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순택 "뮤지컬 '최후진술', 마음 속으로 응원했던 작품" [인터뷰]
배우 김순택 "뮤지컬 '최후진술', 마음 속으로 응원했던 작품" [인터뷰]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0.03.3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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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건 되지않아 참여하지 못했던 초연, 삼연이 되서야 할 수 있게됐어"
"부담감 없어, 관객들에게 내가 가진 모든걸 보여주고 싶어"

초연과 재연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창작뮤지컬 <최후진술>이 돌아왔다. 뮤지컬 <최후진술>은 대학로의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이희준 작가와 박정아 작곡가 콤비의 대표작품이다. 공연제작사 장인엔터테인먼트와 극단 장인은 초연과 재연에서 큰 사랑을 받았던 배우들을 비롯해 새로운 배우들을 캐스팅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뮤지컬 <최후진술>은 별을 사랑한 대과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와 시를 사랑한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천국에서 만난다는 기발한 상상에서 시작한다.

우리에게 지동설로 널리 알려진 갈릴레이의 종교 재판과 그의 '최후진술'을 주요 서사로 삼아, 지동설을 부정하고 천동설을 지지하는 내용의 '속편'을 쓰기 위해 피렌체의 옛집으로 돌아온 갈릴레이가 생의 마지막 여행길에서 셰익스피어를 만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배우 김순택은 이번 작품에서 주인공 갈릴레이 갈릴레오 역을 맡았다. 초연 공연 당시 일정이 맞지않아 참석하지 못해 아쉬웠다고 말했던 그는 삼연으로 돌아온 <최후진술>에서 다른 배우들과는 조금 다른 매력의 갈릴레이를 선보이고 있다. 배우 김순택과 뮤지컬 <최후진술>, 그리고 갈릴레이 갈릴레오의 이야기를 전한다.

사진 이지은 기자
사진 이지은 기자

 

Q. 사실 이번 작품에 처음 참여했다는 말에 놀랐다. 이전에 참여한 줄 알았었다.

A. 저요? 저도 한 줄 알았어요.(웃음) 제 것 같은데 제 것이 아닌 작품이었죠. 저도 모르게 마음 속으로 응원했던 그런 작품었어요. 뮤지컬 <최후진술>은...


Q. 올해 첫 작품이 <최후진술>이 됐다. 이번 작품은 어떻게 알게 됐고 시작하게 됐을까

A. 사실 <최후진술>은 초연 때부터 알고 있던 작품이었어요. 초연 때 참여하고 싶었는데 도저히 시간이 나지 않아서 부득이하게 하지 못했던 작품이었죠.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마음속으로 응원하고 있었던 작품이었습니다.


Q. 작품 이야기에 앞서 같이 공연하고 있던 유성재 배우 인터뷰를 보니까 서로 말을 놓자고 이야기하던데, 지금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A. 제가 사회생활을 어릴 때부터 시작해서 그런지 몰라도 말을 잘 못 놓거든요. 정말 친해지기 전까지는 서로 존댓말 하는 게 오히려 마음이 편해요. 사실 전 작품에서 같이 만났었을때 주위에서 '이 바닥에서 친구를 만나기도 힘든데 말 놓고 편하게 지내면 안 되냐'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제 성격상 또 막 억지로 놓으려고 하면 관계가 더 어긋나서, 주위에 요청에도 불구하고 존댓말 하면서 지냈었어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말을 놓는 편인데 전작에선 그게 안됐어요. 그런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는 서로 만날 수 있었던 시간도 있었고, 또 자연스럽게 술 한 잔을 할 수 있었거든요. 그자리에서 서로 개인사들을 좀 터놓으면서 마음을 열 수 있었어요. 비즈니스를 떠나서 인간 대 인간으로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말을 놓게됐어요. (웃음)


Q. 내 이야기를 한다는 게 쉽지않은 일이다

A 아무래도 저는 일하고 사생활을 많이 구분하는 편이라서 일로 만난 사람을 제 사적인 공간에 들여보내는 데까지가 쉽지 않아요.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말도 놓고 친해지고 나서 보니까 성재랑 저랑 서로 공통분모도 많더라고요. 그래서 어떤 부분들에 있어서는 서로 동병상련도 느끼고 응원하는 마음도 생겼어요. 그전까지는 동료 배우로서 존중하고 존경했더라면 지금은 사람으로서, 친구로서 더 좋은 감정을 갖게 됐습니다.


Q. 두 사람이 같이 올라가는 무대가 궁금하다

A. 첫 공연은 이미 올렸고, 같이 무대에 올라가는 건 한 보름 정도는 더 있어야 됩니다. 저도 기다리고 있어요. 사실 연습할 때부터 같이 런을 돌다 보면 제가 배우는 부분들이 많았었거든요. 사람들이 성재가 윌리엄의 시조새라고 하거든요. 레전드라고 표현을 하는데, 시조새... 화석이라고.... 얼마 전에는 100회 공연을 했거든요. 정말 애드리브나, 순발력이 남달라요. 그래서 연습 때 성재가 하는 윌리엄을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연출님에 허락을 구하고 모든 애드리브를 다 받겠다고 했던 적이 있어요. 보통 런타임이 1시간 45분 걸리거든요? 그런데 그때 두 시간이 넘었어요. 실제로 공연에서 할 수는 없겠지만 정말 두 시간이라고 못 느낄 정도로 재밌게 했었던 기억이 있어요. 그때가 서로 터놓고 공연에 임했던 순간이라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정말 일상에서 친구들이랑 하는 언어들이 그대로 나왔었어요. 그런 만큼 저는 같이 하는 공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윌리엄 역의 현석준 배우(좌측) 갈릴레이 역의 김순택 배우(우측)
윌리엄 역의 현석준 배우(좌측) 갈릴레이 역의 김순택 배우(우측)

 

Q. 지난주에 석준 배우랑 같이 무대에 오른 모습을 봤다.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떤가.

A. 석준이 같은 경우에는, <해적>이라는 작품에서 같이 호흡을 맞췄던 적이 있었죠. 그것도 2인 극이었네요. 사실 그때 호흡을 많이 맞춰나서 공연을 임하는데 걱정되는 부분들은 없었어요. 석준이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순수한 모습들이 캐릭터에 잘 투영되거든요. 그런 부분들에 있어서 매력적인 배우죠.


Q. 그러고 보니 인사를 안 했다. 본지와 첫 인터뷰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A. 아, 안녕하세요. 저는 배우 김순택입니다. 배우라는 직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예전부터 지금까지 제 이상에 있는 배우가 되기 위해 열심히 한 걸음씩 걸어 나가고 있는 연기자입니다.


Q. 배우라는 직업의 이상향은 어떤 배우일까?

A. 계속 바뀌는 것 같아요. 어릴 때는 연기자라고 하면 기술자잖아요. 그래서 연기술을 배운 기술자가 되는 게 먼저였던 것 같아요. 그 기술들을 다 습득하면 내가 꿈의 그린 배우가 되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었죠. 사실 지금도 기술적인 부분에서 늘 부족함을 느끼고 있어요. 그래서 전 아직도 제가 생각한 이상향에 다가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사진 이지은 기자
사진 이지은 기자

 

Q. 초연과 재연,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다. 부담감은 없었을까

A. 작품을 맡아서 들어왔을 때는 부담감이 하나도 없었어요. 그런데 첫 공연을 올리고 나니까 부담감이 생기더라고요. 왜냐고요? 사실 첫 공연이 뭔가 어렵다거나 그러지는 않았어요. 정말 진짜로 즐겁게 연습했었고 공연에 올라갔었거든요. 그런데 첫 공연을 끝내고 나니까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번 작품에서 제가 초연, 재연배우들하고 같이 연습을 진행하지 않았었는데, 다른 배우들이 그리고 있는 캐릭터랑 많이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는 평을 받았어요. 저도 올라가고 보니까 완전히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첫 공연 이후 많이 대화를 나눴던 것 같아요. 지금은 제가 준비했던 모든 걸 가감 없이 보여주자는 생각으로 공연에 임하고 있어요. 한편에서 생각해보면 모든 배우들이 각자의 해석으로 캐릭터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골라보는 재미가 있지 않을까란 생각도 들었죠.


Q. 어느 부분에서 다른 지점이 있는 걸까

A. 가장 큰 차이점은 풀어가는 과정이랄까요? 양쪽 다 일장일단이 있어요. 저는 이번 작품을 맡으면서 제가 초연 때 보고 느꼈던 부분들에서 난해하게 느낀 부분들을 체크하고 싶었어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결론이 안 났었거든요. 그래서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했죠. 큰 틀에서 보자면 다르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 속에 들어가서 들여다보면 다른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고 있죠. 사실 어느 쪽이 맞다 틀리다 할 수는 없어요.

일단 첫 장면이 지나고 나서, 죽은 이후에 깨어나는 장면이 있거든요. 이게 두 개의 선택지가 있어요. 하나는 죽기 직전의 모습으로 깨어나는 것이 있고, 또 다른 하나는 깨어남과 동시에 젊었던 순수하고 많았던 시절의 갈릴레오의 모습으로 깨어나는 것이었죠. 이 차이에서 바라보자면 첫 번째로 그리자면 이게 죽은 걸까?라는 의문점이 남지만, 두 번째 관점에서 보자면 죽은 게 확실해지는 부분인 거죠. 더 분명하게 구분을 지어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극에서 바라보면 이런 부분들에 있어서 표현을 많이 하고 있어요.

 

사진 이지은 기자
사진 이지은 기자

 


Q. 사실 보면서 ▲윌리엄의 소설 속 갈릴레오 ▲정말로 죽은 갈릴레오가 최후진술장으로 가는 과정 ▲말년의 갈릴레오가 꾸는 꿈 등 세 가지로 진행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A. 이 부분을 가장 많이 고민했던 것 같아요. 연습 과정에서 말해주셨던 세 가지 이외에도 여러 가정을 두고 연습을 했었어요. 그런데 지금 내린 결론은, 보는 시선에 따라서 여러 이야기와 가정이 만들어질 수 있게 만들자였어요. 사실 기자님이 보셨던 관점도 다양하잖아요. 어떤 한 부분들에 초점을 맞춰서 규정지을 수 있겠다 싶은 부분들은 최대한 배제했던 것 같아요.


Q. 보는 관점에 따라서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다는 말일까

A. 네, 그런데 이건 제 생각이고 연출님의 의도는 또 다르시지 않을까요? 궁금하시면 연출님에게... (웃음)


Q. 이번 작품에서 맡은 배역, 갈릴레오 갈릴레이 역할에 대해서. 그를 어떤 인물로 바라봤고 어떻게 서사를 채웠을까

A. 실존 인물을 대상으로 만든 작품들 같은 경우에 작업에 들어가기에 앞서서 많이 공부를 하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 어떤 기록이나 일대기 같은 부분들을 체크하기도 하고 그 인물이 남긴 글을 찾아서 읽기도 하죠. 이번 작품 같은 경우에는 갈릴레오라는 실존 인물의 이야기가 그려지지만, 사후세계 혹은 코마 상태에서 벌어지는 판타지적인 내용이 주가 되는 작품이다 보니까 기본적인 인물에 대해서만 조사했었어요. 그리고 이번 작품에선 이름을 들어봤던 인물들 빼고도 밀턴이나 브루노라는 인물들이 나와서 이들의 이야기를 최대한 자연스럽게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Q. 관객들이 재밌게 느낄 수 있을만한 장면이 있다면

A. 밀턴과 만나는 장면이요. 이 장면이 공연 전체적으로 봤을 때 가장 비중이 큰 장면 중 하나거든요. 대본을 처음 받아봤을 때 주변 인물들을 쭉 나열해봤는데, 갈릴레오가 만나는 인물들 중에 밀턴이 가장 비중이 크더라고요. 왜 밀턴일까 한참을 생각했었어요. 대본도 계속 읽었어요. 지금은 왜 이 대본에서 밀턴에게 많은 시간이 할애된느지에 대해서 어느정도의 결론을 내리게됐어요. 일단 인물들을 바라봐야할 것 같아요. 갈릴레오는 사회 안에 갇혀있던 인물이고, 밀턴은 자유로운 사람이었죠. 종교 또한 마찬가지였어요. 이들은 서로 대립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는데, 역설적이게도 고집많던 그들이 서로에 대해 인정하는 순간 관계가 끊어지는게 아니라 더 깊은 관계로 이어지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관객분들이 제 공연을 보시면서 이 과정에 대해서 지켜보는게 또하나의 재미이지 않을까 싶어요.


Q. 이번 작품에서 연기, 대사, 노래, 춤 등 다양한 장르가 총망라했다. 이 중 뭐가 제일 어려웠을까

A. 저는 연기요. 연기가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 연습실에서 표현했던 것들이 엄청 많았었거든요. 더 크고 더 넓고 더 다양했었죠. 이걸 무대에서 다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서 아쉬워요. 물론 저 혼자 무대를 가득 채워야 하는 작품이 아니기 때문에 장면마다 올라오는 감정과 커져가는 부분들을 자제하고 억누르면서 선을 지키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2시간 동안 이걸 다 지키면서 하는 게 쉽지는 않지만, 관객들이 보시기에 불편하지 않게 하기 위해 가장 최선의 적정선을 찾아서 그걸 유지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조금 더 덧붙이자면, 무대 위에 올라가는 게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무대에 서지 못하는 시간보다는 더 좋아요. 배우로써, 무대에 올라가지 못한다는 게 가장 힘든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공연을 하고 있는 저는 전혀 힘들지 않습니다.(웃음)


Q. 작년에 했던 작품들 중에서 <해적> <호프>를 제외하고는 거의 무대 뒤에서 있었던 것 같은데...

A. 맞아요. <호프>는 두 장면 빼고 거의 온 스테이지였었는데, 하반기에 했던 <귀환>이라는 작품은 대기실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많았죠.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이야기가 담겨있거든요. 사실 무대 뒤에서도 마냥 쉴 수가 없었던 공연이었어요. 과거의 모든 장면들은 현재의 제가 회상하는 장면들이거든요. 물론 연습한 대로 이어지는 공연이지만 현장 예술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매번 다른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에 무대 뒤에서도 계속 공연을 보면서 준비를 했었던 기억이 있네요.


Q. <최후진술>에서는 여러 역할들이 오간다. 갈릴레오를 제외하고 맡아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A. 제가 뭘 잘할 수 있을까요? 음... 한다면 밀턴을 해보고 싶어요. 밀턴이 나오는 장면을 가장 좋아하거든요.

 


Q. <최후진술>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도 밀턴이 등장하는 씬일까

A. 저는 그런 것 같아요. 극 중에서 최후진술이 두 번 나오거든요. 처음 재판장에 선 갈릴레오는 "고 빈센초 갈릴레이의 아들이며 피렌체 사람인 나, 갈릴레오 갈릴레이 "라고 말하는데, 뒤에서는 "고 빈센초 갈릴레이의 아들이며 마리아 첼레스테의 아버지인 나"라고 말하거든요. 처음 최후진술을 할 때엔 딸아이에게 자랑스럽지 못한 아빠였었는데, 마지막 최후진술을 할 때는 딸아이의 이름을 말해요. 이런 변화가 생겼죠.


Q. 후반부에 딸에게 붙이지 못한 편지가 나온다. 지금은 편지가 흔하지 않지만, 작품 속 갈릴레오처럼 붙이지 못한 편지나 이야기가 있을까

A. 음...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그런 건 없는 것 같고, 제가 저한테 붙이지 못한 말이 있기는 해요. 매번 공연을 끝마치고, 첫 공연도 그렇고 생각이 많아지거든요. 그런데 여태까지 한 번도 저 스스로 수고했다 혹은 잘했다고 표현해본 적이 없어요. 사실 첫 공연을 끝내면 그럴 여유도 없어요. 제가 했던 연기나 노래를 복기하면서 모니터링하기 바쁘거든요. 부족한 부분들이나 이상한 부분들을 수정하고 보완하면서 자책을 많이 하는 성격이에요. 공연을 준비하는 연습 기간에도 철저하게 준비를 하지만 첫 공연이 끝나면 꼭 보이는 부분들이 있더라고요. 늘 스스로 자책하고 있어서 저에게 수고했다, 혹은 잘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Q. 가장 좋아하는 대사나 넘버는?

A. 얼마 전에 SNS를 통해서 좋아하는 노래랑 대사를 썼었거든요. 그거 말고 다른 걸로 생각하자면 '망원경이 있는 방'을 좋아해요. 밀턴 회상이 끝나고 바로 나오는 노래인데 처음 연습했을 때는 가볍게 다가왔었어요. 그냥 소박한 한 인물이 "나 그렇게 대단한 사람 아닌데, 나 이렇게 소박한 사람이야. 그냥 내가 원하는 건 작은방 하나와 구석진 방에서 밤새도록 글을 쓰고 실험하고 올려다볼 새벽하늘만 있으면 돼" 라는 거였죠. 그런데 처음 런스루를 도는데 이 장면에 오자마자 눈물이 쏟아지더라고요. 단순하게 이 장면만 보자면 큰 의미로 다가오지 못할 수도 있는데 앞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많은 걸 둘러보고 경험한 갈릴레오는 전과는 다른 감정이 생겼거든요. 그전까지는 그냥 "내가 원하는 건 이런 거야" 였었다면, 많은 인물들과 만나고 돌아왔던 그는 "맞아, 내가 원래 원하는 건 이거였어"라고 느낄 수 있게 된 거죠. 그래서 이 노래가 요새는 제일 마음에 와닿고 있어요.

 

사진 이지은 기자
사진 이지은 기자

 


Q. 내가 만약 저승 가이드가 된다면, 가장 처음 만나고 싶은 인물과 가장 마지막, 환생을 하기 위해 천 번째 만나고 싶은 인물이 있다면

A. 음... 처음 생각에 드는 건 부모님인데 그러려면 제가 먼저.... 그건 너무 불효라서...


Q. 작품 속에서처럼,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초월해서 생각해보자

A. 그러면 부모님이요. 언제인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어머니가 하셨던 말씀이 있어요. "난 왜 뭔가 해놓은 게 하나도 없을까?"라는 말이었죠. 그런데 정말 많은 걸 하셨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가이드가 된다면 어머니가 해놓은 게 얼마나 많은지 보여주고 싶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아버지가 아닐까요? 아, 어머니와 아버지를 함께 만났다고 치자면 저는 서태지요. 서태지를 만나고 싶어요! 우와, 진짜 재밌을 것 같네요. 대박사건


Q. 왜 서태지를 만나고 싶나

A. 어렸을 때 서태지가 했던 말 중에 아직까지 뇌리에 꽂힌 말이 있거든요. 서태지가 시나위를 하다가 긴 머리를 자르고 춤을 배우고 랩을 했었잖아요. 그 당시에 로커가 머리를 자르고 춤을 춘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손가락질했었어요. 그런데 나중에 돼서야 서태지가 이렇게 말했어요. "나는 록을 하고 싶어서 댄스를 했었다"라고 말이죠. 서태지는 내가 하고 싶은 걸 강요한다고 대중들이 좋아할까라고 생각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대중이 좋아하는 걸 해서 나를 좋아하게 만든 뒤에 내가 좋아하는 록을 보여준 거죠.


Q. 어떤 이야기를 할까

A. 제가 너무 팬이라고, 너무너무 팬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런데 말이나 붙일 수 있을까요?


Q. 팬의 입장에서, 가이드의 입장에서 하고 싶은 게 많을 것 같다.

A. 그에게 그의 일생을 다 둘러볼 수 있게 해줄 거예요. 제가, 그리고 갈릴레오가 걸어갔던 것처럼요. 개인적으로 작품 속 캐릭터지만 저 스스로 후련한 느낌을 받기도 하거든요.

 

Q. <최후진술> 이 시기에 왜 올라가야 할까, 이 작품은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 할까

A.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일 수도 있지만, 이 공연 자체가 윌리엄이 갈릴레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고 좋은 친구가 되듯이 이 공연이 지금 여러모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물론 이 작품이 외적으로 봤을 때 상업극이라고 정해져 있기는 하지만, 분명히 작품을 통해서만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있을 거고 관객분들도 그런 이야기와 울림, 위로를 전달받고 가셨으면 해요. 그리고 이 작품은 정말 다양한 장르를 가지고 있는 작품이거든요. 판타지와 드라마, 브로맨스, 감동, 콘서트, 쇼, 관객 참여 등 정말 다양하죠. 연극과 오페라가 성행하던 시절에 뮤지컬을 처음 본 사람들이 이런 기분이었을까요? 그럴 정도로 뮤지컬이지만 정말 다양한 장르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고 보여드리고 있기 때문에 꼭 봐야 되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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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an 2020-03-30 17:38:15
와 정말 알차고 알찬 기사입니다. 기자님의 정성스런 질문도 배우님의 꽉 찬 대답들도 너무 좋아요 재밌게 잘 보았습니다!>_<

메론 2020-03-30 16:34:39
너무 기대되는 갈릴레오 입니다! 앞으로도 무대위에서 오래 보고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