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 6. '두 번째 살인예고'
[과학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 6. '두 번째 살인예고'
  • 이상우 추리작가협회 이사장
  • 승인 2020.0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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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렇다면 산삼 캡슐 외에 청산가리 캡슐을 또 먹었다는 얘기 아닌가.”
그러나 내 생각은 좀 달랐다.
“그건 말이야. 한수지가 먹은 산삼 캡슐은 두께가 다른 것의 몇 배로 두꺼울 경우가 있어. 그러면 그 캡슐은 녹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거야.”
“맞아. 그렇다면 상당한 시간이 지나야 캡슐이 다 녹고 그 속의 청산가리가 위에 침투 할 수 있었을 것 아니야?”
곽정이 내 말에 무릎을 쳤다.
“그렇다면 그 캡슐을 갈라 줄 때 누가 어떻게 주었느냐가 문제이지.”
“산삼 가루는 한수지가 연구용으로 쓰고 남은 산삼을 원료로 만들었으니까...”
“캡슐은 누가 만들었나?”
“그건 제약사 공장 제품부에서 만들었겠지.”
“회사로 가서 좀 알아보자고.”
차를 타고 가면서 내가 궁금하던 것을 더 물어 보았다.
“하수지의 핸드폰 블루투스는 더 분석을 해 보았나?”
“응, 그런데 누가 언제 설치했는지를 알 수가 없어. 사용된 블루투스 앱을 추적 중인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
나는 곽정의 터덜거리는 낡은 경차를 타고 코리아 바이오 컴퍼니로 갔다.
변하진 사무실에는 마침 연수원 멤버들이 모여 있었다.
“안녕하시오.”
우리가 들어가자 모두 목례만 하고 침통한 표정이었다.
한 눈에 무슨 일이 생겼다는 것을 직감했다.
“무슨 일이 있었나요?”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변하진 사장은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이정근 이사는 얼굴이 약간 창백하고 몹시 긴장한 것 같았다. 오민준 팀장도 굳은 표정이었다.
장주석 연구원만 능글능글한 표정이었다.
“무슨 일인지 말씀 해 보세요.”
분위기가 무겁다는 것을 느낀 곽정 형사가 물었다.
“나도 죽는대요. 크크크.”
장주석 연구원이 웃음을  삼키며 말했다.
“뭐요? 또 예고가?”
내가 놀라 물었다.
그제야 변하진 사장이 핸드폰을 열었다.

-장주석은 31일 오후 5시에 죽는다.

핸드폰에서 기계음이 흘러 나왔다.
“이것도 블루투스입니다.”
변하진 사장이 침통하게 말했다.
“웃기는 장난입니다. 한수진이 그렇게 죽었다는 것을 아는 놈이 싱거운 장난을 한 것입니다. 내가 그렇게 간단히 죽을 사람입니까?”
장주석은 여전히 너털웃음을 섞어가며 배짱 좋게 말했다.
변 사장은 핸드폰을 누구한테 빌려 준 일도 없고 더구나 블루투스 앱 같은 것은 설치한 일도 없다는 것이다.
그럼 이 황당한 살인예고를 믿어야한단 말인가.
곽정 형사는 일단 조사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나는 정말 제2의 살인 사건이 꼭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러나 날자가 아직 남아있기 대문에 그날 장주석을 24시간 밀착 경호를 한다면 예언은 실행되지 못할 것 아닌가?
어쨌든 회사 중요 연구원을 차례로 죽이겠다는 요상한 예언은 모두의 간장을 서늘하게 하는 일이었다.

“한수지의 핸드폰은 좀 알아보았나?”
이튿날 나는 곽정 형사가 상암동에 있는 내 집필실로 찾아와서 물어 보았다.
나는 오민준과 한수지의 동생 한영지에 대해 여러 가지 가설을 만들어 놓고 공상을 하고 있었다.
“핸드폰 통화 내역과 문자 내용을 모두 분석하고 있는 중이야. 그런데 아직 눈에 띠는 내용이 없는 것 같아.”
“한수지는 주로 어떤 사람과 통화를 했나?”
“집안 식구들과 통화한 것이 가장 많아. 주로 엄마하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고...”
“심야에 통화한 내용은 없었나?”
“있긴 있어. 밤 12시부터 새벽 2시까지 길게 통화한 사람이 세 명 있었어.”
“그래? 미혼 여자가 심야에 장시간 통화를 했다면 특이한 사항 아닌가?”
나는 곽정 형사가 넘겨준 메모를 보았다.
여러 케이스 중에 심야에 통화한 2건이 눈에 띠었다.
한 건은 상대가 누군지 알기가 어려웠다.
대포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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