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거래소, 1년 넘게 입찰계약 지연시키는 까닭
전력거래소, 1년 넘게 입찰계약 지연시키는 까닭
  • 한원석 기자
  • 승인 2020.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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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협상대상자 선정후 1년 넘게 계약 미뤄... 한전KDN과 유착의혹 제기
대법원 가처분 기각 결정에도 "민사소송 종료시까지" 계약 차일피일 미뤄

한국전력거래소(거래소)가 185억원 규모의 전력 IT 유지관리 위탁용역 입찰에서 1순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사업자와 1년 넘게 계약을 맺지 않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1순위 사업자 측은 2순위 사업자로 선정된 한전KDN 컨소시엄과 거래소의 유착 의혹을 주장하고 나섰다. 

한국전력거래소 전경. (사진=전력거래소)
한국전력거래소 전경. (사진=전력거래소)

 

2년 계약 1년째 차일피일
거래소의 사업비 185억 원 규모 전력IT 사업이 1년 넘게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지난해 3월 거래소는 총 사업기간 2년, 사업비 185억 원 규모의 ‘한국전력거래소 2019~2020년도 전력IT 유지관리 위탁용역’ 사업을 국가전자조달시스템을 통해 발주했다. 같은해 4월 광주지방조달청은 1순위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금융정보산업협동조합(이하 협동조합)’을 선정했다. 기존 사업자였던 한전KDN과 바이텍정보통신 컨소시엄(이하 컨소시엄)은 2순위에 그쳤다.

해당 사업은 지난 10여년간 거래소가 한전KDN과 수의계약을 체결해 EMS(전력계통운영시스템) 유지보수 사업을 독점해 논란이 일었던 사업이다. 

문제는 2년간 유효한 계약 협상이 1년 넘게 지지부진하게 진행된 점이다. 조합 측에 따르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1차 협상이 진행된 24일 동안 실질적인 협상시간은 5시간 20분에 불과했다고 한다. 결국 지난해 5월 9일 거래소 측은 핵심인력 중 운영지원 인력 3인에 대한 기술 증빙이 없다는 이유로 협상 불성립을 협동조합 측에 통보했다.

협동조합 측은 기술협상당시 충분히 보완해 제출할 수 있는 서류였다며 거래소가 처음부터 협상불성립 결정을 내리고 시간을 끌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첫 회의부터 요청을 했는데 25일 지나서 준 자료도 제대로 된 자료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회의 시간의 길이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협상이 무산되자 조달청은 ‘협상에 의한 계약제안서 평가 세부기준’에 따라 업무심의를 거친 결과 사유가 경미하다고 판단해 3인에 대한 증빙을 소명하고 재협상을 진행하도록 지난해 8월 거래소 측에 요청했다. 하지만 거래소는 조달청에 제출한 개인정보 증빙서류만을 요구할 뿐 협동조합과의 협상에 응하지 않았다. 

의혹 제기한 협동조합
해당 사업은 한전KDN이 지난 수년간 독점해온 사업으로 조달청의 경쟁입찰 권고에 따라 실시된 것이다. 이 때문에 협동조합은 거래소와 컨소시엄 간의 유착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컨소시엄 측이 제출한 제안서에서 핵심인력 기재 자체가 없었다는 것이다. 협동조합 관계자는 “개인 정보인 기술증빙이 없다고 조합과의 협상은 차일피일 미루면서 정작 2순위인 컨소시엄은 평가할 인원조차 제안서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협동조합 관계자는 “조합이 조달청에 소명하고 증빙해야 하는 자료들로, 개인정보 동의를 받아야 하는 정보가 담긴 서류 제출을 거래소가 4차례에 걸쳐 요청했다”며 “정당한 이유없이 협상을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이유는 후순위 업체와의 지속된 유대관계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거래소 관계자는 “조달청에서 핵심인력만 제시하고 하도급 인력은 명시하지 않도록 요청이 왔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 거래소는 또 다시 조합이 제시한 수행 인력 중 7명에 대한 증빙 자료가 불충분하다며 제안서가 허위라는 이유로 조달청에 법률검토를 의뢰했다. 조달청 법률검토 결과 제안서가 허위가 아니라고 판단해 재협상 실시를 요구했다.

이 와중에 2순위 협상대상자인 컨소시엄은 지난해 8월 24일 서울중앙지법에 ‘입찰자 지위보전 등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1순위인 협동조합이 제출한 입찰 제안서의 핵심인력 자격 서류의 기술자 등급이 허위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8일 컨소시엄의 1심 가처분신청이 기각된 데 이어 같은해 12월 26일 항고심 역시 기각됐다. 이 과정에서 거래소가 계속 시간을 끌었다는 게 협동조합 측의 주장이다. 조합 측은 “거래소 실무담당자가 항고심 기각될 경우 30일 이내 조합과 계약하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항고심 결과가 나오자 거래소는 기존 협상 담당자들을 교체하면서 합의를 전면 부인했다는 것. 

이에 대해 거래소 관계자는 “법원의 가처분 신청에 대한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는 재협상을 중단하기로 협동조합과 얘기가 된 상황”이라고 했다.

하지만 조합 측은 “가처분 신청서에서 채무자로 대한민국 조달청을 적시했다”며 “전력거래소는 채무자가 아니어서 가처분신청과 하등의 관계가 없는데도 이러한 사유를 빌미로 재협상을 또다시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꼬집었다.

컨소시엄의 가처분신청을 기각한 대법원 결정문.
컨소시엄의 가처분신청을 기각한 대법원 결정문.

 

가처분 이어 민사소송에 협상 무기한 연기
협동조합 측은 전력거래소의 내부 정보가 컨소시엄에 샜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컨소시엄의 가처분 신청 서류에서 조합의 제안서를 비롯해 조달청의 공문서 등 전력거래소만 알 수 있는 다량의 정보들이 포함됐다는 주장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당시 전력거래소 실무담당자였던 A차장이 가처분소송 재판의 원고 측 증인으로 나서려고 했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거래소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결국 올해 4월 8일 대법원의 재항고심 역시 기각됐다. 하지만 컨소시엄은 또 다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거래소는 소송이 끝날 때까지 기술협상을 중단하자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조합 관계자는 “소송을 이유로 협상을 진행하지 못한다는 거래소 측 논리대로라면, 대한민국 조달청이 입찰하는 사업에서 기존 사업자들은 5년이고, 10년이고 계속 사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며 “조달청 평가에서 1순위 우선협상대상자가 되지 못하면 가처분 소송, 민사소송, 행정소송이 끝날 때까지 연장계약을 반복하면서 사업자 지위를 유지하게 되는 기이한 현상이 가능해진다”고 꼬집었다.

거래소는 기존 사업자인 컨소시엄에게 12개월 간 약 90억 원의 유지관리 위탁용역비를 지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중소기업으로 구성된 조합은 1년 동안 해당 사업 이끌어오며 대기인력비용, 소송비용 등으로 경제적 손해를 입고 있다.

이러한 일이 가능했던 이유로 일각에서는 각 회사의 지분구조를 지목한다. 실제로 컨소시엄의 주축인 한전KDN은 한전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이고, 전력거래소의 지분 50%도 한전이 보유하고 있다. 한전KDN은 한전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다가 퇴사한 직원들이 함께 모여 설립한 회사이다. 

지난해 입찰이 이뤄진 이유는 감사원의 주의 조치 때문이다. 지난 2014년 12월 감사원은 거래소가 ‘EMS(전력계통운영시스템) 유지보수 용역’과 관련해 다른 업체들의 입찰참가 기회를 박탈하고 한전KDN과의 수의계약을 체결해 해당 사업을 독점해왔다고 지적한 바 있다. 

거래소의 전력IT 사업은 현재도 여전히 망망대해를 표류중이다. 정부의 사태 조사를 통한 조속한 해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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