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갑질' 우석형 회장, 대표이사 물러나도 배당금은 12억 챙겨…
'슈퍼갑질' 우석형 회장, 대표이사 물러나도 배당금은 12억 챙겨…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0.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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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갑질' 논란으로 대표이사 직을 내려돴던 신도리코 우석형 회장이 올해 약 11억원의 배당금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 신도리코는 결산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100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배당금 총액은 98억 3220만원이며, 시가배당율을 2.64%다.

지난해 9월 분기보고서 기준 우석형 신도리코 회장은 117만 9705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11억 7970만원의 배당금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주주로서 배당금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지난해 논란으로 주가 하락이나 문제가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배당금에 10분의 1 가량의 배당금을 챙기고 있어 논란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자리에서 물러난 우석형 회장

신도리코 우석형 회장은 지난해 갑질 논란을 일으켰다. 사회적 공분이 이어지자 우석형 회장은 대표이사직을 사임하고, 신도리코는 이병백·권오성 2인 체제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신도리코 측은  "우석형 회장 사임의 이유는 미래 사업 전략 구상에 전념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전했다. 신도리코 측이 이후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길 계획이라고 말했던 것 처럼 지난해 신도키로에 합류한 황성식 부회장이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신도리코는 오는 25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자리서 황성식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며, 선임 이후 이사회를 통해 대표이사로 추도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우석형 회장은 그간 기술 개발과 투자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및 신사업 진출에 힘을 쏟아왔다. 신도리코는 1992년 복사기 ‘FT1000’를 자체 개발해 출시하는가 하면, 1997년에는 국내 최초의 디지털 복합기 ‘시그마’ 생산을 시작했다. 이후에도 꾸준하게 뛰어난 경쟁력의 제품들을 출시 및 판매했다.

지난 11일 서울 성수동 신도리코 본사 앞에서는 신도리코의 구시대적 군사문화와 '직장갑질'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지난 11일 서울 성수동 신도리코 본사 앞에서는 신도리코의 구시대적 군사문화와 '직장갑질'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논란의 '슈퍼갑질' 사태

지난해 신도리코에선 요즘 눈 뜨고 보기 힘든 사건이 발생했다.  사내행사에서 여직원과 여장 남직원에게 아이돌 걸그룹 춤을 추도록 강요하는가 하면 사내 임원과 손님에게 급식 서빙도 하도록 했다. 남성 직원들은 차력쇼까지 펼친것이 대중에 공개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11일 서울 성수동 신도리코 본사 앞에서는 신도리코의 구시대적 군사문화와 '직장갑질'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신도리코는 프린터 복합기를 생산하는 유명한 국내기업으로 국민들에게 매우 친숙할 뿐아니라 투명하고 깨끗한 이미지의 기업이었기에 이번 일이 더욱 놀라울 따름이다.

기자회견에서 신도리코 노동조합이 밝힌 여러 '직장갑질' 사례는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저열한 인식뿐 아니라 신도리코 경영진의 강압적이고 상명하복 군사주의를 보여주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여성노동자들에게 출산계획을 물어 보직을 정하고, 자전거를 들고 산에 오르게 하거나 보트로 한강을 건너는 등 수련회를 빙자한 극기 훈련을 일삼는 행태에 혀를 내둘렀다.

이외에도 신도리코분회에 따르면 신도리코는 지난해 초까지 임원이나 외부 방문객이 왔을 때 여직원들에게 구내식당 밥상을 차리게 했다. 회사는 서빙 순번까지 정해 놓고 있었다. 회사 총무부서에서 여직원들에게 보낸 '전략회의시 서빙 순서' 표를 보면 6명의 여직원이 2인1조로 돌아가면서 밥상을 차렸다. '전략회의'는 우석형 회장 이하 임원들이 매월 아산공장에서 여는 생산전략회의를 말한다. 표에는 올해 1월까지 서빙 순서가 명시돼 있었다.

서빙 차례가 된 여직원들은 구내식당에서 임원들이 먹을 점심식사 상차림을 하고, 이들이 식사를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식판을 치웠다. 여직원들은 본사에서도 서빙을 했다. 한규훈 신도리코분회 부분회장은 "외부업체 관계자들이 오면 해당 부서 여직원들에게 서빙을 맡겼다"며 "뒷말이 나오자 남성 직원들에게도 '돌아가면서 하라'고 시켰는데, 남성 직원들이 서빙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분회에 따르면 고졸 출신 여직원은 승진에서 차별을 받았다. 28년차 계장, 30년차 대리가 존재한다. 여직원에게 출산계획이 있는지 물어본 뒤 업무에서 배제하는 일이 일상적으로 일어난다고 분회는 설명했다.

앞서 2017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한림대 성심병원 간호사 장기자랑과 비슷한 갑질 사례도 드러났다. 매년 9월마다 우석형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과 아산공장 직원들이 참석하는 '아산공장 확대석식 간담회'에서 여직원들은 걸그룹 댄스를, 남직원들은 차력쇼·여장 댄스 같은 장기자랑을 강요당했다는 것이다.

한규훈 부분회장은 "말이 장기자랑이지 누가 하고 싶어 하겠냐"며 "퇴근 후나 주말에 장기자랑 연습을 시켜 직원들의 원성이 자자했다"고 말했다.

신도리코의 전근대적 조직문화는 직원교육 프로그램에서 두드러진다. 신도리코 신입직원들은 연수 과정에서 배방산 야외훈련을 거쳐야 한다. 협동심을 기른다는 취지인데, 10킬로그램이 넘는 산악자전거(MTB)를 들고 산을 오른다. 신도리코 기업블로그에서도 신입직원 야외훈련에 대해 "선배사원들 사이에서 계속 회자될 정도로 힘든 훈련"이라며 "훈련을 마치고 나면 참가자 모두가 한목소리로 만족을 하는 보람찬 훈련"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주임급 교육에서는 4~6인 1조로 고무보트를 타고 노를 저어 한강을 건너게 한다. 여직원은 배 앞머리에 태워 방향 지시를 맡긴다. 전형적인 군대식 극기훈련이다. 분회 관계자는 "협동은커녕 힘들어서 싸움만 난다"고 말했다.

당시 신도리코측은 이날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오해가 있다"고 밝혔다. 여직원 식당 서빙에 대해서는 "손님이 많을 때 해당 부서나 총무부서에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며 "일손이 부족할 때 서로 돕는다는 게 와전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산공장 확대석식 간담회 장기자랑과 관련해서는 "몇몇 부서가 여흥시간을 마련해 장기자랑을 하긴 했지만 여직원들에게 선정적 춤 등을 강요한 적은 없다"며 "오래된 행사지만 변화하는 분위기에 맞춰 지난해부터 폐지했다"고 해명했다. 산악자전거를 들고 산에 오르는 신입직원 교육 프로그램도 지난해 폐지했다고 덧붙였다.

분회측은 "회사에 '직장내 괴롭힘 신고센터 설치를 제안했지만 회사측으로부터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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