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렌트' 민경아 "능동적인 역할? 잘할 자신 있어"
[인터뷰] '렌트' 민경아 "능동적인 역할? 잘할 자신 있어"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0.0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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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렌트' 속 모린 역으로 분한 배우 민경아
5년차, 캐릭터에 변화 주고 싶었어
"도전에 임하는 자세, 쉽지 않았고 쉽지않겠지만 열심히 하고 잘하고 싶다"
"나 이런 역할도 잘하는 사람이야. 보여 주고 싶어"

뮤지컬 <렌트>가 9년 만에 돌아왔다. 올해는 뮤지컬 <렌트>의 한국 공연 20주년이 되는 해다. 작품이 올라간다는 소식에 이미 공연을 알고 있는 관객들에겐 기대감이 처음 이 공연을 알게 된 관객들에겐 호기심과 궁금증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뮤지컬 <렌트>는 이탈리아 작곡가 지아코모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을 뮤지컬로 옮긴 작품이다. 요절한 천재 작곡가 조나단 라슨의 자전적 뮤지컬이기도 하다.

<렌트>는 1996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했다. 당시 에이즈와 동성애, 마약 등 파격적 소재를 다뤄 화제를 모았다. 미국 뉴욕 이스트 빌리지에 모여 사는 가난하지만 젊은 예술가들의 사랑과 우정, 꿈 그리고 열정을 그리며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작품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소재는 예나 지금이나 파격적이다. 최근 국내외 상황에 비춰보면 더 자극적인 소재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작품을 조금이라도 들여다본다면 전혀 소재와 연관시킬 수 없을 것이다.

뮤지컬 배우 민경아는 이번 작품에서 영화감독인 전 남자친구 마크를 차버리고 새로운 연인 조앤을 만난 '모린' 역에 캐스팅됐다. 누구보다 솔직하고, 문제가 있으면 용납 못하는 사람. 그리고 그 속에 깨발랄함과 굵은 심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던 민경아 배우와의 인터뷰다. 아래는 그와의 일문일답.



사진= 신시컴퍼니 제공

 


Q. 반갑다. 본지와 첫 인터뷰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A. 네, 안녕하세요. 저는 뮤지컬 배우 민경아입니다. 이제 거의 데뷔 5년 차 배우가 되고 있습니다. 너무 감사하게도 꾸준하게 작품을 하고 있어서 행복한 사람인 것 같고, 코로나19 때문에 공연을 하는 것도 사실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다시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에 감사하고 기적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뮤지컬 <렌트> 유명한 작품이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부담감은 없었나.

A. 너무 컸어요. 진짜. 왜냐하면 모린 역할이 오디션 지정곡이 있었는데 그게 'OVER THE MOON'이었거든요. 이 곡이 저라는 사람이 이끌어 나가야 하는 곡이라서 노래 가사나 대사도 사이사이 엄청 많았거든요. 사실 완벽하게 외우지 못했어요. 그래서 안 보고 하다가 틀리는 것보다 보면서 더 완벽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오디션장에 들어갔죠. 그런데 연출님께서 상대 배역인 조앤 역을 하기 위해 오디션을 보러 온 배우님들을 앞에 앉혀두셨더라고요. 그래서 조앤 오디션을 보러 온 배우, 언니들 앞에서 같이 연기했어요. 그래서 정말 부담감을 덜어내고 오디션을 봤었어요.


Q. 사실 <렌트>에 붙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미미' 역할인 줄 알았다.

A. 맞아요. 제 주변에서도 다들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Q. 아무래도 최근 맡았던 캐릭터들을 생각해 봤을 때 미미를 할 것 같았는데, 모린을 한다고 해서 놀랐던 것 같다.

A. 네, 그런 걸 노렸어요.(웃음) 다들 <렌트>를 한다고 했을 때 "아, 그럼 당연히 미미겠네"라고 말했죠. 저는 미미도 물론 빛이 나지만, 그것보다 모린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더 다가왔던 것 같아요. 그리고 평소에도 제가 미미보다는 모린에 비슷한 점이 많기도 했고요. 제가 그동안 수동적인 캐릭터를 많이 보여왔는데, 그런 걸 깨고 싶었어요.


Q. 얼마 전 아이비 배우가 인터뷰를 하는 가운데, 모린 역이 매력적으로 느껴진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알고 있나

A. 정말요? 그런데 아이비 언니가 하면 또 잘하지 않을까 싶어요. 너무 잘하지 않을까요? 사실 연습을 하면서도 계속 물어봤거든요. "언니라면 이 부분은 어떻게 하겠어요?"라고요. 그럼 또 정말 잘 알려주세요. 그래서 언니라면 어떤 역할을 맡아도 다 잘할거라고 생각하고 또 너무 잘 하고 계신다고 말하고 싶어요.(웃음)


Q. 맡은 배역을 소개하자면?

A. 모린은 우선은 부당하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해서든 그걸 표현하고 표출하려고 하는 사람이에요. 주변에서 내 이야기를 안 들어주니까 행위예술로 표현하죠. 마음속에 사회에 대한 불만과 분노가 차 있어요. 그리고 대단한 건 그런 걸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말하는 거죠. 그래서 조앤이 모린이라는 인물을 멋있게 바라보지 않았나 싶어요.


Q. 단순하게 바라봤을 때는...

A. 무슨 말씀을 하는 건지 알죠. "쟤는 약간 또라이고 이런 애다"라는 편견이 있을 수 있어요. 그런데 정말 그건 보이는 이미지일 뿐이에요. 모린은 모든게 다 의미가 있는데 주변 사람들이 이해해 주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주변 사람들은 모린을 두고 '또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제가 바라봤을 때, 여러 관점으로 캐릭터를 분석해 봤을 때 모린은 정말 멋있는 여성이고, 누구보다 매력 있는 사람이었어요. 이런 여성이 또 어디에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말이죠.

사진= 신시컴퍼니 제공
사진= 신시컴퍼니 제공

 

Q. 극 중에서 전 연인 마크, 그리고 지금의 연인 '푸키'와의 호흡은

A. 사실 오늘 처음 런을 돌았거든요. 그런데 뭐라 말로 표현하겠어요? 너무 좋죠. 그리고 조앤 역할을 맡은 정다희 언니가 학교 선배님이라서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었어요. 그리고 노래는 뭐 학교 다닐 때부터 너무 잘했으니까요. 너무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제가 그리고 있는 모린의 깨발랄한 모습을 묵묵히 지켜봐 주고 이끌어 주고 있으십니다. 정말 케미가 잘 맞아요. 스킨십을 할 때도 언니가 딱 감싸주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연기를 하면서도 되게 신선했어요. 여자랑은 처음 해보는 스킨십이잖아요. 앞으로 연기를 하면서 계속 재밌을 것 같아요.


Q. 모린이라는 인물의 삶에 1순위는?

A. 삶의 1순위요? 나 자신이 아닐까요? 모린은 나 스스로, 자기를 많이 사랑하는 나르시시스트거든요. 그래서 자기애가 강하고, 거침없죠. 그래서 보는 관점에 따라 누군가한테는 배려가 없어 보일 수 있을 거 같더라고요. 그래도 모린은 '나는 이런 애니까 받아들여'라고 말하면서 살아가요. 그러다가 엔젤이 죽고, 그런 죽음을 통해서 모린도 조금씩 주변을 되돌아볼 수 있게 됐죠. 그렇게 성장을 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Q. 그럼 나 자신, 민경아의 삶의 1순위는 뭘까

A. 저요? 제 삶의 1순위는 행복이요. 저는 싸우거나 트러블 만드는 걸 못 견디거든요. 그래서 싸워도 그 자리에서 빨리 풀어야 돼요. 모린과 비슷한 지점들이 있어요.


Q. 춤과 노래 중 자신 있는 건?

A. 전 노래요!(웃음)


Q. 모린이 춤을 추는 게 많았던 것 같은데, 힘든 점은 없나

A. 춤이라기보다는 동작에 가까워요. 그걸 춤이라고 하기에는 창피합니다.(웃음) 동작이고요. 뭐랄까 칼군무 같은 느낌이랄까요? 실수만 안 하면 될 거 같아요.


Q. 라이선스 작품인 만큼, 캐릭터마다 큰 틀이 있을 텐데. 자기만의 색을 채워 넣는 과정에 어려움은 없었을까

A. 사실 <렌트>라는 작품은 버전이 많거든요. 그래서 연출이 처음 'OVER THE MOON'을 저한테 주셨을 때, 저나 나영 언니가 큰 틀을 만들어 주실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냥 설명만 해주시고 '각자 30분씩 서로 보지 말고 양쪽 끝으로 가서 이야기를 만들어가지고 와'라고 말씀하셨죠. 솔직히 처음에는 되게 힘들었어요. '내가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생각부터 '어떡하라는 거야'라는 생각까지 들었죠. 그래도 일단 시킨 일이니까 까짓것 해보자 하고 시작했어요. 연출님은 제 한계를 보셨죠. 그리고 그 속에서 저만의 모린을 찾아주셨어요. 연출님은 배우들이 가지고 있는 내면의 모습들을 일깨워 주셨어요. 본인의 것을 찾아주셨죠. 색다른 연출법인 것 같았어요. 그래서 여러 버전들이 나오지 않았나 싶어요. 틀에 박히지 않고 배우들 스스로 가지고 있는 모습들을 찾을 수 있었고, 그걸 꺼내서 캐릭터에 쌓을 수 있었거든요.


Q. 내가 찾은 나만의 모린은?

A. 사실 모린은 앞서 이야기했듯이 자기애가 강한 친구거든요. '나 원래 이렇게 인기 많고 사랑받고 있어'라는 생각을 하고 있죠. 그런데 미워할 수가 없는 친구거든요. 되게 솔직해서 부적절하다고,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그걸 바르고 정의롭게 이야기할 수 있었죠. 사실 이게 어떻게 보면 밉상이나 재수가 없어 보일 수 있는데, 이 한 끗 차이를 조금 더 사랑스럽게 만들려고 노력 중입니다.

사진= 신시컴퍼니 제공
사진= 신시컴퍼니 제공

 


Q. 공연의 모든 이야기가 끝나고, 그 뒤 모린은 어떤 삶을 살아갈까?

A. 크게 변하지 않을 거 같아요. 그렇지만 모린은 엔젤을 떠나보내고, 미미를 잃을뻔했던 이런 성장통을 겪으면서 그래도 조앤을 좀 이해해 주려고 하지 않을까 싶어요. 저의 모린은 그럴 거 같아요. 그렇다고 해서 완전하게 변화한다고는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조앤과의 사랑을 감사하게 느낄 것 같아요.


Q. 이번 작품이 두 달이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여정을 걷게 됐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얻어 가고 싶은 게 있다면? 아니면 공연에 임하는 각오는

A. 이 작품 속에 희로애락이 다 담겨있거든요. 정말 여러 인물들이 나오고 여러 삶이 그려져요. 자기 삶과 비슷한 부분들이 있다면 대입도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그러다가 울고 싶으시면 울고, 웃고 싶으시면 웃으시면서 힘을, 용기를 얻어가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갈증이 있거든요. 더 잘하고 싶고, 더 많은 걸 쌓아가고 싶어요. 그리고 제가 그리고 있는 모린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관객들에게 많은 감정과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어요.


Q. 가장 좋아하는 넘버는?

A. 저는 콜린이 부르는 'I'll Cover You' 요. 엔젤이 죽고 나서 콜린이 부르는 넘버인데 듣다 보면 있을 때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팍 들어요.


Q. 좋아하는 넘버는 콜린의 넘버고, <렌트>라는 작품을 가장 잘 표현하는 넘버나 장면이 있다면?

A. 아무래도 'Seasons of Love'가 제일 먼저이지 않을까요. 아, 또 한 곡이 있는데 'No Day But Today'요. 한국 버전으로는 '오직 오늘뿐'이라고 하고 이 노래도 <렌트>라는 작품이 가지고 있는 주제를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노래가 아닐까 싶어요. 사실 우리는 언제 죽을지 모르잖아요. 그러니까 오늘에 더 충실하라는 거죠. 작품 속 인물들에게 가장 와닿지 않을까 싶어요. 모두가 열정이 가득한 만큼 지금 이 순간도 후회 없이 살자고 하는 것 같거든요.


Q. 나에게 <렌트> 그리고 모린이란? 어떤 작품, 어떤 캐릭터가 될 것 같나.

A. 그동안 많은 작품들을 해왔고,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지만 이번 작품은 더 많은 애정이 들어가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오늘 첫 런을 돌아보기는 했지만 서정적인 캐릭터보다 능동적인 캐릭터가 처음이라서 더욱더 그렇게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너무나도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었고, 꾸밈없이 두려움 없이 있는 그대로 날것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기쁘면서도 두렵지만 해보려고요. 사실 모린 역할을 여러 영상으로 찾아봤을 때 보이시한 매력을 가진 배우님들이 많으셨는데 저는 저만의 모린을 보여주고 싶어요. 제 안에 미워할 수 없는 깨발랄함과 굵직한 심지를 다 보여주고 싶고 그렇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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