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종] 코오롱글로벌, 부평 산곡5구역 재개발 돈봉투 살포...경찰 수사
[특종] 코오롱글로벌, 부평 산곡5구역 재개발 돈봉투 살포...경찰 수사
  • 최남일 기자
  • 승인 2020.0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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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억 산곡동 재개발 건설사업 계약해지 위기...돈 봉투 살포 檢고발 예정
-말로는 적극 지원, 결과는 결과는 공수표...대의원 금전 매수 의혹까지

정부가 부동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부동산 가격 폭등이 건설사의 폭리와 비리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에 따라 비리 건설사를 영구 퇴출 방안도 모색되고 있다. 급기야 재건축ㆍ재개발 수주 과정에서 비리가 3회 누적된 건설사를 시장에서 영구퇴출 시킬 이른바 '삼진아웃'제도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코오롱글로벌과 금호건설 사업단이 추진하던 재개발 사업에서 비리 의혹이 제기됐다 2009년부터 추진해 온 인천시 부평 산곡5구역 재개발 사업과 관련 산곡5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조합장 박명수) 대의원 매수를 위해 금품을 살포했다는 것.

코오롱사업단 관계자로 추정되는 B씨가 산곡5구역재개발조합 대의원에게 제공한 봉투 속 현금과 안내문(사진=산곡5구역재개발정비사업조합 제공)
코오롱사업단 관계자로 추정되는 B씨가 산곡5구역재개발조합 대의원에게 제공한 봉투 속 현금과 안내문(사진=산곡5구역재개발정비사업조합 제공)

<조합 대의원 금전 매수 의혹>

최근 인천시  부평 산곡5구역 재개발 사업과 관련 경찰 조사가 시작됐다.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돈을 살포했다는 정보를 입수해 내사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익명의 제보자 A씨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건설업계에 떠도는 코오롱사업단으로 보이는 사람의 금품살포를 한 것은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재개발 조합의 현재 대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A씨에 따르면, 지난 5월경에 코오롱사업단 관계자로 추정되는 B씨가 찾아와 자신을 코오롱사업단 관계자라고 밝힌 뒤 봉투를 건네주었다고 한 것. 해당 봉투 안에는 현금 20만 원과 사업단 안내문 등이 들어있었다.  A씨는 금품 살포 사실을 조합에 알림과 동시에 부평경찰서에 신고했다. 사건은 현재 부평경찰서 지능수사팀에서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조합의 한 관계자는 본지 취재에 “돈 봉투를 건넨 B씨는 코오롱사업단 관계자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경찰이 사업단 관계자들이 사용하던 건물에 대해 조사했다. B씨는 현재 연락이 되지 않는 상태다. 명함에 적힌 연락처는 대포폰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당시 재개발 사업과 관련 사업이 지지부진하면서 코오롱사업단과 계약 해지에 대한 대의원 회의를 앞두고 있던 민감한 때였다. 2009년부터 10년 이상 공을 들였던 사업이 물거품이 될 판국이었다.

코오롱사업단이 조합원들에게 뿌린 유인물 내용 중 일부 사진(제공=산곡5구역재개발정비사업조합)
코오롱사업단이 조합원들에게 뿌린 유인물 내용 중 일부 사진(제공=산곡5구역재개발정비사업조합)

<계약 해지 주장 이유는?>

산곡5구역재개발조합은 부평구 산곡동 379-58 일원을 주 사업지로 사업면적 88,004㎡에 지상 42층 규모의 아파트 1618세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2006년 8월 추진위원회 승인을 받고 2009년 3월경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다. 이후 5월 코오롱글로벌과 금호산업개발이 구성한 코오롱사업단과 건설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조합은 2011년 8월 사업시행인가를 득한다.

인천지역 부동산 경기 침체로 사업성이 떨어진다. 분양이 불투명하다는 판단에 건설사는 사업을 중단한다. 조합운영비 지원도 중단된다. 문재인 정부에서 16차례 부동산 정책이 나오면서 서울 강남 등 사업 난항에 건설사들이 인천 등 수도권 사업으로 눈을 돌린다. 10년 동안 지지부진하던 산곡지구도 재개발 붐이 분다.

조합은 10년 동안 지원도 없이 무관심하던 코오롱사업단에 시공을 맡기는 것 보다 건실하고 신뢰있는 대형 건설업체를 재선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7월 11일 조합 임시총회는 코오롱사업단과 체결했던 시공계약 해지 안건이었다. 약속 불이행에 따른 조치였다.

조합은 사업단과 2009년 건설 계약을 체결할 당시 조합 운영비 등 대여금을 받기로 돼 있었다. 계약에 따르면 조합은 사업단으로부터 총 150억원을 차용 받기로 돼 있었다. 사업단은 2009년 계약 체결 이후 조합에 조합운영비와 사업설계비, 정비사업비 등으로 약 53억원을 차용해 줬다. 그러나 사업단은 2011년부터 재개발정비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을 들어 사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하고 계약 당시 약속한 조합운영비 등을 지급하지 않았다.

조합 관계자는 “사업단이 갑자기 운영비를 지급하지 않아 돈이 없던 조합으로서는 불가피하게 사업을 보류 할 수밖에 없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조합원들은 사업 재개를 위해 2016년 2기 집행부(강석송 전 조합장)를 내세웠다. 2기 집행부는 사업 진행을 위해 사업단에 조합 대여금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사업단은 지난 5월 25일 조합에 보낸 공문을 통해 당시 대여금 지원을 이행하지 않았던 이유를 ‘조합사업비 예산 총회 결의 부재, 조합사무실 폐쇄’ 등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조합측은 반발하고 있다.

조합 측은 “사업단이 주장하는 조합사업비 예산 총회 결의 부재는 건설계약 당시 대여금 지원 조항에 있지 않는 것이며, 조합사무실은 사업단이 지원해주는 대여금으로 운영하는데 대여금 자체를 거부해 사무실 운영을 할 수 없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사업단은 대여금 지원을 할 수 없었던 또 다른 이유로 강석송 전 조합장 퇴임 후 현 집행부가 들어서는 시간까지 약 1년여 기간 동안 사업과 무관하였으며, 조합의 사업자 등록 취소로 인한 대여금 통장개설이 불가, 조합장 선출을 위한 조합원간 분쟁을 내세웠다. 조합 측은 사업단의 주장에 대해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과 부평 일원의 아파트 분양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사업단 측이 사업을 이어가기 위해 하는 술책이로 대응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산곡5구역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 조합원들에게 보낸 소식문 중 일부(제공=산곡5구역재개발정비사업조합)
산곡5구역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 조합원들에게 보낸 소식문 중 일부(제공=산곡5구역재개발정비사업조합)

<임시총회 개최를 막아라...비방 난무>

조합은 지난 3월 3기 집행부를 결성하고 조합장으로 박명수씨를 선임했다. 3기 집행부는 6월 6일 대의원 심의를 통해 7개 안건을 결의했다. 7개 안건 중 첫 번째는 시공사 계약 해지에 대한 건이었다. 해당 안건은 시공사 계약 해지의 건 안건은 대의원 88명 중 84명 참여한 가운데 58%의 찬성을 얻어 7월 11일 임시총회 안건으로 채택됐다. 임시총회는 11일 토요일 오후 2시 부평구 산곡동 소재 선포약수터에서 개최된다. 조합은 이날 시공사 계약 해지 안건과 함께 협력업체 사업시행기간 종료 통지 및 해지의 건, 회계감사 의결의 건 등을 결의 할 예정이다.

임시총회가 목전에 다가오자 현 집행부에 대한 비방이 난무하고 있다. 조합측은 비방의 배후에 사업단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고 있다. 대의원회의를 앞두고 금전을 살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사업단이 시공계약 해지 안건이 논의될 임시총회를 앞두고 현 집행부가 비리가 있다는 식의 흠집 내기에 나선 것이라는 주장이다.

산곡5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지난 2006년 추진위 결성 이후 약 15년 동안 사업진행이 원활하지 못했다. 조합원들의 내 집 마련 꿈은 15년째 멈춰서 있던 셈이다. 조합의 박명수 조합장은 본지 취재에 “지금이 조합원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뤄줄 적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업 파트너인 코오롱 사업단의 거짓된 약속에는 더 이상 놀아나지 않겠다”며 사업 성공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한편, 본지는 해당 돈 봉투 살포 건에 대해 묻고자 코오롱글로벌측에 수차에 걸쳐 연락을 취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코오롱글로벌과 사업단을 구성한 금호산업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금호는 해당 사건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며, 해당사업의 주관사가 아니기 때문에 할 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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