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제10화 - “나는 오후 5시에 죽는다”
[과학 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제10화 - “나는 오후 5시에 죽는다”
  • 이상우 추리작가협회 이사장
  • 승인 2020.0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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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바이오 컴퍼니에서 좀 이상한 일이 생겨 그리로 가는 중인데 시간 있으면 들러도 좋고...”
나는 그런 모호한 말이 어디 있나 싶었다.
오라면 오랄 것이지 들려도 좋고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
그러나 오늘이 장주석 연구원을 죽이겠다고 예언을 한 날이 아닌가.
나는 택시를 돌려 바이오 컴퍼니로 갔다.
문 앞에 들어서자 장주석 팀장 방으로 오라는 곽정의 문자가 왔다.
그렇게 애매한 전화를 해 놓고 내가 올 것이란 것을 확신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장주석 씨 방에 들어서자 이사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곽정 형사는 엄숙한 얼굴이고, 변 사장도 굳은 얼굴이었다.  
그러나 장주석 씨는 약간 비웃음 같은 옅은 웃음을 띠고 있었다.
“무슨 일 났나요?”
내가 반 농담으로 말했다. 
장주석이 웃음을 띤 것으로 보아 그렇게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우선 앉아서 이 산삼 캡슐하고 주스 한잔 하시고.”
나한테 감정이 좋지 않게 보이던 이정근 이사가 친절하게 권했다.
“이거 한번 봐.”
곽정 형사가 장주석 연구원 한테서 핸드폰을 건너 받아 키를 눌렀다.

- 나는 31일 오후 5시 이후에 죽는다.

핸드폰에서 단어를 합성한 기계음이 들렸다. 오늘이 예고된 날이라는 것을 모두 안다.
그러나 설마 하던 일이 또 일어나는 것일까.
“엇? 뭐야? 또 블루투스야?”
그 기계음은 장주석의 핸드폰에서 나온 소리였다.
이게 누구의 무슨 못된 장난인가.
그러나 이 예고는 실제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지 않았던가. 결코 장난으로 볼 수는 없다.
“바로 오늘이지. 지금이 몇 시인가?”
나는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오후 3시23분.
곽정 형사가 설명하는 경위는 다음과 같다.

31일 오후 3시.
사내 연구 관련 주요 간부의 한 달 성과를 보고하는 내용이었다. 회의실에는 변하진 사장, 장주석 팀장, 오민준 팀장, 이 세 사람이 먼저 들어와 있었다. 이정근 이사가 아직 오지 않았다.
그때 곽정 형사가 회의실로 들어왔다.
“10시부터 회의지요? 이정근 이사가 여기 있다고 해서 왔는데, 사원 명단이 좀 필요해서요.”
“오셨으니 차나 한잔 하고 가세요. 회의 조금 늦게 시작하지요.”
변 사장이 산삼 차 한 잔을 더 시키는 바람에 곽정 형사가 엉거주춤 앉았다.
곽정 형사가 차를 막 입에 댔을 때 이정근 이사가 회의 자료를 들고 들어왔다.
그때였다. 갑자기 기계음이 울렸다.
-나는 31일 오후 5시 이후에 죽는다.
“억! 이게 뭐야?”
깜짝 놀란 것은 곽정 형사만이 아니었다.
“뭐야 어디서 나오는 소리야?”
“제 핸드폰이네요.”
장주석 연구원이 자기 핸드폰을 들어 보인다.
“블루투스 앱이에요.”
장주석이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말했다.
모두 혼이 나간 상태였다.
한수지 팀장의 죽음을 머리에 떠 올리며 모두 공포에 잠겼다.
“잠깐 핸드폰을 볼까요?”

오민준 팀장이 침착하게 핸드폰을 살폈다.
오민준은 IㅇT의 전문지식을 가진 바이오 연구원이었다.
“이건 가까이 있는 블루투스 BLE로부터 수신된 것을 받아서 내는 소리입니다. 이 주변에 BLE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건 10m 이내에 핸드폰이 접근하면 소리를 내게 되어 있군요. 어린이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엄마들이 쓰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면 장주석 연구원으로 부터 10m 이내에 BLE가 있다는 말이군.”
변 하진 사장의 설명이었다.
“가만, 핸드폰이 가만히 있다가 이정근 이사가 들어오자 소리를 냈습니다. 그렇다면 이정근 이사의 몸이나 가지고 온 물건에 BLE가 부착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정근 이사가 들어오자 발신이 된 거죠.”
오민준이 이정근 이사를 바라보았다.
“뭐요? 나는 아무것도 없어요. 다 뒤져 봐요.”
이정근 이사가 화를 벌컥 내며 말했다.
“그 결재 판에 든 자료 좀 내놔 봐요.”
오민준이 결재 판을 받아들어 살펴보았다.
“여기 있네요.”
오민준이 동전 크기만 한 BLE를 서류 속에서 찾아냈다. 
그리고 비닐 봉투에 집아 넣으며 말했다.
“누군가가 이것을 서류 속에 몰래 넣어 놓은 것입니다. 오늘 회의에 이정근 이사와 장주석  씨가 만나니까 그 때 자동적으로 장주석 핸드폰이 감지하고 소리를 낸 것입니다.”
정말 기묘하고 기가 막힐 노릇이다. 
오민준의 설명을 듣고 있던 이정근 이사는 자기는 모르는 일이라고 펄쩍 뛰었다. 
그 말이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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