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현석준 "뮤지컬 '최후진술', 인생의 전환점 됐다" [인터뷰]
배우 현석준 "뮤지컬 '최후진술', 인생의 전환점 됐다" [인터뷰]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0.0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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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최후진술>의 세 번째 시즌이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관객들의 응원에 힘입어 공연을 이어 나가고 있다.

뮤지컬 <최후진술>은 별을 사랑한 대과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와 시를 사랑한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 동시대를 살아간 두 역사적 인물이 천국에서 만난다는 신선한 이야기로 관객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우리에게 지동설로 널리 알려진 갈릴레이의 종교 재판과 그의 '최후진술'을 주요 서사로 삼아, 지동설을 부정하고 천동설을 지지하는 내용의 '속편'을 쓰기 위해 피렌체의 옛집으로 돌아온 갈릴레이라는 인물의 인생의 마지막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본지는 올해 새로운 캐스팅으로 합류해 갈릴레오가 마지막 이야기를 끝낼 수 있도록 노력하는 저승 가이드 '현석준'을 만날 수 있었다.

뮤지컬 배우 현석준의 새로운 도전, 그가 바라보고 있는 뮤지컬 <최후진술>에 대해서 들어봤다.

사진 이지은 기자
사진 이지은 기자

 

Q. 반갑다. 본지와 첫 인터뷰다.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A. 안녕하세요 이제 데뷔한지 만 2년이 지나가고 있는 3년 차 배우인 현석준입니다. 아주 큰 야망을 품고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나아가고 싶은 사람입니다.


Q. 지난해 뮤지컬 <앤>에서 처음 만났던 것 같다. 인터뷰를 하기까지 1년이 걸렸다.

A. 1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건 많이 없는 것 같아요. 굳이 꼽아보자면 겁이 더 많아졌다랄까요? 처음 데뷔하고 무대를 올라갈 때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니까 그냥 무대에서 잘하면 되겠다는 생각만 했었거든요. 그런데 요즘에 드는 생각은 잘하는 건 기본이고, 그 기본값 이상의 것을 도출해야 하니까요. 기본을 채워야 하는 건 당연한 건데, 이 기본도 못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생겼어요. 최대한 이겨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Q. 이번이 세 번째로 돌아오는 작품이다. 봤었던 작품일까

A. 아뇨, 그전까지는 시간이랑 여건이 안 돼서 못 봤었던 작품이었어요.

Q. <최후진술>은 어떻게 참여하게 됐을까

A. <최후진술>은 <해적>에서 같이 작업을 했었던 박정아 작곡가님이 이런 작품이 있고 오디션을 보면 어떻겠냐고 먼저 물어봐 주셔서 준비를 하고 오디션을 봤던 작품입니다. 그렇게 오디션을 준비해서 보러 가게 됐고 합류할 수 있었죠. 그런데 이번 작품을 선택하기에 앞서서 <아티스>라는 작품에 이미 참여하기로 결정된 상태였었거든요. 일정이 겹치다 보니 하차를 해야 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창작진과 제작진 선생님들에게 말했어요. "<아티스>라는 작품을 이미 준비 중이었다. 공연이 올라가는 기간에 같이 올라가는 작품이다. 9일간 올라가는 단기 공연이다. 이 작품(최후진술)을 놓치고 싶지 않다 양해를 해주신다면 제가 꼭 이 작품을 맡아서 해보고 싶다"라고요. 그런데 정말로 감사하게도 양해를 해주겠다고 답변을 해주셔서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사진 이지은 기자

Q. 맡은 배역에 대해서 소개하자면? 크게 윌리엄으로 시작해서 코페르니쿠스, 프톨레마이오스, 프레디, 밀턴 등을 연기하고 있다.

A. 차례대로 이야기해볼게요. 아, 이야기에 앞서서 저는 이 작품에서 나오고 있는 모든 인물들이 갈릴레오에게 진실을 깨닫게 끔 해주기 위해서 등장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우선 코페르니쿠스가 제일 먼저 등장하는데, 제가 생각했던 코페르니쿠스도 좀 전에 했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하는 인물이죠. "너는 왜 진실을 외면했냐"며 꾸짖고 있어요. 코페르니쿠스는 갈릴레오를 꾸짖으면서 자기가 하지 못했던 일들을 돌아보고 그가 자신과 같은 길을 가지 않기를 바라고 있어요. 그래서 너는 진실을 바라보라고 거칠게 말해요.

그리고 프톨레마이오스 나오는데, 그 역시 진실을 외면하는 갈릴레오는 꾸짖어요. 그 역시 진실에 대해서 말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프레디가 나오는데, 프레디는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여러 해석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제가 생각하는 프레디는 윌리엄의 연장선인 것 같았어요. 그런데 거기서 조금 더 중성적인 느낌이 드는 거죠.

밀턴은 앞서 다른 인물들과는 조금 달랐어요. 제가 생각하는 밀턴은 정말로 갈릴레오의 넘버원 팬이었어요. 밀턴은 갈릴레오가 자기 자신을 속이고 있는 모습에 실망하지만, 그에 대한 팬심(?)을 가지고 그가 모든 이야기를 끝낼 수 있게 끝까지 설득해요. 진실을 외면하지 말라고 설득하는 제일 최후에 있는 보루, 혹은 연장선에 있는 인물이었어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인물인 윌리엄, 제가 본 윌리엄은 이 모든 이야기를 관장하고 있죠. 내 글의 주인공인 갈릴레오가 진실을 끝까지 외면하지 않고 마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그런 꿈과 희망을 가지고 계속해서 갈릴레오를 설득하고 있죠.

사진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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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본지는 프레디가 여러 역할들로 변하면서 갈릴레오에게 나아갈 길을 알려주는 안내자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A. 저는 프레디 역시 윌리엄의 자아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었던 적이 있어요. 물론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이고 보는 관점에 따라서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또 이 작품의 묘미 중 하나고요.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생각하고 있는 어떤 지점들이 있어요. 그런데 제가 이걸 말함으로써 어느 하나에 국한될까 봐 말하기가 조심스러워요.


Q. 네 명의 갈릴레오들이 나오는데, 다들 너무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A. 맞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런을 다 돌아봤을 때 모두 다 정말 레전드고 다 잘하시더라고요. 그중 가장 애틋한 건 희찬 배우님의 갈릴레오였던 것 같아요. 형훈 배우님은 제가 하고 있는 모든 역할에 너무 자연스럽게 잘 맞춰주시고, 순택 배우님은 <해적>때부터 호흡을 같이 맞춰왔으니까 어려움이 없었죠. 승현 배우님은 제가 항상 하는 말이 있는데 '리빙 레전드'라고요. 제가 뭘 하든 그냥 다 받아주시고 선배님 흐름에 맞게 정말 잘 맞춰나가셔서 매번 놀라요. 그리고 앞에서 말했던 희찬 배우님은 작품을 준비하면서 서로 너무 힘든 상황을 겪어서 서로 파이팅 하고 있어요. 오늘도 아침에 전화를 했었었죠. 보고 싶다고요.(인터뷰하던 당시) 아파서 수액을 맞고 나오는데 형이 보고 싶어서 뭐 하냐고 전화를 걸었는데 이제 일어났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아 그러냐 알겠다고 말하고 끊었는데, 개인적으로 정말 마음이 편하고 안정되는 형인 것 같아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여러 갈릴레오들 중에서 가장 귀여운 갈릴레오가 아닐까 싶습니다. 전화는 안 오냐고요? 와요.(웃음) 제가 안 하면 형이 전화를 합니다. 


Q. 만약 내가 정말 저승 가이드가 된다면? 가장 처음 만나보고 싶은 인물과 환생을 앞두고 천 번째 만나보고 싶은 인물이 누구일까

A. 작품 속 등장인물 중에서요? 아, 실제로요... 그럼 저는 저 자신을 만나보고 싶은데요? 그냥 요즘 제가 아파서 계속 누워있었거든요. 정말 오랜만에 쉬는 날이어서 누워있는데 여러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무엇을 위해서 지금 이렇게 아파하면서 참고 있을까란 생각도 들고,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도 들었죠. 그런데 잘 모르겠더라고요. 무엇이 옳고 그른지, 그리고 내가 제대로 된 길을 걸어가고 있는 건지를 말이죠. 그래서 저 스스로 가이드를 만나서 안내받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Q. 그럼 제일 마지막에 만나보고 싶은 인물은?

A. 저는 제일 마지막에 부모님을 만나고 싶어요. 아, 그런데 그러려면 제가 먼저...


Q. 작품 속처럼, 죽음과 시간은 관계가 없다고 보자

A. 그럼 부모님이요. 부모님한테 물어보고 싶어요. 부모님이 그동안 만들어 왔던 이야기를 같이 바라보고 싶어요. 그리고 물어보고 싶어요. 잘 살아왔다고 생각했는지, 제가 가자고 했던, 제시했던 길이 어땠는지, 제가 한 가이드가 어땠는지 궁금해요. 부모님이 가고있는 이길이 후회되지 않길, 잘못된 길이 아니길 바라고 항상 행복하셨으면 좋겠거든요. 

사진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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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여러 역할을 번갈아가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방식이다. <해적>에서도 비슷한 역할이었지만, 이번엔 더 많다. 역할마다 성격과 매력, 특징이 다 다르다. 

A. 제가 연습할 때 가장 많이 준비했던 부분이었어요. 끝까지 연출님을 붙잡고 늘어졌었죠. 처음에는 자연스러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연습을 했었는데 변화하는데 크게 안 보이더라고요. 이걸 보신 연출님이 말하는 빠르기나 높낮이 혹은 강조하는 지점들을 다르게 가져가자고 하셔서 그 부분들을 체크했어요. 그래서 코페르니쿠스는 저음을 많이 써봤고, 프톨레마이오스는 조금 이상한 부분에서 강조점을 찍고 있죠. 전체적으로 딕션이나 걸음걸이를 다르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모든 캐릭터들이 연결되면서도 다른 역할이란 게 느껴질 수 있도록 많이 신경 썼어요.


Q. 연습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A. 진짜로 사소한 건데, 연습을 하면서 살이 너무 빠지더라고요. 제가 살이 잘 빠지는 체질이라는 걸 처음 알았어요. 원래 군것질을 그렇게 막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너무 살이 빠지다 보니까 엄청 큰 치즈볼 통을 하나 시켜서 쉴 때마다 그걸 먹었던 적이 있어요.


Q. 엄청 짠 노란 큰 통의 치즈볼...?

A. 맞아요.(웃음) 엄청 크고 짜고 양도 많은 치즈볼을 한 통 샀었죠. 그 큰 통을 한 3일에 걸쳐서 다 먹었어요. 정말 신기한 게 그렇게 한 통을 먹으니까 한 3kg 정도 찌더라고요. 더 먹고 싶은데 살 수 있는 데가 없어서 그만 먹었는데 다시 살이 쭉쭉 빠져서 놀랐던 기억이 잊히지 않네요.


Q.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을까?

A. 저는 춤이 어려웠어요. 사실 살이 빠졌던 게 춤 때문이거든요. 앞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제가 <아티스>라는 작품을 같이 들어갔었잖아요. 그래서 창작진과 제작진에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음악이랑 대본을 미리 받아보고 싶다고 했었어요. 작품이 겹치니까 미리 다 외워오겠다고요. 그럼 런을 돌때 부족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피해를 주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실제로 대본이랑 음악을 먼저 받았고, 사전 연습에 들어가기 전에 다 외울 수 있었죠. 연기나 노래는 수월했는데, 춤을 생각 못 했죠. 연습에 들어가서 춤을 추는데 진짜 멘탈이 붕괴된다는 경험을 처음 했습니다. 그래서 정말 미친 듯이 연습했어요. 두려움도 있었어요. 지금은 시간 날 때마다 춤 연습을 하고 있어서 두려움은 없어졌는데 쉽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사진 이지은 기자
사진 이지은 기자


Q. 오디션은 윌리엄 역할을 준비했던 걸까

A. 네, 저는 윌리엄 역할을 준비해서 오디션을 봤었어요. 그런데 저를 뽑을 때 조금 고민을 하기는 하셨다고 들었어요. 갈릴레오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고민을 하셨다고 하더라고요.(웃음)


Q. 춤은 여전할 것 같은데

A. 춤이 윌리엄보다는 없는 편이죠?(웃음) 차라리 두 시간 내내 무대 위에 있는 게 춤을 잘 춰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어서 마음이 편할 것 같아요. 훨씬!


Q. 어려웠던 장면은?

A. 하다가 숨이 넘어가겠구나 하는 장면이 두 부분 있었어요. 우선 '프레디'가 끝나고 윌리엄으로 무대 위로 돌아가는 장면인데, 그때 한 번 "이러다가 숨 넘어가겠는데?" 싶었죠. 다음으로는 '아임 어 댄서'랑 '아무 말' 장면이요. 무대에서 내려가면서 "숨이 정리가 안되는데?" 생각했던 부분이었죠. 이 장면들을 하면서 "아... 이렇게 숨이 찰 수가 있구나?"라는 걸 느꼈어요. 그런데 이게 못하겠다는 건 아니었었거든요. 숨찬 건 딱 그때뿐이라서 바로바로 이어나갈 수 있게 계속 연습했어요.


Q. 애드리브도 많다고 들었다.

A. 처음 상견례 날 작가님이 오셨었거든요. 작가님이 간곡하게 부탁을 하시더라고요. 대본 외에 것은 하지 말아 달라고요. 저는 작가님이 요구하셨던 부분을 최대한 지키고 싶었어요. 물론 같은 역할을 맡고 있는 다른 배우들과 다르게, 처음 참여하다 보니까 여유가 없어서 대본대로 하고 있어요.


Q. 작품 속 이야기처럼 사후세계가 있다고 믿나?

A. 저는 믿는 편에 가까운 것 같아요. 있지 않을까요?


Q. 어떤 세상일까

A. 구체적으로 생각은 못 해봤는데, 지구라는 행성도 우주에서 보면 정말 먼지 한 톨, 티끌만 하잖아요. 지금도 일반적인 과학으로도 설명이 되지 않는 현상들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존재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요. 막 떠돌지 않을까요? 어떤 존재가 아니더라도, 막연히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요.

사진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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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최후진술>이라는 작품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넘버는?

A. 저는 개인적으로 '시인의 시간'이라는 넘버를 제일 좋아해요. 뭔가 우리 모두의 이야기 같았거든요. 제가 생각했던 건 이 넘버가 윌리엄이 갈릴레오에게 해주고 싶은 말, 혹은 그가 나아갈 길을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었거든요. 그래서 가장 많이 와닿았던 넘버고 부를 때 가장 마음 아프고 신경 쓰이는 넘버입니다.


Q. 나, 현석준에게 뮤지컬 <최후진술>이란

A. 저는 전환점처럼 느껴져요. 어떤 기회를 떠나서 무대에서 이런 '쇼 스토퍼' 역할을 맡을 수 있던 것도 처음이었고, 자신 없었던 춤도 마음껏 춰볼 수 있는 작품이잖아요. 제가 평소에 하지 못했던, 혹은 피해왔던 것들을 이번 작품을 하면서 많이 마주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 가지고 있는 두려움을 깨부수는 것 또한 이번 작품을 통해서만 할 수 있는 거였고요. 이번 작품은 전환점이 될 것 같고, 저 스스로 새로운 도전이 될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끝날 때까지 진짜 열심히 작품에 최선을 다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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