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號 포스코에 반기든 해운업계... “물류자회사 설립 반대”
최정우號 포스코에 반기든 해운업계... “물류자회사 설립 반대”
  • 한원석 기자
  • 승인 2020.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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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해운업 진출할 것... 포스코, 본업에 충실해야”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해운업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결국 다른 대기업 계열사처럼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기존 해운업계를 곤경에 빠뜨릴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19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포스코 물류자회사 설립 관련 해양산업계 합동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한국증권신문)
19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포스코 물류자회사 설립 관련 해양산업계 합동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한국증권신문)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이하 한해총)를 비롯한 관련단체들은 19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합동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설립은 결국 해운업으로의 진출로 귀결된다”며 설립 철회를 주장했다.

강무현 한해총 회장은 “포스코의 이러한 행보는 장기 불황의 여파를 겪고 있는 현실에서 매우 부적절한 처사“라며 “우리나라 해운뿐만 아니라 모든 물류 생태계가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기업시민이라는 포스코의 기본 경영 철학에 역행하는 물류자회사 설립을 철회해달라”며 포스코 측에 상생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최두영 전국항운노조 위원장은 “과거 대기업 물류자회사의 횡포를 겪은 적이 있다”며 “이는 건전한 동반성장을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의약분업을 예로 들며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처럼 철강은 포스코에게 운송은 해운회사에게”라며 포스코는 본업에 충실하라고 강조했다.

업계는 공정거래법이 해운업에서는 허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현행법에서 특수관계에 있는 법인 매출액 비중이 30% 이상인 경우 특수관계인에게 증여세를 부과하고 있다. 문제는 대기업들이 이 비중을 30% 미만으로 낮추기 위해 3자매출 비중을 확대시키고 있는 것. 이는 결국 시장의 황폐화를 가중시킨다고 지적했다.

포스코의 이번 해운업 진출 방침을 두고 임현철 한국항만물류협회 상근부회장은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임병규 한국해운조합 이사장은 “자회사가 생기면 기존 6개 선사와의 장기 운송계약도 불투명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태하 선원노조 국장도 “저가 경쟁으로 인해 선사들은 고통받고 있다”며 “국민과 국가경제 발전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른바 ‘통행세’로 불리는 중간 수수료를 포스코의 물류자회사가 수취할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이럴 경우 해운사의 이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김인현 고려대 로스쿨 교수(해상법)는 “자회사는 별다른 부가가치 창출없이 해운기업의 매출을 줄이는 것”이라며 “포스코와 물류회사가 직거래할 때 100을 주고받았다면, 물류자회사 출범이후에는 10을 자회사가 가져가게 된다”며 우려했다.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상근부회장은 “국내 대기업이 해운업에 진출해 성공한 사례가 없다”며 과거 실패로 끝난 포스코의 해운업 진출 시도들을 설명했다. 실제로 포스코의 전신인 포항제철 시절이던 1990년, 대주상선을 설립했으나 5년 만에 한진해운에 매각했다. 이후로도 수차례 해운업계 진출을 시도한 바 있다.

포스코가 그간 싼값에 물류서비스를 누려놓고 이제와서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영무 부회장은 “포스코의 매출원가 중 물류비중은 2.4%로 다른 국내 제조대기업의 6.6%에 비해 대단히 낮다”면서 “포스코가 설립을 강행할 경우 신뢰관계가 와해되고 물류전문기업의 경쟁력은 물론 국가 물류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8일 포스코는 이사회를 열고 물류자회사 설립을 의결했다. 포스코 그룹 내 물류팀을 통합해 연내 설립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류회사가 출범할 경우 매출은 약 3조원 규모, 연간 물동량은 약 1억6천만톤으로 예상된다.

해운업계에서는 “대기업 물류자회사들이 계열사 물량과 3자물류시장의 물량을 대거 흡수해 17년만에 28배 급성장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해운업계 매출은 16조8천억원에서 29조5천억원으로 1.8배 성장하는데 그쳤다. 이 와중에 한진해운을 비롯한 170여개 선사가 파산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다른 대기업 자회사처럼 일감몰아주기로 인해 각종 문제를 야기하며 급성장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앞서 지난달 23일 문재인 대통령은 경남 HMM 대우조선해양에서 열린 세계최대컨테이너선 명명식에서 “해운산업은 연관산업의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며 선화주 상생형 해운모델 정착을 천명한 바 있다. 해운업계의 반발에 대한 포스코와 관련 부처 및 정치권의 대응이 앞으로 어떻게 이뤄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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