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삼성물산 합병 '백기사' KCC정몽진 회장 조사
검찰, 삼성물산 합병 '백기사' KCC정몽진 회장 조사
  • 최남일 기자
  • 승인 2020.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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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 삼성물산 자사주 5.7% 매입, 합병안 2%p차 통과 ‘백기사’ 역할
물산 “이면계약 없다” 부인했지만 검찰, 이재용·정몽진 ‘이면계약’ 단서 확보
검찰, 정몽진 KCC 회장 조사 이어 이재용 부회장 소환일정도 조율중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좌), 정몽진 KCC회장(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좌), 정몽진 KCC회장(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의 칼날이 정몽진 케이씨씨(KCC) 회장을 향하고 있다. KCC가 삼성물산 자사주를 매입하는 과정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쪽과 별도의 ‘이면계약’을 맺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KCC는 삼성물산에서 매입한 자사주로 의결권을 행사해 합병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8일 <한겨레>는 '[단독]삼성 이재용, 물산 합병 당시 ‘백기사’ KCC 정몽진과 이면계약 의혹'제하의 기사를 통해 2005년 삼성물산ㆍ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삼성물산 자사주 5.7%를 매입하는 과정에 이면 계약을 체결한 의혹이 있다고 보도헸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이복현)은 지난 15일 정몽진 KCC 회장을 불러 삼성물산 자사주 매입 이외에 주주간 약정을 맺은 이면계약 부분을 집중적으로 조사한 것으로 알려진다.

합병 주주총회를 앞둔 2015년 6월경에 이 부회장 쪽이 정 회장 쪽과 만나 삼성물산 자사주 매입 계약 이외의 주주간 약정을 맺은 것으로 알려진다.  KCC가 ‘백기사’로 참여하지 않았다면 합병은 무산될 가능성이 컸다.

5월26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이사회는 5월 26일 가 ‘1 대 0.35’의 합병비율로 합병에 결의한다. 당시 삼성물산 주주들은 이 부회장이 대주주인 제일모직에 비해 합병비율이 지나치게 불리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2014년 말 기준 삼성물산은 제일모직보다 영업이익은 3배, 자본금은 2.5배 더 많았다. 하지만, 합병비율은 거꾸로 제일모직이 삼성물산보다 3배 높게 평가됐다.

삼성물산 주주들은 합병을 반대했다. 설상가상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 지분 7.12% 보유 사실을 공시하며 합병 반대 의사를 밝혔다. 6월9일 법원에 합병 결의 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냈다. 네덜란드연기금자산운용사·일성신약 등 다른 주요 주주들도 합병비율에 불만을 나타냈다.  최대주주(6월10일 기준 9.92%)인 국민연금은 7월10일 합병 찬성 전까지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합병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물산은 6월 10일 자사주 전량인 5.76%(899만557주)를 KCC에 6743억원에 매각한다는 발표를 한다. 자체 보유할 때는 의결권이 없던 자사주가 KCC에 매각되면서 의결권이 살아난다.

KCC는 주총에서 5.96% 지분(기존 지분 0.2% 포함)을 합병 찬성 쪽에 투표한다. 찬성률 69.5%로 합병 승인 마지노선인 66.66%를 가까스로 넘겼다. 삼성물산이 KCC에 자사주를 넘기지 않았다면 합병은 무산됐을 것이다.

당시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이 급한 상황에서 KCC가 손을 내민 만큼, 향후 주가가 하락했을 경우 KCC가 손실을 보전할 수 있는 이면계약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이면계약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검찰이 지난 15일 KCC 정 회장을 소환하여 삼성물산ㆍ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조사를 했다는 점을 들어 "이면 계약은 없다"는 삼성의 주장을 뒤집을 만한 단서가 포착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한겨레는 한 금융소송 전문 변호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재용 부회장 등 특정 주주의 이익을 위해 이면계약을 맺고 자사주를 처분했다면 업무상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 나아가 이면계약을 통해 ‘반대급부’를 보장하고 합병안 찬성을 약속받았다면, 주주권 행사에서 부정한 청탁을 금지한 상법 631조(권리행사방해 등에 관한 증수뢰죄)에도 위배된다”고 했다.

한편 검찰은 삼성 쪽과 합병의 최대 수혜자이자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이 부회장의 소환 일정을 조율 중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한겨레에 “자사주 매입 계약 외에 이면계약이 있었다는 것은 처음 듣는 내용이다. 이면계약은 없었다”고 밝혔다.

삼성과 KCC간의 주식거래는 이번 뿐이 아니다. 2011년 KCC는 삼성의 경영권 승계에 핵심 키인 삼성에버랜드의 지분(17%)를 7,739억원에 인수한바 있다. 인수가격은 주당 182만원이다. 삼성카드의 장부가(214만원)보다 15%할인된 금액이다.   

당시 시장에서는 삼성카드가 KCC에 지분을 파킹(PARKING)해 둔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에 따라 우호적인 제3자인 KCC에 지분을 대량으로 매입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간 삼성의 경영권 승계 과정은 많은 논란에 휘말렸다. 법적으로는 거의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재용 부회장은 1995년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60억 8000만원(16억원 증여세 납부)을 증여받고, 비상장 계열사인 예스원 주식 12만주를 23억원에, 삼성엔지니어링 주식 47만주를 19억원에 매입, 두회사를 상장시켜 605억원에 매각한다. 시세차익만 563억원을 남긴다. 이 자금은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저가 구입하는데 사용된다. 1996년 에버랜드 이사회는 주당 8만5000원대인 전환사채를 주당 7700원에 125만4000여주(지분62.5%)발행을 결의한다.  중앙일보, 제일모직, 삼성물산 등이 포기하면서 실권주를 이재용 부회장 남매가  3자배정 방식으로 매입한다.  주식으로 전환해 최대주주로 등극한다. 이 부회장의 재산은 7조3900억원(2019.7.9. 포브스 발표)이다.

2000년 법대 교수 43명이 '태클'을 걸었다. 총수 일가를 위해 계열사들이 이익을 포기했다며 배임 등의 혐의로 이건희 회장과 에버랜드 사장 등을 고발했다. 재판은 10년 이상 끌었다. 2009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무죄를 판결한다. 

검찰의 삼성물산ㆍ제일모직 합병 의혹 수사가 KCC로까지 불똥이 튀면서 이재용 부회장 경영권 승계의 정점이자 A-Z까지인 삼성에버랜드로 까지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재계의 관심이 KCC와 에버랜드에 쏠리고 있는 이유이다. 검찰의 칼날이 어디까지 뻗칠 것인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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