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감원장 "키코 배상·DLF 중징계 잘한 결정"... 소비자 중심 금융 강조
윤석헌 금감원장 "키코 배상·DLF 중징계 잘한 결정"... 소비자 중심 금융 강조
  • 김일웅 기자
  • 승인 2020.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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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키코(KIKO) 때문에 많이 시달렸다. 문제 제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10년 이상 끌어서 미완의 숙제로 남아 있다. 이걸 정리하고 가는 게 한국 금융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27일 취임 2주년 기자 간담회에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가 작년 12월 키코를 판매한 은행 6곳에 피해액의 15~41%를 물어주라고 권고한 결정을 주요 업적으로 평가했다.,

키코는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피하기 위한 환헤지 통화옵션상품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우리나라의 환율 급등으로 은행과 키코계약을 맺은 많은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속출하면서 문제가 됐다. 

금감원 분쟁조정위는 지난해 12월 일성하이스코 등 피해 기업 4곳에 대해 키코를 판매한 6개 은행(신한·KDB산업·우리·씨티·하나·대구)이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은행별 배상액은 △신한은행 150억원 △우리은행 42억원 △산업은행 28억원 △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 등이다.

금융사 키고 배상은 사회적 책임

윤 원장은 키고 배상과 관련 "(경영상 득실을) 이사회에서 따져 판단하면 되는데, 경영 판단도 없이 배임으로 치부하는 건 잘못"이라면서 "이사들의 어떤 이기적인 것과 관계된 게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금융권은 윤 원장의 자평(自評)과 달리 키코 배상 결정에 부정적이다. "금감원이 너무 무리했다"는 평가다. 배임소지가 있다는 것. 금감원의 권고에 따라 배상하면 주주 이익을 해치는 배임죄에 해당될 수 있다. 2013년 대법원 확정판결이 난 사안에 배상을 해주면 나머지 키코 기업들에도 유사 선례를 남길 수 있다. 실제 은행 6곳 중 우리은행만 권고를 받아들였다. 나머지 은행은 배상을 거부하거나 결정을 미루고 있다.

윤 원장은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의 책임을 물어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에게 중징계 처분을 내린 것도 자신의 업적으로 평가했다.

윤 원장은 "시계를 돌려도 내 결정은 같을 것"이라고 했다. 금감원이 무리하게 제재권을 행사했다는 지적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그는 "해외를 보면 우리보다 훨씬 과중한 제재가 나가는 경우도 있다"면서 "재발 방지를 위해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니 그런 선택을 한 것"이라고 했다.

라임자산운용 사태와 관련해선 "5월 중에 배드뱅크(부실 펀드를 정리할 신생 운용사)를 설립하고, 6월에는 라임 제재 절차가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한 배상 시기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말하기엔 조금 이른 것 같다"고 했다.

'동학개미' 탄타세력 기본 어긋나 돈 벌기 힘들 것

윤 원장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주가 급락장에서 주식을 대량 사들이는 개인투자자들, 이른바 ‘동학개미’에 대한 여론의 관심에 우려를 표출해 눈길을 끌었다.

윤 원장은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열풍’에 대해 “한국에 상당한 투기성 세력이 존재한다”며 “단기투자 위주인 ‘동학개미군단’ 중 대부분은 돈을 벌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동학개미의 행태는 투자의 기본에서 어긋나는데 (사람들이) 이름을 너무 좋게 지어줬다”고 했다.

금융사들이 중(中)수익 상품을 만들어 개인의 투자 여력을 흡수해야 한다고도 주문했다.

윤 원장은 “유동자금은 많고 저금리인 데다 부동산 투자까지 억제되고 있는데, 이를 금융사가 받쳐주질 못해 원유 상장지수증권(ETN) 문제, 동학개미운동 등이 나타난 것”이라며 “이게 (금융)시스템 리스크화된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사가 중수익 상품을 개발해 중화시켜야 하는데, 금융업계에서 그런 걸 잘 못하고 있다. 은행도 이에 말려들어 불완전판매 문제를 낳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금감원 부원장 3명 교체...윤석헌 체재 재정비

한편, 이날 금감원은 유광열 수석부원장ㆍ권인원 은행담당 부원장ㆍ원승연 자본시장 담당 부원장을 교체한다고 밝혔다. 후임 인사를 위한 청와대 차원의 인사 검증이 진행 중이다.

작년 2월부터 윤석헌 원장이 상급 기관인 금융위원회와 두 차례에 걸쳐 부원장 인사로 이견을 보이며 1년여간 지체됐던 부원장 인사가 실시되는 것. 

신임 수석부원장에 김근익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정완규 한국증권금융 대표·이병래 한국공인회계사회 부회장 등이 거론된다. 김 원장은 금융위원회 은행과장, 국무조정실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부단장을 지냈다. 정 대표는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장을 거쳐 2018년부터 증권금융 대표를 맡아왔다. 김 원장과 정 대표는 행시 동기(34회)이다. 행시 32회인 이 부회장은 한국예탁결제원장을 지낸바 있다.

은행 담당 부원장에 김동성·최성일 부원장보가 후보에 올랐다.  자본시장 담당 부원장으로는 김도인 부원장보와 외부 교수가 평판 조회를 받고 있다. 김도인 부원장보는 조국 법무부 장관과 대학 동창으로 작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불려나가 "조국 사모펀드와 관련해 부탁·논의가 없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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