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女직원 극단적 선택...성추행 의혹 '제기'
오리온 女직원 극단적 선택...성추행 의혹 '제기'
  • 한원석 기자
  • 승인 2020.0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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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세 서모 유서서 “그만 괴롭혀”... 회사 “정황 발견 못해” 주장
시민단체 "회사가 문제 덮는다" 주장 ... 성추행설 주장까지 제기

오리온그룹(담철곤 회장)이 직장 내 괴롭힘을 견디지 못한 여직원이 극단적 선택한 사건으로 곤혹스럽다.  22살 서00(여)는 전북 익산시에 소재한 오리온 공장에서 일을 하다 지난 3월 17일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그녀가 투신자살하면서 남긴 것은 두장의 유서. '오리온 너무 싫어'라는 글로 시작됐다.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발생한 사건이다. 유가족과 시민단체는 고인의 명예회복을 촉구하며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오리온 익산공장 청년노동자 추모와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사회모임(시민사회모임)’은 19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오리온 본사 앞에서 ‘억울한 죽음 이후 2달째 묵묵부답, 오리온은 유가족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대책 마련하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오리온 익산 3공장에서 근무하던 고(故) 서00(22)가 지난 3월17일 상급자의 실명과 직책을 거론하며 ‘그만 괴롭히라’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서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오리온에 취업했다. 숙소에서 생활을 했다.  그녀는 매일 매일 근무가 끝나는 시간에 선임에게 불려가서 혼났다. 또 회사의 팀장이 매일같이 불러 작업라인에서 문제가 발견된 일로 계속 문책을 당했고 경위서, 시말서까지 작성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고인은 사내 유언비어와 부서이동 등으로 괴로움을 호소했다. 남성 상급자들로부터 성희롱도 당했다”고 주장했다.

고인이 남긴 두장의 유서에도 오리온의 불공정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고인은  “오리온이 너무 싫어”, “돈이 뭐라고”, “이제 그만하고 싶어”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또 상급자의 실명과 직책을 거론했다. 그 상급자에게 “그만 괴롭혀라” 고 했다.

이는 회사 측이 상급자의 괴롭힘에 회사 측에서 무관심했던 것으로 보인다. 오리온은 사내에서 직정내 괴롭힘과 예방 활동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서씨는 생전 같은 회사에 다니는 B씨와 사내 연애를 했다. 선임 노동자들에게 서00에게 “꼬리 친다”, “남자 꼬신다” 등의 발언으로 성희롱을 했다. 서씨의 친구들의 증언이다. 유족들은 서씨가 성추행을 당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유가족은 "상급자로부터 원치 않는 신체접촉을 당한 사실도 있다"고 주장했다.

2019년 고용노동부는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ㆍ대응 매뉴얼>을 책자로 만들어 배포했다. 직장내 괴롭힘을 예방하기 위한 법정의무교육이 생겼다.

고용노동부의 매뉴얼에 따르면, 법상 직장 내 괴롭힘의 개념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라고 적고 있다.

서00씨가 남성 상급자의 이름을 거명한 만큼, 직정 내 괴롭힘에 해당된다는 주장이다. '지위의 우위'란 기본적으로 지휘명령 관계에서 상위에 있는 경우를 의미하나, 직접적인 지위명령 관계에 놓여있지 않더라도 회사 내 직위, 직급 체계상 상위에 있음을 이용하였다면 지위의 우위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리온 익산공장 청년노동자 추모와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사회모임'(시민사회모임)이 공개한 故 서모씨의 유서 중 일부. (사진=뉴시스)
'오리온 익산공장 청년노동자 추모와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사회모임'(시민사회모임)이 공개한 故 서모씨의 유서 중 일부. (사진=뉴시스)

오리온 측이 서00씨의 죽음이후 행보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궁금한 이야기Y>에 출연한 서00의 남자친구 A씨는 "(공장장이)저를 차로 불렀다. 옆에 탄 사람이 녹음기를 켰다. 공장장이 그날 00이랑 싸웠어?라고 물었다.'그런 거 없다. 아무일 없었다'고 했다. 계속 무슨 얘기를 해도 결국에 끝은 '00이랑 싸운거 아니냐'고 했다. 

남자친구 B씨는 공장장이 자신을 불러  "싸운 것이 아니냐?"고 묻는 이유가 죽음 이유를 싸움으로 몰고 가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의심했다.

유가족과 시민단체는 사측의 부책임에 분노했다.

시민사회모임은 “회사는 제대로 된 사과 없이 ‘자체 조사 결과 아무 문제가 없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연락을 끊는 등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태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진호 직장갑질119 총괄 스태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안타까운 죽음”이라며 “회사는 대충 넘어가겠다는 식으로 대응하는데 지금이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이런 죽음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리온은 서씨의 죽음과 관련 사실관계 확인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진다. 직장 내 괴롭힘이나 부당한 업무지시 등 정황을 찾을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유족 요청에 따라 두 차례에 걸쳐 경찰 조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회사와의 연관성은 없었다는 결론이 내린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고용노동부 익산지청에서도 관련 조사가 진행 중이다.

서씨의 유가족은 회사의 자본논리에 분노했다.  금전을 입금하고 연락을 끊었다는 것.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입금된 돈은 3월 급여와 사규에 정해진 본인 사망에 따른 경조금”이라면서 “유족 측은 이를 위로금 내지 보상금으로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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