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 직원 처방내역 도둑질 지시 '논란'
대웅제약 직원 처방내역 도둑질 지시 '논란'
  • 김일웅 기자
  • 승인 2020.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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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제약, 병원·약국서 입수 후 보고 강요... 정보 빼내는 방법 교육 정기적 교육
영업사원 “양심 가책” 내부고발...환자개인 정보 심각한 침해 우려
대웅제약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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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명 제약회사 대웅제약(전승호ㆍ윤재춘 사장)이 영업사원을 동원해 병원·약국 등 거래처로부터 처방 내역 등 정보가 담긴 통계를 불법 열람·입수했다는 내부고발이 나왔다.

경향신문은 17일 '[단독]직원에게 처방내역 도둑질 시킨 대웅제약]제하의 기사를 통해 대웅제약이 영업사원들을 동원해 병원과 약국에서 처방내역을 담긴 정보를 입수해 회사에 보고하도록 했다는 영업사원 ㄱ씨의 내부고발을 보도했다.

ㄱ씨는 전날 경향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회사가 영업 전략을 위해 사원들로부터 거래처의 통계를 확보해 보고할 것을 강요하고, 이를 실적에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계’란 ‘처방 통계(OCS)’의 줄임말로 의사가 병원을 찾은 환자에게 어떤 진단을 내리고 어떤 약을 얼마나 처방했는지 등이 담긴 정보다.

영업사원들은 병원과 약국 등에서 처방 관련 통계를 확보했다. 이를 사측의 영업과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데 활용됐다고  한다.

대웅제약은 일명 ‘자판기’로 불리는 프로그램을 통해 통계를 분석해 병원과 약국 등에서 처방하는 타사 제품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자사 제품으로 대체가 가능한지 파악하여 제품 판매 전략을 세운다는 주장이다. 

통계 빼내기에는 갖가지 방법이 동원됐다는 ㄱ씨의 주장이다.

ㄱ씨는 “(보험) 청구 대행과 홈페이지 제작 관리, 고객 관리 등을 해준다는 명목으로 병원 컴퓨터 단말기 앞에 앉은 뒤 통계를 사진·영상으로 찍거나 다운로드받아 e메일, 클라우드 등을 통해 보고했다. 사측은 주기적으로 이 흔적을 삭제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입수한 문건을 통해 대웅제약은 정기 교육을 통해 영업사원들에게 통계를 빼내는 기술을 익히도록 한 사실도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2018년 3월 사내 교육자료에 한 사원이 통계 확보를 통해 1년 만에 두 배 가까운 실적 올리기에 성공한 사례가 소개됐다.

자료에는 “OCS(통계) 확보? 도둑질…” “안 걸리는 루트로 리스크 최소화” 등 통계 입수가 불법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문구도 있었다.

ㄱ씨는 “교육은 사업부 단위로 한 달에 한 번씩 진행된다”면서 “다른 제약회사 영업사원들도 우연히 통계 자료를 보거나 모을 수 있겠지만, 회사 차원에서 교육하는 것은 대웅제약뿐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대웅제약의 통계 획득 과정에서 개인정보 보호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경향신문은 의사 출신인 이용환 변호사(법무법인 고도)과의 인터뷰를 통해 “의료법은 ‘누구라도 정당한 사유 없이 전자의무기록에 저장된 개인정보를 탐지하거나 노출·변호 또는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며 “통계 입수 과정에서 환자 개인정보를 열람하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처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한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도 “획득한 정보가 개인 식별이 가능한지에 따라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면서 "익명 정보만 가져갔더라도 클릭 몇 번만 하면 확보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대웅제약 관계자는 경향신문에 자세한 내용은 파악 중”이라면서 “현재 통계 수집은 하지 않으며 관련 교육도 진행하지 않고 있다. 과거에 교육이 이뤄졌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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