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 1분기 1조 적자...SK·GS·현대도 최악 실적 불가피
에쓰오일 1분기 1조 적자...SK·GS·현대도 최악 실적 불가피
  • 이병철 기자
  • 승인 2020.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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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유가 추락에 국내 정유 업계의 위기가 시작됐다. 1분기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에쓰오일이 1조원 적자를 낸 것을 시작으로 SK·GS·현대도 최악 실적이 불가피해 보인다.

에쓰오일은 27일 1분기 영업에서 1조73억원의 적자를 냈다고 공시했다. 증권가 전망치(6000억원 적자)보다 훨씬 적자 폭이 컸다. 1조원대의 분기 적자는 1976년 창사 이후 처음.

에쓰오일의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은 2700억원. 매출은 소폭 감소에 그쳤지만 저유가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한 탓이다. 이 회사의 1분기 매출은 5조2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4.2% 줄었다.

1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정유사들의 성적표도 하락이 예상된다. 현대오일뱅크는 29일, SK이노베이션은 다음달 6일, GS칼텍스는 다음달 둘째 주에 실적 발표 예정이다.

금융시장에선 "국내 정유 4사를 합쳐 1분기 적자가 3조~4조원(정유 부문 기준)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렇게 된다면 정유 4사에겐 올해 1분기가 역대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유사의 매출에서 수출 비중은 절반 이상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수출길이 대폭 좁아졌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석유제품 수출은 28억4800만 달러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36억400만 달러)보다 7억5600만 달러 감소한 수치다. 올해 들어 월간 석유제품 수출은 꾸준히 줄고 있다. 지난 1월에는 34억1400만 달러, 지난 2월에는 29억2500만 달러였다.

석유제품의 수요 위축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전망이다. 코로나19에 따른 공장 가동 중단과 이동제한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넘치는 원유 재고를 저장할 시설도 찾기 힘든 상황이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과거) 정유 부문이 힘들 때는 화학이나 윤활유 부문이 떠받쳐 주면서 적자 폭을 줄였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그마저도 여의치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 1위 SK에너지를 포함한 정유 4사는 공장 가동률을 기존의 70~80%로 낮춘 상황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현재 소비 패턴으로 보면 정유공장의 가동률을 절반 수준으로 낮춰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유 4사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의 원유 감산에 희망을 걸고 있다.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는 하루 원유 생산량을 기존의 1200만 배럴에서 850만 배럴로 감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달 1일부터 예정했던 감산 일정을 일주일 앞당겼다.

조용성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은 “하반기부터는 국제 유가가 완만하게 상승할 것”이라며 “두바이유 기준으로 지난해의 절반 수준인 배럴당 38달러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정유업계의 상황도 녹록치 않다. 미국 원유 시추업체 다이아몬드 오프쇼어 드릴링이 26일(현지시간) 법원에 파산보호(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달 들어 두 번째 미 석유업체의 파산보호 신청 소식이다.

다이아몬드 오프쇼어 드릴링의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58억 달러(약 7조1000억원), 부채는 26억 달러 규모다. 지난해 손실은 3억5700만 달러로 1년 전의 두 배가량으로 불어났다.

블룸버그통신 “최근 유가 급락에 시추 계약이 얼어붙으면서 채산성이 나쁜 기업의 순서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미즈호증권은 올해 미국 내 원유 생산업체 6000곳 중 70%가 파산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 유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수요 위축, 원유 감산을 둘러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산유국의 갈등으로 최근 급락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 20일 역대 처음으로 배럴당 마이너스 37.63달러(5월 인도분)를 기록하기도 했다.

컨설팅 업체인 리스타드에너지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달러에 머물면 내년 말까지 미국 석유회사 533곳이 파산보호를 신청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에너지 산업에 그치지 않고 미 금융시장 전반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점. 미국 투기등급 회사채 시장에서 석유 기업의 비중은 약 15%다.

신용평가사 무디스에 따르면 올해부터 2024년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북미 지역 에너지 기업의 부채는 860억 달러(105조원)에 이른다. 에너지 업체들의 연쇄 파산이 현실화하면 이들 기업에 투자한 금융회사의 부실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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