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용, 삼성준법감시위 사측 위원서 사임 '속내'
이인용, 삼성준법감시위 사측 위원서 사임 '속내'
  • 이병철 기자
  • 승인 2020.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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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용 삼성전자 사장이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직을 사임했다.

삼성준법감시위는 4일 “이인용 위원은 삼성전자의 CR담당으로 최근 위원회 권고를 계기로 회사가 사회 각계와 소통을 대폭 확대함에 따라 회사와 위원회 업무를 동시에 수행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부득이 사임에 이르게 됐다”며 “후임 위원 선임 절차가 조속히 진행될 계획”이라고 보도자료를 냈다.

준법감시위는 이 사장의 역할 확대 때문에 사임했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하지만, 재계 안팎에서는 최근 삼성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강한 요구’를 쏟아내는 준법감시위 활동에서 여러가지 한계에 부딪혀서 결국 사임의사를 밝힌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이날 공교롭게도 검찰이 삼성물산-제일모직 불공정 합병,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 경영권 불법 승계와 관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법에 관한 법률의 부정거래 및 시세조정 행위,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을 위반 혐의다.

지난 2일 이 부회장 측에서 대검 검찰수사심의원회에 '공소제기 및 수사계속' 여부를 심의해 달라며 신청한지  이틀만에 검찰이 반격으로 맞선 셈이다. 

이 같은 검찰의 행보와 이 부회장의 재판 등이 이 사장의 사임과 연관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준법감시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횡령·뇌물 혐의 파기환송심 재판부 요구에 따라 출범한 독립기구다.

경영권 승계 논란과 노조 문제에 대한 사과와 함께 시민사회와의 소통, 재판과 상관없이 준법감시위 활동 보장을 약속하라고 권고했다. 이 부회장이 직접 대국민사과를 발표했다.  참모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준법감시위의 4대 요구를 모두 받아 들였다.

이같은 준법감시위의 긍정적 활동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칼날은 이 부회장을 향하고 있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 사유인 '범죄의 중대성'을 입증할 물증을 탄탄하게 확보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등의 '최종수혜자'로서 수조원대 ‘지배권 이득’을 가져올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시장에 허위정보를 제공해 주주와 투자자의 의사결정을 왜곡시키는 데 한 가운데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재용 부회장님 보고 필’이라는 제목이 달린 다수의 문건을 통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현안을 상세하게 보고받았고, 합병 성사를 위해 삼성 계열사들이 ‘주가 부양’ 등 시세조종에 나설 때 ‘주가관리 보고’도 계속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2014년부터 직접 추진했던 삼성바이오에피스 나스닥 상장 추진도 결국은 주가 부양을 위한 허위 발표로 결론 내렸다.

삼성은 2015년 7월1일, 합병안 승인을 위한 주주총회를 앞두고 제일모직의 손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 나스닥 상장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해 초 ‘나스닥 상장은 당분간 어렵다’는 결론을 담은 내부 문건을 확보했다.

준법감시위 안팎에서는 ‘할말은 한다’는 이 사장의 평소 스타일 때문에 일부 위원들이 불편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내부 갈등과 준법감시위 활동에도 재판아 부정적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 이 사장의 심경에 변화를 만든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다.

한편, 준법감시위는 이날 “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이루어진 이재용 부회장의 발표에 대한 후속 조치로서 각 계열사들이 마련한 구체적 이행방안에 진전된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면서도 “다만 이행방안을 수행하기 위한 세부적 과제선정과 구체적인 절차 로드맵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노동문제와 관련해 노조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실효적 절차 규정을 정비하고 산업안전보건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 등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시민사회와 협력해 구현할 수 있는 사회적 가치에 대해서도 더욱 고민해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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