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90)이 항공주를 손절매한 데 이어 은행주의 비중을 줄였다. 투자전문가들은 버핏의 행보는 코로나19(COVID-19) 사태 이후 세계경제가 나빠질 것이라는 비관적에 근간을 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16일 워싱턴포스트(WP)의 한 칼럼니스트는 “버핏이 골드만삭스를 버렸다. 이제 정말 걱정해야 할 시간”이라며 세계 경제 위기를 전망했다.
버핏이 이끄는 투자사 버크셔해서웨이는 3월 말 기준 골드만삭스 보유지분의 84%가량을 매각했다. 보유 주식 수는 지난해 1200만주에서 190만주로, 시장가는 28억 달러(3조4000억원)에서 3억 달러(3700억원)로 대폭 줄었다. 1분기 골드만삭스 주가는 33% 급락했다. 버크셔해서웨이는 JP모건체이스 보유지분을 약 3% 줄이는 등 다른 은행주도 팔아치웠다. 향후 은행업종의 부진이 길어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WP는 “버핏은 2주 전 코로나19를 포함한 어느 것도 미국을 막을 수 없다고 말했지만, 골드만삭스 매각 이후 이 말은 점점 믿기 어려워지고 있다”며 “버핏의 행동은 분명 더 심한 고통이 남아 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투자가가 당분간 주식시장에서 한발 물러서겠다는 신호”라고 보도했다.
버핏은 이달 초 “2008년 금융위기 때 우리의 ‘경제 열차(economic train)’는 선로를 잠시 이탈한 것에 불과하다면 지금 이 열차는 궤도에서 끌어내져 옆으로 밀쳐진 상태”라며 코로나발 위기의 심각성을 언급한바 있다.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버핏의 행보와 반대로 투자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연일 국내외 항공주를 순매수하고 있는 은행주를 대거 사들이고 있다.
현재 은행 종목들의 주가가 역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있는 만큼 조만간 반등의 기회가 올 것이라는 시각이다.
일부 전문가들의 분석은 다르다. 실물 경제가 악화되면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툴에 부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달 말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두 은행은 자영업자 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김선제 한국증권경제연구소장(성결대학교 교수)는 "은행주가 성장 모멘텀이 있는 업종은 아니다. 다만 글로벌 경제활동 재개, 미·중 무역협상 가능성 등 글로벌 경제상황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매크로(거시) 지표들을 우호적으로 변화될 때까지는 보수적 관점에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