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 (2.짝사랑 거절당하자..)
[과학 추리소설] ‘천재들의 비극’ (2.짝사랑 거절당하자..)
  • 이상우 추리작가협회 이사장
  • 승인 2020.0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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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흔적은 없었나?
내가 찜찜하게 생각하던 것을 물어 보았다.
“국과수의 부검 보고서를 보면 추행을 당한 흔적은 전혀 없대. 몸에서 다른 사람의 체액 같은 것도 물론 발견 된 것이 없거든.”
“미인 뒤에는 추잡한 뒷이야기가 흔히 따라 다니지. 하지만 한수지는 워낙 성질이 까칠하고 자존심이 강한 여자라 웬만한 남자는 얼씬도 하지 못했다고 하더군.”
“남녀 관계란 그렇게 단언 할 수 없는 거야.”
내가 눈을 흘겨 보이자 곽정이 삐죽 입을 내밀며 말했다.
“그건 소설이지.”
“소설을 거짓말과 같은 뜻으로 쓰지 마라. 소설은 현실의 거울이다.”
“거울 좋아하네. 엉뚱한 이야기를 소설 쓴다고 하지 않아? 터무니없는 일을 그럴듯하게 꾸며 놓는 것이 소설이야.”
나는 더 이상 대꾸를 하지 않았다.
어쨌든 참으로 귀신 곡할 노릇이다.
외부 침입 흔적이 없다면 내부의 네 사람, 즉 사장, 이정근 이사, 장주석, 그리고 오민준 중에 범인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왜? 무엇 때문에?
나는 우선 그 회사의 사정과 한수지의 주변부터 알아보았다.

한수지는 청담동 아파트에서 어머니와 여동생 셋이 살고 있었다.
50대 초반인 어머니는 미술을 전공한 화가로 일찍 은퇴하여 지금은 활동을 하지는 않지만 집에서 작업은 계속하고 있다. 
아버지가 남겨준 재산으로 비교적 넉넉하게 살고 있다.
여동생 한영지는 연극배우 겸 가수로 활동하고 있다.
언니처럼 미모가 뛰어나 미스코리아 대회에 출전해 입상을 하기도 했다. 
어머니와 동생은 한수지와는 전혀 다른 방향인 예술 쪽으로 재능이 있는 여자들이었다.
어머니 강혜림 여사는 한국 바이오 컴퍼니의 변하진 사장과 옛날부터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
변하진 사장은 젊은 시절 제약 회사 말단 영업 사원으로 들어가 자수성가한 사람이었다.

한수지는 청담동 아파트에서 어머니와 여동생 셋이 살고 있었다.
50대 초반인 어머니는 미술을 전공한 화가로 일찍 은퇴하여 지금은 활동을 하지는 않지만 집에서 작업은 계속하고 있다. 
아버지가 남겨준 재산으로 비교적 넉넉하게 살고 있다.
여동생 한영지는 연극배우 겸 가수로 활동하고 있다.
언니처럼 미모가 뛰어나 미스코리아 대회에 출전해 입상을 하기도 했다. 
어머니와 동생은 한수지와는 전혀 다른 방향인 예술 쪽으로 재능이 있는 여자들이었다.
어머니 강혜림 여사는 한국 바이오 컴퍼니의 변하진 사장과 옛날부터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
변하진 사장은 젊은 시절 제약 회사 말단 영업 사원으로 들어가 자수성가한 사람이었다.

“한수지의 사인을 다시 한 번 살펴보자고.”
나는 곽정 형사와 점심을 먹고 나오면서 그를 끌고 커피숍으로 갔다.
“살인을 예고한 그 IoT로 저장된 살인예고 14자 말이야 그건 누가 보낸 건지 전혀 모르나?"
“그건 그 방에 있던 화분에서 보내진 거야.”
“뭐? 화분이 문자를 보내?”
내가 어이없어 그를 쳐다보았다.
“IoT는 말이야 블루투스라는 장치를 이용해 여러 가지 일을 한다고. 예를 들면 내가 필요할 때 자동차, 지갑, 핸드폰, 가방 어디든지 그 블루투스를 붙여 놓으면 그 블루투스가 내가 접근할 때 보고를 하는 장치야. 지금 사용하는 사람들도 많아. 그 연수원 한수지가 있던 방 화분에 누가 블루투스를 붙여 놓았어. 그러다가 한수지가 들어오니까 블루투스가 스스로 문자를 보내 저장하게 한 거지. 저장할 수도 있고 말로 알려줄 수도 있어.”
“그럼 그 방에서 그 장치를 찾았나?”
“크기가 아주 작으니까 벽이나 책상에 붙여 놓을 수도 있는데 거기서는 화분 속에서 찾았어.”
“블루투스가 무슨 뜻이야?”
“영어로는 blue tooth라고 하는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
“음, 나도 한번 설치해 볼까?”
“그런데 누가 설치했는지 몰라. 본인이 할 수도 있고 누가 몰래 할 수도 있고...”
“청산가리는 극약이기 대문에 0.03 그램만 몸속에 들어가도 2~3분 내에 신경 계통과 심장을 마비시켜 죽음에 이르게 하지. 그런데 문제는 약 성분이 위와 혈관에서만 검출되고 입과 식도에는 전혀 반응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야. 만약 자살을 하려고 하면 물에 타서 먹거나 그냥 먹거나 간에 식도를 거치지 않을 수는 없거든.”
“강제로 입을 벌리게 하고 호스나 기구 같은 것으로 위장에 직접 집어넣을 수도 있지 않을까?”
“누가 자기 입을 벌리고 독약을 집어넣는데 반항하지 않을 사람이 있어? 그런데 반항의 흔적은 전혀 없거든.”
“어쨌든 그 시간에 거기 있었던 사람은 4 명뿐이니 그중에 범인이 있지 않을까?”
“일단 그렇게 추리 할 수 있지.”
“이럴 때 소설에서는 누구를 범인으로 만드나?”
“가장 비중 있고 그렇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을 범인으로 설정하지.”
곽정의 눈이 갑자기 반짝였다.
그는 카페라테를 한 모금 마시고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렇다면 변하진 사장이야.”
“왜?”
“변 사장은 옛날 무허가 제약 회사를 차렸다가 모두 털어먹고, 유산균 공장을 차려 성공한 뒤 메디팜에서 한수지를 영입해서 승승장구 하고 있잖아. 1년 전 양배추에 당근 뿌리가 달리는 획기적 유전자 융합에 성공하여 큰돈을 만지게 되었지. 그런데 갑자기 부자가 된 재벌들 집안에서는 분배 문제로 아귀다툼을 하는 것이 보통 있는 일 아닌가?”
“그건 아닌 것 같아.”
내가 들은 정보는 변 사장이 회사 이익금의 대부분을 사원들에게 보너스로 지불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정근 이사나 장주석은 어떤가?”
곽정이 다시 물었다.
“그 사람들도 특별히 한수지를 죽여야 할 이유가 있을 것 같지는 않아.”
“그럼 한사람 딱 떨어지네.”
“누구? 오민준?”
“오민준이 한수지의 미모에 반해서 계속 집적거렸다는 증언도 있어. 고백을 했다가 거절당하니까 원한을 품고...”
“그럴 수도 있어.”
나는 곽정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사건이 나던 날 한수지의 동선을 세밀하게 살펴보았다.
아침 7시 30분. 
한수지가 자가용차를 직접 운전해서 사무실에 출근 한 것은 8시 정각.
8시 10분경 임원 회의실에서 커피 한 잔씩을 놓고 회의를 했다.
12시 10분경 까지 유전자 배양실에서 실험으로 시간을 보냈다.
12시 15분경 회사 앞에 있는 일식집에서 참치구이 정식을 먹었다.
함께 간 사람은 변 사장과 오민준이였다.
회사로 들어와 다시 유전자 배양실에서 회사 극비 연구과제인 산삼 인공 배양 상태를 관찰 한 뒤 사무실로 돌아와 연구 노트를 정리했다.

오후 2시.
변 사장과 장주석, 이정근 이사가 한수지의 방으로 왔다. 
함께 산삼 캡슐과 생수 한잔씩을 갈라 먹었다.
산삼 캡슐은 실험용으로 쓰고 폐기되는 산삼을 수거해서 한수지가 직접 만든 영양제였다.
2시 20분께 일행은 별장으로 출발했다. 
그때 늦게 합류한 오민준이 한수지를 자기 차에 태워 함께 갔다.

별장에 그들이 다 모인 것은 오후 3시쯤.
일행은 도착하자마자 주스 한 잔 씩을 마시고 회의실로 들어갔다.
한수지만 다른 방에 옷을 갈아입으러 갔던 것이다.
그동안에 한수지가 먹은 주스, 산삼 정제, 커피 등을 모두 감식해 보았으니 어떠한 독극물 도 검출해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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