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선의 女堂四色] 힘든 시대를 위한 경제학...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돈보다 위신과 존엄 원한다
[신유선의 女堂四色] 힘든 시대를 위한 경제학...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돈보다 위신과 존엄 원한다
  • 신유선 칼럼리스트
  • 승인 2020.05.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취업준비생 A씨는 코로나 19여파에 직장도 아르바이트 자리도 구하지 못한다. 카페 아르바이트 자리에 지원했지만 탈락한다. 카페 경력이 없다는 이유이다. 결국 A씨 대신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던 다른 지원자에게 일자리를 빼앗긴다.

#서울 명문대학 경영학과를 나온 B씨는 취업 시험에서 30전 30패를 경험한다. 코로나 여파로 대기업과 공기업이 공개채용 일정을 연기한다. B씨는 스펙을 쌓기 위해 자격증 시험을 준비한다. 동기들 사이에서는 '50-3-1법칙'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서류를 50개는 넣어야 최종 면접 세 번 올라가 한 곳에 합격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만큼 청년 취업은 절벽이다. 취업 경쟁이 치열한 탓에 수십 곳의 기업체에 지원서를 제출하는 일은 이제 다반사다. 그러다보니 각 기업체에 특화된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일 자체도 만만찮은 직업이 돼버렸다. 수천 자에서 만 자가 넘는 자기 소개서를 작성하면서 일부 살아남은 멘탈마저 탈탈 털리기 일쑤다. 

이 만큼 먹고 살기가 힘들어졌다. 작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아비지트 배너지55ㆍbhijit V. Banerjee)ㆍ에스테르 뒤폴로(47ㆍEsther Duflo)교수가 저술한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Good Economics for Hard Times)>는 이 시대를 나쁜 경제학을 통찰하고 있다. '빈곤'을 화두로 좋은 경제학과 나쁜 경제학을 구별해 구성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법인세를 인하하면 기업 성장과 높은 임금·낮은 실업률로 이어져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일부 보수적인 경제학자들도 법안을 지지했다. 세율 인하만으로는 경제 성장을 보장할 수 없었다.

무역을 예로 들어 보자. 무역은 모두에게 이득이 되고 모든 곳에서 고속성장이 일어난다. 또 성장은 그저 더 열심히 노력만 하면 되는 문제이다.그 과정에서 수반되는 고통은 마땅히 감수해야 할 몫이다. 이처럼 눈을 가린 경제학은 세계 전역에서 폭발하는 불평등과 사회의 균열을 외면했다.

이민자 문제도 마찬가지다.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는 이민자 혐오의 기반에는 이민자가 너무 많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민자는 전혀 ‘물밀듯이’ 밀려오고 있지 않다. 이는 숫자들을 통해 명백하게 확인되고 있다.

이주나 이민을 통해 보다 나은 일자리와 경제적 보상을 얻을 수 있는데도, 현실에서는 움직이는 사람들이 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난하더라도 고향에 머무르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좋은 경제학은 자본과의 결탁과 이테올로기의 색안경을 걷어낸 '실험 기반의 접근법'과 과학에 기반한 통계와 경험, 시행착오 등을 통해 통념을 펙트체크하여 해법을 모색한다. 네트워크와 커뮤니티가 강력한 힘이 된다는 것이다.

나쁜 경제학은 세금 인하로 경제 성장률을 끌어 올린다. 복지프로그램을 축소시킨다. 국가는 무능하고 부패한 존재다. 가난한 사람들은 게으르다. 그 결과 어마어마한 불평등과 맹렬한 분노, 무기력한 패배감을 가져온다.

저자는 이주와 이민자 문제를 통해 '나쁜 경제'를 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멕시코 이민자들이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고 선동한다. 국경을 닫는다.  이러한 이민자 문제는 서유럽 대부분 국가에서도 첨예한 문제가 된다. 이주와 이민자 문제에 대해 저자는 정치적 계산에 따른 셈법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이주가 도착 지역의 고용 및 임금 등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은 것을 이유로 들었다.

두 교수는 '나쁜 경제학'의 토대를 세운 학자이다. 40년이 지나 신자유주의의 전면화로 빈곤과 불평등의 심화되고 있다. 특히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보듯 공공성의 쇠퇴가 부국과 빈국을 가리지 않고 지구적 위협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노벨경제학상도 ‘빈곤’ 문제를 더 이상 관가할 수 없다는 점에서 둘은 2019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한 것으로 보인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가 노벨경제학상을 수여한 이유로 “이들의 글로벌 빈곤 연구에 대한 작업이 많은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개선시켰다”고 밝혔다.  노벨위원회가 노벨경제학상 분야에서 ‘빈곤’에 방점을 둔 것도 이례적이지만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수상자들의 연구 업적이다.

한편,  미국의 아카데미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오스카상 영예를 안긴 것도 이런 이유에서 일 것이다.

한국사회는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기본적인 소득의 양득화 격차도 커지고 있거니와 문화적 요인까지 겹쳐서 주거, 교육, 소비, 의식 등 시민들의 삶의 전 영역에 양극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 사회 내부가 극단적으로 분리된 두 집단, 두 사회가 형성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안고있는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고용, 노동, 저축, 교육, 주거 등의 격차를 정부가 나서 해결해야 한다. 무엇보다 사회 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이 중요하다. 

한편, 저자 아브히지트 바네르지는 세계적인 경제학자이자 개발경제학 분야 전문가다. 25년간 개발경제학 및 거시경제학 분야에서 공공정책의 역할과 빈곤의 실상에 대해 연구해왔다. 현재 MIT에서 개발경제학 관련 연구와 강의를 병행하고 있으며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의 공저자다.

에스테르 뒤플로는 지난해 역대 최연소(1972년생, 만 46세)이자 여성으로는 두 번째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MIT 경제학과 교수이고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를 함께 썼다.

신유선 칼럼리스트 

-現 공정뉴스 편집위원

-BPW한국연맹 前한성클럽 회장

-코리아나화장품 前 상무

-여성리더십 강사

-다문화가족 멘토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