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6시퇴근' 정인지·안지현·정휘욱 "웃음 찾아드릴게요!"
[인터뷰] '6시퇴근' 정인지·안지현·정휘욱 "웃음 찾아드릴게요!"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0.0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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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직장인들의 꿈과 애환을 담은 뮤지컬 <6시 퇴근>이 마지막 공연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뮤지컬 <6시 퇴근>은 정규직 전환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일을 하는 비정규직 신입사원, 기러기 아빠, 인턴, 워킹맘 등 우리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 작품은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직장인들에게 잠깐이지만 위로의 한마디를 건네주고 스트레스를 해소 시켜주고 있다.

너무나 익숙해서 쉽게 지나쳤던 하루 속에서 '나의 이름'을 되뇌어 보게 만든다.

뮤지컬 <6시 퇴근>은 한 제과 회사의 '홍보 2팀' 직원들이 팀의 존폐 위기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다. 홍보 2팀 팀원들은 각자의 꿈과 현실 속에서 고뇌한다. 외국에 있는 아내와 아이 들을 위해서 회사에서 잘리지 않기 위해 갖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 기러기 아빠 과장님, 딸의 행복을 위해 '나'를 잊고 현실에 맞춰가기 급급한 워킹맘 대리, 직원인 듯 직원 아닌 계약직 사원 등 다양한 직장인들이 자신의 삶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마케팅을 펼치는 과정이 그려진다.

앞서 여행 작가를 꿈꾸지만, 현실이라는 벽 앞에 꿈을 포기하고 회사에 입사한 최다연 역의 세 배우 허윤혜-김소정-홍나현, 언제 잘릴지 모르는 계약직 장보고 역의 남태현, 딸을 위해 살아가는 워킹맘 서영미 역의 간미연,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인턴직 고은호 역의 이주순 배우들에 이어 마지막으로 세 명의 배우를 만나게 됐다.

뮤지션이 꿈이었지만, 두 딸아이의 아빠가 되고 현실에 집중하는 안성준 역할의 배우 정휘욱. '나'를 잃어버렸던, 삶의 고단함을 느끼는 워킹맘 서영미 역의 배우 안지현.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해 눈치가 없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가고자 하는 인턴 고은호 역의 배우 정인지를 만났다.

아래는 세 배우와의 일문일답이다.

좌측부터 정인지 - 안지현 - 정휘욱 배우 / 사진 조나단 기자
좌측부터 정인지 - 안지현 - 정휘욱 배우 / 사진 조나단 기자

 

 


Q. 반갑다. 뮤지컬 <6시 퇴근>의 마지막 인터뷰의 주인공이 됐다.


정인지 : 저부터 할까요? 안녕하세요. 저는 서른 살이 된 배우 정인지라고 합니다. 앞으로 보여드리고 싶은 게 많은 사람입니다.(웃음)


정휘욱 : 안녕하십니까. 성준이란 역할을 하기 위해서 태어난 배우 정휘욱이라고 합니다. 89년생이고 올해 서른두 살이 됐습니다. 미래를 향해 최선을 다해 달려가고 있는 배우입니다.


안지현 : 반갑습니다. 저는 이번 시즌까지 세 번째로 서영미 역을 맡아서 연기 중인 배우 안지현이라고 합니다.


Q. 다들 재연, 삼연째 참여하고 있다.


정인지 & 정휘욱 : 네, 저희는 두 번째 시즌이고 지현 배우님은 이번이 세 번째 시즌을 함께하고 있으세요.


Q. 지현 배우는 초연 참여할 때 인터뷰를 해서 알고 있는데, 두 배우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정인지 : 저는 2018년도에 처음 봤어요. 이런 뮤지컬이 있을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었죠. 공연을 보고 나서 오디션이 올라왔었는데, 지원을 했다가 떨어졌었어요. 서류는 합격했는데 제가 합격 공지를 뒤늦게 봤거든요. 제가 경력도 없었고 비전공자다 보니까 합격을 했을 거라고 생각을 안 했었죠. 당시에 실기 오디션을 준비해서 갔는데 춤이랑 노래는 잘 했었는데 드럼을 못 쳐서 떨어졌어요. 제가 드럼을 몇 년을 쳤었거든요. 그래서 드럼을 따로 연습을 안 했는데 오디션 장에서 치려고 앉으니까 아무런 생각이 안 나서 떨어졌어요. 그러다가 지난해 고스트 컴퍼니 측에서 참여할 수 있냐는 연락이 와서 바로 참여하겠다고 했죠. 그때 너무 기뻐서 다리에 힘이 풀렸었어요.


정휘욱 : 저는 사실 <6시 퇴근> 초연 때, 윤지석 역할로 오디션을 봤었어요. 아무래도 이미지 적으로 저랑 잘 맞을 것 같았거든요. 그때 감독님이나 대표님이 윤지석이랑 되게 잘 어울린다고 했을 정도였어요. 그런데 기타가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그때가 초연 오디션이다 보니까 기타가 어느 정도인지 몰랐거든요. 저는 그냥 통기타 코드 정도만 칠 수 있었는데, 오디션을 준비하면서 보니까 기타가 너무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기타에서 떨어졌습니다. 단순하게 한두 달 해서 되는 수준이 아니더라고요. 그런데 대표님이 저를 잘 봐주셔서 성준이라는 역할이 있는데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해주셨어요. 사실 처음 제안을 해주셨을 때 제가 성준이라는 역할을 생각해 봤을 때 이게 잘 맞을까란 고민이 많았었죠. 그동안 연기적인 부분에서 제가 성준이와 같은 이미지를 보인 적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연기를 해보니까 의외의 모습들이 담겨있더라고요. 그래서 저 스스로에 내재되어 있던 성준스러움을 끌어와서 연기를 했고 지금까지 오게 될 수 있던 게 아닐까 싶어요.

좌측부터 정인지 - 안지현 - 정휘욱 배우 / 사진 조나단 기자

 


Q. 안지현 배우는 이번이 세 번째 시즌인데,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있던 걸까.


안지현 : 사실 저는 그냥 <6시 퇴근>이라는 작품을 딱 봤을 때 '무조건 하고 싶다' '무조건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어요. 그래서 앞뒤 안 가리고 하겠다고 말했던 것 같아요. 첫 시즌을 호응 속에서 끝내고 재연과 삼연까지 오면서 많은 배우들을 만나게 됐어요. 정말 좋은 인연들을 쌓아갈 수 있었고, 그러다 보니 새로운 시즌에 어떤 배우들과 만날까 기대도 할 수 있었던 것 같고요. 그래서 다시 불러주셨을 때 정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고, 다시 할 수 있었던 것에도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공연에 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웃음)


Q. 각자 맡은 역할에 대해서 소개하자면


정인지 : 제가 먼저 할게요. 우선 제가 맡은 고은호라는 친구는 회사에서 제일 막내이자 인턴입니다. 제가 설정했던 고은호는 부모님이 계시지 않지만 엄청 해맑고, 할머니 손에서 큰 친구였어요. 그래서 할머니를 생각하는 마음이 엄청 크고 좋아하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회사에선 일을 잘하지는 못하지만 열심히 하려고 하는 인물입니다. 그리고 <6시 퇴근>에서 귀여움을 맡고 있습니다.


안지현 : 아~ 귀여움이요?


정휘욱 : 처음 듣는 어떤 키워드인데요?.


정인지 :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많은 관객분들이 그렇게 봐주고 계시지 않나 싶습니다.


안지현 : 예, 뻔뻔함이 뭔지 제대로 보여줬습니다.(웃음)


정휘욱 : 그렇습니다.

쌍둥이 딸 바보 안성준 역의 배우 정휘욱 / 사진 조나단 기자
쌍둥이 딸 바보 안성준 역의 배우 정휘욱 / 사진 조나단 기자

 

정휘욱 : 그리고 이어서, 저는 제가 맡은 성준이란 인물에 어떤 키워드를 이야기하자면 '사랑'이지 않나 싶어요. 모두를 사랑하고, 서포트 해주는 역할인 것 같거든요.


안지현 : 성준이라는 역할이요?


정휘욱 : 예, 저만의 생각이었나요?


정인지 : 공연 때 한번 확인을 해봐야겠네요.


정휘욱 : 다시 제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자면, 성준이라는 인물은 극 중 쌍둥이 딸을 사랑하고, 아내도 사랑하고 우리 팀원들을 너무나 사랑하고 사랑으로 대하고 있는 인물입니다.(웃음) 개인적으로 제가 그린 성준이는 음악에 대한 꿈이 큰 친구였는데,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아이가 태어나다 보니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이 꿈보다 커져 현실로 돌아와 회사를 다니게 된 사람이었어요. 음악보다는 어떤 안정적인 직장 생활에 저울이 기울어진 거죠. 그래서 이 회사라는 장소에서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것에 여러 감정이 가득했을 거라고 봤어요. 겉으로만 보자면 눈치 없는 사람인 것 같지만, 이런 이야기가 있거든요. 가장 눈치가 빠른 사람은 눈치 없는 척하는 게 가장 눈치가 빠른 거다라고요. 저는 성준이 그렇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분위기를 파악하고 눈치 없는 척 자기가 분위기를 쇄신하려고 조금 더 오버하고 과장스럽게 반응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서 성준은 사랑이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정인지 : 준비 안 하셨다고 했는데... 너무 말을 잘하시는 거 아닌가요?


정휘욱 : 네, 저는 준비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항상 내재되어 있고, 사랑으로 대하고 있거든요.

서영미 주임 역할을 맡은 배우 안지현 / 사진 조나단 기자
서영미 주임 역할을 맡은 배우 안지현 / 사진 조나단 기자

 


Q. 작품 속에서 성준과 윤지석 대리는 같은 학교를 다녔다고 했었는데, 같이 입사를 하게 된 걸까?


정휘욱 : 아, 이 부분은 제가 먼저 회사에 들어온 걸로 그렸어요. 회사에 입사해서 다니면서 지석이를 회유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지석이한테 '너 공부 잘하니까 회사에 들어올 수 있어'라고 말하면서 회유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안지현 : 저도 소개해도 될까요? 저는 그냥 깔끔하게 탬버린을 만나서 신난 여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웃음)


Q. 안 그래도 안지현 배우를 두고 '탬버린의 신이 강림했다'라고 말하던데


안지현 : 아, 이게 원래는 탬버린이 그렇게까지 난리 피우는 역할이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다른 배우들이 연습할 때 악기를 다루는 걸 보면서 내가 너무 쉬운 악기를 가지고 가만히 있는 게 아닐까란 생각을 하게 되면서 조금씩 바뀌어 갔다고 보면 돼요. 그래서 저 혼자 유튜브를 찾아보면서 탬버린으로 이야기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소리를 더 잘 낼 수 있을까, 탬버린으로 어떤 춤을 출 수 있는가에 대해서 조사해서 캐릭터에 입혀왔습니다. 그렇게 연구를 하다 보니까 지금까지 오게 된 거라서...


정휘욱 : 예, 이 정도면 탬버린 자격증이 있는 수준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 정도예요.


안지현 : 그래서 탬버린도 몇 개 부숴먹어서 이번에 철제 탬버린으로 교체됐습니다. 뭐든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요. 정말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모든 배우들이 다 연습을 엄청 많이 하고 있거든요.


Q. 각자 작품 속 캐릭터랑 실제 본인의 성격을 비교해보자. 닮은 부분 혹은 다른 부분들이 있다면?


정인지 : 저는 사실 다른 부분이 별로 안 느껴져요. 고은호가 극 중에 눈치 없는 설정인데 실제로 제가 눈치가 많이 없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사실 초반부 씬에서 어떤 상황에 대해서 반응을 할 때도 뒤늦게 눈치채는 연기를 하거든요. 다행히 선배님들이 다 받아주고 해서 잘 연기하고 있지만 다른 점은 딱히 없는 것 같고, 전체적으로 실제 제 성격이랑 비슷하지 않나 싶습니다.


정휘욱 : 저는 아무래도 앞서 말했던 것처럼 주위 사람들을 챙겨주고 사랑으로 대하고 있다보니까 그 모습 그대로이지 않나 싶습니다.


안지현 : 우리만 못 느끼는 건가요? (웃음)


정휘욱 : 사실 제가 성격이 모나지 않아서 항상 주위 배우들을 칭찬해 주고 보듬어 주거든요.


안지현 : 그렇군요.


정휘욱 : 예, 그래서 최대한 저한테 있는 것을 성준이한테 입히려고 노력했습니다. 성준이에게 있는 어떤 걸 끄집어내려고 하기보다는 저만의 독특한 성격들을 집어넣었어요. 제가 충청도 출신이라서 사투리를 쓰는데 그 부분도 제가 연기하는 성준이한테 녹여냈어요.


안지현 : 앞서 두 배우들이 말했던 것처럼 자신의 성격을 녹여낼 수 있다는 게 우리 작품 <6시 퇴근>의 장점이 아닐까 싶어요. 연출님께서 캐릭터를 강요하기보다는 배우들이 가지고 있는 장점들을 이끌어내서 넣을 수 있게 해주시거든요. 그래서 매 시즌마다 약간씩 성격이 바뀌지 않나 싶어요. 일단 제가 맡은 서영미 주임 같은 경우에는 첫 시즌 때는 커리어 우먼에 좀 더 치중한 캐릭터였다면, 재연과 삼연에 들어오면서 조금 더 여려지고, 삶에 대한 애환이 담기기 시작했거든요. 엄마와 딸 사이의 이야기, 나와 나의 엄마 사이의 이야기들이 더 많이 채워지지 않았나 싶어요. 사실 작품 속 서영미 주임이랑 실제 저랑은 조금 다르거든요. 관객분들은 공연을 보러 오시고는 제가 엄청 미친 듯이 활발한 사람인 줄 아는데, 저는 생각보다 되게 조용한 스타일이거든요. 맞죠?


정휘욱 & 정인지 : 예, 맞습니다. 맞아요.

인턴 고은호 역을 맡은 배우 정인지 / 사진 조나단 기자
인턴 고은호 역을 맡은 배우 정인지 / 사진 조나단 기자

 


Q. 힘들 때가 있다면?


정인지 : 저는 갑작스러운 애드리브? 예전에 과장님이 개그를 치면서 저한테 '지, 지, 지자로 끝나는 말은?'이라는 말을 했었는데, 정말 아무런 생각도 안 나서 당황했던 적이 있어요. 저도 모르게 정인지!라고 외칠뻔했죠. 개인적으로 과장 역을 맡은 선배님들이 대단한 것 같아요. 저는 사실 대본에 없는 애드리브를 받으면 당황하거든요. 이걸 고은호가 받아쳐야 되는데, 실제 정인지가 나올 것 같은 느낌이에요. 그런데 모든 배우님들이 이걸 잘 받아치고, 던지는 모습에 감탄사가... 말도 안 돼요. 이걸 어떻게 즉석에서 받을 수 있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저는 하고 싶어도 못하겠더라고요. 열심히 보면서 배우고 있습니다.

사진 조나단 기자

 


Q. 사건사고들도 많을 것 같은데


정인지 : 제가... 전 시즌을 통틀어서 가장 큰 사고를 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정휘욱 : 맞습니다. 이 친구가...


안지현 : 저도 기억이 나네요.


정인지 : 무슨 일이냐면 에필로그 마지막 장면에, 윤지석 대리님이 밴드 연습에 늦어서 다들 한마디씩 뭐라 하는 장면이 있거든요? 거기서 장보고가 일단 다들 진정하시라고 재능이 없어도 그래도 열심히 하잖아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거든요. 그다음 장면에서 제가 '열심히'라는 말에 화가 나서 윤지석 대리님에 말하는 장면이 있거든요. 앞서 윤지석 대리가 그 부분으로 은호를 혼내요. 그래서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잘하는 게 중요한 겁니다!"라고 똑같은 말로 말해요. 그런데 제가 "윤지석 씨!"라고 말을 해야 되는데 저도 모르게 "유환웅씨!"라고 형 이름을 말했던 거죠. 사실 에필로그전에 무대 뒤에서 딱 "윤지석!" 하고 정리하고 나가는데 그때는 그걸 못 했던 거죠. 말을 할 때까지만 해도 몰랐어요. 그런데 말을 하고 나니까 갑자기 정적이 생기더라고요. 현장 스태프들부터 관객과 배우들 그리고 저까지 모두 멈췄어요. 그런데 그 뒤로 이게 바로 오더라고요. "지금 제가 무슨 짓을 한 거지?"라고요. 그때 환웅 배우님은 웃음이 너무 크게 터져서 아예 소대로 나가버리시고 다들 웃음이 터졌죠. 그때 준후 배우님이 관객분들에게 "여러분, 눈 한번 감았다 뜨면 다 잊는 겁니다. 레드 썬!"말씀하시고, 한근 배우님이 "장보고 대사부터 다시 하겠습니다. 여러분 그래도 열심히는 하잖아요."라면서 분위기를 다시 잡아주셔서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안지현 : 아, 그렇게 했었나요?


정인지 : 예, 제가 수습을 못해버려서 선배님들이 다들 정리를 해주셨습니다. 그날따라 되게 드라마가 잘 쌓이고 실수도 없었던 날이었는데 마지막에 "유환웅씨!" 네 글자로 끝내버린 무너트린 날이어서 공연이 끝나고 배우님들 한 분 한 분 찾아가서 죄송하다고 사과했었어요. 저는 너무 죄송하고 충격적인 일이었지만 저 빼고 모두가 즐거워했던 기억입니다. 주위에서 초연부터 지금까지 제일 역대급 사건이었다라고 하더라고요.

쌍둥이 딸 바보 안성준 역의 배우 정휘욱 / 사진 조나단 기자
쌍둥이 딸 바보 안성준 역의 배우 정휘욱 / 사진 조나단 기자

 


Q. 작품 속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꿈, 그리고 각자가 가지고 있는 꿈에 대해서 제대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나


정인지 : 고은호의 꿈은 현실적이거든요. 최연소 CEO는 정말 꿈인 거고, 고은호는 정직원이 돼서 안정적인 월급을 받으면서 살아가는 게 가장 최우선의 꿈이고 현실이에요. 할머니 손에 길러졌으니까 할머니가 마음이 편하실 수 있게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게 꿈이고 그렇게 살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배우이자 나 자신, 제 꿈이라고 한다면 오래오래 배우 생활을 하는 거예요. 사실 지금 배우로 활동하고 있지만 저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더 많은 걸 보고 배우고 연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어찌 보면 모든 배우들이 공인에 속하기 때문에 주위에 영향력을 주고 있다고 보는데 저는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고 싶어요. 잘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열심히 연기하고 노래하고 있고, 공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꿈을 향해 가기 위해서요.


안지현 : 인지 배우님이 정말 성실하거든요. 저도 보면서 배울게 정말 많아요.


정휘욱 : 맞습니다. 저도 그거 하나는 인정합니다. 제 이야기를 해보자면 제 꿈과 작품 속 성준이가 꿈꾸는 게 비슷하면서 다르다고 생각해요. 일단 작품 속에서 성준이의 꿈은 가족의 행복이 최우선 되기 때문에 안정적인 직업을 영위하려고 하고, 꿈보다는 현실에 많이 집중하고 있는 편이죠. 저도 마찬가지고 일하는 어떤 것들, 꿈보다 가족이 먼저에요.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시간을 지내고 웃을 수 있는 시간들이 저에게 더 소중하거든요. 그런데 작품 속 인물과 다르게 현실의 저는 안정적인 직장은 아니잖아요. 지금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거든요. 이런 부분들에 차이가 있지만 일단 가족들을 생각하는 부분은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나 싶어요.


안지현 : 제가 제일 좋아하는 넘버가 '나의 이름'이거든요. 이 넘버 속 가사에 "내 어린 시절의 동화책들은 늘 말했었지. 나도 밝고 빛나는 별이 될 수 있다고"라는 부분이 있거든요. 지난번에 인터뷰를 할 때도 말했던 부분인데 이 가사들이 되게 슬프게 다가왔었어요. 그래서 부르다 보면 울컥거리더라고요. 저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부분들이 있지만 어머니도 겹쳐지거든요. 엄마도 어렸을 때 꿈을 꿨을 거잖아요. 그런데 아이를 낳고 세월이 지나가면서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 삶들을 겪으면서 지금의 엄마가 됐다고 생각해보면 너무 슬프더라고요. 서영미 역할로 들어가서 보자면 많은 부분들이 겹치더라고요. 당장 핸드크림도 못살 만큼 어려운 상황에서 딸 레슨비에 당황하는 모습, 꿈을 버린 직장인이 되어버린 한 아이의 엄마죠. 꿈보다는 현실, 행복을 찾아가요. 지금의 저도 비슷한 것 같아요. 멀리 있는 꿈보다는 지금의 나의 행복이 먼저인 것 같더라고요. 지금은 많이 내려놓고 일단 저의 행복을 찾고 있지 않나 싶어요. 그래서 꿈을 찾기보다는 지금의 나의 행복을 찾아가고 있는 사람이지 않나.

사진 조나단 기자

 


Q. 만약 배우가 되지 않았다면,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회사를 다녔을까?


정인지 : 제가 회사를 다녔다면 아무래도 마케팅 회사를 가지 않았을까 싶어요. 제가 경영학과를 나왔는데 학교에서 공부를 할 때도 금융이나 재무보다는 마케팅을 더 재밌게 했었거든요. 홍보를 한다는 게 학문적으로 수치화 시킬 수 없는 내용인데, 이거를 다 학문으로 만들어 놓은 게 너무 신기하고 재밌어서 정말 즐겁게 공부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만약 배우가 되지 않았다면, 그래서 경영학과에서 진로를 찾았다면 마케팅 회사에서 일하고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저는 그리스 로마신화 교수가 됐을 것 같아요. 제가 그리스 로마신화 만화책을 보면서 자란 세대인데, 제가 대학생활을 하면서 유일하게 A+를 받았던 과목이 그리스 로마신화라는 교양과목이었거든요. 그 시대의 신화 속 이야기들과 관련해서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는 연구 내용이나 도상학적인 내용들이 너무 재밌더라고요. 그때 교수님을 따라다니면서 물어볼 정도로 학구열이 높았습니다. 그래서 만약 회사를 다니지 않았다면 교수가 되기 위해서 공부를 하고 교수님이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정휘욱 : 저는 미용사가 됐을 것 같아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미용에 관심이 엄청 많았어요. 그리고 나름 손재주도 있어서 자주 가던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고 남은 세팅을 제가 하고는 했어요. 친구들이랑 같이갔을때 제가 친구들 헤어 세팅을 하기도 했었죠. 미용실 사장님이 시간나거나 하면 와서 있어도 된다고해서 친구들이 어디가거나 머리를 만져야할때 제가 있을때 와서 제가 머리 세팅을 해주기도 했었어요. 나름 학교에서도 다들 절 알아줬다랄까요. 지금도 제 머리는 제가 깎고있어요. 메이크업도 할 줄 알고 이런 손재주가 있습니다.(웃음)


안지현 : 저는 사실 배우로 활동하다가 너무 힘들어서 잠깐 일반 회사도 들어가 봤었고 지금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배우 생활을 겸업하고 있는데 사실 일을 하면 할수록 배우라는 직업이 정말 좋은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물론 배우가 되지 않고 회사를 다니거나 일을 했을 때도 열심히는 했겠지만, 배우라는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것에 정말 감사하고 있어요. 만약 다른 직업을 했다면 저도 가르치는 직업을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사주를 봤는데 교수나 교사가 잘 맞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무언가 가르치는 직업을 갖지 않았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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