또는 유동성 과잉이 만들어 내는 지나침은 대부분 물가 상승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나 이번 미국의 경우 물가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만약 물가가 높이 올라갔다면 위에서 말한 여러가지 지나침은 어떤 형태로든 이미 정리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물가가 낮다 보니 누구도 확실하게 지금의 상황을 지나치다고 다른 사람을 설득하기 어려웠다. 예를 들어 미국의 대외적자가 국내총생산액의 6%이면 지나친가 아닌가? 미국 정부 국채발행액의 약 절반을 외국 정부가 사면 이것은 지나친가 아닌가? 미국의 순대외부채가 국내생산액의 약 25%면 지나친가 아닌가? 미국 연방정부의 연간 적자가 국내생산액의 약 3%면 지나친가 아닌가? 미국 가계의 저축률이 1%면 지나친가 아닌가? 미국 가계가 소득의 약 13%를 부채에 대한 이자로 물고 있다면 이것은 지나친가 아닌가? 집값이 어느 정도면 지나친가? 이런 많은 질문들에 대답하기는 쉽지 않다. 비록 지금 지나치다고 하더라고 이 지나침은 경제 내부에서 자동적으로 큰 문제를 만들어 내지 않고 해결될 것이라고 다수의 사람들이 낙관적으로 생각한다면 이런 상태가 또 몇 년은 더 갈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서 미국 중앙은행은 작년 6월부터 앞으로 아주 서서히 금리를 올릴 테니 여기에 준비하라고 금융시장에 암시를 주고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즉 미국 중앙은행은 지금의 지나침이 계속 확대되는 것은 곤란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금리 상승의 과정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니다. 어디에 거품=지나침이 생기면 여기에 대응하는 길은 두 가지다. 하나는 거품이 스스로 터지기를 기다렸다가 터지고 나면 그때 뒷정리를 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거품이 터지기 전에 미리 조금씩 바람을 빼는 것이다. 차라리 깨끗하기는 앞의 방법이 더 속 편하다. 뒤의 방법은 머리가 아프다. 바람을 빼려고 하는데 빠지는 바람보다 들어가는 바람이 더 많아서 풍선이 계속 부풀어 오를 수도 있고, 조금씩 빼려고 작은 구멍을 만들었는데 그 구멍으로 큰 바람이 나와서 결국은 풍선이 터진 것과 같아질 수도 있다. 그린스펀은 거품이 생기면 자신은 터질 때까지 기다린다고 말했으나 작년 6월부터 금리를 올린 것은 풍선에 가득찬 바람을 조금씩 빼고 싶어서다. ■ 단기 금리가 올라도 중장기 금리는 떨어지는 까닭 비록 작년부터 금리가 올라가기 시작했으나 지금의 금리 수준이 여전히 너무 낮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여기서 금리 수준이 낮다는 것은 지금 소비자물가가 3% 이상으로 늘어나고 있으니 실제로는 아직도 금리가 마이나스다. 단기정책금리는 그 용도가 여기에 투자를 해서 수익을 보는 것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최소 물가 상승률 정도는 보충해 주어야 한다. 나아가서 10년 국채를 보더라도 지금 수익률이 4%를 조금 넘는다. 실질로는 1%를 조금 넘는다. 경제가 3~4%로 성장하는데 10년 국채의 실질수익률이 1%를 약간 넘는다면 이것은 분명히 지나치게 낮은 수준이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작년 6월을 기준으로 하면 단기금리는 1.5%포인트나 올랐는데 10년 국채수익률은 그 당시보다 지금이 오히려 약 0.5%포인트 정도 떨어졌다. 즉 장단기의 금리차이가 좁아진 것이다. 이처럼 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이 낮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것은 다음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하나는 돈이 흘러 넘쳐서 중장기 국채의 가격이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단기금리가 올랐다고는 하나 여전히 장단기 금리차이가 거의 2%포인트 정도 나므로 단기로 빌려서 장기로 투자하면 수익을 낼 수 있다. 이런 해석이 가능한 것은 국채 장단기 수익률 차이만 좁아진 것이 아니라 국채와 다른 채권 즉 무위험 채권과 위험 채권 사이의 수익률 차이도 좁아진 것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금융시장에서 자금들이 위험에 상관하지 않고 지나치게 수익률을 찾아서 헤매고 다닌다는 느낌을 준다. 사실 더 정확하게는 이 위험을 다양한 파생상품을 통해서 헤지(=hedge, 보험)해 두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헤지 전략은 예상하지 못한 변화가 작을 경우에는 보험 역할을 할 수 있지만 그 변화가 클 경우에는 보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문제를 더욱 키우는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하면 이런 헤지 전략이 일어날 수 있는 위험을 없애지는 못한다. 다른 또 한가지 가능한 해석은 미국 금융시장은 미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크게 올리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미국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올리고 이것에 영향을 받아서 중장기 금리마저도 올랐다고 가정해 보자.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중장기 금리가 올라가면 신용으로 자동차를 사거나 집을 산 가계의 이자 부담이 올라간다. 그리고 정부의 적자 보충을 위한 자금 조달 비용이 올라간다. 지금 미국 경기를 받치는 두 축인 가계의 소비와 정부의 지출에 나쁜 영향을 주게 된다. 그래서 미국 경기가 다시 나빠진다고 하자. 그러면 미국 중앙은행은 어쩔수 없이 올리던 금리를 멈추고 다시 금리를 내려야 한다. 즉 미국 금융시장은 지금 미국 경제는 금리 상승을 감당할 힘이 없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입장을 대표하는 사람이 바로 세계 채권펀드 중에서 가장 큰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PIMCO의 빌 그로스다. 그는 미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자 중장기 국채를 샀다. ■ 미국 중앙은행의 바람빼기 작전은 성공할까? 작년 6월 미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릴 즈음에 그린스펀의 속마음은 무엇이었을까? 단기 금리를 올리면 중장기 금리가 올라서 이것이 결국 미국 주택가격을 낮추고, 그래서 미국 경기를 다시 죽이고….이렇게 진행되기를 바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원했던 것은 비록 단기 금리는 올라가더라도 중장기 금리는 거의 올라가지 않기를 바랐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이런 의도를 계속 시장에 그린스펀 특유의 상징을 통해서 전달했을 것이다. 그러면 중장기 금리가 올라가지 않고 단기금리만을 올려서 지금 미국 경제가 안고 있는 여러가지 지나침 즉 거품을 줄일 수 있다는 말인가? 하나씩 따져보는 수 밖에 없다. 우선 재정적자를 보자. 그린스펀은 부시 정부에 재정적자를 줄일 것을 여러차례 권고하고 있다. 부시 정부는 앞으로 5년 안에 재정적자를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말하고 있다. 다름에는 대외적자다. 그린스펀은 그 동안 달러가격 하락이 지금부터 효과를 내어서 앞으로 미국의 대외적자가 줄어들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지금까지 그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던 것은 미국에 수출하는 나라들이 수출제품의 달러 표시 가격은 낮추었기 때문이었다. 대신에 그들은 매출액이익률이 낮아지는 것을 감수했다. 그러나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어서 앞으로는 달러 표시 수출 가격을 올릴 것이며, 이렇게 되면 미국의 대외적자는 줄어들 것이라고 본다. 만약 그의 예상 되로 일이 진행되면 미국은 재정적자가 줄고, 대외적자가 줄고, 중장기 금리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어서 미국 가계의 주요 자산인 주택가격에는 별 영향을 주지 않고, 단기 정책금리는 예를 들면 3~4%로 올라가게 된다. 단기금리를 이 정도까지 올려두면 혹시나 예상하지 못한 내외부 충격이 와서 미국의 경기가 나빠지면 얼른 금리를 내려서 이에 대응할 여유도 갖게 된다. 이것이 그린스펀이 노린 목표일까? 만약 그의 예상과는 달리 재정적자가 쉽게 줄어들지 않고, 대외적자 역시 줄어들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달러가격을 더 낮출 것이다. 또는 더 떨어지도록 내버려 둘 것이다. 달러 가격 하락은 미국이 다른 나라에게 그 나라의 국내 시장을 확대하도록 압박하는 주요한 수단이 된다. 그러나 달러 가격이 한 방향으로 빠른 속도로 내려가서는 안 된다. 시장을 속이면서 즉 왔다 갔다 하면서 결국은 떨어져야 한다. 이렇게 하여 해외 수요가 살아날 즈음에 비로소 미국 가계의 저축을 높이는 단계로 넘어갈 것이다. 이 때가 되면 중장기 금리가 올라가고 그래서 자산가격이 떨어지고 미국 가계의 소비가 줄어들어도 그 충격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다. ■ 바람직한 시나리오와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 그러나 이런 그림은 너무 완벽한 시나리오여서 이대로 받아들이기가 매우 어렵다. 비록 미국 정부가 내세우고 있지만 미국 재정 적자가 줄어들 것으로 보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리고 달러가 떨어지더라도 미국의 대외적자가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는 사람들도 많다. 결국은 미국이 소비를 줄여야만 그리고 다른 나라는 소비를 늘려야만 미국의 대외적자가 줄어들 것이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좋은 정책 배합은 달러 가격은 낮추고 미국 중장기 금리는 올리는 것이다. 그리고 중국이 위안의 가격을 높여야 한다. 앞으로 각국 정부와 시장은 이 정책배합을 기준으로 다양한 전략을 마련할 것이다. 이 정책 배합으로 가는 기간이 늦어지면 질수록 그 중간에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이 나올 수도 있다. 이 정책 배합의 시간 순서가 잘못되거나 각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는 순서가 잘못될 수도 있다. 세계 경제에 영향을 주는 주요 정책 주체가 위와 같은 정책배합에 동의하는 것도 아니고 더욱이 모든 상황을 통제하면서 정책을 진행할 수 있는 것도 아니므로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짐작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당연히 해외에서 일어나는 나쁜 충격이 한국 금융시장 특히 주식시장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예상하지 못한 일이 모두 나쁜 결과만 낳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이상한 일은 나타났다가 스스로 사라지기도 할 것이고, 어떤 이상한 일은 오히려 예상하지 못한 좋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을 것이다. 위의 정책배합이 들어맞지 않을 경우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스태그플레이션이다. 지금 이미 세계 경제에는 거품이 끼여있다. 이 거품에서 바람을 빼기위해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미국은 또는 다른 많은 나라는 풍선에서 바람을 빼다 거품이 터져 디플레이션으로 들어갈 것을 걱정하고 있다. 그래서 바람을 빼고는 싶으나 쉽게 바람을 빼지 못한다. 단지 바람을 빼는 시늉만 할 뿐이다. 실제로는 점점 풍선 속으로 바람이 들어갈 것이다. 즉 인플레이션이 계속되는 것이다. 한편 경제 성장이 소득 증가가 아니라 자산 가격 상승에서 오는 부의 효과로 소비가 늘어날 경우 그 성장은 오래갈 수 없다. 이런 측면에서 실질 성장률은 높아지기 보다는 낮아질 가능성이 더 높다. 완벽한 미래 전망은 있을 수가 없다. 아니 50%정도로 맞출 가능성만 있어도 좋다. 아무런 시나리오도 없이 세상을 바라보는 것보다는 더 낮다. 세계 경제는 물리나 수학의 세계처럼 움직이는 것이 아니고 마치 생물의 세계처럼 스스로 모습을 바꾸어 가고 있다. 물론 경제의 세계에도 예를 들면 수요와 공급이라는 수학공식 같은 절대법칙이 있지만 이것 역시 별도로 떨어져 독립으로 있는 것은 아니다. 비록 예측력은 떨어지더라도 시나리오를 가지고 경제를 바라보면 하나씩 배우는 재미가 있다. 이 재미가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미래가 더 잘 보일지도 모른다.대우증권 하상주 리서치본부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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