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 (5)캡슐의 비밀
 [과학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 (5)캡슐의 비밀
  • 이상우 추리작가협회 이사장
  • 승인 2020.06.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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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밤에 심야 축구경기를 보다가 새벽에 잠이 들었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 아내가 토스트와 호랑 콩 삶은 것으로 만든 브런치를 먹고 나니 12시가 다 되었다.
어제 밤에 가져다두고 미처 보지 못한 한수지의 국과수 보고서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부검 서류를 보던 나는 문득 이상한 예감이 들었다.
‘구강이나 식도에 아무 영향 없이 위에만 청산가리가 전달되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러나 얼른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아빠 오늘 뭐해?”
열 살짜리 딸이 2층에 있는 서재로 찾아왔다.
초등학교 다니는데 나나는 방학이라 집에서 쉰다. 며칠 전 부터 나한테 우리 집 반려 견 홈즈가 애완견 놀이터에 가자고 졸랐었다.
“왜? 홈즈 놀이터 가자고?”
“응, 홈즈가 가고 싶어 해.”
“걔가 무슨 말을 하냐?”
“눈으로 말해. 아주 간절하게...”
“뭐야? 간절하게? 간절하게가 무슨 말인지나 아냐?”
“알아요. 졸라.”
“그건 나쁜 말이야. 그런 말 쓰지 마라.”
“예.”
대답은 잘한다. 
그러나 한 시간도 안 돼 까먹는 나나다.
“숙제 하나만 하고.”
네가 다시 서류를 뒤적이자 나나는 곁에 붙어 서서 가지 않았다.
“아빠 숙제 뭔대? 내가 풀어줄까?”
“네가?”
“그럼 네가 먹지 않았는데 네 배속에서 다이아몬드가 나왔다면 어떻게 된 건지 알겠어?”
나는 말도 안 되는 숙제를 냈다. 몰라 하고 나가기를 바랐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어제 저녁에 포도를 먹었는데 한 알을 그냥 삼켰거든. 그런데 그 포도 속에 다이아몬드가 들어있었어.”
“응? 포도 속에?”
맞아 포도 속에 청산가리를 넣고 그것을 모르고 통째로 삼켰다면 포도가 소화될 때 그게 터져서 청산가리가 위에 침투한다?
한수지가 먹은 그 인삼 캡슐에 청산가리가 들어있었다면 캡슐이 위산에 의해 녹을 때 중독을 일으킨다.
그러나 인삼 캡슐은 한수지 혼자만 먹은 것도 아니고 사장과 연구원들이 다함께 먹은 것 아닌가?
그렇다면 왜 한수지만 목숨을 잃었나.
다른 사람 것은 진짜 산삼 가루가 들어있고, 한수진이 먹은 캡슐만 청산가리가 들어있었다면 일단 성립은 된다.
그뿐 아니라 청산가리가 캡슐에 싸여 있었기 때문에 구강이나 식도를 상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그보다 산삼 캡슐을 먹은 것은 오후 2시쯤인데 한수지가 죽은 것은 한 시간 이상이 지난 3시 반쯤이 아닌가.
캡슐로 된 내복약은 보통 먹은 지 5분 내외에 녹아서 위로 퍼진다. 
만약 한수지의 산삼 캡슐에만 청상가리가 들었다면 연수원에 가기 전에 중독사했을 것이다.
그런데 연수원에 가서 거기서 또 주스까지 마셨을 때도 아무 이상이 없었다.
“아빠, 빨리 가.”
나나는 물러가지 않고 계속 졸랐다. 강아지 홈즈는 벌써 가슴 줄 까지 매고 왔다.
나는 번개같이 생각 하나가 떠올랐다.
‘위장에 들어가서 한 시간 이상 견딜 수 있는 캡슐이 있다면... 캡슐이 위액에 의해 용해되는데 한 시간 이상이 걸리는 특수한 재질로 캡슐을 만든다면?’
나는 일어나 옷을 바쁘게 걸치고 밖으로 뛰어 나갔다.
“아빠~”
나나가 비명처럼 나를 불렀으나 나는 지하철 정거장으로 뛰어가며 곽정 형사한테 전화를 걸었다.
“나야. 지금 어디 있어?”
“지금 한국 바이오 컴퍼니로 가는 중이야. 왜?”
“그럼 지금 어디인데?”
“강북도로 합정 역 부근이야.”
“그럼 공덕 동 샹그릴라 호텔 커피숍에서 좀 만나. 25분 뒤.”
나는 정확하게 25분 뒤 호텔 커피숍에서 곽정 형사를 만났다.
“무슨 일이야? 범인이라도 알아냈나?”
먼저 와 있던 곽정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국과수의 한수지 부검 서류 중에 위에서 검출 된 내용물의 분석표가 있었지?”
“있었어. 그건 왜? 다 보았잖아.”
“아니 그 부분을 자세히 다시 봐야겠어.”
곽정이 가방에서 태블릿을 꺼내 화면을 켰다. 
한참 검색을 하던 곽정이 입을 열었다.
“전에 본 것 하고 특별히 다른 것은 없는데... 한 가지 특이한 것은 젤라틴 물질이 좀 많이 검출 되었는데...”
“젤라틴 물질이 뭐야?”
“약품의 포장에 사용되는 물질의 주성분인데... 말하자면 캡슐이 녹은 물질이야.”
“그야, 캡슐에 든 산삼을 먹었으니 당연하지.”
“그런데 국과수의 의견은 캡슐 2개의 분량이라는 거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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