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연극 '한뼘사이' 온정-차수영-노푸름, "우리 사랑은 한 뼘 사이일까?"
[인터뷰] 연극 '한뼘사이' 온정-차수영-노푸름, "우리 사랑은 한 뼘 사이일까?"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0.0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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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부터 배우 온정, 차수영, 노푸름 연출

연극 <한 뼘 사이>는  올해 3년 차가 됐다. 대학로에 수많은 '로코' 작품들 가운데 살아남을 수 있었던 힘을 뭐였을까. 알아보고 싶었다.

연극 <한 뼘 사이>는 한 오피스텔에 살고 있는 네 명의 인물들을 그리고 있다. 불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는 걸크러쉬 강력부 마혜리 검사와 검사 출신 변호사 야한길, 신입 사회부 기자 금나리와 사기꾼 리처드 홍까지. 이들은 닿을 듯 말 듯 한 한뼘사이에서 아슬아슬 사이를 이어가게 된다. 이들의 이야기는 어떤 끝맺음을 맺게 될까?

이번 작품에서 연출이자 배우로 참여하고 있는 연출가 노푸름과 멀티맨 역의 온정, 마혜리 역의 차수영 배우를 만났다. 이들이 그리고 있는 역할을 시작으로 이번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아래는 세 명의 배우와의 일문일답이다.

 

Q. 반갑다. 우선 본지와 첫 인터뷰니 만큼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노푸름 : 반갑습니다. 올해 서른한 살이 된 배우 노푸름이라고 합니다. 배우를 전업으로 하는데 운과 연이 닿아 현재 한뼘사이에서 연출을 맡게 돼서 연출 겸 배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온 정 :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스물아홉이 됐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배우 온정입니다. 배우로서 목표로 가지고 있는 이상향 또한 제 이름과 같습니다. 온정을 베풀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고 연기하고 있습니다.

차수영 : 안녕하세요. 올해 스물여덟, 밝고 긍정적인 사람이 되고 싶은 배우 차수영이라고 합니다.


Q. 우선 지금 하고 있는 연극 <한뼘사이>를 소개하자면

노푸름 : 네, 연극 <한뼘사이>는 한 오피스텔에서 일어나는 남녀 간의 섬과 에피소드를 담고 있는 작품으로, 로맨틱 코미디라는 큰 타이틀 안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벌어지는 작품입니다. 오글거리는 느낌보다 코미디적인 요소가 많아서 관객분들이 쉽고 재밌게 다가가실 거라고 믿고 있어요. 그리고 큐피트라고 로마신화의 사랑의 신이 나와서 이런 느낌이 들게 만들죠. '사랑이란 게 운명일까'라는 의문점을 갖게 만들어요. 전 운명론을 믿거든요. 연애를 할 때에도 분명 이런 사랑의 신이 도와준다는 생각이 들어요.

노푸름 연출
노푸름 연출 겸 배우


Q. 다른 두 배우는 운명을 믿나

차수영 : 저는 운명론을 믿지 않아요. 운명은 만들어가는 거라고 믿고 만들어 가는 편입니다.

온 정 : 저도 운명은 만들어 나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노력할수록 운명이 저한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차수영 배우
차수영 배우


Q. 맡은 배역에 대해서 소개하자면

차수영 : 제가 맡은 역할은 마혜리라고 하고 검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어요. 극중 301호에 살고 있죠. 강인함을 지닌 여성 캐릭터로 사회적으로 강해 보이고 높은 직에 있는 인물이지만 속으로는 한없이 여린 여성상을 가지고 있어요. 내면에 숨겨져 있지만요. 그런데 한 인물을 만나면서 이런 부분들이 보이게 되죠. 마혜리는 자신의 속마음을 보이는 걸 원하지 않고 감추려고 하지만 점점 더 그에게 보이게 되는, 조금씩 문을 열게 되는 인물이에요.

노푸름 : 제가 맡은 역할은 사기꾼으로 이름은 리처드 홍이라고 해요. 과거가 굉장히 어두운 인물이죠. 고아 출신으로 혼자서 열심히 세상을 살려고 하죠. 극 중에 옆집에 사는 금나리 라는 기자를 만나면서 조금씩 변해요. 그의 밝은 모습을 보면서 자기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개과천선하게 되는 인물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서 자기가 저지른 죄의 죗값을 받으려고 하는 인물입니다.

온 정 : 저는 1인 7역 '멀티맨' 역을 맡고 있어요. 큐피트, 마혜리를 쫓아다니는 진상 선배, 조봉구, 장사장, 야한길의 어머니, 취객, 김순경 등의 역할을 오가고 있죠. 개인적으로 가장 편한 역할은 청소부 아줌마 역인 것 같아요. 가장 힘들었던 건 장 사장으로 악역인 역할이라서 어떻게 표현을 해야 잘 표현을 하는 건가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었던 부분이에요. 사채업자와 불법 도박, 장기 매매에 연루되어 있는 인물이거든요.


Q. 다른 두 분은 특별히 어려웠던 부분들이 있었을까

차수영 : 저는 본능에 조금 충실한 배우거든요. 기본 라인을 지키면서 공연에 올라가는 날마다 그날의 컨디션에 맞춰서 연기를 하고 있어요. 그렇다 보니 감정을 컨트롤하는 게 어렵더라고요. 어떤 날은 조금 더 화를 내거나, 덜 낼 때가 있고, 또 다른 어떤 날에는 더 슬프거나 덜 슬플 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 감정을 컨트롤하는데 집중했던 것 같아요.

노푸름 : 빚을 갚으려다 보니 도박에 빠지는 캐릭터거든요. 그런데 제가 어릴 때부터 어머니가 도박의 '도' 자도 못하게 하셨었어요. 그래서 돈을 잃어서 폭발하는 감정을 만드는 게 조금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연습할 때 정말로 밤새 고스톱을 쳐봤거든요. 한 밤을 새우니까 그 느낌을 얼추 알겠더라고요. 아 이런 거구나 했었습니다.(웃음)

온정 배우
온정 배우

 

Q. (노푸름 연출) 배우이자 연출로 활동하고 있는데, 연출은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걸까

노푸름 : 사실 처음 세 달간만 연출을 하기로 하고 시작했던 거였어요. 처음엔 배우 겸 조연출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그때 메인 연출을 맡으셨던 선배님이 난타를 하겠다고 나가신 거예요. 대표님인 술을 한잔하자고 부르셔서 술을 마시고 있는데, 그 자리에서 연출을 해보겠느냐고 제안을 주셨었죠. 처음에는 세 달간만 연출을 맡이라고 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제가 욕심이 있어서 첫 연출을 맡으면서 각색을 시작했어요. 하는 김에 제대로 하고 싶었거든요. 그중에서 가장 큰 건 암전이 되면 손뼉을 치는 거였어요. 처음에는 아무도 안 따라 해주셨었는데, 어느새 지금은 우리 공연만의 시그니처가 됐죠.


Q. 다들 오랜 기간 이 작품을 함께한 걸로 알고 있다.

온 정 : 이 작품은 오디션으로 합류한 작품이었고, 솔직하게 그때는 6개월만 할 줄 알았었어요. 그렇게 계약을 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어느샌가 2년이 넘었네요. 이젠 정말 애정이 깊어진 작품이 됐어요.

차수영 : 맞아요. 오랜 기간을 버텨온 만큼 회사의 시스템도 많이 발전한 것 같아요.

차수영 배우
차수영 배우

 

Q.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

노푸름 : 다들 인스타 후기나 공연 후기를 보는 편이라 이와 관련해서 이야기할게 많을걸요. 저도 인스타 후기를 다 챙겨 보는 편이고 해시태그를 찾아보고 좋아요를 누릅니다.(웃음)

차수영 : 저는 예전에 금나리 역을 맡았었거든요. 기자를 꿈꾸시는 분들의 DM을 받았던 적이 있어요. 정말 장문의 글을 써 보내주셨었는데 다 읽어봤죠. 정말로 제가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행복하고 따뜻함을 느끼고 간다는 글과 함께 너무 좋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배우라고 말씀해 주셨었어요. 그리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꿈에 대해서 업그레이드할 수 있었던 공연이라고 너무 크게 칭찬해 주셔서 기억에 남아요.

온 정 : 저도 비슷한 것 같아요. 저는 몰랐지만 저의 작품, 제가 하고 있는 작품들을 다 챙겨주셨던 분이 계셨었어요. 저도 너무 행복한 감정을 받을 수 있고, 느낄 수 있게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들었던 적이 있는데, 정말 감사한 말인 것 같아요.

노푸름 : '재미있다' '최고의 공연이다'라는 이야기도 좋지만, 차수영 배우의 말처럼 관객분들이 자신이 이 작품을 보면서 공감했다고 이야기해 줄 때가 개인적으로 가장 행복한 일이고 배우로서 행복한 게 아닌가 싶어요. 예전에 한 관객분이 이런 말을 해주셨던 적이 있어요. 자신의 삼촌이 정말로 도박에 중독됐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연기한 리처드 홍 또한 그런 도박 중독에서 좋은 사람으로 변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서 감사하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말을 들으면 정말 작품을 허투루 생각할 수 없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는 것 같아요.

 


Q. 슬펐던 일들은?

차수영 : 저는 개인적으로 정말 가끔 대사를 절거나 실수할 때가 있는데, 딱 그걸로 악플이 올라오면 슬프더라고요. 그래서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런데 꼭 이거 틀리지 말아야지 생각하고 무대에 오르면 그 부분을 절거나 틀리더라고요. 그래서 더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노푸름 : 저는 연출에 대한 악평이 올라오면 그래요.

온정 배우
온정 배우

 

Q. 실수할 때 대처법이 있을까

노푸름 : 저는 일단 대사가 생각이 안 나면 그냥 새로 지어서 말해요. 틀려도 관객분들이 틀린 거라고 생각 못 하게 연기하는 편이죠. 그런데 소품이나 조명 실수는 어쩔 수 없더라고요. 예전에 온정 배우가 선글라스를 끼고 나와야 하는데 안 끼고 나와서 웃음을 참지 못했던 적이 있어요. 정말 안 웃으려고 얼굴을 객석 쪽에서 무대 뒤로 돌린 적이 있었죠.

온 정 : 사실 제가 퀵 체인지가 많아서 자잘한 소품들을 실수할 때가 있어요. 가발을 쓰고 뛰어다니다가 벗겨진 적도 있어요.

노푸름 : 그런 걸 제외하고 한 번은 지방 공연을 갔을 때 문제가 생겼을 때가 있었어요. 조명을 꺼주셔야 하는데 당시 오퍼레이터를 맡았던 감독님이 조명을 안 꺼주셔서 계속해서 액션을 해서 끝마쳤던 기억이 있어요. 다시는 되풀이하고 싶지 않은 기억입니다. 그런 걸 제외하고는 정말 좋은 기억밖에 없는 것 같아요. 예전에 파주에서 공연 요청이 와서 공연을 하러 갔던 적이 있는데 장애를 가지고 있는 분들을 관객으로 모셨던 적이 있어요. 너무 어둡게 암전이 되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하셔서 불도 살짝 켜두고 했었던 공연인데 걱정했던 것과 다르게 너무나 집중을 잘 해주시고 박수도 쳐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정말 즐겁게 공연을 했던 기억이 있어요. 정말 감동이었고 뿌듯함도 컸었던 공연이었던 것 같아요.

 


Q. 배우가 되야겠다라고 생각헀던 계기가 있을까?

차수영 : 저는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였어요. 원래는 미술을 전공하려고 순수 미술을 준비했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제 길이 아닌 것 같더라고요. 그때 엄마가 문화생활을 많이 시켜주셨었거든요. 많은 작품들을 보러 다니면서 저 스스로도 많이 변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뮤지컬에 빠지게 돼서 뮤지컬 배우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고, 지금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노푸름 :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연기자가 되고 싶었어요. 삼촌이 영화를 정말 좋아하셨었는데, 제가 삼촌이랑 많이 있었거든요. 그때 영화를 보면서 봤던 배우들에 저 스스로 너무 멋있고 부럽더라고요. 사실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저는 배우들이 다 잘생기고 예뻐야 하는 직업인 줄로만 알았었어요. 그래서 난 안되겠다고 생각하고 마지막으로 도전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무조건 한 번을 해보고 싶었거든요. 그렇게 도전을 했고, 여러 작품들을 거쳐서 지금 이 작품을 하고 있고, 연출로도 자리하고 있게 된 것 같아요.

온 정 : 저는 사실 영화감독, 연출가가 되고 싶었어요. 고등학교를 다닐 때 선생님이 제 성적을 보시고 연출가가 되기 어렵겠다며 연기를 배워보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를 해주셔서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연기를 배워보니까 이게 너무 매력적이더라고요. 시간이 지나면서 열정도 더 생겼던 것 같아요. 연기를 배우면 배울수록 더 하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고 대학까지 가게 됐죠. 물론 재수를 했지만요.(웃음)

 

Q. 연극 <한 뼘 사이>가 3년 차가 됐다. 지금까지 이끌어 올 수 있었던 힘이 있다면

노푸름 : 3년 차는 이 업계에서 아직 신생아밖에 안돼요. 두려움과 무서움이 가시지 않은 상태죠. 지금도 커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아직도 저는 안정권에 접어들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조금 더 노력하고,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가면서 4년 차, 5년 차까지 큰 탈 없이 가고 싶어요. 많은 관객분들이 즐겁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차수영 : 관객분들의 큰 사랑만큼 배우들도 이 작품에 큰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게 큰 장점인 것 같아요. 초연 때부터 지금까지 해왔던 배우들이 서로 연락을 이어가고 있을 정도로 다들 큰 애정을 가지고 있어요. 그만큼 더 잘 됐으면 좋겠고, 더 열심히 하려고 생각 중입니다.

온 정 : 저도 비슷한 것 같아요.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정말 재밌게 작품을 임하고 있거든요. 저는 이 작품의 처음부터 같이 하지는 않았지만, 그리고 마지막이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날까지 함께하고 싶어요.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잘 되는 연극이었으면 좋겠어요.

노푸름 : 지금 10차 팀이 프리뷰 공연을 시작했어요. 여태까지 이 작품을 했던 배우들이 공연을 보러 와서 응원도 해주고 있거든요. 그렇게 같이 밀어줄 때는 밀어주고, 당겨줄 때는 당겨주면서 지금까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남은 하반기, 이것만은 이뤄내고 싶다. 목표가 있을까

노푸름 : 매년 저 스스로의 목표인데, 상업 영화에 들어가서 대사 몇 줄이라도 말해보는 거요. 배우로서의 목표라면 이건 것 같아요.

차수영 : 저는 사실 속 편하게 사는 스타일이거든요. 미래보다는 오늘, 지금을 위해 사는 사람이거든요. 뭔가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살고 있지 않는 것 같아요. 그냥 지금처럼, 지금보다 더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행복의 기준이요? 행복이라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저는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도 행복하다고 느끼거든요. 최근에 가장 행복했던 일은 9천 원짜리 파이를 사 와서 집에서 포크로 찍어서 한 입 딱 베어 물었을 때 너무 맛있더라고요. 그런 것처럼 사소한 것에 행복을 느끼고 있어요. 사소하지만 행복한 일들이 계속됐으면 좋겠어요.

온 정 : 올해 목표라는 거창한 것보다, 저는 제 스스로 배우로써 밝은 에너지로 관객분들에게 위안을 드리고 싶다는 게 제 목표이자 배우로서의 자세인 것 같아요. 인간으로서는 올해 스물아홉 살이 됐는데, 딱 10년 전에 저 스스로 작성했던 어떤 배우가 될 것 같을까라는 글이 있었는데 하나도 맞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부분들을 잘 체크해서 내년, 서른 살이 되었을 때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게 올해, 지금의 목표인 것 같아요.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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