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원 두산 회장 일가, 회사 위기 뒷전 거액 배당금 '논란'
박정원 두산 회장 일가, 회사 위기 뒷전 거액 배당금 '논란'
  • 한원석 기자
  • 승인 2020.04.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8년 1170억 적자에 배당금 520억...기업 유동성 위기 외면 '지적'

두산그룹이 유동성 위기로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오너일가가 회사 실적과 상관없이 과도한 배당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오너일가가 회사의 위기를 뒷전으로 둔 채 사익 추구에만 몰두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적자에도 수백억 배당금 잔치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두산그룹 지주사인 ㈜두산의 현금 배당금 총액은 999억6900만원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오너 일가 등 특수관계인이 가져간 배당금은 약 497억원으로 집계됐다. 2017년과 2018년에도 오너 일가는 각각 576억원, 585억원의 배당 이익을 얻었다.

문제는 ㈜두산이 적자를 기록한 상태에서도 이러한 배당금을 지급한 점이다. 최근 두산그룹의 지주사인 ㈜두산의 당기순이익(연결기준)은 급격히 감소했다. 2016년 1966억원에 이어, 2017년 406억원을 기록했다가 2018년에는 116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렇게 회사 실적이 악화되는 가운데서도 ㈜두산은 꾸준한 현금배당 성향을 보였다. 보통주 기준 주당 5100원(2016, 2017년)에서 5200원(2018, 2019년)을 유지한 것이다.  

이런 이해하기 힘든 배당 성향의 비밀은 ㈜두산의 오너일가 지분에 있다. 2019년 12월말 기준 총수 일가를 비롯한 특수관계인의 의결권 있는 ㈜두산 주식 지분은 모두 47.24%다. 지분 보유량은 박정원(58) 두산그룹 회장(7.41%)을 비롯해, 박지원(55) 두산그룹 부회장(4.94%), 박용만(65) 두산인프라코어 회장(4.26%), 박진원 두산메카텍 부회장(3.64%)과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3.48%),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3.44%) 순이다.

회사 실적과 상관없이 배당금이 많은 이유가 오너일가 지분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이 드는 대목이다. 실제로 두산그룹 계열사 가운데 배당이 지급 되는 회사는 ㈜두산을 제외하면 두산밥캣과 오리콤 등 모두 3곳에 불과하다.

특히 두산그룹 故 박두병 초대회장의 장손으로 ‘첫 4세 회장’인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지난해 지분에 따른 배당소득으로 65억여원을 받았다. 여기에 급여 24억8800만원, 상여금 6억700만원 등으로 받은 보수 31억원까지 합하면 회사를 통해 96억원을 벌었다. 최근 3년간 박 회장의 배당 소득은 200억원이 넘는다.

채권단에 자구안 제출
지주사인 ㈜두산이 지분 34.64%로 최대주주인 두산중공업은 현재 고강도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다. 희망퇴직 등 인력조정 뿐만 아니라 급여 반납, 순환 휴직 등을 노사가 논의 중이다. 이미 두산그룹 전 계열사 임원은 급여 30% 반납하며 두산중공업 정상화에 동참했다. 두산중공업은 부사장 이상 50%, 전무 40%, 상무 30%의 급여를 반납하는데 합의하는 등 임직원의 고통 분담이 진행 중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오너 일가의 고배당은 외부에서 따가운 눈총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 13일 두산그룹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두산중공업 경영정상화를 위한 재무구조개선계획(자구안)을 전달했다. 채권단과 두산은 협의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한 뒤 외부로 발표할 예정이다.

두산그룹은 ㈜두산→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로 이어지는 지배 구조를 갖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중공업이 36.27%,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밥캣 지분 51.05%를 갖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자구안에 오너 지분이 많은 두산솔루스와 두산퓨얼셀 매각을 비롯해 두산중공업 유상증자와 지배구조 개편, 두산중공업 구조조정 방안 등이 담긴 것으로 보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