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 마케팅의 배신' 한국 기업인줄 알았는데... 배달의민족·BYC
'애국 마케팅의 배신' 한국 기업인줄 알았는데... 배달의민족·BYC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0.0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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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시장에서 '애국 마케팅'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해 의류브랜드 유니클로에서 시작된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 바람에 한국 중소기업 브랜드의 판매량이 증가했다.

BYC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지난해 광복절 이벤트를 개최한 BYC/ 출처= BYC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여기에 올 상반기 전세계에 퍼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시장이 침체되고 있는 가운데, 6.25전쟁 70주년을 앞두고 '애국 마케팅' 열풍이 불고 있다. 일부 브랜드들의 경우 태극기를 활용한 프린트티셔츠가 나오는가 하면, 유통·식품 업계에선 태극기 디자인을 모티브로 제작한 한정판 배지를 발매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애국 마케팅'을 내세워 화제를 모았던 속옷 기업 BYC가 때아닌 국적 논란이 일고 있어 눈길을 끈다. BYC는 지난해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거세지던 때에 '1946년 광복 이듬해 설립돼 73년간 한국 내의 산업의 역사와 함께 달려온 국내 토종기업'이라고 자사를 홍보했다. 실제로 지난해 BYC는 전전년도 동기 대비 영업이익 234억원(2018년 동기 대비 9.6%↑), 당기순이익 278억원(2018년 동기 대비 205.6%↑) 증가했다.

논란에 휩싸인건 6월 3일 최대주주 측 지분변동 공시에서 한석범 사장의 부인 장은숙 신한에디피스 이사를 비롯해 오너일가 3세 자녀 3명의 국적이 '캐나다'로 명시되면서 부터이다.

한석범 사장의 첫째 딸 한지원 신한방 사내이사와 둘째 딸 한서원 승명실업 이사는 각각 1987년생, 1990년생이다. 문제는 셋째 아들 한승우 BYC 이사로, 그는 1992년 생으로 2018년 27세의 나이로 등기 임원이 됐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한승우 상무는 군대에 입대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국적 변경으로 인해 군 면제에 대한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지난달 6일 공시까지 '대한민국'의 국적을 유지해왔으나 이달들어 모두 '캐나다'로 변경됐다. 

현재 BYC 최대주주는 신한 에디피스로 13.2%를 보유하고 있다. 신한에디피스 최대 주주는 한승우 상무로 58.34%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BYC 한석범 사장과 그의 아내인 장은숙 이사가 각 2대, 3대 주주로 재직중이다. 이에 따라 한승우 상무가 사장 자리에 오른다면, 사실상 캐나다인이 BYC의 주인이 되는 셈이라는 지적이다.

BYC 측은 "이들의 국적이 캐나다가 맞고, 담당부서의 단순실수로 국적 기재를 잘못해왔다. 삼남매가 어머니와 함께 캐나다로 유학을 떠나면서 캐나다 국적을 취득했고, 장은숙 이사 역시 자녀들과 캐나다에서 함께 지내면서 시민권을 취득한 것 같다"고 전했다.  

사진 뉴시스
사진 뉴시스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게르만 민족입니다!

국내 스타트업 기업중 가장 큰 성장과 화제를 모았던건 우아한형제들의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 민족'이었다.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라는 슬로건은 배달의 민족의 광고 문구로 소비자들에 배달의 민족이라는 애플리케이션 인지도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지난해 독일 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에 인수되며 해당 슬로건이 이 역설적으로 발목을 잡게 됐다. 사실 '우리'가 '어떤' 민족이냐는 슬로건 마냥 일종의 애국 마케팅을 펼쳐왔던 배달의 민족이 한국이 아닌 독일 기업으로 뒤바뀌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배달의 민족을 서비스 하고 있던 우아한형제들이 '돈'에 흔들리지 않았냐고 지적했다. 실제로 독일 배달 서비스 업체 DH는 우아한형제들의 전체 기업 가치를 40억달러(한화 약 4조 7500억원)로 측정했다. 우아한형제들은 김봉진 대표를 비롯해 일부 경영진이 보유하고 있는 13%의 지분을 제외한 87%의 지분을 딜리버리히어로 측에 넘겼다. 

딜리버리히어로는 국내에서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해왔다. 국내 배달업계에서 요기요와 배달통은 각각 33%, 10%의 점유율을 보였다. 남은 점유율은 배달의 민족(약 55%이상 점유)이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배달의 민족을 인수하면서 국내 배달 앱시장을 100% 가까이 점유하게 됐다. 이로인해 독과점 문제가 지적되기도 했다.

그동안 애국마케팅은 성공적인 성과를 내왔다.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이벤트를 통해 기업 이미지 제고를 비롯해 쌓여있던 재고를 빠르게 소진시키는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내보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애국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다. 애국을 강조하는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앞서와 같은 문제가 지속된다면 언젠가는 '애국 마케팅'이라는 것 자체가 사라지지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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