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극장, 몸으로 그리는 위로의 헌정무(舞) ‘시나위’
정동극장, 몸으로 그리는 위로의 헌정무(舞) ‘시나위’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0.0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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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정동극장 예술단 첫 정기공연 후회하지 않는 생을 살기 위한 ‘산’자들의 굿판 '시나위, 夢'

  (재)정동극장(대표이사:김희철)은 2020년 정동극장 예술단의 첫 정기공연 <시나위, 夢>을 오는 5월 7일(목)-10일(일)까지 올린다. 정동극장은 지난 1월 16일, 2020 정동극장 개관 25주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정동극장 예술단’ 운영을 공식화 했다.

 

 

<시나위, 夢>은 그동안 전통 상설공연에서 출연자로 공연활동을 해 오던 이들이 창작성과 예술성을 담보한 정동극장 소속 예술단체로서 선보이는 첫 무대다. 그동안 정동극장 예술단은 전통 상설공연 <미소:춘향연가>(2010-2013), <미소:배비장전>(2014-2015), <가온>(2016), <련, 다시 피는 꽃>(2017), <궁:장녹수전>(2018-2019) 등 스토리가 있는 한국 무용극 속에서 극 중 ‘캐릭터’로 분해 왔다. 첫 정기공연 <시나위, 夢>을 통해 예술단원들은 극중 캐릭터가 아닌 아티스트로서의 기량과 창작력을 본격 발휘할 예정이다.

  <시나위, 夢>은 후회하지 않는 생을 살기 위한 ‘산’자들의 굿판을 테마로 한 작품이다. 본래 ‘굿’이 죽은 영혼을 기리기 위한 목적이라면, <시나위, 夢>은 ‘굿판’의 개념을 ‘산’자 들을 위한 위로로써 전통적 ‘굿’을 역설한다. 그리고 작품은 이러한 ‘굿’의 역설을 국악적 형식 ‘시나위’를 신체표현인 무용으로 확장하는 것으로 발현해 낸다.

 

  ‘시나위’는 쉽게 말해 국악의 즉흥 양식이다. 무당이 굿을 할 때 사용하는 음악으로 기본적 틀은 존재하나, 고정된 선율이 없어 유동적이고, 즉흥적으로 악기가 서로 엇갈리는 가락을 연주하는 기악 합주곡이다. ‘시나위’의 매력은 부조화속에서 조화를 찾아가는 과정, 점차 조화를 이루어 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작품 <시나위, 夢>은 이러한 ‘시나위’ 개념 자체를 무용수의 신체에 대입해 작품의 전체적인 개념으로 차용한다. 즉, <시나위, 夢>은 무용수들의 움직임으로 부조화 속에서 조화를 만들어 가는 과정의 아름다운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시나위, 夢>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계획된 삶을 꾸려나가는 반복된 일상 속에 갇힌 현대인, 산 자들을 주인공으로 삼는다. 계획적이고, 의지적인 삶의 현실 속에 돌발성과 즉흥성은 언제나 환영받지 못하기에 제의를 관장 하는 심방이 절망하는 이들을 위한 위무(慰撫)을 진행한다. 이때, 심방이 부른 신은 ‘달팽이’의 형상이다. 달팽이는 ‘시나위’를 아우르는 대표적 상징체계로 작용한다. 달팽이는 세상의 속도와 상관없이 자신만의 속도로 영원한 고향이자 미래인 바다를 향해 나아간다. 시끄러울 필요 없이, 서두를 필요도 없이 그저 제 길을 간다. 심방의 춤사위와 거대 달팽이의 만남은 ‘시나위’적 삶의 방향을 묵직하게 대변하며, 진한 위로를 선사한다.

 

공연은 각자의 소리를 잃어버린 지금의 ‘산’자들이 진짜 살아있는 자신만의 소리를 찾아 나가는 것, 자신만의 움직임을 찾아 가는 것, 그리고 그것들의 조화가 바로 ‘시나위’라 말한다. 악기와 무용수의 유기적 연결성과 즉흥성으로 각자의 ‘시나위’를 완성해 가는 과정을 통해 관객은 ‘시나위’의 개념적 의미를 공연으로 목도한다. <시나위, 夢‘>에서의 전통적 소재 ‘시나위’는 국악의 양식적 개념을 벗어나, 현대에 꼭 필요한 미학적 개념이자 삶의 요소로 재생산된다. 몸으로 그리는 ‘시나위’를 통해 이 시대에 전하는 진정한 위로가 ‘산’자들의 굿판에서 꿈처럼 펼쳐진다.  

정동극장 예술단 정기공연 <시나위, 夢>은 관념적인 내용을 다루지만, 양식적으로는 파격적 형식을 시도한다. 먼저, 영상미를 극대화한 과감한 무대 연출이 돋보인다. 빔 프로젝터 5대를 활용하여 무대 3면에 영상을 투사해 새로운 공간을 연출한다. ‘달팽이’를 모티브로 한 구조적이고, 몽환적 분위기의 영상 디자인은 무용수의 움직임을 극대화 하며, 공간 미학을 더할 예정이다. 투시와 착시효과 등 다양한 영상 기법이 무용수의 신체 표현과 적극적으로 어우러지게 함으로써 영상을 단순한 배경이 아닌, 무용수와 춤의 공간으로 생산해 세련된 공연 미학을 만들어 내겠다는 시도다.

정동극장 예술단의 첫 정기공연으로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역시 ‘움직임’이다. 타 단체와 차별성이 있는 ‘정동극장 예술단 스타일’을 보여주겠다는 포부로 색다른 한국무용을 연구했다. 단원들은 연습 기간 동안 최신 트렌드 춤들의 호흡을 한국무용에 접목해 보고자 ‘어반댄스(Urban Dance)’ 워크숍을 통해 요즘 유행하는 춤들을 익히는 시간을 가졌다. 워크숍을 통해 배운 춤들의 호흡을 가져와 한국무용에 대입해 이른바 “어반(urban)적인 느낌의 한국무용” 안무를 실험할 예정이다. 한국무용의 깊은 호흡의 무게감, 부드러운 춤의 선과 어반댄스의 격렬한 호흡, 힘이 만나 새로운 느낌을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된다. 정동극장 예술단 스타일의 움직임은 경기민요 소리꾼 김주현과 함께 새롭게 재해석한 굿 음악 안에 담겨 현대적인 ‘굿판’을 펼칠 것이다.

 

정동극장 예술단의 단원이자 지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규운 안무가는 “<시나위, 夢>은 정동극장 예술단이 전통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실험과 다양한 창작력을 보여주는 작품”이라며 공연의 의미를 밝혔다.

정동극장 김희철 대표이사는 “정동극장 예술단은 작은 규모지만,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 있는 만큼 미래적 힘을 가진 예술단체”라며 “<시나위, 夢>은 정동극장 예술단의 첫 정기공연으로 이들의 의미 있는 출항을 공표하는 작품이 될 것이다. 코로나19로 많은 분들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시나위, 夢>을 통해 지금 우리를 위한 위무(慰撫)로 위로받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한 정동극장 예술단에 대해 “앞으로 정동극장 예술단은 다양한 양식의 정기공연을 선보일 것이며, 하반기에는 예술단이 해 왔던 기존의 정동극장의 스토리가 있는 무용극도 준비하고 있다. 우리 예술단이 젊은 예술가들로 구성된 만큼, 전통을 현재적 시선으로 바라보며 새로운 시도와 예술적 실험을 놓치지 않을 것”이라며 관심의 당부를 잊지 않았다.

정동극장 예술단 정기공연의 첫 번째 출사표를 던진 <시나위, 夢>. 정동극장에서 5월 7일부터 10일까지 바로 지금 우리를 위한 굿, ‘산’자들의 굿판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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