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알렉산더' 김이후 "다양한 해석 나올 수 있는 작품"
[인터뷰②] '알렉산더' 김이후 "다양한 해석 나올 수 있는 작품"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0.0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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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불안한 마음보다 응원해주는 관객들에 오히려 힘 얻어...
김이후 "배우와 관객 모두 힘내서 이시기 극복했으면 좋겠어"

앞서 진행된 인터뷰 [인터뷰] '알렉산더' 김이후 "새로운 도전, 어렵지만 즐거워" 와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사진 배경훈 서울문화재단 사진작가
사진 배경훈 서울문화재단 사진작가


Q. 실제로 말을 본 적이 있나. 있다면 알렉산더는 어느 정도 크기의 말일까

A. 크기요?(웃음) 엄청 크겠죠. 실제로 경주마들이 엄청 크더라고요. 경주마들이 근육도 굉장히 발달하고 늘씬늘씬하고 엄청 큰데, 알렉산더는 그런 경주마들보다는 약간 작으면서 날쌘 그런 이미지로 그렸어요. 실제로 경주장에 가보지는 못했고, 영상을 많이 봤었어요. 그러고 보니까 청말 충격적이었던 게 있는데, 말이 다쳤는데 수술을 해야 하잖아요. 마취를 하고. 그런데 수술대로 옮겨야 하는데 말이 엄청 크다 보니까 사람들이 들 수 없어서 크레인으로 옮기더라고요. 엄청 크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어요.


Q. 극 중에서 알렉산더가 엄마의 이야기를 할 때, 빌리가 당황하는 듯한 모션을 취하는데 이 모습을 봤었는지 궁금하다.

A. 다른 배우들은 모르겠는데, 저는 보지 않아요. 에보니 삭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빌리가 굉장히 흔들려 해요. 그가 있던 마사 쪽을 바라보기도 하고요. 저는 일부러 보지 않아요. 만약 알렉산더가 그걸 그 타이밍에 알면 그다음으로 이어질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일단 그 장면 자체에서도 빌리보다 본인 스스로에게 깊게 빠져들고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빌리의 흔들림을 보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연기하고 있어요.


Q. 작품 속에서 많은 오브제들이 있던데, 알렉산더에게 숲과 허밍 버드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A. 숲이라는 공간과 허밍 버드, 사실 딱 이거다라고 말을 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보는 관객분들마다 해석이 다를 거거든요. 저는 숲이라는 공간은 엄마가 지금 떠난, 이제 있지 않은 엄마가 나에게 알려준 공간이고 어떻게 보면 은신처이자 피신처가 되기도 해요. 그리고 엄마를 기억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죠. 그래서 거기서는 주위 눈치를 보지 않고 달려요. 끓어오르는 욕망을 숲에서 풀고 아무도 안 볼 때 몰래 달리는 공간이었죠. 허밍 버드도 어떻게 보면 엄마가 '숲에 가면 허밍 버드랑 친구가 될 거야'라고 말해줬던 거였어요. 그래서 의지할 수 있고 엄마와도 같은 존재들이라고 생각해요. 친구이자 굉장히 의지하고 있는 이들이죠. 그렇기 때문에 좋은 걸 선물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어떻게 보면 엄마와도 같은 존재였던 것 같아요.

사진 배경훈 서울문화재단 사진작가
사진 배경훈 서울문화재단 사진작가

 

Q. 그러고 보니 기억에 나는 대사가 있는데, '꽃들의 시체로 뒤덮인 너는 누구냐'라는 거였다. 대회에서 우승하고 돌아왔을 때 허밍 버드의 반응에 여러 감정들이 교차했던 것 같았다.

A. 맞아요. 우승하고 나서 숲을 찾았을 때 그리움과 자랑스러움, 기쁨이 있었어요. 그런데 곧 이런 말과 함께 알렉산더를 떠나가죠. 알렉산더는 굉장히 당혹스럽고, 의아하고 당황해요. 그리고 우승 망토를 벗자 다시 돌아온 허밍 버드를 보고 깨닫죠. 슬픔과 허망함, 나를 다시 찾아온 그들에 안도감까지. 정말 다양한 감정이 오가는 장면인 것 같아요. 지금도 공연을 하면서 드는 감정들이 달라서 큰 가닥을 정해놓고 다른 감정들을 다듬고 있어요.


Q. 샹들리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A. 아름다운 샹들리에죠. 알렉산더는 숲에서도 보지 못하고, 마구간에 있을 때도, 마차를 끌 때도 보지 못했던 어떤 아름답고 귀족적인 상징 같은 느낌이에요. 이걸 가지고 오면서 그동안 알렉산더가 살아왔던 장소들과는 다른, 경주마들을 훈련시키는 전문적인 공간으로 변한다고 생각했어요. 빌리가 처음으로 알렉산더를 훈련시키는 장면이 바로 이어지는데, 제가 샹들리에를 들고 나오거든요. 그리고 불이 켜지는 걸 보는 순간 너무 예쁘고 신기하고 놀라워해요. 그때 알렉산더는 "나도 경주마들이 있는 장소에 왔구나"라는 걸 느끼게끔 하는 그런 장소를 만들어주는 소품인 것 같아요.


Q. 알렉산더는 박차를 무서워했는데

A. 사실 박차는 마차를 끄는 말들한테는 거의 사용하지 않거든요. 경주마들을 훈련시키거나 달리게 할 때 쓰는 건데 알렉산더는 그걸 바라보면서 본능적인 공포를 새겨두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게 공포의 대상이자 아프게 하는 물건인 동시에 경주마들한테만 쓰이는 물건이다 보니까 이겨내야 하는 대상이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고우트는 되게 좋아하는데, 고우트를 통해서 공포감을 완화시키게 돼요.


Q. 고우트의 일각수는 알렉산더에게 어떤 의미일까

A. 저는 개인적으로 알렉산더가 일각수를 말하는 장면을 좋아해요. 사실 뿔이 한 쪽이 없는 게 아픈 상처일 수도 있는데 알렉산더는 그 모습을 보고 "와, 너 일각수야"라고 말하거든요. 그게 되게 좋았어요. 그렇게 말을 함으로써 뿔 하나가 없는 염소가 굉장히 멋있는 유니콘이 되는 것 같았거든요. 그리고 말을 동경하고 있는 고우트도 말 중에서도 신화 속의 존재인 유니콘이 되는 거니까 좋고요. 알렉산더의 순수함이 보이는 것도 좋고 그걸 또 덥석 물어서 "아, 맞아"라고 말하는 고우트의 모습도 귀엽고 좋은 것 같아요.

사진 배경훈 서울문화재단 사진작가
사진 배경훈 서울문화재단 사진작가

 

Q. 각설탕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A. 각설탕이야말로 정말 복합적이고 다양한 의미가 담긴 것 같아요. 빌리가 에보니 삭스가 죽기 전에 주는 각설탕을 통해서 "마지막 달콤함이 인생이 그렇게 쓰지 않다"라고 말하듯이 각설탕은 죽음을 너무 아프지 않게 해주고 너무 슬프지 않게 해주는 어떤 상징적인 의미가 담겨있는 것 같아요. 보는 관점에 따라서 여러 가지 해석을 할 수 있는 소품인 것 같아요.


Q. 좋아하는 넘버가 있다면? 혹은 '이건 내 거야' 하는 넘버는?

A. 제가 가장 좋아하는 넘버는 좀 전에도 말했듯이 '각설탕'이고요. 이게 여러 가지 관점을 가질 수 있게 한다는 게 놀랍고 재밌고 좋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가사와 멜로디가 너무 좋아서 제일 좋아하는 넘버고, '이건 내 거야'하는 건 일단 자신감을 좀 갖고 해야 하는 건데 '내가 사랑하는' 7번 넘버인데 이게 알렉산더가 빌리를 만날 때 춤을 추면서 부르는 넘버거든요. "저기 절벽이 보여~" 하면서 부르는 노래인데 이 곡이 알렉산더가 자유롭게 춤을 추는 넘버이기도 하고 빌리가 알렉산더를 알아보게 하는 넘버라서 좋아합니다.(웃음)


Q. 빌리나 고우트, 알렉산더, 대니 역 중에서 한 역할을 맡아야 한다면 어떤 역을 맡고싶나.

A. 저는 알렉산더요. 알렉산더를 하고 싶어요.(웃음)


Q. 이 시기에 무대에 올라가는 배우로서도 용기를 내야하고, 관객들도 용기를 내서 공연장을 찾고 있다. 두려운 부분들도 있겠지만 감사하는 마음도 들 것 같다.

A. 맞아요. 일단 말하고 싶은 게 정말 너무 감사하다는 거예요. 사실 말 그대로 조심스러운 시기라서 저희가 진짜 열심히 만들었고 최선을 다해서 공연을 하고 있지만 예전과 같이 말할 수는 없잖아요. 조심스럽지만 말하고 싶은 건 공연장을 찾아와 주시는 관객분들이 계시고, 그런 관객분들이 계시디 때문에 저희들도 힘을 내서 무대에 설 수 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정말 감사하고 무대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한 시기라서 모두 다 잘 버텨서 이 시기를 이겨냈으면 좋겠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사진 배경훈 서울문화재단 사진작가
사진 배경훈 서울문화재단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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