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풍월주' 김현진 "지켜야 할 사람 있는 강인함 표현하고 싶어"
[인터뷰①] '풍월주' 김현진 "지켜야 할 사람 있는 강인함 표현하고 싶어"
  • 이지은 기자
  • 승인 2020.05.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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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과 '사담' 같은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한 최강 '케미'
김현진이 그려내는 '사담'은 강인한 아이
이름을 불러주는 이야기로 담아내

무언가 잃었을 때 느끼는 감정 상실감. 소중한 사람을 잃었을 때 그 슬픔은 배가 된다. 그만큼 누군가 옆에 있다는 건 가장 값진 일이기 때문. 지켜야 할 사람이 있는 '사담' 역의 배우 김현진을 만나 뮤지컬 <풍월주>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본 인터뷰는 공연의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배우 김현진. / 사진 이지은 기자
배우 김현진. / 사진 이지은 기자
  • 연습실 1열에서 처음 본 <풍월주>

한국창작 뮤지컬이자 다섯 번째 시즌을 맞은 작품이지만, 김현진은 이전의 공연을 보지 못했다. "처음엔 기존에 만들어 진대로 따라가면 쉽지 않을까 했는데 계속 물음표가 들었다"는 그가 선택한 방법은 대화였다. "기존의 것들을 잘 지키면서 제 색을 새롭게 입혀가는 작업이 재미있고 흥미로웠다"고 밝혔다.
 
김현진이 느낀 사담의 첫인상은 아련함이었다. 하지만 대본을 읽고 나선 달랐다. 강인하고 중심이 서 있는 강인한 아이로 그려졌다는 것. "지켜야 할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연습실에서 연출님이 제가 런쓰루를 돌면 주변 사람 모두 에너지가 오른다. 영화 <은행나무 침대> 황 장군님인 줄 알았다는 말에 모두가 웃었다"며 "이렇게 공연을 하는 게 맞는지 생각해 보고 다른 것들을 추가해서 담을 생각하는 열이가 보이는 것들을 조금 더 집중해야겠다"고 이야기했다.

작품의 구소영 연출은 연습실 분위기가 역대 최강으로 기대가 많이 된다고 언급했다. 재미난 에피소드는 없었냐는 질문에 "궁곰이 저한테 자연스럽게 '열아' 이랬는데 아무도 몰랐다. 그 순간 죄송한데 '저 열인가요 담인가요?' 하니 다들 '맞다 너 사담이지?' 웃더라. 또 (이)율 형한테 '열아'라고 해야 하는데 '율'이라고 한 경우도 많다"고 답했다.

배우 김현진. / 사진 이지은 기자
배우 김현진. / 사진 이지은 기자

"이번에 처음 만나는 사람들도 있는데 몇 시즌같이 한 거처럼 잘 맞아요. 분위기 메이커를 (문)진아 누나가 해요. 연출님이 저한테 리틀 문진아라고 할 정도죠. 아침에 김현진이 까불면 저녁에는 문진아가 까분다고. (웃음) 제가 파트너 복이 많은 거 같아요. 정말 좋은 배우들과 할 수 있음에 감사해요."

사담은 오랜 시간 함께한 벗 열이와 가장 많이 마주한다. 작품의 초연부터 열이를 맡아 열 장인이라고 불리는 이율에 대해 "둘이 굉장히 다르다. 율이 형은 어떤 걸 표현해야 하는지 명확하고 상대를 기다려주는 여유가 있다. 드라마를 잘 이해하고 있다 보니 정리가 되어 있고 어떤 것에서도 갈 수 있는 유연성이 발휘되는 게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친구일 수 있지만, 굉장히 형 같다. 기대고 싶은 안정감 있는 단단한 바위 같은 열이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뮤지컬 <그리스>로 데뷔한 신예 이석준에 대한 느낌은 어떨까. 김현진은 "키 큰 귀요미. (웃음) 나이가 어린데도 불구하고 집에서 맏이라 그런가? 책임감이 느껴지는 대쪽같은 부분이 있다. 파릇파릇한 초록색 대나무 그리고 친근함 있는 열이다. 공연을 보시면 이해가 되실 거다"고 말했다.

배우 김현진. / 사진 이지은 기자
배우 김현진. / 사진 이지은 기자
  • 이름을 불러주는 한 사람의 이야기 <풍월주>

김현진이 느낀 <풍월주>는 시인 김춘수의 <꽃>이다. '내가 나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구절을 떠올렸다. 

이어 "이름에 대한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다"는 그가 흥미로운 사실을 알렸다. 사담의 이름 뜻은 버릴 (사), 떨칠 (담)인 반면 열은 기쁠 (열)로 굉장히 다르게 풀이되고 있다. "짐을 버리는 아이와 기쁘다는 아이가 같이 살아가는 이야기인데, 기쁘다는 이름을 가진 아이는 자기의 기쁨을 사담한테 밖에 찾을 수밖에 없다. 모두가 짐이고 버려야 한다는 사담을 유일하게 그렇지 않게 불러준 건 열이 뿐이다"며 "마지막에 '나를 불러준 한 사람'이라 하듯 사담은 계속 이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진성여왕이 '세상이 부르는 그 이름 묻고 가야겠지'라는 말로 힘을 더한다. "열이와 사담에겐 다른 사람이 부르는 이름은 의미가 없었던 거다. 열이가 사담이라 불러주면 그 이름이 소중해진다" 또 "진성은 열이한테 계속 자신의 이름을 불러 달라고 말하고 그런 열이 처음 이름을 불러줬기 때문에 그를 좋아한다. 산이라는 이름을 감추고 운장이라는 이름을 택한 어르신도 마찬가지다. 결국, 모두가 진짜 이름을 찾아가는 내용이다. 본질을 불러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자 기다리는 이야기다"고 피력했다.

배우 김현진. / 사진 이지은 기자
배우 김현진. / 사진 이지은 기자

그렇다면 김현진은 보여주고자 하는 사담은 어떤 모습일까. "자신의 진짜 이름을 불러주는 한 사람을 지키기 위한 강인함을 가진 담으로 그리고 싶다. 이름이라는 메타포를 표현하기 위해 어떤 장면들을 저의 해석대로 가져오고 있다. 공연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다른 담과 기존 동선이 다르다. 제가 의도한 대로 연출님이 열어주시고 응원해 주셨다"고 알렸다.

"편견이나 색안경 없이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예요. 어쩌면 사담과 열도 그런 관계가 아니었을까. 관객이 위로를 받고 집으로 돌아가시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바람이 있어요."

작품이 오랜 시간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 "연습할수록 수묵화 같은 느낌이 들었다. 미술을 잘 모르지만, 때로는 질리지 않는 그림도 오래 보고 싶은데 <풍월주>가 그런 거 같다. 수묵화 나름대로 표현할 수 있는 붓의 강렬함이 있고 전체적인 그림을 봤을 땐 여백의 미가 살아있다. 볼 때마다 마음이 가는 캐릭터들이 달라질 수 있는 드라마가 장점이 아닐까. 음악도 기가 막히게 좋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을 펼쳤다.

배우 김현진. / 사진 이지은 기자
배우 김현진. / 사진 이지은 기자
  • 가장 좋아하는 장면과 마음 아픈 장면 그리고 싶었던 장면

김현진은 '술에 취한 꿈 Rep. (리프라이즈)'를 가장 좋아한다. 사담과 열이 서로 등을 맞대고 있는 장면이 담으로서 가장 마음에 와닿는다는 설명이다. "담과 열이 뿐만 아니라 모든 인물이 다 자신의 속마음을 이야기하지 못하는데, 이 장면에서 담이가 열이에게 하고 싶은 말을 툭툭 꺼내 보여줘서 아리다"고 전했다.

이어 "조금 더 속마음을 드러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열이와 있을 땐 마냥 슬프지만은 않게 행복하고 즐거운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연출님도 강조하신 점이다"고 덧붙였다.

반대로 가슴이 아플 만큼 마음이 아픈 장면은 '부르지 못하는 이름'이다. 그는 "연습 초반, 한동안 가슴을 때린 기억이 있다. 애써 담이가 속마음을 누르고 안으로 삼켜 폭발시키지 못하지 않나. 게다가 그때 열이가 바로 옆에 있다"며 생각에 젖었다. 

"담이에게 줄 수 있는 모든 게 다 들어가 있는 거 같아요. 태어나서 자신의 이름을 처음 보게 되는 순간, 그토록 함께하고 싶었던 열이의 이름을 손으로 적게 되는 순간 그런데 앞으로는 쓰지도 부르지도 못하는 자신의 결심에 대한 다짐들까지요." 

<풍월주>의 시그니처 장면, 열이와 사담은 서로 마주한다. 김현진은 생각과 고민의 흔적을 드러냈다. "숨바꼭질처럼 그려내고 싶었다. 마치 혼자 놀이터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던 아이 뒤에 친구가 동참하는 순간을 녹여 내보자. 다행히 연출님이 큰 동선 안에서 제가 표현 할 수 있을 거 같다는 말씀하셨다. 극장에 들어서면 조명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다른 담과 등장 타이밍이 다르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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