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소설] 직장의 신 제68화- 그날 밤도 토끼였다.
[기업소설] 직장의 신 제68화- 그날 밤도 토끼였다.
  • 이상우 추리작가협회 이사장
  • 승인 2020.05.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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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된 거예요?”
조민지가 놀라 한 동안 입만 벌리고 있다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물었다.
“내가 설명하지. 가만있자 설명할 일이 너무 많아. 순서대로 차근차근 설명할게.”
그 때 직원이 녹차 석 잔을 가지고 왔다.
“우선 차 한 잔 씩 하고 저녁은 막국수로 준비 했는데 괜찮지?”
백 회장은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
“민지는 나의 첫 사랑이고 마지막 사랑인 양현숙을 기억하지?”
“예. 두 번 째 만난 후 떠나서 못 만났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 때 몸이 많이 망가져 있다고 했었지요.”
“맞았어. 여기 있는 민수가 실은 나와 현숙씨 사이에 난 내 아들이란다.”
“예?”
민지가 너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게 정말인가요? 민수씨는 고아로 자랐지 않습니까?”
조민지가 물었다.
“맞아. 고아로 자랐지. 그런데 나는 현숙씨가 나와 헤어진 후 어떻게 되었는지 10여년을 추적 했지. 그러다가 민수를 낳고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얼마 전에 미사리를 지나 어떤 막국수 집 할머니 집에 같이 간 기억나지?”
“예. 먹글씨로 간판 붙인 그 시골집.”
“맞아. 그 집 할머니가 현숙씨 친구야. 그 때도 내가 현숙씨 묘가 어디 있는지 알아달라고 부탁 했었지. 아직 못 찾았어.”
“네에. 그랬군요.”
“나는 민수가 내 아들이라는 것을 뒤늦게 확인하고 ....”
“제가 밝히지 말아달라고 했지요. 나는 나를 버린 아버지로 오해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타난 것이 처음엔 괘씸했었어요.”
“그랬군요.”
조민지는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그런데 뒤에 민수가 영종 그룹에 입사했다는 것을 알고 나는 40년 친구인 김 회장에게 은밀하게 뒤를 봐 달라고 부탁했지.”
“아하. 그래서 김 부사장이 민수씨 사표를 한사코 받지 않았군요. 왕 회장 빽이 있다는 소문도 헛소문은 아니네요.”
“아버지의 진심을 안 뒤 나는 당분간 일을 배울 때 까지 그냥 두어 달라고 부탁 했지요. 물론 민지 이야기도 하고.”
그제야 조민지는 왜 박운혁(백삼식)회장이 그렇게 자기를 척척 밀어 주었는지 이해가 갔다.
“나는 너희 둘이 결혼 할 천생연분으로 생각하고 있다.”
조민지의 얼굴이 상기되었다.
“조민지가 잘되는 것은 내 며느리가 잘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놓친 뒤 사랑이 무엇인가를 늦게야 깨달았어. 민수는 나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모든 힘을 다하고 싶었어.”
“그랬군요.”
“순자에게 신장을 제공한 사람은 민수라는 것도 민지는 몰랐을 거야.”
“예?”
조민지가 또 한 번 크게 놀랐다.
“회장님 그 이야기는...”
“회장이라니, 애비보고.”
“예. 아버지.”
박민수가 얼굴이 붉어졌다.
“그럼 입원비를 낸 것도...”
“물론 민수가 몰래 한 일이다.”
조민지는 박민수의 얼굴을 다시 보았다. 
벅차오르는 감정이 폭발 할 것 같았다.
그 때 막국수 세 그릇이 들어왔다.
“자, 나머지는 밥 먹고 이야기 하자. 이건 미사리 할머니 집에서 특별 주문해서 온 것이다.”
박운혁 회장이 먼저 먹기 시작했다. 
조민지는 가슴이 벅차 막국수가 넘어 가지 않았다.
박 회장은 이야기를 계속했다.
“지금부터 중요한 이야기다.”
박 회장은 뜸을 잠간 들인 뒤 입을 열었다.
“지금 민지가 일으킨 레저 사업은 이 시대가 요구하는 사업이다. 어제 영종 그룹 김 회장하고 합의 했는데 영종 레저 주식회사를 강원 그룹에서 인수하기로 했다. 우리그룹 이미지와 꼭 맞는 사업이거든.”
“예? 그게 정말입니까?”
조민지는 또 한 번 크게 놀랐다.
그래서 회사를 판다는 말이 그룹에 돌았구나.
“사원들도 모두 인수한다. 그리고 조민지를 대표이사 사장으로 임명하려고 한다.”
“회장님...”
조민지는 어찌 이런 놀라운 일이 한꺼번에 일어나는지, 정말 박운혁 회장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기적을 만드는 신비의 인물, 신선인 것 같았다.  
“그럼 민수씨도?”
“민수는 강원그룹 후계자 수업을 받게 될 것이다.”
세상에 신데렐라는 있다.
그러나 조민지는 그 신데렐라가 최선을 다할 때 난타난다고 생각했다.

이튿날.
영종 그룹에서 5개 계열사 전 임원이 모인 자리에서 회사 인수식과 조민지 등 임원 그룹 송별식을 가졌다.
모든 절차가 끝나자 홍사장이 말했다.
“입사 2년도 안된 신입 사원이 영종그룹에 기적을 나들어 냈습니다. 영종 그룹은 영종 레저의 경영권 양도 대가로 2천 1백억 원을 받았습니다. 그룹에 엄청난 이득을 창출한 조민지 전무를 우리는 잊지 않을 것입니다. 조민지 전무 한 말씀 하시겠어요?”
조민지가 일어서 임원들을 돌아보았다. 
자기가 입사할 때 면접을 하던 임원들 이 쭉 앉아 있었다.
조민지는 감회와 각오를 이야기 한 뒤 마지막으로 한마디 남겼다.
“여러분 절대 직장을 버리지 마십시오. 직장은 하늘입니다. 신(神)은 하늘에 삽니다.” 

그날 밤.
조민지와 박민수는 함께 침대에 누웠다.
박민수가 불을 끄려고 했다.
“끄지 말아요. 오빠 발사할 때 표정이 보고 싶어.”
“어휴, 못 말려.”
“순자 아직 잠 안 들었으니 신음소리 내지 말고 조용히 해요.”
“어휴, 요걸 그냥.”
박민수는 그날 밤도 토끼였다. (끝)

 <속편 예고; 다음 주부터 과학 장편소설 ‘천재들의 비극’이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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