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진술' 현석준 "현실 안주하기 싫어, 증명하고파" [인터뷰②]
'최후진술' 현석준 "현실 안주하기 싫어, 증명하고파" [인터뷰②]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0.0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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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진행된 인터뷰와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사진 이지은 기자
사진 이지은 기자

 

Q. 재작년 <앤 ANNE>이라는 작품 이후에 거의 다 본 것 같다. <해적> <구> <오펀스> <아티스>까지. 배우라는 직업은 언제 꾸게 되었을까

A. 저는 정말 배우라는 직업을 아예 생각을 안 했었어요.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아나운서가 되고 싶어서 신방과 준비를 했었거든요. 그런데 고3을 앞둔 2월 봄방학에 뭔가 바뀌었죠. 방학이었는데 독서실에서 공부하다가 그날따라 유독 공부가 안돼서 집에는 못 가겠고 독서실에서 '개그콘서트'를 보고 있었거든요. 그때 '개그콘서트'에서 뮤지컬이라는 코너를 봤어요. 물론 진짜 뮤지컬이랑은 차이가 있었지만, 거기서 만드는 이야기들이 정말 재밌어 보이더라고요. 그거 보고 처음 연기란 걸 생각했었던 것 같아요. 이렇게 말하면 다들 웃더라고요. 사실 개그맨을 해야 되는 게 맞는 거 아니냐고 하겠지만 당시에 뮤지컬이라는 코너가 단순하게 웃기기만 한 코너가 아니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감동도 주고 눈물도 흐르게 만들고, 때로는 정말 웃음만 가득하기도 했었거든요. 정말 진지한 부분들도 많았고요.


Q. 그전까지는 몰랐었나 보다.

A. 맞아요. 그전까지는 뮤지컬을 본적도 없고 들어보지도 못했었죠. 그런데 그걸 보고 나서 무대 위에 서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래서 그냥 집에 가서 부모님한테 말했죠. "나 이거(뮤지컬) 해야겠다"라고요. 물론 안 시켜주셨죠. "이제 고3인데 공부하기 싫어서 그러는 거 아니냐"라고 말씀하셨었어요. 사실 공부를 잘했거든요. 곧잘 했어요. 모범생이라고 할 수 있었죠.(웃음)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는 걸 아신 게 한 달 뒤셨어요. 설득하는 데 한 달이 걸렸거든요. 정말 말을 잘 듣고 지금도 그렇지만, 그랬었는데 대들기도 하고 가출도 했었으니까요. 지금 생각해보면 부모님 가슴에 대못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그렇게 겨우 허락을 받아서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첫 수능에서 떨어져서 재수하러 서울에 올라와서 다시 시작해서 연극 영화과에 들어가게 됐고, 지금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Q. 부모님들이 지금의 모습을 보고 뿌듯해하실 것 같다.

A. 그럼요. 정말 좋아해 주시죠. 제가 재작년에 따로 일을 하면서 경제적으로 독립을 하고 작년부터는 배우로써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지원은 아예 안 받고 있어요. 부모님도 제가 밥벌이는 하고 다니는구나라고 보시고 뿌듯해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다만 제가 워낙 예민해서 뭔가 큰일을 겪고 나면 몸이 아파버려서 걱정을 많이 하세요. 지금은 정말 반대하고 그런 건 없고 오히려 잘 되길 바라시고 계십니다.


Q. 3년 차, 지금의 나에게 배우가 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면?

A. 저는 조명을 받을 때가 아닐까 싶어요. 뭔가 좀 전에 이야기했던 것과 이어지는 느낌인데 제가 '개그콘서트'를 봤을 때랑 겹쳐지는데, 어떤 장면이냐면 무대 뒤쪽에서 카메라가 앵글을 잡고 있어요. 그 앵글 속에 배우들이 서있고, 그 위로 조명이 쐬어져요. 그 앵글을 자세히 바라보면 배우들 사이사이로 관객들의 모습이 보이죠. 그 모습. 지금 생각해보면 이게 맞는 거 같아요. 그 조명을 받고 있는 배우들이 부러웠었나 봐요. 그래서 그런가 사실 연습을 할 때 엄청 떨리거든요. 그런데 공연에 올라가면 진짜 긴장이 안돼요. 관객들과 조명들이 날 바라보고 있을 때 뭔지 모를 따뜻함이 느껴져서 하길 너무 잘했다는 생각을 해요. 조명 받을 때 가장 행복합니다.

 

사진 이지은 기자
사진 이지은 기자

 


Q.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왔는데, 쉴 때는 뭘 할까

A. 저는 정말 운동 말고 아무것도 안 해요. 그래서 작곡가님이 "너는 정말 구설수에 오를 일들을 하나도 하지 않아서 제일 걱정이 안된다"라고 하실 정도였죠. 술도 그렇게 막 좋아하는 편이 아니어서 보통 운동을 제일 많이 합니다. 친구들이랑 만나도 커피 한 잔 마시는 거 빼고는 정말 집에만 있어요. 요즘은 특히 코로나 때문에 헬스장도 문이 닫아서요.


Q. 지금의 나, 현석준에게 가장 소중한 세 가지는?

A. 저는 일단 부모님과 건강, 이 두 가지는 확실하고요. 마지막으로 남은 한 가지는 실력이요.


Q. 롤 모델이 있을까

A. 저는 개인적으로 정우 선배님을 제일 좋아하고, 조승우 선배님도 정말 좋아합니다. 두 선배님들 모두 너무 연기를 잘하세요. 정말 막연한 꿈이지만 같은 무대에 서보고 싶어요. 일단은 지금 주어진 일들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요.

 

사진 이지은 기자
사진 이지은 기자

 


Q. 해보고 싶은 작품이나 배역은

A. 저는 진짜 5년 안에 못하면 평생 못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작품인데, <헤드윅>이요. 이걸 꼭 해보고 싶어요.


Q. 왜 5년일까

A. 더 나이 들고는 못하지 않을까요? 선배님요? 아 그런데 최근까지 하고 계신 선배님들은 워낙 오랫동안 헤드윅으로 무대에 오르셨었잖아요. 최근에 오만석 선배님이 하시는 걸 봤었는데 정말 너무 자유롭고 잘하셔서 부러웠었어요.


Q. 올해 목표가 있다면?

A. 저는 무대에 100회 서는 거요. 작년부터 세웠던 계획인데 안주하고 싶지 않거든요. 그러려면 현장에서 계속 배우고 느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솔직히 그 이상을 서고 싶은데 무리한 욕심이 될까 봐 일단 100회로 정했어요. 기회가 된다면 1년에 100회 이상 무대에 서자라는 게 제 목표입니다.

 


Q.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A. 저는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배우가 되기 싫어요. 누가 보더라도 저 배우는 계속 고민을 하고 있구나 한 발 더 발을 내미려고 하는구나라는 이야기들 듣고 싶어요. 배우들은 절대로 단순한 노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만큼 더 열심히 하고 발전해 나가는 걸 무대에서 증명하고 싶고 보여주고 싶어요.


Q. 마지막 질문이다. 1년 후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내년 이맘때쯤 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라면... 음, 작년에 순탄치 않은 시작이었어. 그런데 그만큼 배운 게 많을 거라고 생각해. 피가 되고 살이 됐길 바란다. 좋은 경험이었으면 좋겠어요. 내년의 제가 지금의 저를 안아주고 보듬어주고 싶었으면 좋겠어요. 수고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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