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 대한 존중] 코로나 사태는 자연 앞에서 무기력한 인류를 보여줬다
[자연에 대한 존중] 코로나 사태는 자연 앞에서 무기력한 인류를 보여줬다
  • 이병철 기자
  • 승인 2020.0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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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W데일러 "인류는 자연존중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터닝포인트에 서있다"
교과서에 수록된 생명 중심 윤리학 고전...환경파괴는 곧 인간사회의 재앙

코로나19로 인하여 전세계가 신음하고 있다. 시민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환경이 문제다. 감염병의 역설이 아니다. 북극의 거대한 얼음이 녹아 북극곰의 개최수가 급감하고 있다. 태평양 연안의 섬들이 불어난 바닷물에 잠겨 환경난민이 되어 바다를 떠돌고 있다.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던 환경오염이 인류를 파괴하고 있다.

미국의 윤리학자인 폴W.데일러(Paul W. Taylor. 1923.11.19-2015.10.14.)<자연에 대한 존중(Respect for Nature)>은 환경오염에 신음하고 있는 지구에서 '자연존중'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터닝포인트에 선 인류에 생명 중심의 윤리학을 담고 있다. 폴 W.데일러는 심층 생태학과 연계된 생명중심 평등주의를 주장했다

2019UM 019UN 보고서는 지구 생물 중 50~100만 종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으며 야생 포유류 82% 가량이 지구상에서 사라졌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지구 생명의 위기는 기후 변화와 생태계 파괴로 유발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책임이 전적으로 인간에게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자연에 대한 존중>의 저자이자 생명 중심 윤리학의 대가인 폴 테일러는 "인간 우월주의와 인간 중심 환경 윤리의 틀을 넘어 보다 포괄적이며 본질적인 지점"이라고 말한다.

생명의 범주는 과연 어디까지인지, 생명에 대한 태도는 어떠해야 하며, 또 무엇에 근거해야 하는지, 인간과 다른 생명체의 이익이 대립될 때에는 어떠한 원칙에 따라 해결되어야 합리적인지, 왜 우리는 인간 우월주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는지 등을 통하여 보다 윤리적이면서 체계적인 논리로 우리를 설득한다.

인간이 자연 생태계와 야생의 생물 군집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한 도덕 원칙 체계를 확립한 최초의 책이다.  지금까지 인간의 유용성에 매몰되었던 자연에 대한 시각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도록 이끌며, 현재 인류에게 맞닥뜨린 가장 시급한 숙제인 환경 문제에 대한 원숙한 대안을 제시한다.

뉴욕대학교 교수 데일 제이미슨은 이 책의 25주년 기념판 서문을 통해 “1986년 폴 테일러의 자연에 대한 존중출판은 지적 해방감을 주는 사건이었다.”라고 평가했다.

폴 테일러는 생명 중심 윤리학은 모든 생명체가 본래적 가치를 가진다고 보는 생명관을 바탕으로 한다. 생명 중심 윤리학의 초기 형태는 슈바이처의 생명 외경 원리다. 슈바이처는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의 무수한 생명들 또한 긍정적인 생명 의지로 파악하였고, 사고하는 인간은 다른 생명 의지를 대할 때에도 자신의 생명 의지를 대할 때와 똑같은 생명에 대한 외경심을 갖고 대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동시에 지금까지 윤리는 인간에 대한 인간의 태도만을 문제삼아온 것에 대해 큰 과오라고 평가하였다. 이러한 슈바이처의 생명 중심 윤리를 발전시켜 철학적으로 세련되게 다듬은 것이 테일러의 자연 존중 사상이다.

자연 존중의 태도를 가진다는 것은 자연 생태계의 야생 동식물이 본래적 가치를 지닌다고 보는 것이라고 테일러는 주장한다. 본래적 가치란 누군가의 가치 평가와 관계없이 또 어떤 목적을 위한 도구적 가치와 무관하게 가치를 가지는 것.

야생 생명체가 본래적 가치를 지닌다는 개념은 자연 존중 태도의 핵심이며, 착취 태도와 대조되는 본질이다. 본래적 가치를 지니는 존재는 자기만의 선을 가지며, 동물과 식물 또한 고유의 선을 지닌 도덕적 주체로서 도덕적 관심과 배려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자연을 존중해야 하는 이유는 아무리 좁은 범위의 능력을 가진 생명이라 할지라도 모든 생명체에게는 본래적 가치가 있고, 그 자체로 목적론적 삶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인간 우월주의의 역사는 깊고도 고질적이다. 서양을 비롯한 대다수의 문명은 인간을 가장 고등한 존재로 생각하며 다른 생명체는 하등한 존재로 취급해왔다. 이는 그리스의 고전 인본주의를 시작으로 하여 전통적 기독교 유일신 사상, 그리고 정신이 없는 동물은 자동 기계에 불과하다는 데카르트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이어져왔다.

따라서 우리는 인간에게는 다른 생명체에게 없는 특정 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인간을 우월한 존재로 구분하는 데에 익숙하다. 이에 테일러는 그 능력이 우리가 그들보다 우월한 표시로 간주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반문한다. 덧붙여 다른 생명체에게는 인간에게 없는 저마다의 능력이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새들의 비행, 치타의 속도, 식물의 광합성 능력 등등. 왜 이런 능력보다 인간의 능력이 우월하다는 표시로 간주되어야 하는가? 라고 되묻는다. 철저히 인간의 관점, 즉 인간의 선을 판단의 기준으로 보기 때문에 인간이 우월하다고 보는 것이라고 테일러는 주장한다.

오늘날 발생하고 있는 심각한 환경·생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무엇보다도 생명을 대하는 태도 변화가 우선되어야 한다. 하지만 인간 중심적 사고의 뿌리가 너무도 깊기 때문에 그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것은 마치 남성 우월주의자들이나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그러한 우월주의의 문제를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인간 우월적 인간 중심주의를 바탕으로 한 생명에 대한 이해는 심각한 오류를 발생시키고 생명의 관계에 많은 문제를 유발해왔다. 생명이 창조되었다는 고정된 틀을 깬 진화론의 발표는 생명의 이해에 큰 공헌을 하였지만, 다윈의 진화론은 진화에 있어 개체들 간의 경쟁을 강조함으로써 사람들로 하여 생명들 간의 관계를 경쟁 위주로 오해하도록 만들었다. 우리는 경쟁하는 생명관에 익숙하지만, 실제로 생명은 때로 경쟁하지만 더 많은 경우 협력한다. 그것은 상호 이익을 위해서 친밀하게 함께 살아가는 것이 따로따로 생존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경쟁자가 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철학자. 프린스턴대학교에서 학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고, 뉴욕시립대학교 브루클린 칼리지에서 40년 동안 교수로 재직하며 철학을 가르쳤다. 1990년부터 명예 교수를 지냈다.

환경 윤리 분야에서 가장 잘 알려진 철학자다. ‘왜 자연 존중의 태도를 취하는 것이 합리적인가라는 물음에 그의 대표 저서인 자연에 대한 존중(1996)을 통해 생명 중심 윤리를 철학적으로 정교한 형태로 정리했다. 테일러의 환경 윤리 이론의 핵심 강점은 환경 윤리의 토대를 구축하기 위해 인간 윤리에서 일반적으로 이해되는 규범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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