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드라큘라' 진태화 "운명은 만들어 나가는 것"
[인터뷰] '드라큘라' 진태화 "운명은 만들어 나가는 것"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0.0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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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드라큘라' 조나단 역에 캐스팅된 진태화
데뷔작품으로 돌아온 진태화, "많은 작품 오가며 성장해 돌아왔다"
 

 

 

예술계에서 뱀파이어라는 소재는 정말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다. 불멸의 존재로 왕국을 통치하는 왕이 되기도하고, 누구보다 매력적인 예술가가 되기도 어떤 작품에선 누구보다 뛰어난 솜씨를 가진 의사가 되기도 했다. 

뮤지컬 <드라큘라>는 브램스토커의 동명의 소설 드라큘라에서 큰 줄기를 가져왔다. 트란실바니아의 귀족 드라큘라와 그의 성을 찾는 조나단 파커, 미나 파커의  이야기다. 드라큘라가 조나단의 아내를 보고, 과거의 자신의 아내 엘리자베스가 환생한 것임을 깨닫는 순간부터 이들의 파멸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한다.

배우 진태화는 뮤지컬 <드라큘라>에서 조나단 역을 맡았다. 2016년 해당 작품을 통해 뮤지컬 배우로 데뷔했다. 2주간의 짧은 공연이었지만 배우로서 자리할 수 있었다고 조심스럽게 말하던 그는 4년만에 같은 공연, 같은 배역으로 돌아올 수 있게됐다. 

코로나19라는 피할 수 없는 글로벌 판데믹 속에서 기자 조나단과 운명적인 이야기 속에서 고민하고 기뻐하고, 행복해하고, 슬퍼하는 '드라큘라' 속의 조나단, 진태화와 만났다. 배우가 된 이후 많은 경험을 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하던 배우 진태화와의 인터뷰다. 아래는 그와의 일문일답.

 제공 오디컴퍼니㈜

 


Q. 반갑다. 본지와 첫 인터뷰,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A.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뮤지컬 <드라큘라>에서 조나단 역할을 맡고 있는 배우 진태화라고 합니다.


Q. 16년 공연에 이어 올해도 <드라큘라>에 참여하게 됐다. 같은 작품, 배역이지만 배우로서 달라진 부분들을 느꼈을 것 같다.

A. 맞아요. 경험적인 부분들에서 많이 달라졌죠. 처음 이 작품을 만났을 때 저는 연기의 연자도 몰랐었거든요. 노래랑 춤은 되지만 연기는 몰랐던, 모든 게 처음이었던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진태화라는 배우가 조나단 역을 맡아서 연기를 하고 있지만, 진태화의 조나단은 없었어요. 그리고 그 이후로 많은 작품들을 하면서 '이렇게 하는 거구나'라는 걸 알게 됐죠. 잘하고 싶기 때문에 더 열심히 노력했고 여러 작품들을 통해서 배우로서 자리할 수 있게 됐어요.


Q. 올해 봤던 조나단은 '진태화의 조나단'이었던 것 같은데

A. 그렇게 봐주시면 감사하죠. 이 작품을 다시 맡으면서 '내가 보여 줄 수 있는 나만의 조나단이 뭐가 있을까'란 고민을 계속했었어요. 그래서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걸 찾았고, 표현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고민하고 노력하고, 연습하면서 제가 저도 모르게 쌓아왔던 큰 틀을 깨트렸던 것 같아요.


Q. 어떤 부분들을 조금 더 집중하고자 했나

A. 조나단이라는 역할 자체가 미나만을 바라보고 열렬히 사랑하는 역할이잖아요. 변호사이기도 하고요. 저는 마냥 순진하게 일을 제쳐두고 미나만 바라보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일과 사랑, 둘 다를 선택하려 하는 인물에 집중했어요. 저는 어느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일하는 장소에도 미나를 불러 같이 다녔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부분들에서 미나에 대한 사랑이 더 돋보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 고민했던 것 같아요. 드라큘라 백작이 아내에게 인사하고 있는 모습을 본 뒤로 두려움과 낯섦, 공포감을 느끼지만 일을 성공시켜야 한다는 생각도 공존하고 있거든요. 이 두 개의 목적을 생각하고 시작했던 것 같아요.

 

 

 

Q. 사실 드라큘라라는 소재에서 항상 조나단이라는 인물이 나온다. 사실 대다수의 작품에선 불행한 삶을 살거나 죽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작품은 올해 처음 봤는데, 사실 보면서 언제 죽는지 마음을 졸였다. 

A. 다행히 죽지는 않습니다.(웃음) 죽음 직전까지 가게 되지만 결국 돌아옵니다. 1막에서 가장 격렬하게 휘몰아치는 캐릭터인 것 같아요. 초반부에 강렬한 모습을 보여준 뒤로 조금 시간이 지난 뒤에 등장을 하게 되거든요. 그래서 그 부분에서 최대한 조나단이라는 인물을 잘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야 조나단이 한 행동과 선택이 관객들에게 납득이 될 거라고 보였었거든요. 저 자신에게도 납득되는 캐릭터이고 싶었던 것 같아요.


Q. 첫 장면, 두 사람이 함께 있는 자리를 뒤늦게 찾아가는데

A. 맞아요. 첫 장면에서 제가 뒤늦게 두 사람이 만나는 모습을 보고 달려가죠. 사실 이 장면에서 드라큘라 백작이 환영한다고 인사를 하면서 손에 키스를 하는데 지나치게 오래 있어서 전 불편해지더라고요. 실제로 제 여자에게 그런 인사를 한다면 불편함을 느낄 것 같았어요. 이런 모습을 본 조나단 또한 드라큘라 백작이 자신의 일과 관련된 인물이지만 약간의 의구심을 만드는 장면이 되는 것 같았어요.


Q. 다음 장면에서 슬레이브들이 나오는 흡혈 신이 있는데, 이때 조나단은 왜 십자가를 던졌을까

A. 저의 의지라기보다는 그냥 정말 뱀파이어들의 홀려서 조종을 당하고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때만큼은 인간의 본능과 쾌락만을 생각하게 됐던 거죠. 이성이 없다 보니까, '나를 유혹하던 이들이 왜 나를 갑자기 뿌리칠까?'라는 생각을 했던 거죠. 그리고 목에 걸려있던 십자가를 바라봐요. 의도적으로 했다기보다는 이들에게 홀려있다보니 더 깊이 생각할 수 없었고 바로 행동으로 옮겼다고 생각해요.


Q. 작품 속에서는 짧은 시간이지만, 실제로 이 흡혈신 이후로 오랜 기간을 거쳐 런던으로 돌아오게 되는데

A. 맞아요. 요양 병원에 가게 돼요. 개인적으로 조나단에게 요양병원에서부터 런던으로 돌아오기까지 쉬운 일은 아니였을 거라고 생각해요. 정말 죽다가 살아났고, 미나와는 연락이 끊겨있는 상태였잖아요. 그래서 매일매일이 절망 속일 것 같았아요. 그래서 처음 미나를 만날 때 정말 반가움과 사랑 같은 감정들이 몰아치더라고요. 이때 'Loving you keeps me alive'라는 넘버를 부르는데 감정 몰입이 많이 돼요. 내가 정말 사랑하는 여자를 못 볼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 앞에 다시 나타난 거였거든요. 물론 드라큘라 백작과 미나가 메인으로 점쳐지는 장면이기는 하지만 제 스스로 제가 표현하고 있는 감정을 제일 폭발적인 장면이었어요. 저에게 미나라는 사람이 절망 속에 비친 단 하나의 빛줄기가 됐거든요. 그러면서 바로 결혼식을 하게 되죠.

제공 오디컴퍼니㈜
제공 오디컴퍼니㈜


Q. 결혼을 했지만 미나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때도 불안한 감정과 안타까움 같은 선들이 보였던 것 같은데

A. 맞아요. 조나단은 드라큘라 백작이 자신의 첫사랑이 환생했고, 그게 미나였다는 사실을 모르잖아요. 그런 부분들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조나단은 단순하게 미나를 쫓고 있는 누군가에 대해서만 생각하게 돼요. 사실 드라큘라 백작이 미나를 찾아오면 조나단은 기절해있거나 옆방에 가있거든요. 반 헬싱 교수님만이 알고 있죠. 그렇지만 굳이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조나단을 생각해서 말이죠. 그래서 조나단에게 가장 큰 목적은 그거였어요. '내 여자를 지켜야 한다, 지켜줘야 한다'란 목표였죠. 그렇기 때문에 미나에 온 신경을 쏟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만약에 '미나가 드라큘라 백작의 첫사랑이 환생한 사람이라고?'라는 의문점이 들었다면 저 또한 많이 흔들렸을 것 같거든요. 물론 현실과 과거는 분명하게 다르지만 그래도 흔들렸을 것 같아요. 그리고 그것 때문에 미나가 흔들린다는 생각이 들면 그것 또한 조나단에게는 큰 상처 혹은 흔들림의 시작이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이 사람이 나에 대한 확신이 없는가에 대해서 생각할 것 같거든요.


Q. 앞서 말했던 'Loving you keeps me alive' 넘버에서 이들의 절대적인 사랑이 보였던 것 같다.

A. 맞아요. 조나단은 미나를 사랑하고, 드라큘라 백작도 미나를 사랑하죠. 그 사이에 있는 미나는 계속해서 흔들리고 있어요. 드라큘라 백작에게 왠지 모를 이끌림이 있지만 일단은 조나단을 선택하죠. 그런데 그 순간에도 '내가 왜 자꾸 저 사람에게 흔들릴까'라는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추후에 '내가 이 남자가 사랑하던 여자의 환생이었구나'라는 걸 깨닫게 되죠. 드라큘라 백작이 마성의 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조나단의 매력이 부족해서 일까요?

 

 


Q. 조나단은 이름부터 특별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극 중에서 드라큘라 백작은 희생을 선택한다. 조나단은 그가 사랑을 선택하기위해서 희생한 것을 알고있을까

A. 비하인드라면 비하인드겠지만 원래 저희가 마지막 신을 만들었던 게 있어요. 미나가 드라큘라를 찌르게 되고 나서 슬퍼하고 있으면 뒤늦게 저와 반 헬싱 무리가 나와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장면이었죠. 엔딩 장면이 있었어요. 그런데 결국 삭제된 장면이었죠. 이 장면을 연습할 때 뭔가 슬픔보다 안타까움이 먼저 떠오르더라고요. 그 신을 바라봤을 때 조나단은 깨달아요. 미나가 이 남자한테 흔들렸다는걸요. 너무나 슬퍼하거든요. 저 스스로 여러 감정들이 뒤섞이더라고요. 화가 나지만 화를 낼 수 없는 이 상황, 그런 감정들이 저 스스로 고개를 숙이게 만들더라고요. 만약 있었다면 딱 그런 느낌이었을 것 같아요. 사실 공연을 하면서도 이 이야기는 무대 위에서 끝나지만 이들은 어떻게 됐을까라는 생각을 하거든요. 미나는 조나단한테 다시 왔을까? 그리고 조나단은 그런 미나를 받아줄 수 있을까란 생각들이 들기는 해요.


Q. 만약 그 장면이 있었다면 조나단이라는 인물은 무너졌을 것 같다

A. 맞아요. 그래서 엔딩 같지 않은 엔딩이 될 것 같아서 연출선생님이 삭제하신게 아닐까 싶어요. 


Q. 그럼 생각했던 것처럼 이들은 이후 어떤 삶을 살게 될까

A. 조나단은 미나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미나가 다시 돌아온다면 그녀를 거절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마저도 품고 살아갈 수 있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생각했죠. 미나의 마음가짐에 달린 문제인 것 같아요. 얼마나 드라큘라를 잘 잊느냐가 포인트가 될 것 같거든요.


Q. 운명을 믿는 편일까?

A. 아뇨, 저는 운명은 따로 있지 않다고 생각해요. 운명은 만들어 가는 거라고 믿고있거든요. 결혼을 하신 분들 중에서 하시는 말들이 있잖아요. '이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든다고요. 그런데 제가 결혼을 안해서 그런가 아직 그런 부분에 대해서 정의를 내리지 못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운명을 믿는다기보다는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 스스로 만들어 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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