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미드나잇: 액터뮤지션', 인간의 '본성' 드러난 현실담[리뷰]
뮤지컬 '미드나잇: 액터뮤지션', 인간의 '본성' 드러난 현실담[리뷰]
  • 이지은 기자
  • 승인 2020.0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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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간 넘나드는 판타지, 흥미진진

"누구나 악마죠 때로는."

잔인할 만큼 알게 된 인간의 본성. '미드나잇: 액터뮤지션'에서 인간은 누구나 검은 그림자를 가지고 있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 행복을 찾던 인간이 '악'(惡)과 마주했을 때 드러나는 이면을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은 강한 현실담을 안겼다.

뮤지컬 '미드나잇: 액터뮤지션' 공연장면 중 비지터(가운데, 조환지 분)와 액터뮤지션. 사진 모먼트메이커
뮤지컬 '미드나잇: 액터뮤지션' 공연장면 중 비지터(가운데, 조환지 분)와 액터뮤지션. 사진 모먼트메이커

1937년 12월 31일 자정, 새해를 맞을 기대에 부푼 부부 맨과 우먼의 집에 울려 퍼지는 '쾅쾅쾅' 소리. 반갑지 않은 손님, 비지터가 찾아온다. 서로를 향한 사랑과 믿음이 가득한 부부는 비지터의 폭로에 균열이 깨진다. 잔잔한 물결에 거친 파도가 드려온 듯 무대는 긴장감으로 검은 그림자가 가득 채워진다. 

가정을 위해 동료를 고발하는 남편 맨과 공포에 괴물로 변해버리는 부인 우먼. 이들을 통해 인간의 잔혹한 욕망은 곧 악마로 비쳐진다. 그들을 강하게 몰아치는 '폭군' 같은 비지터를 보여준 조환지의 연기는 인상적이었다. 딤프(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대상 우승자다운 면모를 완벽히 뽐낸 거다.

더불어 우먼을 향한 사랑부터 나약함에 추락한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 맨 역의 손유동과 한없이 나약했다가 광기를 오가는 우먼 역 홍지희의 합도 빼놓을 수 없다. 세 배우의 호연은 이야기를 매끄럽게 끌며 스릴러와 드라마를 오간다. 뿐만 아니라 바이올린, 기타, 더블베이스 등 연주와 상황에 따라 펼치는 플레이어들의 활약도 작품의 큰 묘미다.

'미드나잇: 액터뮤지션'(이하 액터뮤지션)은 아제르바이잔의 극작가 엘친의 희곡 '시티즌스 오브 헬'(Citizens of Hell)을 원작으로 한다. 인간 내면의 나약함과 악의 근원에 대한 질문은 던지는 작품은 영국의 극작가 티모시 납맨과 작곡가 로렌스 마크 위스가 협업해 뮤지컬로 완성했다. 지난 2017년 초연됐던 극은 2018년 새롭게 영국 오리지널 프로덕션이 합류해 큰 호응을 얻었고 지난 11일부터 세 번째 시즌의 시작을 알렸다.

뮤지컬 '미드나잇: 액터뮤지션' 공연장면. 사진 모먼트메이커
뮤지컬 '미드나잇: 액터뮤지션' 공연장면. 사진 모먼트메이커

오밀조밀해 보이는 무대는 지난 시즌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소련 공산주의 스탈린의 시대를 배경을 알려주듯 무대 중앙엔 그의 초상화는 시선을 압도했다. 시간을 멈추게 한 장치는 현실에서 환상의 공간으로 넘나든다. 

살아남기 위한 인간의 본성은 역동적인 춤으로 표현한다. 이때 고혹적인 음악을 배경으로 어우러지는 배우들의 움직임은 잘 버무려진다. 인물의 대립이 짙어질 수 록 더해지는 스릴감은 심장을 쥐락펴락한다. 특히 극강의 분노에 찬 비지터와 대조적으로 무너지는 맨의 나약함을 보여준 연출은 짜릿하기까지 하다.

이 작품의 재미있는 점은 하나의 이야기에 또 다른 무대로 관객을 만나고 있는 점이다. '액터뮤지션'과 다른 제목으로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공연 중인 '미드나잇: 앤틀러스'는 한국의 오리지날 버전으로 차이가 있다.

다시 '액터뮤지션'으로 돌아와 정체를 알 수 없는 낯선 사람 '비지터' 역에는 고상호, 신성민, 조환지가 아내를 지키기 위해 뭐든 하는 '맨' 역은 손유동, 김지철, 윤석현이 연기한다. 맨의 아내 '우먼' 역에는 김리, 최연우, 홍지희가 맡는다. 오는 6월 28일까지 서울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3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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